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65)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65화(165/405)
백휘의 중얼거림에 감았던 눈을 뜨자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윤슬의 이마 위에 우산처럼 두 손을 펼친 백휘 덕에 빗방울은 하나도 닿지 않았다. 아주 약한 보슬비였다.
“얼른 가야겠다. 자, 이거.”
윤슬이 어깨 위에 있던 옷을 벗어 건네자 백휘는 자연스럽게 돌려받아 윤슬의 머리 위에 덮었다.
“…음, 부족해.”
그걸로도 모자라 옷 소매를 꽉 묶었다. 순식간에 옷으로 꽁꽁 둘러싸인 윤슬이었다.
“이제 가자. 달려!”
“야, 넌 비 다 맞는데!”
“얼른 안 올 거야?”
먼저 저 앞에서 부르는 소리에 윤슬은 못이기는 척 달려가 줬다. 옅은 빗소리 사이로 두 사람의 발걸음이 섞였다.
잠시 미션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윤슬은 오늘 하루 중 가장 환하게 웃었다.
“흐업. 헉…. 허억. 난 커억…! 틀렸어…. 먼저 가….”
둘은 개쓰레기체력을 가진 윤슬 덕에 다시 걸을 수밖에 없었다.
“야, 미안하다…. 너 다 젖네.”
“괜찮아.”
살짝 비에 젖어 한껏 청순해진 백휘는 끝까지 옷을 돌려받지 않았다.
버스로 돌아온 윤슬은 백휘의 옷에서 나는 향수 냄새가 더 진해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 * *
‘표로 생각하란 말이지….’
그러자 뭔가 더 선명해진 기분이었다. 애매한 보기들을 활자로 정리하니 머릿속이 좀 더 깔끔해졌다. 밤이 늦어도 윤슬은 이불을 덮고 똘망똘망 미션을 생각했다.
1. 인생필름을 이용하기
=크리스마스 직전이니 네이비 배경색을 치우고 레드 배경색으로 변경
장점: 비용이 덜 든다, 시간도 절약할 수 있음
단점: 지금 예약해 둔 손님들이 컬러 변경으로 인한 항의 연락, 또한 ‘서윤슬의 유행’으로 카운트해주지 않을 가능성
2. 라모레를 이용하기….
“크어-억!”
“푸후후후후…. 푸후후후….”
하지만 같은 방을 쓰는 친구들이 도저히 도움 되지 않았다. 윤슬은 순식간에 알리바바와 40인의 충남 사이에 던져진 기분이었다. 아버지처럼 수면을 취하는 친구들 덕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뭐 귀 막을 거 없나….”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잠시 가방을 뒤지려던 윤슬은 옷걸이에 걸어 둔 백휘의 옷을 발견했다.
윤슬은 아까 전처럼 옷을 뒤집어쓰고 소매를 꽉 조여 맸다. 그러자 소음이 한층 덜해졌다. 얼굴에 부드러운 원단이 닿으니 어쩐지 안심이 되는 기분이기도 했다.
윤슬은 묶어둔 소매 끝단을 매만지며 백휘의 말을 떠올렸다.
“눈 감고 생각을 하는 거야. 분명 니 머릿속에 여러 개의 답이 있는데.”
윤슬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아까 전처럼 촉감이 더 잘 느껴졌다. 부드럽고 따뜻한 원단. 마치 모자처럼 머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자…. 모자…!
‘…모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윤슬은 묶어 둔 소매 끝을 꽉 잡아당겼다.
‘토끼 모자!!!’
회귀 전. 미치도록 빠르게 유행했던 모자였다. 끝자락을 잡으면 모자가 움직여 귀여움을 더해주는 모자.
「( 100 )일 안에 ( 100,000 )명 이상의 사람에게 당신의 스타일을 전하세요♥
※ 당신과 똑같은 아이템을 착용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 100,000명의 카운트는 SNS에 업로드된 사진으로 카운트됩니다」
답이 안 나오는 미션의 해답이 선명하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 * *
“으하하하학-!!!”
“역시. 역사와 전통은 안 맞나봐.”
“그래…. 콜팝 하나 쥐어 주면 저렇게 웃는 애를.”
미션의 해답을 찾았기에 둘째 날부터는 완벽하게 즐길 수 있었다. 윤슬은 경주월드에 입장한 순간부터 날아다녔다.
콜팝을 원샷하던 순간까지만 해도 당당하게 사진을 찍던 윤슬은 잠시 롤러코스터의 크기를 보자 기가 죽었다. 서은도 주춤거렸다.
“…이걸 탄다고?”
“잠깐만. 우리 그냥 적당히….”
“가~자~!!!”
하지만 두 사람의 팔짱을 끼고 끌고 가는 가영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윤슬은 놀이기구를 기다리는 순간부터.
“자! 모두 안전벨트 점검 하겠~습니다~!”
철컥. 철컥철컥. 철컥철컥철컥.
저 멀리서 안전요원들이 다가오며 하나씩 안전벨트를 점검하는 순간.
“자~! 드라켄 출.발. 하겠습니다아~!”
드르-르-르-륵-
“윤슬아,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아….”
“사실 나도 아까부터 그 생각을 하고는 있었어, 서은아…. 이거 뭔그아아아아아악!!!”
그리고 발 받침이 없는 롤러코스터가 상공으로 날아오르는 순간에 깨달았다.
“끼야아아아아아악!!!”
‘경주월드가….’
“으아아아아악!!!”
‘진짜….’
“흐으으어어억!!!”
‘찐이구나….’
대한민국의 모든 놀이공원은 절대 경주월드를 이길 수 없다는 것. 그 뒤로도 110도까지 날아오르는 토네이도라거나, 안전바가 절대 안전하지 않은 것 같은 바이킹이라거나, 360도 회전하는 크라켄이라거나 하는 것들을 타며 윤슬은 천천히 미쳐 갔다.
“우리 드라켄 한 번만 더 타자 얘들아!”
“정말 미치겠군.”
하지만 처음부터 미쳐 있는 가영이를 이길 수는 없었다. 윤슬은 싹싹 빈 다음에야 경주월드를 벗어날 수 있었다.
* * *
둘째 날의 스케줄은 모두 경주월드에서 끝났다. 사실 저녁에 어디를 한군데 더 간 것도 같은데 기억이 희미하다.
나는 저녁을 먹으면서 곧 있을 수학여행의 묘미. 장기자랑에 대해 떠드는 걸 귀담아들었다.
“댄스부 애들 뭐한대?”
“부로 나가는 거 아니고 반별로. 우리 반 댄스부 누구 있지?”
장기자랑이라니. 나랑은 별 관련 없는 일이군.
나는 밥을 다 먹고 주현이와 두 번째 날 OOTD를 찍기에 바빴다.
“어제 왜 그렇게 대충 올렸어 스토리를? 이거 시간이 생명인 거 알아 몰라, 서 사장!”
“하. 어젠 내가 컨디션이 좀 그랬어 최 사장…. 나 태그 많이 해줘.”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수학여행에 대해 잘 몰랐다.
지잉- 지잉- 지잉-
[차재겸]“뭐야.”
-받자마자 뭐야가 뭐야! (안녕하세요 저 어제 만났던! 재겸이 으어어업)
“뒤에 왜 이렇게 시끄러워?”
-신경 안 써도 돼. 내가 입 막았어.
“그, 어제 본 니 친구, 어…. 뭐였더라. 호미곶…?”
-야 정동진한테 호미곶이래! (너무한다 진짜 제 이름 기억해주세으어어업)
…호미곶 아니고 뭐였지? 아무튼 진짜 시끄러웠다.
나는 대충 본론이나 말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나. 진짜…. 고민이 있어….
“…뭐길래?”
-노래 뭐 부를까? 하…. 노래를 못하는 남자라면 본인이 부를 수 있는 걸 선택해야겠지만, 나같이 뭐 하나 못하는 거 없는 남자는 이럴 때 참 곤란하다. 뭘 불러도 잘해서….
“끊는다.”
-으아아아! 끊지 마!!! 이럴 거야? 일 번부터 십 번까지 골라줘.
“…야.”
-웅?
“…한 소절씩만 해라.”
그렇게 차재겸의 랜덤 메들리를 강제로 듣고 선택해줬다.
“세 번째 거.”
-역시 첫 번째에 마음이 가네! 확신을 줘서 고마워 자기야~. 끊을게~
“죽여버려!”
그놈의 장기자랑이 대체 뭐라고. 다들 이렇게 신경을 쓸까.
은근히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슬아! 강당 가자!”
어두운 강당은 나름 조명이 가득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조교들이 모자를 쓰고 목이 터져라 줄을 세웠다. 웅성거리던 것도 잠시.
“자! 덕현여고 학생들~! 수학여행 재밌어요?”
“네-!”
“대답이 작다, 다시 한번! 수학여행 어때요. 재밌어요?”
“네-!!!”
“좋아좋아. 자 그럼 다들 준비해온 장기자랑 하기 전에~. 잠깐 몸풀기 게임~. 여고생 하면 역시!”
[신문지 접기 게임♥]각 반의 신문지 위에 반장과 부반장이 올라갔다. 이 신문지는 절반, 그리고 또 반의반…. 어느새 손바닥보다 작아진 신문지 위엔 두 반만이 남았다.
“야! 저거 운동부는 빼야지!!!”
“우리 반 반장이 운동부인 걸 어쩌란 말임?”
“개치사하다!!!”
“꼬우면 너네 반장도 운동시키든가아악!!!”
우리 반은 기력 부족으로 2회전 때 탈락했다. 공주님 안기를 하다못해 한 발로 서서 여고생의 자존심을 기리고 있는 걸 보니 그저 감탄만 나왔다.
“하긴, 지금이 체력 제일 좋을 때지….”
“뭐 그렇게 거북목에 척추랑 위장 다 무너진 직장인 같은 말을 해?”
결승전은 배드민턴부 대 육상부의 싸움이었다. 결국 하체 단련을 열심히 한 육상부 반장이 우승을 가져갔다.
“하지만 여기서 안타까워하지 마시라! 일등을 거머쥘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장기자랑! 게임! 아직 많아요! 응원 점수도 있고!”
“으아아아아~!!!”
나는 이상하리만치 목숨을 건 행사에 조금 당황했다. 마찬가지로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소희에게 귓속말했다.
“소희야. 이거 일등하면 뭐 줘? 이런 거 원래 아무것도 남는 거 없는 게 국룰 아니야?”
“일등. 닭강정.”
“아.”
목숨 걸어야지 그럼.
* * *
얘네 다들 고등학생 아니야? 대체 무슨 시간이 있어서 이렇게 열심히 장기자랑을 준비한 거지?
“아기들아…. 밥 먹을 때…. 뛰어가도 되는데…. 제에발. 창문 넘지 마라….”
“공부도 안 하는 놈들이 밥 먹는 건 왜 그렇게! 느그들 성적을 봐라!”
소엽 쌤과 한지 성대모사부터.
“uhh-♥”
“으아아아악!!!! 아 X나 예뻐!!! 아 미쳤다!!!”
앙큼한 댄스부의 윙크.
다들 죽어라 소리 지르지만 다시 한번 말한다. 여기 여고다.
“야! 왼쪽에서 두 번째 이쁜이 이름이 뭐냐? 못 보던 얼굴인데.”
“쩔지? 근데 쟤가 원래 학교 올 때 머리 잘 안 감고 와서…. 못 보던 얼굴일 수밖에 없어.”
얘들아, 그렇게 아저씨같이 대화하지 말아 줄래.
“자! 젓가락 한 개는 쉽게 부러지지만! 다 합쳐서 세 개면!”
“쉽지.”
그리고 마지막 차력 쇼.
아니 보통…. 장기자랑으로 차력을 하고 그러니?
나무젓가락을 부러뜨리는 가운데 양옆에서 육상부원들이 백텀블링을 돌고 있었다.
“야, 졌다….”
“저걸 어떻게 이기냐.”
닭강정을 향한 집념 하나만큼은 인정해 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먹고 말리라는 저 강인한 정신. 게임에 이어 장기자랑까지 육상부 반장이 있는 그 반이 가져갔다.
“…닭강정.”
“소희야. 진정해.”
“…닭강정!”
마치 있던 닭강정을 빼앗긴 듯한 소희의 표정에 나는 눈을 돌려야만 했다.
이거 뭐 방법 없나.
“자! 열기 후끈 달아오르는 가운~데! 이제 드디어 마지막 순서. 반 대표 게임!”
반 대표 게임? 그게 뭐지?
“제가 제시어를 주면. 우리 반에서 제일 뭐 한 사람! 나오는 겁니다. 자 그럼…! 우리 반에서…!”
꿀꺽.
“으흥~. 다들 캄 다운 캄 다운. 앉아 있어야지 에헤이!”
“아~!”
역시 노련하군.
나도 모르게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앉았다. 다들 4교시 끝나기 10분 전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우리 반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사람 나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희가 달려 나갔다. 심지어 계단을 사용하지도 않고 무대 위를 점프했다.
“오!!! 이 친구 자신 있어! 자신 있어!”
그렇게 각 반의 1등이 모였다. 1등답게 상식 퀴즈 문제였다. 상식 중의 상식.
“우리 학교 교감 선생님 성함은~!”
“정답. 곽만철.”
우리 소희가 빠른 속도로 정답을 낚아채 갔다. 역시 소희야. 닭강정을 노리는 매 같군.
그리고 다음, 또 다음 반 대표 문제까지 우리 반이 일등을 했다. 어쩌면 일등을 뺏을 수 있다고 믿어 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그때였다.
“우리 반에서! 제일! 인기 있는 사람 나와!!! 일등은 보너스 점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몸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