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5)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5화(15/405)
“엄마, 이거 괜찮아?”
“응~. 잘 어울리는데?”
찰떡지수가 눈에 보여도, 왠지 엄마한테 괜찮냐고 한 번씩 더 물어보는 게 버릇이 됐다.
세 번째 묻자 엄마가 이제 내 쪽을 보지도 않고 빨래를 개면서 대충 대답했다. 요망한 빨래에게 빼앗긴 관심을 찾기 위해 엄마 옆에서 바닥을 뒹굴자 그제야 시선이 다시 왔다. 잘 어울리니까 빨리 나가라는 엄마 옆에서 뭉개다가 간신히 약속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상세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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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떡지수: 75
특성: 입는 순간부터 1시간에 5씩 HP가 천천히 오른다. 최대 30까지 상승 가능
(밝은 컬러라 하의 역시 밝은 컬러로 매치하면 매력 지수가 상승한다.
※ 매력 지수 상승은 하의에 따른 랜덤)」
오늘은 반 애들, 그러니까 서은, 가영, 이예원을 만나는 날이다. 단체 톡방에도 넷뿐. 소희는 초대하려 하지도 않고 딱히 먼저 얘기를 꺼내지도 않는다.
나도 눈치가 있어, 오늘 소희를 부르자는 이야기를 차마 못 했다. 굳이 많이 꾸미고 싶지는 않아서 협찬으로 들어왔던 것 중 무난한 후드티를 걸치고 나갔다.
* * *
학교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광화문역의 한 파스타 가게. 예원은 이 자리가 별 재미가 없었다.
서은과 친해지고 싶어 약속을 잡았더니, 굳이 쟤를 불러서 데려와?
‘짜증 나.’
굳이 이 관계에 눈치 없이 낀 게 있다면, 그건 본인이 아니라 서윤슬이었다. 그런데 은근슬쩍 자기가 먼저 친했던 것처럼 대화를 끌어나가고, 자신의 얘기를 끊고. 그리고 지금도 대놓고 착한 척한다.
“우리 걔 꼭 데리고 다녀야 돼?”
라는 자신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굳이 되물으면서.
“누구? …혹시 소희?”
나만 나쁜 사람 만들고 있다.
‘솔직히 그렇잖아. 다들 착한 척하면서 아닌 것처럼 굴지만 친구끼리도 급이 있는 거잖아!’
예원은 굳이 잘 꾸미지 못하고 말도 재밌게 못하고, 소심하고 답답한 소희와 같이 다니고 싶지 않았다. 윤슬이야 데리고 다니기 창피하지 않으니까 상관은 없지만.
“어. 걔 끼면 홀수잖아.”
그럼 당연히 박소희가 나가야지.
서은과 가영도 예원의 말에 동의한 것처럼 말이 없었다. 침묵은 곧 긍정. 윤슬만 마음에 안 드는지 표정이 안 좋다.
“아 근데 왜 홀수야? 지영이 있잖아!”
동의한 줄 알았던 가영이 갑자기 반대하는 것처럼 말을 거들었다.
“맞아. 지난번에 보니까 지영이? 걔랑 친해 보이던데… 안 친해?”
예원은 당황했다.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대놓고 안 친하다고 말했다가 나중에 지영의 귀에 들어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소희를 무리에서 빼버리고, 네 명이서 다니다가 지영이 끼면 한 명이 빠질 건 윤슬이라고 생각했다.
‘서윤슬이 아니라 김가영이 빠져도 걘, 다른 애들이랑 잘 놀 거고.’
체육 시간에 짝을 두 명 짓는다거나, 어디에 갈 때 둘이서 앉게 된다거나, 조별로 과제를 해야 한다거나 하는 순간마다 일단 빼버리면 되잖아? 그런 날보다는 점심시간이나 이동하는 시간이 더 많으니까.
그럴 때마다 자신이 떨어진 한 명이 될지도 모른다는 게 예원은 기분 나빴다.
“맞아. 난 소희 괜찮은데?”
서은까지 말을 잇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남은 마늘 바게트를 집어 먹고 “그럼 말고.”라는 말 밖에는.
‘아. 서윤슬 진짜 마음에 안 든다.’
* * *
윤슬도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 걔 꼭 데리고 다녀야 돼?”
‘아, 이예원 진짜 마음에 안 든다.’
나이가 아무리 어려도 그렇지, 일단 한 명 떨어뜨리고 보자니.
‘심지어 이미 일주일쯤 됐는데.’
새 학기가 시작되고 며칠이 지나면, 이미 친한 무리는 다 형성되기 마련이다. 2학기가 되고 가끔 무리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무리에서 싸워서 떨어져 나가게 되는 거지 좋은 감정을 가지고 달라지는 게 아니다.
지금 소희를 두고 넷이서 다니자는 건 앞으로 적어도 1학기는 소희 혼자서 있어야 한다는 거다.
‘어떻게 하지….’
이미 어느 정도 친해진 가영과 서은과의 관계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데, 소희랑 둘이 다니면서 얘네랑은 인사 정도 하는 사이로 지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갑자기 익숙한 효과음이 울렸다.
뭐지? 갑자기 상태창?
「▶▶▶Loading…」
「▷유명세: 30
―그새 유명세가 상승했군요! SNS에서 당신의 글이 ‘좋아요를 부르는 치트키’가 되었습니다. [키키 게스트] 에 업로드한 글의 좋아요가 총합 777,777 이 되었습니다! 럭키!
[스킬 확인 바로가기]☜Click!」‘어? 스킬 확인?’
일단 티 나지 않게 냅킨을 집는 척 클릭 버튼을 눌렀다.
“아 근데 왜 홀수야? 지영이 있잖아!”
그러자 가영의 머리 위에서 스킬창이 빛났다.
띠링-
「[스킬: 팩트 폭격 시작합니다! (A)]
친구라고 넘어가 주지 않아요, 맞는 말은 해야 합니다. 반박 시 더 한 팩트만이 쏟아져 나옵니다.
※ 상대방을 향한 ♥호감도가 300 이상일 때만 편을 들어줍니다.」
‘…이제 스킬 설명이 보이네.’
스킬을 클릭하자 아래에 주르륵-하고 스킬의 목적까지 뜬다.
나연이가 생각나게 하는 저 순수한 질문. 악의 없는 질문이었지만 이예원이 당황한 게 눈에 보였다.
‘맞다. 너 걔한테 잘 보이고 싶어 하지….’
아직 빼고 다니자는 서은의 말이 없으니 여기에서 나도 한 마디 더.
“맞아. 지난번에 보니까 지영이? 걔랑 친해 보이던데… 안 친해?”
이제 완전히 할 말이 없어진 게 보인다.
그새 또 호감도가 떨어져 예원의 머리 위 호감도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이름: 이 예원
♥호감도: 0(↓25)/999」
배 째라 그래. 어차피 너랑은 안 친해질 것 같으니까.
마지막 한마디를 위해 서은을 바라보자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맞아. 난 소희 괜찮은데?”
그래. 1년 내내 소희 같이 다닐 거거든. 빠지려면 네가 빠져라….
그 말은 차마 하지 못했지만. 이지원 대리 동생, 썩어가는 이예원의 얼굴을 보며 남은 콜라를 마저 마셨다.
음, 시원해. 이 집 콜라 잘하네.
* * *
“와. 떨려….”
“면접 은근히 길게 본다.”
CA 선택의 시간. 다들 어제 신청서를 작성해 내고 번호표를 받아 방송실 밖에 서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동아리답게 어림잡아 계산해 봐도 50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평소에 사진에 관심이 많았고, 점심 방송도 귀 기울여 듣고 있었습니다.”
귀에 박히도록 뻔하고 지루한 면접에 슬슬 면접을 보는 덕현여고 2, 3학년 학생들은 하품이 나올 것 같았다.
‘괜히 한 명씩 본다고 했나.’
내년부터는 면접을 몇 명씩 묶어서 그룹으로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드륵-
“안녕하세요! 서 윤슬입니다.”
재밌는 애가 나타났다. 손에 노트북을 쥐고. 방송반의 선배들은 모두 당황했다.
‘뭐지?’
자기소개로 PPT를 준비해온 건 윤슬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철저한 준비에 담당 선생님은 조금 감동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여기를 보시면, 제가 앞으로 입부했을 때의 맡을 수 있는 일들입니다.”
사진 구도가 제법이었다. 평소에도 사진에 흥미가 있는지 최근 촬영한 서촌 한옥마을과 DDP 야외 사진, 그리고 거기에 타이포 그래피로 적힌 ‘Hello seoul’이라는 글자.
공무원의 심장을 뛰게 하기에 적합했다. 공무원은 seoul을 붙이고 나면 일단 익숙하기 마련이니까.
‘센스 있어….’
방송부 담당 선생님을 맡은 강소엽은 감탄했다.
요즘 애답지 않은 깔끔함. 어쩜 저렇게 센스가 있는지. I seoul you 라는 글자에 쿵쿵 심장이 뛰었다.
‘아이 러브 유라는 익숙한 문장에 위트 있게 서울을 넣어서 아이 서울 유…?’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완벽하게 공무원의 취향을 저격한 윤슬의 문구에 이미 방송부 담당 강소엽은 합격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어머, 이거 언제 찍은 거니?”
“사실 학교 입학 전부터 이 동아리에 들고 싶어서… 미리 찍어놨습니다.”
쑥스러운 듯 배시시 웃는 윤슬은 방송부의 프라이드를 높여주는 데 한몫했다.
‘그래, 우리 동아리가 어떤 동아리인데.’
‘들어오기 힘들지. 경쟁률 제일 센데.’
이 동아리에 대한 열정! 신입생이 가지고 있기에 가장 좋은 무기였다.
띠링-
띠링-
띠링-
「♥호감도: 73(↑33)/999」
「♥호감도: 85(↑20)/999」
「♥호감도: 99(↑99)/999」
쉴 새 없이 머리 위로 뜨는 호감도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윤슬은 대기업도 프리패스로 들어갈 만한 빛나는 눈으로 어필을 하기 시작했다.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광화문 홍보 대회가 5월에 열리는데, 제가 조사한 바로는 저희 덕현여고 방송부에서 시상을 놓친 적이 없더라고요.”
‘그럼, 놓치면 안 된다고 난리 쳤으니까….’
‘그거 타느라 고생 많이 했지….’
“올해도 역시 놓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심사위원분들께서도 2, 3학년보다는 경력이 부족한 1학년에게 더 후한 점수를 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딸칵 소리와 함께 윤슬은 막힘없이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대체적으로 맞는 말이다. 뭐든지 나이가 어린 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어줬다. 본인의 1학년이라는 나이의 장점과 함께 방송부의 올해 목표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철저하게 준비해온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단 한 번의 버벅거림 없는 매끄러운 멘트로.
“그동안 영상 위주의 대회에 참여했는데, …아무래도 저희 선배님들이 정말 잘 촬영하시기는 하지만, 공부할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고 생각이 들어서요.”
그리고 노트북에 떠 있는 PPT 화면에는, ‘광고 대회’ 목록이 정리되어 있었다.
“광고 대회?”
“넵. 사진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전국 광고 대회입니다. 포스터와 30초 미만의 영상으로 짧게 제작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모았습니다.”
조사한 결과, 지난 몇 년간 덕현여고에서 한국대를 보낸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모인다는 독서부는 물론이고 낮은 성적의 학생은 아예 뽑지도 않는 방송부까지.
동아리 선생님도 그렇고 지금 당장 고3이 된 선배들도 그렇고, 대학 입시 준비를 할 때 빼앗기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이 동아리 전통이 있으니까. 그리고 생활기록부에 한 줄 더 남겨야 하니까 일단 계속 참여한 거겠지. 시간 아까워도 참고.’
하지만 단편영화 하나 찍는 것과 광고영상 하나 찍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들어가는 시간 자체가 다르니까.
‘어찌 됐든 대학 가면 되는 거 아니겠어.’
그리고 윤슬이 조사해 본 결과 이 동아리의 3학년은 영화예술, 영상보다는 미디어학부나 광고학부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단편영화제보다는 광고제에서 상을 타는 게 자기소개서에 더 쓸 말이 많을 것이었다.
‘이러려고 SNS 찾아봤지.’
[Acebook]ㅠㅠ 엄마랑 같이 입시 상담 받으러 왔다.. 수도권을 그냥 옮기면 안되나요..
-앞으로 전라도 이름 경기도고 경상도 이름 서울이다
˪ ㅋㅋㅋㅋㅋ미친 걍 포기해~
˪꺼져라 마귀야
-수도권 당연히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허상이다
-그냥 성가대나 들어가라; 대학 포기 ㄱ
-1X학번 잊지 마 나랑 광고하기로 했잖아 ㅠㅠㅠㅠ
˪재수열차 탑승 하세요 늦으면 다음열차 삼수열차입니다
˪저ㅓㅓㅓ탈게요 저;;
이런 게시글들. 고3이라면 하나씩은 있으니까.
전날 [박수 짝짝짝 집중] 포션의 지속시간인 5시간이 훌쩍 넘은 다음에도 윤슬은 PPT를 제작했다. 좋좋소에서 하던 일에 비해서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이 정도는 당연한 거라고 말하면서 퇴근하던 이지원 대리 대신. 조용히 사과를 깎아 방으로 넣어주는 매란 할머니가 있었으니까. 노트북을 두드리던 새벽이 외롭지 않았다.
* * *
방송부 동아리 부장과 담당 선생님은 같은 생각을 했다.
‘뽑아야 한다.’
얜 대체 뭘까. 부장은 사실 윤슬이 대충 면접을 봐도 어떻게든 뽑아 줄 생각이었다. 부탁하는 법 없던 동생이 은근히 말을 전한 것으로 봤을 때, 일단 얘는 나쁜 애는 아니었으니까.
“그… 언니.”
“뭐.”
“언니네 동아리… 경쟁률 얼마나 세?”
“몰라? 그건 왜.”
“그냥… 나랑 친하고, 나 잘 챙겨주는 애도 언니네 동아리 들어가고 싶대서….”
“이름이 뭔데?”
“서윤슬….”
오히려 동생을 챙겨주는 착한 성격이고.
‘그런 성격은 단체 활동할 때 도움 되지.’
삐걱거리는 동아리원들을 챙길 수 있을 것 같아 1학년 부장을 추천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대회는 2, 3학년들이 상을 타오면 되는 거니까.
‘좀 괜찮은데, 얘.’
딱 두 번 봤지만 부장은 윤슬이 마음에 들었다.
‘올해부터 광고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던 건 어떻게 알아챘지?’
안 그래도 올해 방송부 3학년들은 1학년을 뽑았을 때 모델로 쓰기 좋은 애들로 기준을 세우려 했다. 좀 사진 잘 받는 애들로. 모델비도 안 나가고 모델이 된 1학년의 생기부도 채울 수 있고, 윈윈이었기 때문에.
“좋아, 누구 결정했어?”
“난 아까 걔 괜찮더라. 이름이….”
“서윤슬? 얘는 뽑아야지.”
“어 얘는 뽑아야지.”
만장일치. 처음으로 방송부의 의견이 맞아떨어졌다. 그 뒤로는 얘는 된다 안 된다, 진지하게 토론이 펼쳐졌다. 뽑을 수 있는 사람에 비해 면접 본 사람은 그의 열 배 가까이 되기 때문에.
-서 윤슬.
부장은 합격자 명단을 정리하며 가장 먼저 그 이름을 썼다. 부장의 교복 명찰에 적힌 이름은 박 소영이었다.
* * *
며칠 후 방송부가 있는 복도에는 합격자 명단이 붙었다.
[…1-5 서 윤슬
1-5 이 서은
1-6 최 주현
1-8 김 유진
…
방송부 1학년 합격자 명단입니다.
모두 축하합니다.]
당연히 예원은 떨어졌다. 준비한 말도 버벅거리고, 몇 질문에는 대답도 제대로 못 했기에 정당하게 떨어진 것이지만 본인은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서은이 붙은 건 인정하지만, 윤슬이 붙은 건 인정할 수가 없었다.
‘내가 떨어졌으면 쟤도 떨어졌어야지!’
예원은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아 되는대로 막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아, 방송부 진심 별로. 부장 대체 뭔 기준으로 뽑은 거래? 솔직히 그냥 자기 마음에 드는 애들 뽑은 거 아니야?”
조용하고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 같았던 가영의 짝은 자기 자리에 앉으려다가 예원이 보고서도 비켜주지 않자 조용히 자리를 떠야만 했다.
“부장 개 못생겼어. 진짜 찐따 같아서… 야, 너 방송부 부장 봤지?”
예원은 괜한 트집까지 잡아내 방송부를 흠집 내고 싶어 했다. 아무도 동조해주지 않자 괜히 방송부 면접을 봤던 다른 아이에게까지 공감을 이끌어 내려 했지만 본인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더 화가 났다.
“그만해.”
조용하기만 했던, 예원이 무시하던 소희가 정색하고 말하자 예원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뭘 그만해? X나 어이없네.”
“…우리 언니야. 부장.”
갑자기 반 분위기가 싸해졌다. 다들 서로 떠들고 있는 것 같아도 귀는 이 자리에 쏠려 있었던지, 한 템포 쉬었다 다시 얘기들을 시작했다.
“엥? 너네 언니?”
“…….”
“아~ 그래서 서윤슬 붙여줬던 거야? 아니면 예상 질문 얘한테는 미리 가르쳐줌?”
“친구야~. 너무 시끄럽다~”
열린 뒷문으로 듣고 있었던 노는 애, 지영의 친구이자 며칠 전 윤슬에게 방송부를 권한 옆 반 주현이 걸어왔다.
“아니 못 붙은 게 이렇게 슬퍼할 일이야? 안 그래 지영아?”
“예원아 왜 그래? 목소리 왜 이렇게 커.”
웃음기 가득하지만 사실 별로 안 웃기다는 걸 반에 앉아 있던 아이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민지영이랑 친한 줄 알았는데….’
지영은 주현이 말하자, 옆에서 같이 웃고 있었다.
“나도 붙고 얘도 붙었는데 너만 떨어져서 그래?”
“…….”
“동아리 하나 가지고 왜 그래~. 딴 데 들어가면 되지~”
좋게 좋게 말하는 것 같지만, 누가 봐도 윤슬의 편을 들어주는 게 보였다. 예원은 한마디도 못하고 얼굴이 빨개졌다.
“친구야 힘내~”
애교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주현은 지영의 고데기를 가지고 다시 옆 반으로 갔다. 고데기를 빌리러 왔던 모양이다.
딩-동-댕-동-
다음 교시 시작을 알리는 소리에 예원은 어두운 표정으로 짜증스러운 듯 의자를 박차고 본인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제야 원래 자리의 주인이 앉을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면박을 줘도, 누군가의 자리를 마음대로 차지해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 학급 내 피라미드는 견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