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51)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51화(151/405)
‘재, 재벌이랑 카톡을 한다고…?’
친해 보이는 둘 사이를 믿지 못한 채린이 핸드폰을 가져가 자세히 보려던 때. 윤슬이 다시 핸드폰을 가져가 무언가를 클릭했다.
“카톡 프사 보이지?”
성의 없이 옆으로 슥슥 넘기니 다이아수저의 셀카부터 일상 사진까지, 그간의 프로필 사진들이 드러났다.
“안 믿기면 이걸로 검색해 봐.”
채린은 혹시라도 조작된 것일까 윤슬이 테이블 너머로 슥 내민 태블릿을 허겁지겁 가져갔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보자 진짜 재벌이 맞았다.
“보여? 이건 비공개 SNS인데 나랑 맞팔.”
채린은 입술이 바짝 말랐다. 한국에서 라모레 브랜드 화장품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근데 그 재벌이 고소에 낀다고…?
쉴 새 없이 떨고 있던 다리가 순식간에 얌전해졌다.
“보여? 나 너 때문에 그 뒤로 잠수 탄 거.”
그러고 보니 윤슬의 게시글이 그 이후로는 한 개도 올라와 있지 않았다. 채린은 손에 쥔 패드를 멍하니 바라봤다.
“저 언니가 너까지 같이 고소해야 된다고 진짜 난리였는데…. 그거 말리느라 바빴거든. 나 저 언니랑 매일 만나거든. 내가 그래도 너랑은 약속한 것도 있고. 같이 고소하는 건 좀 아니지 싶어서.”
얘기를 들을수록 스케일이 커졌다. 진짜 윤슬은 그 재벌과 보통 친한 게 아닌 것 같았다. 점점 윤슬을 데리고 함께 나락에 가버릴까 하던 채린의 마음이 점점 옅어졌다. 아무리 고등학생이라도 재벌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제야 채린의 머리 위에 있던 스킬이 옅어졌다.
「[스킬: (안) 죄송합니다 (B+)]」
‘…이제 좀 먹히는군.’
이럴 줄 알았지. 원래 잃을 게 없는 사람이 제일 무서운 법이다. 쟤가 핸드폰 중독 센터 다닌 지 얼마나 됐다고 정신을 차렸겠어. 머리 위에 스킬 떠 있을 줄 예상 했다고 나는.
아마 핸드폰이 없을 때도 머릿속으로는 SNS 생각밖에 안 했지 싶은데.
‘돈에 미쳐 있는 애니까 다이아수저 카드가 잘 먹힐 줄 알았다.’
금수저 지망생은 현직 금수저로 제압이 쉽군. 뭐 됐고, 협박이 잘 먹혔으니 이제 달래볼 때가 됐지.
‘오늘의 핵심은 채린이의 연기력이다.’
채린이가 은주에게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영상의 강도가 세진다. 강도가 세면 셀수록 은주의 반성문 역시 잘 써질 테고, 그럼 그 반성문은 만능 카드가 된다.
‘바로 오늘 올려야지.’
오면서 확인했는데, 커뮤니티 이제 개싸움 시작했더라. 화력 좋을 때 불 한 번 더 지르자.
나는 턱을 치켜들고 불안해하는 채린이에게 말했다.
“그래서 저 언니가 너 오늘 하는 거 봐서 결정하겠대.”
“뭐, 뭐를?!”
“뭐긴. 고소지.”
나는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채린이를 바라봤다. 등받이에 느슨하게 몸을 기댄 상태에서 다리도 꼬고.
음, 내가 봐도 아쉬울 거 하나 없어 보여. 좋은 자세다.
“내가 뭘 하면 되는데?”
“…사실 고은하 팬계정이, 이전에 지갑 도둑이야. 그 뒤로도 쭉 내 루머며 악플이며 열심히 달고 다녔었고.”
“뭐? 동일인물인 거 넌 어떻게 알았는데?”
…예상외로 예리하군. 하지만 알려줄까 보냐.
나는 대충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냥, 감? 어찌 됐든 간에 오늘 니가 해야 되는 건 딱 하나야.”
“…….”
꿀꺽. 채린의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곧 여기로 올 거야. 고은하 팬계정이 들어오면. 어떻게 해서든 걔가 한 짓을 자기 입으로 말하게 해.”
이제 슬슬 시간이 다가온다. 나는 시계를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채린아, 잘할 수 있지?”
“…어.”
“그래. 믿는다. 모든 얘기 다 털어놓게 잘 해봐. 아, 오자마자 핸드폰부터 뺏어.”
나는 문가에 있는 CCTV를 한번 확인하고, 저 뒤에 하나를 더 달았다. 문을 열고 들어올 우리 은주가 잘 보이는 각도로. 그리고 나는 옆방에서 이 모든 라이브를 직관할 예정이다.
* * *
조은주는 떨리는 마음을 잡고 스터디 센터로 들어왔다. 둘만 사용할 수 있는 세미나실에서 만나자고 했던 유채린의 연락을 받은 후부터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진짜 얼마나 대단한 거길래?’
말만 하면 바로 나락 갈 수 있을까? 마침 커뮤니티에서 김유리 얘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거슬리던 참이었다. 서윤슬의 친구인데다가 앞으로 김유리가 잘 나갈수록 서윤슬 역시 동급이 될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하나 걸리면 데뷔고 뭐고 다 날아가지.’
서윤슬 때문에 인생 망칠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재밌었다. 일단 일이 벌어진다면 더 이상 자신을 협박할 정신도 없어지겠지 생각하니 뱃속이 간질거렸다.
‘2번 세미나실… 여기다.’
은주는 문을 두 번 노크했다. 기다렸던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진짜 유채린이었다!
“여기 앉으시면 될 것 같아요.”
모자를 쓰고 있는 유채린은 직접 의자를 빼주기까지 했다. 은주는 큼큼 목을 가다듬으며 자리에 앉았다. 세미나실에 들어왔을 때부터 계속해서 채린을 스캔하는 걸 놓치지 않으며.
‘포샵 좀 했네? 뭐 그래도…. 확실히 마르긴 말랐다.’
그런 은주의 속내를 채린이 못 알아챌 리 없었다. 누구보다 상대 급 나누기 좋아했던 채린에게 있어 은주는 손쉬운 상대였다.
“혹시 모르니까 서로 핸드폰 걷어 둬요. 아시죠? 제가 그 방송…. 그 일 때문에 좀 예민해서.”
“아, 네네. 제 거는 여기요.”
순순히 은주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채린은 화면을 한번 켜 녹음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한 다음 은주의 핸드폰을 자신의 가방 안에 넣었다.
“전 핸드폰 중독센터 다니느라 폰 없이 나왔어요. 제 가방 보이죠?”
“아아….”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 아니에요. 음, 저…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더듬더듬 말을 하는 은주를 바라보며 채린은 속으로 비웃었다.
‘뭐야, 쉽잖아?’
보아하니 말 몇 마디 툭툭 던져주다가 중간에 정적이라도 흐르면 어설프게 뭐라도 얘기할 타입이었다.
그리고 채린의 그 추측은 딱 맞아떨어졌다.
* * *
전학 갔을 때 기분, 사건 터진 다음의 악플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어떻게 지내는지. 채린은 이 정도만 얘기했다.
‘표정 관리도 안 하고….’
자신이 하는 모든 얘기들을 재밌어 죽겠다는 듯 눈을 밝히는 은주를 바라보고 있자 말문이 막혔다. 보통 이럴 때는 안쓰러운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소름 끼쳐….’
자꾸만 바쁘게 움직이는 눈, 볼륨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갑자기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하는 목소리, 혼자 흥분하고 있는 얼굴이 섞이니 마주 앉아 있는 채린은 소름이 끼쳤다.
“혹시 그래서, 터뜨릴 건 뭔가요?!”
아까 전부터 그것만을 묻고 싶었다는 듯이 상기된 뺨으로 조은주가 소리 지르듯 말했다. 채린은 말없이 눈을 빤히 쳐다봤다. 순식간에 세미나실 안이 고요해졌다.
“…재밌어요, 혹시?”
“어, 그게, 재밌다,는 건 아니고. 혹시 기분 나쁘셨으면 죄송, 한데요. 어…. 우리가 이렇게 만났, 으니까? 이왕 답답하신 거 다 풀고 가시는 게 좋지 않나. 어 저는 그런 마음에….”
채린이 한마디하자 은주는 열 마디를 했다.
‘쫄았네.’
채린은 성의 없이 세미나실 룸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며 자세를 고쳤다.
“생각해 보면 제 얘기만 한 거 같아서요. 은하 팬계정 님은 이름이?”
그렇게 채린은 나이와 이름, 사는 곳, 기초적인 정보를 은주에게서 얻어 냈다. 순식간에 싸늘해진 채린에게 당황한 은주는 거짓말을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순순히 있는 대로 말해 버렸다.
“…혹시 서윤슬 지갑 도둑?”
“어, 어어. 어떻게…. 혹시 그 학교 애들이 제 얘기하고 다녀요?”
방금 전까지 흔들리던 눈동자에 분노가 차오르는 걸 본 채린은 기회를 잡았다. 이때다.
“아니 뭐. 흠…. 이런 거 말해도 되나.”
“뭐, 뭔데요?”
“근데 얘기 들어보면 윤슬이가 그쪽 많이 봐줬고…. 좋은 감정 남아 있는 거 같기도 해서 말하기가 좀.”
그 말을 들은 조은주는 폭발했다. 갑자기 책상 너머로 몸을 기울여 가까이 다가갔다.
“무슨! 절대, 진짜 절대 아니에요! 제가 얼마나 서윤슬을 싫어하는데요!!!”
“서윤슬 싫어하는데 왜 초반에 저한테 메시지 했어요? 저 그때 서윤슬 친구였는데. 말이 앞뒤가 좀….”
우물쭈물하던 은주는 말문이 막혔다. 차마 그쪽도 나중에 같이 터뜨리기 위해 친한 척했다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 뭐야….”
대놓고 실망한 티를 내는 채린의 표정을 보니 은주는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말해도 될까?’
말한다면 어디까지? 어느 정도로? 얼마만큼?
은주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관심 없는 척 심드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채린 역시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얘를 털어야 내가 산다!’
빨리 물어라, 냉큼 떡밥을 물라고!
채린은 자신의 뒤편에 있는 CCTV의 위압감에 깔려 죽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조은주의 입이 열렸다.
“사실, 서윤슬이 했던 짓 중 몇 개는 커뮤니티에 밝혔었거든요….”
됐다! 채린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커뮤? 무슨?”
“혹시 커뮤, 그 인터넷 자주 하시니까 아시려나….”
은주의 입에서 온갖 커뮤의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채린은 아주 조금 표정을 푼 채로 귀를 기울였다.
“밝힌 거라면 혹시, 뭐예요? 제 일이랑 관련 있을 것 같아서.”
그러자 은주가 잽싸게 내놨다. 흥분한 은주의 목소리가 귓가를 아프게 때렸다.
“아아-. 그 새벽에 올린?”
“어, 마, 맞아요! 어떻게. 어떻게 아셨지….”
‘어떻게 알긴, 대충 찍은 거지.’
채린은 동지를 만난 것처럼 양손으로 박수를 한 번 쳤다. 너무너무 반갑다는 듯이.
짝-!
“저 거기에 댓글 달까 하다가 안 달았는데! 달 걸 그랬다.”
“대박. 정말요? 헤헤 저 사실 그거 말고도 다른 거 또 썼거든요. 아니 사람들은 서윤슬이 무슨 진짜 세상 착한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거 다 속고 있는 거니까. 진짜. 진짜로 뭐냐면은.”
캡처한 글을 보여주지 못해 답답한 은주는 직접 말로 했다.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모든 것들을.
“사실 서윤슬이 스슈 가서 워낙 나댄 게 있잖아요? 보니까 스슈 서포터즈 했던 애들 중에 몇 빼고는 다 맞팔이었는데 서윤슬이랑 그 시녀, 이나연이랑 김유리만 빼놓고. 근데 솔직히 이나연은 팔로워 수 딸리니까 그렇다 쳐도 김유리는 아니지. 김유리 프젝 나가기도 전부터 거의 셀카만 올렸는데 팔로워 쩔었잖아요.”
숨도 쉬지 않고 말하는 은주를 보자니 채린은 과거의 자신이 생각났다. 팔로워 수에 연연하며 타인의 SNS에 매일같이 들어갔던 자신이.
“보면 이나연은 까놓고 말해서 서윤슬한테 팔로워 얻으려고 붙어있는 거 같긴 해요. 아니면 고은하랑 계속 맞팔이었을 리가 없지. 둘이 쇼핑 스타일? 도 그렇고 화려한 거 좋아하니까. 서윤슬은 집 망한 것도 그렇고 뭐 없잖아요. 그래서 한번은 커뮤에 그런 것도 썼는데 대부분 공감하는 눈치?던데….”
“제가 김유리는 잘 몰라서. 김유리는 왜요?”
“왜긴요! 얘 가끔 방 안에서 셀카 찍은 거 보면 딱 보니까 노란 장판 사는데 서윤슬이랑 끼리끼리 노는 거죠. 아마 이나연 빼고 김유리랑 서윤슬 둘이 더 친한 게 열등감? 그런 거 때문일 거예요. 커뮤 가보면 몇몇은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거.”
은주는 이제 브레이크가 없어 보였다. 조금 부채질을 해주자 온갖 정보가 다 흘러나왔다. 김유리 루머 글 유포, 인튜버 까글 캡처가 베스트에 갈 정도로 추천을 많이 받았던 것, 인플루언서들 성형 궁예, 인신공격에 가까울 정도로 했던 외모 지적들….
‘뭐, 뭐 이런 게 다 있어?’
끝도 없었다. 선이라는 걸 모르는 은주에게 있어서 이 대화는 너무나 즐거웠다. 갤러리나, 커뮤 새벽반에서나 꺼낼 수 있는 얘기를 직접 실제 사람과 만나서 한다는 것이 도파민을 최대치로 끌어 올렸다.
심지어 지난 한 달간 입까지 틀어막힌 상태!
시계의 시침이 한 칸 옆으로 돌아갈 정도로 은주의 폭로는 이어졌다. 서로의 핸드폰도 없는 데다가, 어디 유출될 걱정조차 들지 않는 환경이니 마음 편하게 쭉-
“와 진짜….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연락할걸. 저 말고도 서윤슬 인성 아는 사람이 또 있었다니.”
“그러니까요, 대박이에요. 아 진짜 속 시원해.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냐면…. 아, 그것도 아세요? 지난번에 스슈 서포터즈들 중에 서윤슬 손민수 생긴 거? 아예 피드 분위기 자체가 비슷한데 얘 지난번에 남친 생겼다고 스토리에 도배하다가 차인 거 같거든요. 이름 혹시 알려나. 아이디는~”
은주의 말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지잉-
그런 모습들이 모두 담겨 카메라에 고이 저장되는 줄도 모르는 채로.
“근데, 진짜 뭐에요? 그 터뜨린다는 게?!”
그러자 채린은 어색하게 머리만 만졌다.
“어, 그게-. 음-. 그러니까-”
그때였다.
똑똑-
문가에서 누군가의 노크 소리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