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60)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60화(160/405)
“근데 정말 괜찮을까? 피팅 부스 빼도….”
“에이 엄마. 이미 유스타에 다 공지도 했는데.”
반팔 교복을 치우고 그 자리에 필름 기계를 두려던 원래의 계획은 수정되었다. 그간 오늘 교복 대여점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으므로.
“이번에 안 고치면 앞으로 점점 더 심해져.”
일 년도 채 되지 않는 사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옷을 갈아입는 횟수는 사람당 3번. 하지만 옷을 갈아입을수록 사람들은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그리고 벗은 교복 정리하는 것도 일이야. 차라리 고민하는 시간을 길게 해야지.”
아르바이트생들의 눈치를 보며 몰래 몇 번씩 옷을 더 갈아입어 보는 손님들도 제법 많았다. 일부러 세 번을 채우지 않은 척 피팅 룸에 교복을 던져 버린 상태로 새 교복을 구경하러 슬그머니 나오는 손님들도 있었으니까.
“그래…? 계속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는데….”
“없어야지 아예.”
한번은 아르바이트생이 지적하자 가게에서 큰 소리로 갑질을 했던 손님도 있었다.
“아 왜 이렇게 쫓아다니면서 감시를 해요!!!”
“…네?”
“눈치주니까 옷 갈아입을 때마다 제대로 못 봐서 계속 갈아입는 건데 조온~나 꼽주네. 진짜….”
“저기요 손님. 그래도 열 번 가까이 갈아입으시는 건 아니죠.”
“네네~. 알~겠습니다~. 치사해서 그냥 돈 낼게요! 안 빌리고, 그럼 됐죠?”
돈 안 받을 테니까 그냥 가라고 했더니 마지막 말이 가관이었다.
“에휴…. 여기서 평~생 최저받고 알바나 시일~컷 하세요. 네? 응? 내 말 알아먹었죠? 파이팅~!”
참고로 한 명만 이런 게 아니었다. 그때마다 알바생들을 조기퇴근 시키며 위로금을 전달했지만, 손님이 많은 만큼 진상의 타입은 갈수록 다양해졌다.
[아르바이트생은 소중한 오늘교복의 가족입니다♥폭언, 폭행 시 법적으로…]이런 문구를 써 두니 대놓고 소리지르는 진상은 사라졌지만, 해괴한 타입이 나타났다.
아예 진상들끼리 꿀팁이라고 하며 교복을 한 번 갈아입을 때마다 피팅 룸 안에서 셀카만 몇십 분째 찍기도 했다. 피팅 룸 안에 있는 전신거울을 이용한 거울 샷까지 열심히도 찍더라.
[Youstagram]모입찌 한참 고민했던 교복…( • ̀ω•́ )♥긍데 솔찌키 놀이기구 탈땐 쫌 불편할거같애서 그냥 안입어따ㅋㅋ 교복 사는것도 아니고 빌리는데 넘비싸 짜증나~! 이거 빌릴 바에는 소떡소떡 더사먹고 말지 흥! 입은거중에 모가 젤 잘어울려? 킥킥
-개잘어울린다ㅠㅠ귀염둥이 아직도 고딩같애~!
-2번이랑 5번 개찰떡ㅋㅋ 니거다 그냥
-넌 17살에 멈춰있네ㅋㅋ 생각도 성격도…
˪뭔뜻이야? 알아먹게말해
˪이미 알아먹은거같은뎅…ㅎㅎ
윤슬은 차라리 피팅 부스를 줄여 옷을 더 갈아입는 손님들의 대기 시간을 늘려버리기로 판단했다.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대여섯 번씩 옷을 입어보는 사람들은 줄어들 것이었다.
“뭐 일단은. 오픈한 지 일 년도 안 됐으니까…. 시행착오라도 하나하나…. 하아암-”
“엄마 얼른 가서 자. 내일은 늦게 출근하면 안 돼?”
“안 돼. 너나 얼른 자. 엄마 씻는다~”
윤슬은 오늘 교복 유스타 계정으로 들어갔다. 본격적인 할로윈 시즌이 시작되기 전, 그간 리그램 해 둔 사진들의 저장 순위 중 가장 높은 순의 컬러대로 새 교복 코디를 업로드해야 했다. 댓글과 저장, 하트 수를 꼼꼼히 살피던 윤슬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아!”
삼천 명의 저장을 부르는 방법. 확실하게 감을 잡았다.
* * *
[Youstagram]안녕하세요 😀 오늘교복입니다! 곧 다가올 할로윈데이~ ٩(๑`^´๑)۶ 다들 벌써부터 설레시죠? 저희도 작은 선물을 하나 준비했답니다. 오늘교복이 준비한 선물은 바로…! 두구두구두구두구! ★인!생!필!름!★
놀이공원의 추억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드릴게요. 배경색은 오늘교복만을 위해 특별히 다르게 제작되었답니다. 뭘까~요?
댓글로 맞춰주시는 분들 중 5분을 선정하여 오늘교복 무료 대여권과 인생필름 촬영 선예약권을 드려요♥
인생필름이 들어오기 전 D-7일. 전국에 단 세 대. 그것도 촬영을 하려면 피나는 예약을 해야 했던 라모레에 지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환호성을 외쳤다.
-헐 개미쳤다 @박민호 오빠 이거봐ㅠㅠㅠ우리 여기가자
-@김민정 야!!!!튀어나와 ㅅㅂ 이거보라고
˪라쓰고.
-와 오늘교복 미쳤다Σ(•’╻’• ۶)۶저 뽑아주세요 저요저요 당연히 할로윈이니까 레드~
“반응 좋고.”
참고로 키키 게스트에도 이미 뿌려놨다. 제목은 이렇게.
이러면 아예 부스가 잔뜩 있는 가게로 생각하면서 사람들이 들어오겠지. 그리고 또 두 개밖에 없는 기계의 희소성에 화를 낼 거다.
-아 미친 진짜 가게라는줄 알고 괜히 들어왔네ㅠㅠ
-그냥 한번에 좀 많이 만들면 안됨? 지방 사람 생각도 해줘야지
˪22서울공화국 지겹다 진짜… 뭐만 하면 서울인데 쉽게 가지도 못하고ㅋㅋ
-그래도 라모레보단 사람 적을 듯 그나마 ㄱㅊ
화를 낸다는 건 일종의 초록불이다. 왜?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거니까.”
진짜 관심이 없으면 무반응이다. 그런 무반응이 안쓰러워서 몇몇 댓글이 달리고는 하는데. 그냥 이 사람들은 습관처럼 응원하는 인터넷계의 천사와도 같으므로 반응 수집에는 넣지 말아야 한다.
“진짜는 이거지.”
-그래서 언제부터라고?ㅅㅂ 또 오픈런 해야겠네
-근데 존나 잘찍히긴 잘찍힘.. 자존심 상하지만 대체불가함ㅠㅠ기계 부셔버려
-더러워서 안찍어 진짜 개빡치게 구네
참고로 마지막 사람도 찍는다에 한 표 걸겠다.
최근 키키 게스트에 업로드한 글 중에 가장 반응이 빠르게 오고 있는 걸 보며 나는 오늘교복 유스타 디엠 창을 확인했다.
“이럴 줄 알았어.”
[안녕하세요! 혹시 협찬 진행 가능할까요?ㅠㅠㅠㅠ인생필름 너무 찍고싶어요] [혹시 홍보해줄 사람 찾지는 않으세요?]원래도 이런 연락이 많이 오긴 하지만, 대부분 협찬해 주지 않으면 가게 망하게 하겠다는 협박식의 짭플루언서들이었다. 종종 진짜 팔로워가 많은 인튜버나 인플루언서들에게는 협찬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이번에야말로 월척들이 제 발로 찾아왔다.
“역시 커플은 돈이 된다니까.”
대충 콘텐츠가 눈에 그려진다.
[할로윈을 맞이해 놀이공원 데이트♥서로 교복 골라주기]정도가 아닐까. 나는 메시지 함을 훑으며 평소에 사진을 잘 찍는 사람들부터 추려냈다. 인튜브 구독자보다 지금은 이게 더 중요해. 왜냐고?
[인생필름 포즈 추천 모아모아~ @자기야 이거봐봐]로 글을 올릴 거거든. 키키 게스트, 유스타 키키 게스트 계정에 둘 다.
사진을 잘 찍는 커플들의 포즈 추천글 사이로 슬쩍 ‘내 사진’을 끼워 넣는 거지. 자막은 이렇게.
@혼자 찍어도…! 꿋꿋하게 괜찮아…!
에이스북과 키키 게스트는 이 감성이 먹히는 데다가, 열 장을 한 번에 올릴 수 있으니 어떤 사진을 보고 저장해도 일단은 ‘내 사진’으로 체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서윤슬 유스타랑, 스타일 슈어 계정에는 진짜 내 사진만 따로.”
유스타는 얼굴이 가까운 사진, 셀카에 가까울수록 저장률이 높더라. 인생필름을 증명사진 크기로 촬영하고 올리면 되겠지.
이렇게 되면 일단 천 명은 기본적으로 채워질 거다. 다들 인생필름 예약이 치열하니 망치고 싶지 않을 거다.
그리고 이게 중요하다.
“교복 고르는 시간이 길어졌으니까! 색상별로 교복 다르게 입어야지~”
뭐가 더 좋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저장해 줄 거다. 이렇게 되면 곧 다가올 놀이공원 명절. 할로윈 시기를 등에 업고 빠르게 뽕을 뽑을 수 있다. 게다가 지금은 어떤 시기?
“스타일 슈어가 나한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시기지.”
또 상단에 내 계정을 띄워줄 거다. 이렇게 단물만 빼먹고 나중에 독촉 메일 한 번 오면 그때 가서 거절해야지. 거절 사유도 벌써 생각해 놨다.
“곧 고삼이니까 안 된다고 하면 자기들이 어쩔 거야~”
어리다고 막 대하니까. 똑같이 나이 어린 걸 무기로 써먹는 수밖에!
나는 오늘도 상단에 떠 있는 추천 계정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배 째.
* * *
인생필름이 오늘교복에 오픈하기 D-day 1.
인튜브의 유명한 커플. 쭈냥커플의 영상이 업로드됐다. 금요일 아홉 시만을 기다리고 있던 구독자들은 모두 업데이트된 영상을 클릭했다.
―안녕하세요~ 쭈! 여보야아. 얼른 해야지.
―…냐앙~ 커플입니다.
-오프닝때마다 쭈님은 비글이고 냥님은 진짜 고앵이ㅠㅠㅠㅠ
-너무 보기좋은 커플… 댕댕남X공주님 조합은 항상 개맛잇다 쩝쩝
고등학생 때 처음 만나 알콩달콩 몇 년째 사귀고 있는 그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인튜브 커플 하면 대표적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이전 협찬 건은 거절했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걸어들어온 월척 중의 하나였다.
―오늘은 저희가 놀이공원에 갈 건데요. 아 지인~짜 추억이다. 교복 입고 만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치 여보야?
―우리 스무살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진짜 엊그제 맞아.
-아 팩폭ㅋㅋㅋㅋㅋㅋ
-그치 맞지 진짜 엊그제지;;
놀이공원에 도착해 교복을 둘러보고, 서로 교복을 골라준 다음 놀이공원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제일 인기 있는 어트랙션으로 달려가려는 냥과, 우리 여보 귀 떨어뜨렸다며 고양이 머리띠를 다정하게 씌워준 쭈의 모습에 댓글이 폭발했다.
-헐 개스윗…부럽다…ㅠㅠㅠㅠㅠ진짜 남녀공학이 최고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기요 남녀공학도 공학 나름이라고요
평소보다 스윗하고 설레는 데이트였지만, 마지막에 문제가 하나 생겼다.
―어…. 얘가 왜 연락을 했지?”
―…뭐야. 지금?”
쭈의 여사친이 통화를 걸어온 것이었다. 그것도 그냥 통화가 아닌. 무려.
-엥 머임 웬 영통?ㅋㅋㅋ
-보통 남사친이랑 영통하는 경우 없지 않나? 뭔 할얘기가 있다곸ㅋㅋㅋ
˪친하면 할수도 있지
˪친해도 여친있는 남사친한테는 안하는게 기본 상식 아님? 개어이없는상황인데 지금
˪내 주변 남사친들 여친 있어도 잘만 하는데… 너무 연애지상주의적인 생각 아님? 연애 시작하면 뭐 주변 인간관계 다 끊고 절로 들어가야함?
쭈는 눈치를 보며 받지 않았지만 냥의 기분은 이미 상했고, 퍼레이드를 보면서도 둘은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대여한 교복을 반납하려 하던 때.
―저 사장님, 죄송합니다. 혹시…. 저 기계 말이에요.
―아 네. 인생필름이요?
―저거 지금 쓸 수 있을까요?
―어…. 네?
곤란한 쭈의 목소리가 더할 나위 없이 간절해 보였고, 마침내 허락을 받은 쭈는 냥을 데리고 부스로 들어갔다.
―여보야~. 난 진짜 여보밖에 없어. 그걸 여보가 아직 모르겠다면 내가 더 잘할게.”
―…….
―우리 마지막 기억은 좋게 남기자, 응?
-와 싸웠을 때 저렇게 해주는 남친이 어딨음 진짜ㅠㅠㅠㅠㅠㅠ
-솔직히 이 커플 보면 남자가 훨씬 아깝다고 생각함…ㅋㅋ 여자 뭘 해도 시큰둥하고
˪22 좋게 포장해서 츤데레지 이럴거면 그냥 놓아주는게ㅠ
˪33333 쭈님 훨 좋은 여자 만날 수 있을텐데 아쉽네요….
˪엥 님들이 남 연애사에 뭔상관임ㅠ존나 오지랖 하여튼 대한민국 종특이야~!
그렇게 둘의 네 컷 사진에는 서사까지 담겨 흥미진진함을 유발했고, 마침 이번 에피소드에는 논쟁거리도 많은 덕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