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66)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66화(166/405)
“어? 어어어?”
“야 서윤슬 옮겨!!!”
나를 들어버린 건 소희였다. 나는 그렇게 맨 뒤에 있다가 앞사람, 또 앞사람에게 옮겨졌다….
“오!!! 이 반 대박!!! 난 무슨 공장 보는 줄 알았어!!! 이 반 100점!!!”
그렇게 등장만으로 100점을 먹어 버렸다.
“자, 그럼 우리 반을 대표해서 나왔으니까~. 자기소개 한번!”
마이크를 잡고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각 반에서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드디어 마이크는 마지막 반인 나에게 왔다.
“큼….”
그걸 알고 있는가? 좋좋소의 회식 문화.
“아~. 이 친구 뜸 들인다~”
“자, 덕현 이쁜이들~”
그건 대체적으로.
“언니 왔다!!!”
제일 말단이 갈려버리는 거다.
강제로 소주병에 숟가락 하나 꽂고 MC 직함을 맡았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군.
“서윤슬!!! 서윤슬!!!”
“윤슬이~!!!”
“으아아아아악!!! 서윤슬 X나 귀여워어억!!!”
…마지막은 뭐지? 아무튼 반응이 열광적이니 기분이 나쁘지 않군. 그동안 여기저기 말 걸고 다닌 보람이 있었는지 마지막 반이었지만 내 자기소개에 호응이 가장 컸다.
박수를 더 치라는 듯 손짓을 해주니 알아서 박수까지 치고 있었다. 내 등장에 대강당이 털리고 있었다.
“어! 이 친구 뭐야! 이 친구 MC 꿈나무인데?”
좋아. 사회자도 주목하고 있군.
‘이번에 낼 문제는 뭐냐!’
앞의 문제는 훈민정음, 그다음은 시장에 가면 게임이었다.
‘어떤 거든 자신 있다….’
와라!
하지만 그런 내 각오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사회자는 게임이 아닌 다른 주제를 펼쳤다.
“분위기 아까우니까~. 자! 다들 노래 한 곡 깔.끔.하.게! 뽑고! 갑시다~!”
…장기자랑 판을 다시 여는 거냐? 말도 안 돼. 나 노래 못 한다. 춤? 당연히 못 추지.
‘어쩌면 유리보다 조금은 나을지도 모른다.’
나는 1반부터 확인했다.
아, 쟤 1반 명창인데. 복도에서 매일 노래 부르는 애라고.
나는 우리 반을 쳐다봤다. 나와 눈이 마주친 소희가 환하게 웃었다.
‘그래…! 이런 건 다 추억이 중요한 거지, 맞지 소희야?’
조금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아 나도 마주 보고 웃었다. 하지만 소희가 입 모양으로 말했다.
(닭.강.정)
아, 일등 가져오라고…. 추억이고 뭐고 닭강정이 중요하구나.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고음을 기계처럼 뽑고 있는 1등 명창을 바라봤다.
‘반응이 좋지만 넌 실패다. 이런 건 끝 반일수록 유리하다고.’
비겁하게도 난 가장 마지막이다. 그다음 참가자는.
‘유행에 편승했군…. 머리 좋은데.’
<프로젝트 111>의 대표곡, Pick it up을 불렀다. 올해 가장 히트한 곡이니만큼 따라 부르는 사람이 많았다.
“오~! 관객 참여도 좋아요! 그럼 이 기세 몰아서~!”
그다음 순서는 지금 제일 인기 있는 그룹 시퀀스의 대표곡을 불렀다. 매일 스밍 돌리는 애들이 목 터져라 같이 불러주고 있었다. 어떡하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나는 시선을 더 멀리 돌렸다.
긴장된다. 나에게 우리 반의 닭강정이 달려있다. 갑작스레 한 가정의 가장이 된 기분이 이런 걸까. 내 새끼들이 굶고 있다….
그러던 순간.
나는 최고의 선택을 떠올렸다.
부르기 쉽고, 호감도 높고, 모두가 따라부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곡!
“자 드디어! 마지막 반!”
드디어 내게 마이크가 쥐어졌다.
잘 봐 소희야, 잘 봐 얘들아. 우리 반 내가 책임진다.
나는 두 눈을 꼭 감고 전주를 들었다. 벌써 술렁이는 소리가 들리는군.
“이 전주 뭐지…?”
“야. 어쩐지 익숙하지 않냐…?”
말했나?
“주-의-”
우리 학교 기독교 학교다.
“자비가 내려!와 내려!와”
“주의 자!비!가 봄 비!같!이!”
덕현여고 학생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세뇌당한 것처럼 중얼거리게 되는 마법의 곡. 나의 선곡은 바로 <주의 자비가 내려와> 다.
가사도 별로 없어 모두가 미친 듯이 하나되어 부를 수 있단 말이지.
“Hey-!”
“Ho!!!”
“주의! 자비하심과! 주의 은혜로!”
따라부르기 싫어도 따라부를 수밖에 없는 노래라고. 저 멀리에 있는 선생님들마저도 함께 부르고 있는 게 보인다.
지금 이곳은 대강당이 아니다. 이곳은 하나의 코인노래방. 아니. 하나의 락페스티벌. 아니…. 하나의 가우디 대성당….
“Hey-!!!”
“Ho-!!!”
그렇게 모두가 함께 완성한 무대가 천천히 끝나고.
“나는…. 영원히….”
나는 곡의 끝자락엔 마이크를 대중에게 넘겼다.
팬분들이 있어서 오늘날 제가 이 무대에 설 수 있었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잊지 않을게요.
“춤추리!!!”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 * *
“야, 서윤슬 개쩔어~”
“니 완전 할렐루야다.”
“어쩜, 주님께 이런 달란트를 받았을까.”
압승. 그야말로 압승이었다.
우리 반은 정정당당하게 차력 쇼와 신문지접기에서 1등을 한 운동부 반을 제치고 닭강정을 거머쥐었다.
“제법이었다….”
“너도.”
나에게 주먹을 내미는 그 반 반장에게 가볍게 주먹을 맞부딪혀줬다.
“다음엔 안 진다-”
쿨하게 등을 돌려 손을 흔드는 운동부 반장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저 녀석도 아까 노래를 따라 불러줬지, 그것도 가장 크게. 좋은 녀석이야.
“…쟤 뭐라는 거야? 수학여행 지금이 끝인데?”
“으어이아.”
뒤에서 서은이랑 소희가 말했다.
소희야, 천천히 먹어.
나는 아련하게 내가 벌어온 닭강정을 열심히 먹는 내 새끼들을 바라봤다.
“서윤슬 빨리 먹어! 니꺼 다 없어져!!!”
예원이의 닦달에 나도 닭강정 한 조각을 집었다.
언니는 괜찮아. 너희 많이 먹어.
‘재밌다.’
마음 편히 즐기는 수학여행의 두 번째 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닭강정은 맛있었다.
바삭.
* * *
“아-. 개피곤하다, 진짜.”
“어제 너무 늦게 자서 그래.”
수학여행 두 번째 날은 국룰이 하나 있다. 밤늦게까지 한 방에 모여 앉아 귀엽고 사랑스러운 얘기를 꽃피우는 여고생들만의 시간.
“너 우리반에서 누가 제일 마음에 들어?”
“솔직히 괜찮다고 한 번이라도 생각한 적 있으면 말해!”
“…뭐? 너도, 걔를… 좋아한다고?”
이런 걸 생각했나? 당연히 아니다.
‘우리 학교 여고다.’
반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하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모두가 함께하는 사이 좋은 일을 만드는 거고, 다른 하나는.
“아- 진짜 어이없어. 담임이 나한테 뭐랬는지 아냐?”
공공의 적을 만드는 거다.
수학여행 와서도 개량 한복을 입고 다니는 우리의 한지 쌤은 반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주옥같은. 정말로 주옥같은 명언들을 남겼었다.
“성적이 이럴 거면 밥도 먹지 말라더라. 와, 진짜….”
“미친놈이 밥을 건드려?!?!”
소희가 그렇게 울분에 찬 거 처음 봤다.
우리는 그렇게 다들 점점 분노에 차서 하나의 결론을 냈다.
반드시 성공한다!!!
“그래도 참 보람찬 시간이었어.”
어제 담임 욕을 제일 많이 한 서은이가 어쩐지 후련한 얼굴로 옆에서 머리를 기댔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코스 어디지?”
“무슨 등대였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새하얀 등대가 있는 바닷가가 보였다.
“우와아아-!!!”
가영이가 제일 먼저 뛰어나가고, 나도 빠르게 가영이의 뒤를 따라갔다. 탁 트여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이 펼쳐졌다.
“물 진짜 맑다.”
“그러게…. 예쁘다….”
새파란 물이 찰랑거렸다.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걸 보고 있자니 마음까지 시원해졌다.
“어이, 그 자세 그대로 멈춰.”
옆에서 각도를 놓치지 않은 주현이 ‘자연스럽게 바닷가를 보고 있는 청순한 나 st’의 사진을 찍어줬다.
착착착착착착-!
“기다려. 동영상도 하나 찍자.”
역시 주현이다. 유스타 스토리용을 놓치지 않는군.
나는 최대한 내추럴한 척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저, 혹시….”
누군가 사진을 찍고 있는 우리 사이에 불쑥 들어왔다.
“뭐야!”
바닷바람과 머리카락의 완벽한 하모니를 놓쳐 버린 주현이 분노했다.
‘그러고 보니 수학여행 내내 이런 일이 있었지.’
사진을 찍고 있을 때 근처에서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첫째 날 한옥마을에서도.
“저, 저기요….”
강아지랑 놀고 있던 나에게 종이쪽지를 하나 주고 도망갔다.
“이게 뭐지?”
“멍!”
하지만 나랑 놀고 있던 강아지가 물어서 박박박 찢었다.
‘강아지가 혹시라도 삼켰을까 봐 입을 벌려 확인하기 바빴지.’
그리고 두 번째 날 경주월드에서도.
“저기요!!!”
아이스크림을 사고 있던 나에게 종이쪽지를 하나 주고 도망갔다.
“이게 뭐지?”
“야! 후룸라이드 점검 끝났대!!!”
하지만 옆에 있던 가영이가 팔짱을 끼고 날 끌고 갔다. 나중에 주머니를 확인하니 종이쪽지는 사라져 있었다.
‘아마 후룸라이드 물속에 잠겨 있지 않을까….’
대체 뭐지? 이번에도 종이쪽지를 하나 받았다.
‘이번엔 꼭 확인한다!’
행운의 편지처럼 없어져도 돌아오고 돌아오는 이 쪽지. 나는 손에 쥔 하얀 종이를 펼치려고 했다.
그 순간.
탁-!
“아악!!!”
바닷가를 날아다니던 갈매기가 내 손에 있던 종이쪽지를 그대로 채갔다.
“방금 뭐야? 그 울음소리 갈매기야?”
“아니, 내가 낸 거야. 놀라서….”
순식간에 쪽지를 강탈당한 나는 멀어져만 가는 갈매기를 바라봤다.
“저 갈매기는 대체 왜 윤슬이에게 다가온 걸까? 어쩌면… 누군가가 그리웠던 걸까?”
“글쎄. 난 과자 좀 먹어야 된다고 생각해.”
“아니, 갈매기한테도 옛날에 윤슬이를 닮은 누군가와의 추억이 있을 수도 있잖아….”
“난 그래도 과자 좀 먹어야 된다고 생각해.”
벙쪄 있는 내 옆에서 소희와 예원이는 나한테 신경도 안 쓰고 대화했다. 관심 좀 줄래.
* * *
그렇게 수학여행이 드디어 끝났다.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나는 정신 없이 잠들었다. 잠과 하나가 된 경지로 잤다. 어느 정도였냐면 중간부터 침을 흘리고 있는 걸 알았는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나는 학교 앞으로 마중 나온 할머니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선물로 사 온 황남빵을 드리니 백휘 말대로 엄마도 할머니도 맛있다며 좋아하셨다.
‘경주 가길 잘했다.’
나는 유스타에 사진을 업로드했다. 스토리는 따로 하이라이트까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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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유스타 팔로워는 32만. 아마 곧 33만이 될 것 같다. 스토리는 24시간 내에 사라지니까 팔로워에 비해 보는 사람이 적다.
‘하지만 반응은 좋다.’
하트를 보내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팔로워들이 이전보다 늘어났다. 나는 잠시 반응을 확인하다 냉정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십만 명은 좀 버거울 것 같은데….’
사진을 찍고 SNS까지 올리는 게 이번 미션이다. 그것도 ‘서윤슬’의 유행템으로 인식해야 된다는 거지. 인생필름에 두면 이걸 쓰고 찍을 사람이 그 정도는 되겠지만.
‘인생필름에 오는 사람들이 전부 서윤슬을 알고 있을 리는 없다.’
상태창 카운트가 중요한 거라고.
나는 노트북을 켜 검색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