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6)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6화(16/405)
“윤슬아. 밥 먹으러 가자.”
오전에 싸한 일이 있고 나서 가영이 평소처럼 팔짱을 꼈다. 나도 소희의 손을 잡고 서은에게로 갔다.
1학년들은 밥 먹는 시간이 가장 늦어서 점심시간보다 20분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 급식실로 이동한다. 그래서 교실에는 열 명 남짓 남아 있었다.
우리는 어차피 늦게 들어갈 건데 뭐하러 급식실에 빨리 가서 줄을 서? 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항상 조금 늦게 가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빨랐다.
급식실로 가는 도중, 나는 이예원이 없음을 깨달았다. 분명 일부러 이예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우리끼리 내려온 것이다.
‘…서은이 기분 나쁜가 보네.’
핸드폰 화면에 톡이 오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서은은 확인하지 않고 웃으며 가영과 장난을 쳤다. 서은은 수업 시간 내내 자신에게 뭔가 소곤거리며 불만을 말하던 예원에게 질린 모양인지 톡이 오는 폰을 아예 교복 치마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지잉-
[서은아 어디야?ㅠㅠ] [어디 갔어?] [교실에서 기다리고 있어 나]굳이 나도 예원에게 이리로 오라고 대답해 줄 의리를 느끼지 못해 내 옆에 줄 서 있는 소희와 얘기했다.
알아서 하겠지, 뭐.
“난 소희 너네 언니가 부장님인 줄 몰랐어! 왜 넌 동아리 거기로 안 들어?”
“우리 언니 빽으로 들어가기도 좀 그렇고…. 난 방송부에 별 관심 없어.”
며칠 동안 소희랑 친해진 것 때문인지 말하는 게 좀 자연스러워졌다. 초반에는 묻는 말에만 대답해주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웃으면서 얘기도 하고. 장난도 쳤다.
‘역시 소희가 제일 좋아.’
나는 마음이 말랑해져 괜히 소희를 끌어안았다.
“야 뭐야~”
“그냥, 날 속여서. 바보 박소희.”
숨긴 거 아니야 하며 내 등을 두드리는 소희였다. 좋은 냄새가 난다.
이 순간에도 서은의 핸드폰은 울리고 있었다. 서은은 예원에게 서열정리를 다시 한번 해주고 있었다.
우리는 평온하게 4인석 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아무도 이예원 얘기는 하지 않았다.
* * *
“야, 뭐야. 어디 갔었어!”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예원은 본인 기준으로 가장 만만한 가영에게 소리를 질렀다. 서은은 신경 쓰지 않고 사물함으로 가 컵과 칫솔을 꺼냈다.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너는 나한테 짜증 못 내는 걸 안다는 듯이.
“너 없어서 밥 먹으러 갔는데.”
평소 예원에게 맞춰주는 것 같았던 가영이 냉정하게 말하며 서은과 똑같이 사물함에서 컵을 챙기자 예원은 당황했다.
‘뭐야…. 얘네.’
드륵-
서은이 뒷문을 열고 나가버리자, 가영도 따라 나갔다. 교실에는 다시 정적이 흐르다 한 템포 늦게 얘기를 하는 소리들이 배경음처럼 웅성거렸다.
다들 눈치챘다. 예원이 무리에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라는 걸. 쌤통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어쩐지 예원이 조금 불쌍해졌다.
따지고 보면 거의 열 살 어린애인데. 저렇게 점심도 굶고 혼자 교실에서 씩씩거렸을 것이 뻔했다. 밥만 안 굶었어도 이렇게 불쌍하지 않을 텐데.
K- 양심이 조금 찔렸다. 그래도 사람이 밥은 먹어야 하는 건데….
‘하지만 내 알 바 아니니까.’
소희를 데리고 컵을 챙겼다.
우린 양치하러 간다. 너는 교실에서 살아.
“이예원 왜 저래?”
화장실로 들어오자마자 가영이 내게 말을 걸었다. 난 얘가 마냥 순한 앤 줄 알았는데….
‘하긴…. 분명 쌓인 게 있었겠지.’
그동안 내 눈에도 대놓고 서은과 가영을 차별하는 게 보였는데, 당사자가 못 느꼈을 리 없다. 그냥 앞에서는 아닌 척한 거다. 진짜 친구라면 예원이 가영이에게 서운하다고 얘기를 했겠지만, 그냥 같이 다니는 반 친구일 뿐이니까.
“몰라, 우리끼리 밥 먹으러 가서 화났나 봐.”
“지가 알아서 오든가. 어디 갔다가 와서 짜증 내?”
가영이가 이렇게 화난 건 처음 본다. 나는 어깨를 그냥 한번 으쓱해주고 양치질을 시작했다.
“치약 쓸래?”
“아, 고마워….”
서은이 소희에게 말을 건넨다. 소희도 치약을 가져왔지만 서은이 짜주는 치약을 썼다. 내가 보기엔 신호탄이었다. 나는 이예원보다 네가 더 마음에 든다는.
교실로 돌아왔을 때, 예원은 자리에 엎드려 있었다. 가영의 옆자리를 뺏어 시끄럽게 떠들던 예원이 본인 자리에 있자 가영의 본래 짝은 오랜만에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이제 예원은 저 자리를 자연스럽게 뺏지 못할 것이다.
왠지 예원이 불쌍해 보이다가도, 저 자리에서 비키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피했던 애가 더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이게 맞는 거지.’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내 자리에서 얘기를 했다. 소희와 나는 자리에 앉고, 가영이가 본인의 책상에 앉고, 의자엔 서은이 차지했다.
권력 구도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 * *
띠링-
미션창은 매너가 있다. 자고 있는 도중인 새벽에는 울리지 않지만, 좋아요를 누르고 다니는 새벽은 알림이 뜬다.
다섯 번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유스타에서 좋아요를 누른 지 몇 시간째, 이제 드디어 좋아요가 700개가 쌓였다.
‘나연아 고마워….’
DDP에서 찍은 사진이라 장소 태그로 넘어온 사람들이 꽤 됐다. 외국인보다 한국인의 좋아요를 더 많이 받았다.
「▶System
【미션: 일반】
▶소문의 그 애가 바로 나야
Youstagram 에 셀카를 올리고 좋아요 ( 5 )일 안에 ( 700 )개 이상 받기!
Yousta에서 당신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보세요
―성공적으로 진행이 완료되었습니다.
○일반 보상
[유명세] 스탯이 상승합니다.▶ +5
[매력] 스탯이 상승합니다.▶ +15
○랜덤 협찬 뽑기☜ Click
●[매력] 스탯을 올릴 수 있는 [눈/코/얼굴형/피부] 중 하나를 골라 세미 커스텀을 할 수 있습니다(스탯 상승률 랜덤: 1~30%).」
랜덤 협찬 뽑기와 매력 스탯 뽑기. 오늘은 뽑기를 두 개나 하게 됐다. 신나지만 새벽 2시라 소리는 못 지르고 침대만 쳤다.
“제발… 제발 좋은 거… 멋진 스킬….”
랜덤 협찬을 클릭했다. 똑같이 상자에서 종이가 폭발하며 휘날린다.
언제 봐도 잘 만든 그래픽, 휘날리는 종이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색깔이 달랐다. 대부분 흰색이었지만 이번엔 붉은색과 황금색이 섞여 있었다.
‘저건 SSS급이다!’
게임을 잘 하진 않지만 상태창이 뜨고 난 다음 이것저것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대부분 노말은 흰색, 레전드는 붉은색, 그리고 황금색은 스페셜.
레전드는 몇 장 있고, 황금색은 단 한 장이 있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 떨어지는 종이의 색은….
“빨간색이네.”
그래도 나쁘지 않다.
조심스럽게 쥐어 펴 본 종이에는 귀여운 발자국 모양이 칭찬 도장처럼 찍혀 있었다.
「▶[랜덤 보상: ‘HENRA’ 쿠션 팩트 협찬 (C) 획득!]
○새로 나온 신제품 촉촉 글로우 쿠션 획득
축하합니다!
[지금 사용하기] [인벤토리에 넣기]」‘그럼 그렇지. 이렇게 꽝일 리가 없어.’
인벤토리에 넣기를 누르려는데.
바스락-
종이가 두 장으로 겹쳐 있었다. 잡고 있는 손 아래에서 하나의 붉은 종이가 더 나왔다.
「▶[랜덤 보상: ‘HENRA’ 립틴트 (C) 획득!]
○새로 나온 신제품 촉촉 글로우 틴트 획득
축하합니다!
[지금 사용하기] [인벤토리에 넣기]」내가 받은 보상은 두 개였다. 마음을 바꿔 지금 사용하기 버튼을 눌러 버렸다. 그러자 눈앞에 룰렛 같지만 정지되어 있는 화면이 떴다.
「▷HENRA 쿠션 팩트
13 포슬린 / 21 바닐라 / 21 로제바닐라 / …」
「▷HENRA 립틴트
113 쥬빌레 / 115 프러포즈 / 258 레이디레드 / …」
아직 내 아이템이 아니다 보니 찰떡지수는 따로 적혀 있지 않아 조금 고민하다 가장 익숙한 컬러를 선택했다. 그러자 자그마한 팡파르 소리와 함께 빨간 색종이가 흩날리며 눈앞에 작은 상자가 나타났다.
달칵-
상자를 여니, 그 안에는 쿠션 팩트와 립틴트가 들어 있었다. 확인하고 나니 다시 눈앞에 떠 있는 상태창.
「●[매력] 스탯을 올릴 수 있는 [눈/코/얼굴형/피부] 중 하나를 골라 세미 커스텀을 할 수 있습니다(스탯 상승률 랜덤: 1~30%).」
그나저나 이건 좀 고민이 된다. 거울을 가져와서 여기저기 보며 고민하다가, 제일 무난한 걸 골랐다.
‘요즘 방송부 ppt랑 좋아요 때문에 잠을 잘 못 잤지.’
조금 푸석해진 피부를 돌려보기로.
룰렛을 누르니 차르르륵-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상승률이 멈췄다.
「▶▶▶Loading…」
「[피부] 트러블이 없어집니다. 미백이 됩니다.
▶ ↑24
[매력] 스탯이 상승합니다.▶ +10」
지난번 [예쁜 게 죄야] 포션을 먹었을 때보다 더 피부 상태가 좋아졌다. 뽀얗고 하얘진 피부색, 은은한 핑크빛이 도는 볼. 다크서클도 싹 없어졌고.
“와….”
애교살도 피부에 체크되어 있던 건지, 조금 더 도톰해졌다.
아,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3시다. 핸드폰을 머리맡에 두고 눈을 감자 쉴 틈 없이 잠이 몰아닥쳤다.
얼마 안 있어 꺼져 있던 핸드폰 액정이 반짝, 하고 켜졌다.
-[권재언] 님이 회원님을 팔로우하였습니다.
* * *
“윤슬이 웬일로 아슬아슬해?”
“맞아…. 오늘 선도 있는 날이었는데…. 괜찮아?”
“헉… 흐억… 아니. 안 괜찮아….”
엄마가 깨워줬는데, 내 특기인 ‘이미 일어난 척’을 너무 자연스럽게 해버렸다.
“으응~. 일어났어~. 나 준비할게~”
말만 하고 그 상태로 침대에 누워 다시 잠드는 기술. 이것만큼은 내 스킬 S급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급하게 뛰어왔더니 폐가 터질 것 같아 자리에 철푸덕 앉아서 숨을 골랐다.
무심코 본 4분단, 시끄러운 교실 내에서 이예원은 없었다.
‘내가 신경 쓸 일 아니겠지.’
한편으로는 속 시원하다 싶다가도, 왠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전 생에서의 주눅 든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혼밥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건 역시 급식실에서의 혼밥인데.
대학 입학했을 때 학관 혼밥은 조용하고 여유로웠지만, 지금은 다르다. 수업 종이 치기 직전 교실로 들어온 이예원은 표정이 어두웠다. 어제와는 다르게.
딩-동-댕-동-
1교시 쉬는 시간이 끝남과 동시에 핸드폰에서 지잉- 하고 진동이 왔다.
‘나연인가?’
평소처럼 나연이가 와르르 톡을 보내놓은 진동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였다.
원래 모르는 전화 받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일단 받아야 될 것 같아서 받으려 한 순간, 바로 끊겼다.
‘뭐지….’
이윽고 울리는 톡.
[윤슬아.. 교실 뒤로 나와줄 수 있어?] [복도로..]“하….”
무시하고 싶었지만 한참 어린 애가 이렇게 불쌍하게 구는데 모르는 척할 정도로 냉정한 인간은 못 된다 내가.
“어디가?”
“어 잠깐 화장실.”
복도로 나가보니 계단으로 내려가는 쪽에서 혼자 있는 이예원이 보였다. 평소 같은 당당함은 어디에 가고 잔뜩 기죽은 채로.
“윤슬아….”
“어. 왜?”
“그… 어제는 내가… 미안하다고… 그 말 하고 싶어서….”
손을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숙이며 말하더니, 힐끔 고개를 들어 쳐다본다.
“애들 화났지…?”
그거 물으려고 사과한 것 같은데, 보니까 어제 짜증 냈던 가영이나, 대놓고 뭐라고 했던 소희한테는 사과를 안 한 것 같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난.”
“그럼, 너는… 사과받아 주는 거지? 응…?”
여기서 그냥 아니, 라고 해 버리는 게 더 마음 불편할 것 같다. 일단은 알겠어, 라고 하고 교실로 들어오니 그새 쉬는 시간이 거의 끝나간다. 이예원은 들어오지 않았다.
‘아. 소맥 테라피가 시급하다….’
회귀한 다음에는 좀, 고등학교 생활이 쉬울 줄 알았다. 나는 언젠가 인터넷에서 봤던 군기 잡는 초등학생들의 대화가 떠올랐다.
◁야ㅋ 너 O!O! 후드티 입었더라?
◁5학년이 그래도 돼?ㅋ 어이없어
◁그거 6학년만 입는 거 몰라?
▷아.. 언니…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안 입을게요…
갑작스럽게 5학년 군기 잡는 6학년이 된 듯한 자괴감에 빠졌다. 심지어 나는… 5학년 군기 잡는 고3 정도의 나이 차이인데…. 불려 나가질 않나….
“윤슬아, 쉿….”
소희가 조용히 건네는 마잉쮸 하나. 나는 소맥 테라피 대신 마잉쮸 테라피를 했다.
입 안이 달다.
* * *
[잡담] 무리에서 떨궈질거같은데.. 대화 봐주라 (댓글 73)어제 친구들이랑 살짝 말다툼? 그런 게 있었거든
우리 무리에 갑자기 낀 애가 있단 말이야ㅠㅠ
걔 때문에 홀수 됐는데 내가 걔 좀 안 좋아하긴 했음…
근데 다른 애들이 은근히 걔 편들어주더니
어제 점심시간에 나만 두고 지들끼리 나갔다 들어오더라
내 톡은 다 씹었음…
나랑 제일 친하다고 생각한 애한테 어디 갔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짜증내는데 자기들끼리 내 얘기 했을 거 같아?
나 어떡하지..
-이미 니 욕하면서 친목 다졌을 확률 99
˪2222.. 낀 애가 정치질 좀 하는 듯ㅜㅜ 같이 다닐 다른 친구는 없고?
˪ㄱㅆ)없어.. 아 머리가 띵하다 진짜..
-그냥 너가 먼저 숙이고 들어가야돼 답 없어 이건; 이미 반에서 애들 다 짝수로 맞춰서 노는데 너 혼자 어칼라고;;
˪ㄱㅆ) 내가 좀 잘못한 게 맞긴 한데.. 그렇다고 대놓고 떨굴 정도인가?
˪뭐 잘못했는데?? 말해줘 봐
˪비밀 댓글입니다.
˪이거면… 조금 아닌 거 같은데 걍 새친구 사귀는 게 나을듯ㅋㅋ 나였으면 너랑 안 놀아ㅋㅋ
˪ 윗댓 말 심하게 하네
-그 무리 분위기 주도? 하는 애한테 먼저 말 걸어봐 걔가 받아줘야 다른 애들 받아줌
˪2222ㅋㅋ이거 뭔지 앎;
˪33 존심 상해도 지금은 그래야 돼 당장 학교 어떻게 다님
-ㄱㅆ) 무리 분위기 주도하는 애한테 미안하다고 톡했는데 자기한테 미안할거 아니라고
일단 알았대; 이거 쎄하지?
˪ㅇㅇ 쎄하다… 이미 떨궈진 거 같은데
˪ㄱㅆ) 어떡해ㅜㅜ 눈물 계속 나 진짜.. 얘네랑 중학교 때도 알고지내서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무리 짝수 맞춰져 있는건 데 눈치 없이 낀 건 걔 잘못도 있는 거 아님?
-그럼 일단 그 홀수로 낀 여자애 말고 다른 애들한테 먼저 말 걸어봐
잘하면 마지막에 낀 애가 떨궈질수도ㅋㅋ
˪ㄱㅆ) 그래야겠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