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62)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62화(162/405)
“이… 이게 뭐야.”
대충 이름만 바꾼 다음에 요금을 두 배로 받아먹는 그런 대기업의 횡포. 혹시 겪어본 적 있는가?
[7관]이라고 쓰여 있던 작은 영화관이. [멀티플렉스럭키세븐관] 이름으로 변경 후 티켓 가격이 11,000원에서 16,000원으로 오르는 그런 기현상.“장난하나….”
지금 내가 겪고 있다.
아이템 숍의 창 컬러를 바꿀 수 있고, 남은 포인트를 볼 수 있고, 아이템 이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써보기 전에 아이템이 몇 포인트인지 알 수 있다는….
그런 쓰잘데기없는 업데이트로.
「▼상세 설명▼
뽀뽀 쪽 박키스 (사용 시간 10시간)
: 박키스를 먹은 것처럼 체력이 빠르게 오르는 포션. 부족한 Hp를 채워준다. 최대 100까지 올릴 수 있으며 함께하는 다른 아이템에 따라 총 HP는 달라진다.
※ 운동 중이라면 에너지 소비량에 따라 줄어들 수 있음.
▶포인트: 10」
고작 3포인트였던 아이템이 3배 넘게 올랐다.
나는 스크롤을 내려 제일 쓸모 있는 아이템을 확인했다.
「▼상세 설명▼
✧✿여기 있어요✿✧ (사용 시간 5시간)
: SNS에서 눈에 띌 수 있는 포션! +1~100 (확률 랜덤) 입니다.
당신의 계정이 무작위로 SNS 사용자들의 피드에 노출됩니다.
※ 유명세 ( 100 )부터 사용 가능한 아이템입니다.
▶포인트: 500」
200포인트였던 아이템이 500포인트가 되어 있었다! 현재 내 포인트는 고작 이 정도뿐이라고.
「남은 포인트: 707」
이게 말이 되나.
‘맘대로 UI만 처바꿔 놓고!!!’
나는 언젠가 수업 시간에 배웠던 인플레이션을 떠올렸다. 경제 대공황을 세게 맞아버린 나는 채점하던 시험지를 붙들고 책상에 엎드렸다.
“헐, 윤슬이 시험 망했나 봐….”
“운다….”
안 울거든. 울고 싶지만.
옆으로 서은이가 다가와 떡볶이를 사주겠다고 달래도 도저히 내 마음은 달래지지 않았다. 상태창엔 아직 풀리지 않은 다음 아이템이 띄워져 있었다.
「▼상세 설명▼
Go!칼로리! (사용 시간 3시간)
▶포인트: 10」
* * *
지잉-
[E-Mail] [안녕하세요 윤슬님! 스타일 슈어입니다. 서포터즈 건에 대해 재연락…]시험이 끝나기가 무섭게 엘리에게서 독촉 연락이 왔다. 윤슬은 환하게 웃으며 메일을 읽지 않았다.
‘직장인 엿 멕이기 첫 번째 단계.’
메일 확인 늦게 하기. 그동안은 받자마자 바로바로 회신을 해줬지만, 윤슬은 이제 알 게 뭐냐 상태로 접어들었다.
“뭐…. 그래도 당분간 스슈를 계속하긴 할 거지만, 이제 그렇게 아쉽지는 않거든.”
FW 시즌을 맞이했다. 그 말은 베이직템이 된 프리뉴 맨투맨의 사진 저장이 늘어났다는 거다. 알고리즘을 타고 윤슬을 발견한 브랜드 담당자들에게서 협찬과 광고 연락도 더 늘어났다.
‘아무래도 유스타보다는 스슈에서 더 유명하니까, 내가.’
단기성 몸값 올리는 데 스슈만큼 좋은 곳이 없이 없었다. 윤슬이 100% 승낙해줄 거라고 믿었는지 또 스슈 앱 상단에 윤슬의 계정이 떠 있었다.
[오늘의 스슈 PICK!]‘고맙다 엘리.’
충견을 기억하는 심정으로 윤슬은 엘리가 물어다 준 협찬과 광고 연락에 답장을 했다. 유스타 소식이 뜸했던 윤슬의 사진 업로드는 광고더라도 팔로워들을 기쁘게 했다.
* * *
며칠 뒤, 윤슬이 연락을 확인하지 않자 초조해진 엘리는 카톡으로 다시 한번 연락을 했다. 이번엔 작은 선물까지 함께 곁들여서.
[엘리: 님이 보내신 선물에 감동 카드를 보냈어요~♥(﹡ˆ﹀ˆ﹡)♡ ]윤슬은 선물만 먹었다. 감동 카드를 날렸지만 감동은 조금도 하지 않은 표정으로 하트나 보냈다는 말이다.
‘직장인 엿 멕이기 두 번째 단계.’
입력: 여러모로 고민이 많아서^^ 조금만 시간을 주신다면 긍정적인 답변 드리겠습니다 🙂
애매하게 희망 주기. 이러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다.
윤슬은 보낸 지 4일이나 된 메일을 확인했다.
[윤슬님을 위해 자세히 스케줄표를 공유하자면,수학여행 코디법&메이크업 추천
크리스마스 코디법&메이크업 추천
새학기 일상 코디법&메이크업 추천
진행 예정입니다. 협찬 브랜드 목록은-]
지난번보다 더 윤슬을 착취해 뽑아먹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와, 미친… 메이크업까지 추가했어?”
코스메틱 브랜드까지 입점한 뒤로 서포터즈에 추가한 모양이었다.
“이러니까 나를 어떻게든 잡으려고 연락했구나…. 어쩐지, 끈질기다 했다.”
보통 이렇게 연락이 늦는 고등학생이면 버리는 패로 써야 맞는 일일 텐데,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스무디 이용권까지 보내 가며 가성비로 구질구질하게 구는 이유를 단번에 눈치챈 윤슬이었다.
‘근데 스무디를 오천 원짜리로 보내?!’
분노한 윤슬은 며칠 더 끌어버리다 최종에 가서야 거절했다.
입력: 죄송해요ㅠㅠ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안될것같네용ㅎㅎ
성의 없는 연락 하나로. 엘리가 끌어다 준 팔로워는 다 먹고 날랐다는 말이다.
* * *
“으아아아악!!!”
“엘리님, 서윤슬 온다면서요?! 저희 협찬 브랜드에 다 얘기해놨는데 어쩌죠?!”
“이거 수습 어떻게 하죠? 서윤슬 온다니까 엔지생건이 컬러 증명사진 진행하자고 했었는데!”
“…그거 취소당할까요?”
“당연하지!!! 빨리 다시 안 잡아요?!”
엘리는 눈물 가득한 호소문을 몇 번이고 보냈지만 윤슬의 대답은 기계적으로 돌아올 뿐이었다.
[E-mail]정말 죄송합니다ㅠㅠ 근데 이번 서포터즈가 훨씬 과제가 많아서ㅎㅎ 저 곧 고3이잖아요~! 엄마가 절대 안 된다고 하세요ㅠㅠ;;
고3 카드를 꺼내 방어한 윤슬에게 구질구질하게 더 매달렸지만 답장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그 뒤는 뻔했다. 일단 스슈 서포터즈 3기는 폭망했다. 덕분에 기대했던 매출은 반토막도 나오지 않았다.
윤슬이 있을 때의 매출과 비교해보면 그래프가 땅바닥에 처박힌 수준이었다.
이번 달 엘리의 카드 고지서엔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 아무리 후회해도 이미 윤슬은 스타일 슈어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집어던지고 행복을 찾아 떠난 뒤였다.
쌓여 있던 포인트 96만 원을 탈탈 털어먹고.
* * *
오늘도 사무실에 모인 셋이었다. 윤슬은 엘리가 보내 준 스무디 기프티콘을 쪽쪽 빨며 승리의 맛을 느꼈다.
‘근데 원래 흑당이 지금 이 시기에 나왔던가?’
회귀 전엔 카페보다 편의점을 훨씬 많이 이용했다.
문득 회귀 전을 떠올려보다 윤슬은 그냥 남은 스무디를 마셨다. 편의점까지 유행이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므로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한편 인생필름의 주가가 높아질수록 홈페이지에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E-Mail] [제휴 바랍니다: 인생필름 기계 대여비의 건] [인생필름 기계 한 대에 얼마인가요? 구매하고 싶습니다]“슬아. 여기에 답장 이렇게 하면 될까….”
“응. 일단은 안 되는 걸로.”
윤슬은 곱게 키운 인생필름을 아무에게나 내어 주지 않을 계획이었다. 조금만 더 화제가 되게 키운 다음 비싼 값으로 칠 생각이었다.
‘흠. 뭐 하나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윤슬은 쏟아지는 메일들을 확인하며 미소 지었다.
‘오…. 이건 다음에 다이아수저 괴롭힐 때 쓰자.’
[E-Mail] [엔지생건: 긴급 문의드립니다 인생필름 기계에 관하여 논의드리고 싶습니다]엔지생건은 얼마 전 기사로 신제품에 대한 정보를 띄웠다. 자연스럽게 바이럴도 끼워두었다.
[코덕게시판/ DVL 신제품 케이스 미쳤다 와]로즈쿼츠에 펄까지 넣었음ㅠㅠㅠㅠㅠ 각도 비출때마다 반짝반짝할거 생각하면 벌써 지갑 열림
솔직히 라몽드보다는 DVL이 무너질 때 피부표현 예쁘지 않음? 나 라몽드 팩트 그냥 거울로 들고다니는데 개잘됐다ㅠㅠㅠㅠ
나름대로 머리를 썼는지 로즈쿼츠와 세레니티 컬러를 섞지 않고 따로따로 냈다. 연한 핑크와 연한 하늘색. 하나만 사서 로즈쿼츠&세레니티로 완성이 되지 않고 여러 개를 사야지만 완성되게.
‘하지만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지.’
라모레 퍼시픽은 라몽드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색조로 유명한 데다 아직 제대로 브랜딩 되지 않은 레스쁘아 역시 있으니까.
‘처음 금수저 바이럴을 한 것도 레스쁘아고.’
로즈쿼츠&세레니티는 이미지 자체가 잘 잡힌 컬러기 때문에 어디든 마법처럼 써먹을 수 있지.
라몽드의 로즈쿼츠 컬러 성공 이후로 우리는 바로 다음 컬러로 접어들었다. 뭐냐면.
[코덕게시판/ 레스쁘아 신제품 공지 뜸!ㅋㅋㅋ 와 대박이다 자개소재 처음봄]여전히 로즈쿼츠&세레니티다. 하지만 소재를 달리해 신선함을 추가했다. DVL은 그동안 세련되고 차가운 이미지에 가까웠지만 레스쁘아는 청순하고 따뜻한 이미지에 가까웠다.
“앞으로 레스쁘아의 아이덴티티는 자개로 잡으면 되겠어!”
“와. 브랜딩 소재거리도 가져가는 거예요. 지금?”
“아니…. 윤슬 씨가 자개 하라며….”
“단발성이면 모를까 온고잉이라고요? 이거 날강도네.”
“…진짜 우리 양심에 손을 얹자!”
“난 그런 거 몰라악!!! 아이디어 가격 줘요.”
지금 시기에 자개라는 소재를 떠올리면 보통 나오는 대답은 하나일 거다.
올드하다!
할머니 자개장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생각나니까. 어딘가 무겁고 투박하고 지나치게 화려해서 눈이 아픈.
하지만 회귀 전 가장 인기 있는 주얼리 브랜드 역시 자개를 대표로 했다는 걸 기억하고 있는 윤슬이었다.
‘컬러만 잘 고르면 그만큼 고급스럽고 예쁜 게 없지.’
지나친 화려함은 단아함으로, 무겁고 투박한 느낌은 가벼운 세련됨으로 바뀔 수 있다!
은은한 반짝임을 머금은 소재는 케이스 때문이라도 지갑을 열 고객이 많다고 판단했다.
“뭐, 뭘 원하는데 이번엔…?”
“솔직히 매대 완벽하게 치운 것도 아니고. 인생필름 근처 동선 방해되게 꾸역꾸역 기초 매대 넣은 거 인정하죠?”
다이아수저는 끝까지 기초 매대를 포기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
간격을 맞춰 진열되어 있던 배열을 흩트린 다음 하나의 매대에 기초 제품을 쏟아 넣었다. 마치 감성 있게 늘어 둔 st로. 초록색 잔디밭처럼 만들어 둔 대형 매대에 기초 제품들이 흐트러져 있는 건 나름 볼 만 했다.
간격을 없애니 공간에 비해 많은 제품을 진열할 수 있었던 것도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이렇게 윤슬에게 꼬투리만 잡히지 않았다면 말이다.
“약속했던 공간은 제대로 줬잖아!”
“아~. 이렇게 믿음과 신뢰 사랑이 없어서 일하겠나~. 못 해 먹겄다 진짜.”
“…윤슬 씨한테는 그게 주식과 현금 그리고 땅을 의미하지 않나요?”
빙고.
나는 곧 다이아수저의 건물 목록을 받아낼 예정이다.
인생필름을 제대로 입점시키기 위해!
‘생각만 해도 흐뭇하군.’
혼자 볼이 터져라 웃고 있는 윤슬을 보며 최백휘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작게 두드렸다. 뭔가 묻고 싶은 게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 * *
[수학여행지: 경주]시험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수학여행지가 발표되었다. 스케줄표를 확인하던 경하고의 학생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수학 과외 미뤄야겠다.”
“다섯 시면 서울 올라오니까 저녁으로 시간만 바꾸면 될 듯?”
시험이 끝났어도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광기의 경하고 학생들은 수학여행에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최백휘 역시도.
최백휘는 무심한 눈으로 공문을 확인했다.
그놈의 역사와 전통. 또 어디 기관과 교류한다는 핑계로 잡은 게 뻔했다. 가봤자 최 장관 손자라고 여기저기 불려가 인사를 할 게 벌써 눈앞에 선하기만 했다.
“배키 고향 가니까 떨려?”
“…….”
“표정이 딱 보니까 불참서 낼 표정인데.”
“…….”
“맞나 보다. 하여간 우리 배키, 머리 쓰는 건 알아줘야 해.”
우결 사건이 발각된 이후 세 번 무시당할 걸 열 번 무시당하고 있는 재겸은 굴하지 않았다.
“윤슬이네는 어디 간다더라~. 물어봐야겠다.”
“……!”
“뭐 걔네 학교도 근처니까 잘만 하면 겹칠 수도? 겹치면 좋겠네~”
“…그걸 니가 왜 물어봐.”
빠르게 핸드폰 타자를 치는 재겸의 손이 백휘에게 잡혔다.
‘이럴 줄 알았다.’
간신히 웃음을 참은 재겸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능글능글 웃으며 답했다. 재겸의 주변을 마라카스 든 요정들이 춤을 추며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짤랑짤랑짤랑!
“왜긴? 경주에서 만나면 서로 친구도 소개해주고 그런 거 아니겠어?”
“…친구 소개? 미쳤구나 니가.”
“원래 다 그러는 거야. 내가 친구 소개 안 해줘도 윤슬이 거기서 받을 쪽지가 몇 개일지 대충 그려진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는 최백휘의 표정에 재겸은 속으로 환호했다. 차재겸을 둘러싼 마라카스 요정들이 함께 환호했다.
“무슨 소리긴? 거기서 남자친구를 사귈 수도 있다는 소리지. 윤슬이가.”
마카라스 요정들은 축제였다.
“…자세히 말해봐.”
마라카스 대장 요정 차재겸의 온몸에 도파민이 싹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