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63)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63화(163/405)
최백휘는 중학교 수학여행 시기에는 미국에 있던 터라 문화를 잘 모르고 있었다. 재겸의 입으로 들으면 들을수록 수학여행 같은 건 열려서는 안 되는 행사 같았다. 최백휘는 동요하고 있었다. 제법 많이.
“…쪽지를? 미리 준비해 온다고?”
“그래. 다 미리 준비한 다음에 마음에 드는 사람 있으면 주는 거지. 한 명이건 열 명이건.”
“하….”
“솔직히 덕현 축제 때만 해도 받은 게 좀 있었을걸. 그냥 너한테 말을 안 한 거지.”
그 말에 제대로 타격을 입었다.
‘윤슬이가?’
축제 때를 떠올려 보는 최백휘였다. 여고의 축제답게 다른 학교 교복을 입은 사내놈들이 많았고, 그리고…. 그리고….
“왔어?”
노트를 들고 뛰어다니다 자신을 보고 웃어 주던 윤슬이 있었다. 강당에서 노래를 열심히 듣던 윤슬이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시선을 마주해 주던 윤슬이 있었다.
“음….”
“니가 생각해도 하나만 받았을 거 같지가 않지?”
최백휘의 과거 회상으로 재겸의 말에 신빙성이 더해졌다. 심지어 수학여행이라는 이벤트. 고교 시절 몇 없는 놀자판으로 학생들의 기강이 해이해질 때였다. 낯선 장소에서 만난 낯선 사람은 잠시 윤슬의 흥미를 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
속이 답답해졌다.
덕현여고의 수학여행지는 선택지 중 반마다 투표로 정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재겸이었지만 굳이 말해 줄 생각은 들지 않았다.
‘괘씸하니까~’
그동안 사랑스러운 친구의 말을 무시한 대가였다. 은은하게 웃음을 짓고 있는 재겸은 양심 따위 없었다.
“아마 은근히 노는 걸 좋아하는 윤슬이가 수학여행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네?”
최백휘는 이제 다시 말을 무시하기로 마음먹은 건지 고개를 창가로 돌렸다. 이를 악물어 더 선명해진 턱선을 보며 재겸은 유유히 다시 핸드폰을 꺼냈다.
재겸의 머리 위를 떠다니는 마라카스 요정들은 춤을 췄다. 곧 재밌는 구경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입력: 자기야 나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학창시절의 추억 수학여행 제주도로 꼭 간다(。•̀ᴗ-ღ) 내가 자기를 위해 저쪽 테이블에서 감귤주스도 보내줄게ㅋㅋㅋ
지잉-
[?뭐라는겨] [(고개를 젓는 바보멈 이모티콘)]재겸은 윤슬의 답장에 간신히 웃음을 참으면서 어깨를 부들거렸다. 빠르게 윤슬을 유혹할 만한 흑돼지도 흔들었다.
입력: 환상과 사랑의 섬 제주도로 가 꼭 나를 위해서~
바로 옆자리인데 둘의 온도 조명 습도가 완벽하게 달랐다. 한쪽만 지나치게 따뜻하고 밝은 반면, 한쪽은 우중충하고 차가웠다.
열린 창문 틈새로 가을바람이 불어왔지만 셔츠 하나 입고 있는 최백휘는 추위를 몰랐다. 늘 단정한 와이셔츠 윗단추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 * *
그렇게 쌓인 업무 메일에 답장을 완료하니 늦은 밤이 됐다. 나는 목 스트레칭을 하며 사무실을 나갔다.
오늘 일도 보람찼다. 심지어 오늘은 히든 보상까지 받은 상태!
「▶System
【미션: 히든】
▶짧은 시간 내 최대치 사진 저장 달성!
1시간 동안 ( 1,000 )명이 당신의 사진을 저장했습니다
이 속도라면, 당신은 금방 유명인사♥
보상
○유명세 스탯 상승(↑10)
―축하합니다! [눈이 쨍 선글라스의 조각]을 ( 3 )개 획득하였습니다!」
「▶[히든 보상: 포인트 획득!]
○ +1,000p」
「남은 포인트: 1,707」
사진 저장 미션은 완료했지만, 혹시 몰라 [커플 인생필름 포즈 추천]을 키키 게스트에 업로드했다. 인생필름이 인기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알고리즘을 타더군.
오랜만에 보는 히든 보상에다가 포인트를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수학여행을 다녀오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다이아수저 지갑 털기에 들어가야지.’
이제 백휘랑은 말없이도 편한 사이가 됐다. 데리러 오기는 금지했지만 밤 11시에 혼자 보낼 수 없다는 말에 데려다주기는 허용했다. 집도 그렇게 멀지 않고.
‘역시 제주도겠지.’
굳이 차재겸이 추천해서가 아니라.
굳이 차재겸이 흑돼지 맛집부터 오메기떡 맛집, 천혜향 주스와 모닥치기를 보여줘서가 아니라.
굳이 차재겸이 제주도 홍보대사처럼 코스까지 짜 줘서가 아니라.
“슬아.”
“어?”
“너 수학여행… 혹시 가? 꼭 갈 거야?”
아까부터 뭔가 고민하는 표정이더라니. 백휘도 수학여행을 고민하고 있었구나. 아무래도 운동하던 애라 단체생활이 익숙할 텐데. 가기 싫은 건가? 표정이 별로다.
“꼭 가야지! 학창 시절의 추억인데.”
나는 NEVER 블로그 대머리 이모티콘처럼 눈을 반짝거리며 엄지 척도 해줬다. 백휘도 갔으면 좋겠어서 말한 건데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표정 왜 이래? 바이럴에 당한 순진한 소비자처럼?
“…어디로 가는데? 독도 이런 데는 어때. 울릉도나. 사람 많이 없는 곳이 좋잖아.”
“그런 예시는 진심 처음 들어봐. 우리 반은 아마 제주도?”
“뭐…? 반마다 달라?”
“어.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많아서. 선택지 세 개 중에 반마다 골라서 가. 제주도랑, 그 또 어디냐…. 경주, 강릉?”
갑자기 백휘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조금 가까이 다가온 백휘는 진지하게 물었다.
“놀이공원 좋아해?”
“응! 좋아하지.”
“진짜 좋아해?”
“응. 좋아해.”
그 말에 보기 좋은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나라면 경주 갈 텐데.”
“경주에 왜? 그 놀이공원?”
“잠실에 있는 거랑은 비교도 안 되거든. 진짜 재밌어. 롤러코스터도 한국에서 제일 높고 제일 빠르고.”
그러고 보니 옆 반 애들이 그런 얘기를 했던 것도 같다.
나는 흑돼지랑 감귤착즙주스, 그리고 오메기떡이 목표라 경주는 생각도 안 했었는데.
“경주엔 먹을 거 뭐 있는데…?”
한국에서 제일 빠른 롤러코스터라니. 이건 좀 끌리는군.
“부모님 선물 같은 건 황남빵 사면 될 것 같고, 오메기떡보다 그걸 더 좋아하실 텐데. 오메기떡은 서울에서도 주문할 수 있잖아. 그치?”
나는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남빵은 경주에서만 파나 보다. 백휘는 입맛이 은근히 까다로운데다가 도련님다운 면모가 있으니까. 쟤가 맛있다고 하면 진짜일 것 같은데.
“한옥마을 근처에 경주 동경이 체험관이라고 있어. 너 좋아하는 강아지 엄청 많거든. 지난번에 귀엽다고 한. 잡앤시골종? 그렇게 생겼어.”
“…시고르 자브종이야, 백휘야.”
순식간에 시고르자브종이 취뽀를 한 것만 같았다. job & she goal jong이라니.
“너 좋아하는 닭꼬치. 그래 그런 거 한옥마을 근처에 되게 많거든. 요즘은 그 거리가 되게 발전해서 뭐 엄청 많던데. 그리고 원래 아랫지방 떡볶이가 더 매운 거 알지?”
백휘는 마치 이날만을 위해 준비한 사람처럼 경주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카톡으로 친구들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이거 끌리네….
[롤러코스터? 제일 빨라? 대박이다] [한옥마을 자유시간 있다 하지 않았어??? 닭꼬치라고???] [나 한복 빌리기 해서 사진찍고싶오(╹౪╹*๑)] [경주 난 좋은 것 같아]옆에서 만족스럽게 보고 있던 백휘가 덧붙였다.
“그리고 날 좋을 땐 밤에 별도 잘 보여.”
“별 보는 거 좋아해?”
가을날 풀벌레 소리가 유난히 느릿하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작게 웃은 백휘가 말했다.
“응. 좋아해.”
* * *
[수학여행지: 경주]이제 드디어 수학여행이 코앞이다. 우리 반은 경주월드와 잡앤시골종, 아니… 시고르 자브종 얘기를 했더니 만장일치에 가깝게 경주로 정해졌다.
수학여행.
그건 하루에 사진을 삼천 장씩 찍을 수 있는 행사다. 무슨 말이냐면 나는 수학여행 가서 찍은 사진으로도 어떻게든 돈을 벌어 올 거란 얘기다.
“가방, 신발, 옷, 그리고 화장품까지!”
레스쁘아 자개 쿠션파데를 바닷가에서 찍어 오면 딱 좋을 것 같다.
나는 쌓여 있는 광고 제안 메시지를 확인했다.
“몸값 많이 올랐네?”
유채린 사건 이후 유스타를 거의 두 달 가까이 쉬면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한 번 떨어진 몸값은 올리기가 좀 힘들어서 말이지.
‘고마워요. 스타일 슈어.’
유스타랑은 달리 스슈는 반년 가까이 잠수를 탔었는데 그 기간이 무색했다. 요즘 계속해서 상단에 있던 만큼 팔로워, 좋아요, 댓글. 세 개가 모두 완벽하게 늘어났다.
이러면 광고주들의 신뢰성이 함께 올라가거든.
‘지금은 유스타 1만 팔로워보다 스슈 1만 팔로워가 협찬 단가가 더 세다.’
우선 해외 유령 계정까지 다 모아오거나, 팔로워를 구매할 수 있는 유스타랑은 달리 스슈는 품앗이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 해외 서비스는 시작이 안 된 데다가 핸드폰 번호로 인증받기 때문에 팔로워 구매가 불가하거든.
“그리고 지금 스슈는 쇼핑 앱 중에서는 제일 잘 나가지.”
회귀 전과 다르게 지금의 스슈는 잠깐이지만 무려 그 대단한 유신사까지 제친 상태였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상해서. 구하기 힘들다고 하면 미친 듯이 갖고 싶고, 구하기 쉬우면 눈에 띈 순간 무의식적으로 갖고 싶지만. 구하기가 어중간하면 갖고 싶지가 않은 법이다.
1. 구하려면 무조건 예약, 오픈런,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 제품
=잘 팔린다. 미친 듯이 잘 팔린다. 희소성이 있어 SNS에 자랑하기도 쉬워 갖고싶은 마음에 부채질까지 한다.
2. 구하려면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제품. 길 가다가도 보이는 제품
=잘 팔린다. 예상보다 더 잘 팔린다. 접근성이 있어 SNS에 공감받기도 쉬워 가벼운 마음으로 바로 구매한다.
그럼 이 어중간한 건 대체 뭐냐.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브랜드. 하지만 이곳저곳에 입점되지는 않은 걸 뜻한다.
‘유스타에서는 링크로 바로 가기가 아직 안 되니까.’
사진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저장은 해 놔도, 다른 포털사이트로 이동해 브랜드명을 검색하고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 제품 구매까지는 안 한다는 얘기다.
“자연스럽게 또 시선이 뺏겨서.”
알고리즘의 힘. SNS를 할 때는 생각을 길게 못 하게 만드는 거다. ‘어? 예쁘다!’라고 생각만 할 뿐. 또 그새 눈앞에 띈 다른 계정으로 건너가게 되어 있다. 그야말로 끝없는 정보의 바다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게 된다고.
“그에 비해 스슈는… 머리 잘 썼지.”
많은 브랜드가 입점되어 사진을 클릭하면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 심지어 상단에 할인 쿠폰, 하단에 큼직하게 가격. 그리고 리뷰 목록까지 띄워주니 구매를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거다.
나는 유채린 사건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올라간 몸값에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돈이 알아서 들어온다! 알아서!”
이제 인생필름과 어플 광고 덕에 키키 게스트 일을 많이 줄였다. 불로소득이 이렇게 좋은 거였다니.
유스타 스토리 기능이 생기면서 광고비에 10만 원 정도 추가 수입이 들어온다. 바로 이 항목 덕분에!
[유스타 스토리 업데이트 및 하이라이트 고정 요청]좋아. 나는 수학여행이라는 좋은 돈벌이를 놓치지 않을 거다. 첫째 날부터 입을 옷을 체크해 보도록 하자.
조건은 이와 같다.
-현재 살짝 유행과 베이직 사이에 있는 브랜드 제품을 입을 것
(스타일 슈어가 아쉬운 쪽이니 또 수학여행 코디 추천으로 상단에 계정을 올려줄 것 같다. 팔로워를 달달하게 끌어와 보자)
-지나치게 꾸민 느낌은 주지 않아야 할 것
(고등학생이 신나서 이날만큼을 기다린 느낌을 줘버린다면 20대 팔로워의 구매욕을 하락하게 만들 수가 있다)
-아우터는 매일 새것을 가져갈 것
(왜냐면 이게 제일 돈이 많이 된다. 특히 로고 박힌 가디건. 최고다. 교복 코디로도 가능하니 링크 타고 구매할 팔로워들이 많을 것이므로 해당 브랜드에서 다시 한번 날 눈여겨 볼 수 있겠지)
“좋아, 이 정도면 되겠어.”
하나하나 체크하다 보니 빠르게 라인업이 정해지는군.
나는 색 조합까지 마친 후 수학여행지 스케줄표를 보며 첫째 날 뭘 입지 고민하는데, 그때.
띠링-!
…상태창이 떴다.
「▶System
【미션: 메인】
▶손민수 메이커」
“미친. 이름부터가 불길하잖아?”
나는 덜덜 떨며 스크롤을 내렸다.
그 와중에 UI가 변경되어 스크롤이 매끄럽게 내려간다. 쓸데없어.
「당신에 대한 동경이 점점 늘어나, 실제로도 따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군요.
하지만 팔로워에 한해서일 뿐!
당신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당신의 스타일을 따라 하고 싶게 만들어 봅시다.
( 100 )일 안에 ( 100,000 )명 이상의 사람에게 당신의 스타일을 전하세요♥
※ 당신과 똑같은 아이템을 착용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 100,000명의 카운트는 SNS에 업로드된 사진으로 카운트됩니다
보상
○유명세 상승
○어쩐지 이 사람, 자꾸자꾸 보고 싶어…. 상대방의 마음을 끌 매력 능력이 20% 이상 상승합니다(상승률 랜덤: 1~20%)
○어쩐지 부러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당신을 동경할 확률이 10% 이상 상승합니다(상승률 랜덤: 1~20%)
●아이템 뽑기 (Random!)」
“…지금 뭐라는 거야?”
10만 명을 100일 안에, 나를 따라 SNS에 사진을 올리게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