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56)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56화(156/405)
다이아수저는 쓸쓸한 눈길로 퍼스널 컬러 진단 숍의 창문을 바라봤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창문 너머에 있는 어떤 것을.
“줄, 두 줄로 서주시겠어요-!”
“죄송합니다. 대기표 30분 이상 지나면 입장 안 되세요-!”
그렇다. 이곳은 강남역. 마침 꼴도 보기 싫은 엔지생건의 DVL도, 드페이스샵도 그리고 카카오프렌즈 샵도 모두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래도 역에서 제일 가까운 건 우리 건물인데…!’
라모레를 지나쳐 카카오프렌즈샵으로 몰려가는 소중한 소비자들을 바라보니 속이 들끓다 못해 피가 끓는 것 같았다. 이 멋진 라모레의 매장에 눈길도 주지 않고 저기로 다 가버리다니. 드페이스샵 콜라보 출시 날을 맞이해 사람이 더더욱 붐볐다.
“저거 솔직히 저렇게 기다려서 살 만한 건 아니지 않나!!!”
대기표를 배부하는 시스템인데도 불구하고, 30분이 지나면 입장이 되지 않기에 몇 손님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그게 다이아수저의 눈꼴을 시리게 만들었다.
지잉-
그때였다. 다이아수저의 핸드폰이 울렸다.
[카카오프렌즈 입장 안내٩(♥’﹀’♥)۶ 안녕하세요, 카카오프렌즈 강남입니다. 대기번호 325고객님의 입장시간이 다가오고 있으니 앞에서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입장 안내 후 30분 내로 방문해 주시지 않으시면 대기가 취소되오니 이 점 유의 부탁드립니다♥]
“큼….”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이니까. 다이아수저는 일부러 자신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오케이. 완벽해.”
[조퇴 OOTD]-헤어스타일은 대충 신경 쓴 듯. 신경 진짜 안 쓴 듯 하나로 묶자!
-두꺼운 안경은 필수. 쓰고 나면 눈이 절반으로 보이는 효과가?
-입술은 투명하다 못해 혈색 하나 없게. 진주 반짝이가 들어간 립밤을 발라 누가 봐도 안색이 후져 보이게 연출하자♥
조퇴 꿀팁을 이용한 보람이 있었다. 본인의 고져스함이 한눈에 가려지자 다이아수저는 감탄했다.
“흑. 이것만큼은…. 안 되는데….”
고민하던 다이아수저는 목숨 같던 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대충 컨버스 운동화를 신었다. 시야가 낮아지니 세상을 올려다보는 불쾌한 기분이 되었다. 모두를 내려다봐야 하는 다이아수저에게는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좋아, 가보자!”
그리고 다이아수저는 30분 뒤, 자존심이 상하다 못해 완전히 깨져 버리고 만다.
* * *
“이쪽으로 입장 도와드릴게요, 카페 같이 이용하시는 거 맞으시죠?”
“하. 참나, 카카오 카페를, 내가.”
“너무 벅차신가 봐요~. 정말 카카오를 좋아하시는구나! 얼른 들어오세요.”
“…하.”
카카오프렌즈 팝업 스토어는 건물 하나를 통째로 차지한 것으로, 1층 굿즈 판매, 2층 굿즈 판매와 포토 존, 3층 카페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건 3층 카페였는데. 사람들의 연속 촬영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리는 곳이기도 했다.
“으아아! 귀여워!”
찰칵찰칵찰칵찰칵-! 착착착착-!
어피치 복숭아 라떼, 무지의 오렌지 주스, 라이언의 스트로베리 팬케이크 등. SNS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메뉴들이었다.
아기자기하게 귀여운 카카오 프렌즈들이 가득한 테이블은 누가 와도 연사를 갈길 것 같은 비주얼을 자랑하고 있었다.
‘드페 비겁한 새끼들. 캐릭터로 버무려서 소비자를 우롱해?!’
다이아수저는 그나마 건강에 좋아 보이는 제이지의 우롱차를 시켰다. 3층에서 확인하니 카페에 온 손님들 대부분 드페 콜라보 제품을 쇼핑백 안에 한가득 구매하고 팬케이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다.
“팬케이크 들어봐. 어, 그거 좋다.”
착착착착착-!!!
연속 촬영의 바다에서 핸드폰을 꺼내지 않고 근엄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건 오로지 다이아수저 한 명이었다.
한창 플렉스의 시대였다. 아무거나 마음에 들면 다 사 버리자, 필요 없어도 오늘 행복하면 그만! 그 소비 트렌드는 크게 두 가지를 불러왔다.
1. 명품이 아니면 모두 급이 떨어지므로 명품‘만’ 사야 해!
2. 뭐든 일단 사면 됐지! 스트레스 풀리면 괜찮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거면’ 뭐든 사야 해!
커뮤니티에서는 1의 반응이 훨씬 강세였지만, 여기는 현실 세계. 당연히 하나씩 골라 사도 10만 원 초반대인 카카오프렌즈와 드페이스샵의 콜라보 제품은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Youstagram]너무 귀여워서 그냥 다 하나씩 질러버렸다(っ’-‘)╮ =͟͟͞͞♡ 진짜 이것만 사고 절대 안산다
카카오 팬케이크 존맛ㅋㅋ♥
좋아요 82개
댓글 6개
-ㅋㅋㅋ또 다음달 되면 새거 산다에 한표
-헐 팬케이크 맛있음? 가격값해?
˪이만삼천원밖에 안하는데?ㅋㅋㅋ 근데 그냥저냥 맛잇오
˪수플레도 아닌데 이만삼천원이잖아ㅠㅠ
어느새 웬만한 가격에 무뎌진 소비자들은 캐릭터 제품 앞에서는 더더욱 무뎌졌다. 심지어 대부분의 반응은 이랬다.
‘라이언 그려졌는데 드페 되게 싸다ㅋㅋ 양심 있네.’
우롱차를 마시면서도 틈틈이 인터넷 반응을 확인하던 다이아수저는 머리를 감쌌다.
‘걔네! 원가를! 생각하세요, 여러분~!!!’
원가에 비해 뻥튀기가 되어 있는데도 순식간에 착한 가격이 되어버린 드페 콜라보를 보자 마음이 무너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이아수저를 미치게 한 건.
“야 대박. 너 프젝 봤지?”
“어 봤지. 왜?”
“얘네 벌써 유렌즈 모델 됐네? 라모레도 모델한다고 안 했나?”
“미친, PPL 넣었던 브랜드 다 하나 봐….”
근처 테이블의 대화였다. 다이아수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기울여 대화를 엿들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다음 반응이 문제였다.
“아, 근데 연예인 광고비 때문에 퀄은 별로일 듯?”
“나도 그 생각 했음.”
쨍-!
다이아수저의 자존심이 산산조각 났다.
‘이런 개미친~!!!’
다이아수저는 우롱차를 모두 원샷해 버렸다. 이렇게 우롱을 당하다니 지금 이 순간이 꿈만 같았다.
‘캐릭터라고 광고비 싼 거 아니거든요~!!!’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카카오프렌즈였다. 라이언 하나의 광고 효과가 탑 연예인을 능가했으니 가능한 가격이었다.
‘친근한 이미지, 이게 문제야.’
친근한 이미지일수록 정직하다는 편견!
로드 숍의 한계가 있어 완전 고급화까지는 불가했던 라모레의 브랜드들이 다이아수저의 발목을 잡았다. 완벽히 친근할 수만도 없는 라몽드, 레스쁘아 등의 브랜드는 이게 문제였다.
‘고가 라인을 샀을 때만큼의 소비자 만족도가 덜하니까….’
‘가볍게 한 번 사볼까?’도 안 되고, ‘비싸니까 일단은 만족!’도 되지 않는다. 다이아수저의 숱 많은 머리칼을 끈이 견디지 못해 하나로 묶은 머리카락이 슬슬 내려오고 있었다.
‘…답은 하나인가.’
드륵-
다이아수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카오프렌즈 카페의 창문 너머로 어지러운 강남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쉬지 않고 오고 가는 사람들로 혼잡한 이곳에서, 저 발아래의 모든 사람들을 라모레 매장에 밀어 넣겠다는 다짐을 했다.
* * *
“본론부터 말할게요.”
“네, 뭐 그러세요…?”
다이아수저는 카카오 카페에서 나온 다음, 불타는 심장을 잡고 바로 윤슬에게 전화를 걸어 소리쳤다.
“지금 당장! 당장 와줘요.”
-네? 저 오늘 7교시라 좀.
“…아.”
-그리고 끝나고 잠깐 동아리도 해야 돼서요. 좀 기다리고 계시면 갈게요. 알겠죠?
“…알았어요, 빨리 와….”
7교시가 끝나고 동아리까지 열심히 한 다음에 지하철을 타고 온 윤슬이었다. 그 덕에 다이아수저는 불에 타다 못해 허무하게 재가 되어 있었다.
“드페 어떻게 족쳐야 할까요. 윤슬 씨는 알지?”
“족치기가 좀 어렵겠던데요.”
“왜!!!”
“아니 일단 카카오프렌즈 등에 업었고, 질도 무난하게 좋으니까. 저 오늘 바른 틴트 이번 콜라보인데 지속력이.”
“왜 발라!!! 왜!!!”
다이아수저는 이성을 잃고 티슈를 박박박 뽑아 윤슬에게로 걸어갔다. 다시금 힐을 신어 발소리가 크게 울렸다.
“우웁!! 웁!!!”
“지워!!! 이딴 거!!!”
입술이 박박 지워진 윤슬은 어느새 조퇴 OOTD에 걸맞는 모습이 되었다. 아마 이 입술 색을 하고 담임을 찾아갔더라면 두말없이 ‘안색이 후지다, 가라.’ 하고 조퇴증을 써줬을 것만 같았다.
“아, 입에 휴지 다 들어갔잖아요~!”
“뭐야. 드페 제품을 왜 발라? 배신자예요?”
“친구가 샀길래 한번 발라 본 건데요.”
“…그걸 가만 냅둬? 척결해야지! 저걸 보고서도 바를 마음이 생겨요?!”
마음속으로 이미 윤슬과 한 팀이 되어버린 다이아수저였다. 다이아수저는 뚜벅뚜벅 걸어가 창밖을 가리켰다.
지금은 여섯 시. 퇴근길로 강남역이 가장 혼잡할 때였지만 제일 혼잡한 건 카카오프렌즈 팝업 앞줄이었다.
“아니, 따지고 보면 제 회사도 아닌데…. 제가 못 바를 거 있나요.”
그 말에 다이아수저는 뜨끔했다. 가끔씩 칼같이 선을 긋는 윤슬이었다.
“그은데-. 제 회사라는 마음가짐. 뭐 그런 걸 가질 수 있을 것도…. 같고….”
“윤슬 씨, 이번엔 얼마. 진짜 딱 그것만 말해요.”
역시 이게 본심이었다. 다이아수저는 곧 다가올 빚 수금에 두 눈을 꽉 감았다.
‘그래, 얼마여도…! 저 꼴만 내 눈앞에서 치운다면…!’
하지만 윤슬에게서 이번에도 예상외의 대답이 나왔다. 돈이 아닌 다른 것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1층이랑 2층 좀만 떼주세요. 괜찮으면 3층도.”
“…뭐?”
“가로 2미터 세로 2미터, 폭도 2미터쯤? 아직 프레임을 안 씌워봐서.”
“이게 무슨 말이에요?”
“매대 치우세요.”
다이아수저는 갑자기 시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떡꼬치 장사를 하는 상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냉정한 구청 공무원이 된 윤슬은 매대를 철거하라는 소리를 반복했다.
“화장품 가게에서…. 화장품 매대를 치우라고?”
“기초 판매량 낮은 거 알아요. 기초 빼고 저 줘요.”
“그럼 그 자리에서 뭘 하게?”
다이아수저는 넋이 나갔다. 아직도 창밖 거리에는 카카오프렌즈에 기꺼이 시간을 투자한 소비자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이거 진짜 거저 주는 거예요. 남는 게 없어 나도. 원래대로라면 기계 대여비까지 내야 하는 건데 우리 사이가 그래도 좀 친하니까 대여비는 안 받을게요.”
윤슬은 넋이 나간 다이아수저에게 사기꾼처럼 말을 늘어놓았다. 마치 이때만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퍼스널 컬러 마케팅으로 카카오프렌즈 이길 방법 궁금하지 않아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웜톤, 쿨톤 둘 다 잡을 수 있는데.”
하나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어떻게?”
* * *
윤슬은 사무실까지 쉬지 않고 뛰어갔다. 역에서 나온 직후부터 쉴 새 없이 움직인 다리 덕에 폐가 아파 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알록달록한 쌈지길을 지나서, 담장에 예쁜 능소화가 있는 집을 지나서, 사무실 입구를 지나서.
쾅-!
“얘들아!!!”
사무실 문을 거칠게 연 윤슬은 숨을 헐떡거렸다. 심장이 온몸을 울릴 정도로 뛰었다.
“누나가 돈 벌어 왔다!!!”
사무실 한편에 자리 잡은 인생필름 기계를 만지고 있던 둘은 눈만 깜박거렸다.
“음, 일단 물 좀 마시자. 숨찬 거 봐.”
“…앉을래? 달려왔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윤슬은 인생필름 기계로 다가갔다. 이제 막 완성한 기계는 프레임이 없어 초라하기만 했다. 삼각대에 꽂혀 있는 카메라, 카메라와 연결된 모니터, 옆에는 터치스크린 모니터. 그리고 작은 프린터. 이것만이 전부였지만 윤슬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웠다.
“우리 이제 부자야!!!”
여기에 이제 로즈쿼츠 색을 입힌 프레임만 씌운다면 앉아서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으니까!
“내가 강남역 매장에 세 대 놓을 수 있도록 계약하고 왔어! 임대료도 안 내도 돼!”
그 말에 둘은 윤슬을 빤히 바라봤다.
“야, 안 기뻐? 우리 서류 같은 거 안 내도 된다니까! 나라에 안 빌려도 된다고!”
윤슬 혼자 신나서 사무실을 방방 뛰어다녔다.
“우리 지금 사진 찍어볼까! 호구… 아니 건물주가 찍어서 보내 달랬어!”
그런 윤슬을 한참 바라보던 둘은 음산하게 입을 열었다.
“…그 계약을 언제 했는데?”
“또 밤샜지? 아니, 대답 안 들어도 알 것 같아.”
어색한 알파카 웃음을 지은 윤슬은 시선을 피했다.
“그… 사진이나 찍자. 우리. 응? 셋이서는 한 번도 찍어본 적 없잖아.”
여전히 어색하게 웃는 윤슬 옆에서 두 사람도 어쩔 수 없이 함께 웃었다. 이번 건은 데드라인이 없던 덕분인지 그동안 만든 것 중 제일 완성도가 높았다.
프린터기, 터치가 가능한 모니터, 카메라, 스크린 네 개로 만든 기계는 자칫 어설퍼 보였지만 회귀 전의 것과 똑같았다.
신난 윤슬은 모니터를 터치했다. 몇십, 몇백 번이나 확인해 이미 익숙한 터치 화면이 나왔다. 회귀 전, 일 년에 삼백억을 벌어들이던 그 기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