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72)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72화(172/405)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문이 열리고, 난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 끼는 척했다. 함께 탄 거북이 삼총사는 이번엔 목소리를 조금 높이기까지 했다.
“결과 나와 보면 알겠지.”
“공정한 평가 나오면 뭐…. 말 못 하겠지?”
“뻔하지. 셀카?찍어서 언니 예뻐요~. 하는 거랑 우리 거랑 비교가 되나.”
보자 보자 하니까….
“야.”
죽을래?
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애초에 2층에 있는 사무실 쓰는 놈들이 엘리베이터를 탔다는 건. 뒤에서 내 욕하기 위해서밖에 더 돼?
“너네 지금 뭐라고 했냐?”
스르륵-
아무도 내리지 않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고, 내가 누른 7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말해봐.”
그러자 그중 가장 용기 있어 보이는 거북이가 가운뎃손가락으로 안경을 추켜올리며 대답했다.
“우리가 뭐? 없는 말 했나? 팩트인데.”
“그…. 그래. 이건 팩트지. 그런 사진 기계가 아예 없던 거면 몰라.”
“이미 있는 걸로 창업이니 뭐니 하는 건 불공평하지.”
나는 코웃음을 쳤다.
“허….”
이놈들 정신 나갔나?
“니들이 만드는 그 건강 잼인지 뭔지는 세상에 없던 거냐?”
설탕 대신 뭐 다른 감미료를 넣어 칼로리를 낮췄다고 하는 거 옛날에 들었었다. 양심상 잼이야 말로 세상에 있던 거잖아!
“크흐흠.”
그러자 그들은 고개를 돌리고 헛기침을 했다.
아이돌 안무도 아니고 왜 이런 동작을 동시에…. 짜 온 거니?
“그래도 의의 자체가 다르지. 우리같이 세상에 도움 되는 거랑.”
“그냥 화장이나 하고 사진 찍으면서 돈 버리는 거랑.”
“비교가 되나? 이게 팩트.”
심지어 파트까지 나눠 왔잖아? 누가 메인 보컬인 거지?
띵-!
다시 한번 문이 열리고, 내 뒤에 서 있던 놈들이 허겁지겁 나가려 했다.
쾅-!!!
하지만 어딜.
나는 문을 양 손바닥으로 쳤다.
“못 나가.”
“…뭐, 뭐야.”
“야. 지금 사과하면 봐준다.”
나보다 한참 어린애들이니까 그럴 수 있다. 뭐 나였어도 열심히 설탕인지 감미료인지 뿌려대며 열심히 만든 노동의 집약체. 건강 잼을 만들다가 불로소득으로 돈 버는 천재가 나타나면 좀 속이 안 좋을 만하다.
“뭘 사과해?”
“팩트를 말한 게 죄는 아니잖아.”
“손 치워. 나가게.”
나는 비웃음을 섞어 조롱하는 놈들에게 답했다.
“그래. 너네가 생각해도 이길 수가 없겠지. 그 열등감 이해한다.”
그러자 화르륵 불타듯이 그들은 소리를 질렀다.
“누가 대체!”
“…뭐야?”
그때였다. 밖이 소란스러운 게 신경 쓰였는지 사무실 문이 열리고 재언이와 백휘가 나왔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너른 보폭으로 엘리베이터 앞까지 단숨에 도달한 둘은 시선을 내리깔고 말했다.
“그, 손 좀. 손 좀 치워.”
거북이 삼총사는 말을 더듬으려 엘리베이터에서 탈출하려 했지만 나는 끝까지 손을 치우지 않았다.
“사과 안 한다 이거지.”
“얘네가 사과할 짓을 한 거야?”
“…너네가 말해봐.”
별말 하지 않았는데 바로 알아들은 둘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히익!”
하지만 내가 손을 치우지 않은 덕인지 들어가지는 못했다.
“…야. 너네가 그렇게 뭐 자신 있으면 내기라도 하나 할래?”
나는 웃음기를 섞어 말했다. 이제 사과할 기회는 날아갔다.
“내, 내기? 뭔데?”
“12월에 평가 나오는 거 알지. 나름 상도 주고.”
청소년 창업 사무실인 만큼, 나름대로 결과를 내야 하는 게 지금의 상황이었다.
그간 월말에는 계획서, 진행서, 온갖 서류를 다 내야 하기도 했고. 솔직히 돈 되는 일이 아니니까 우리는 좀 힘을 뺐다.
…대충했다는 말이다.
“하, 그게 뭐?”
그래서 그런가. 저쪽이 우리를 너무 쉽게 보는 것 같은데.
“누가 이기나 해볼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위치 차이를 알려줄 수 있거든.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거북이 삼총사에게 나는 마법의 단어를 던졌다.
“쫄?”
그러자 효과는 굉장했다.
“누가!!!”
“그래! 해!!!”
“콜!!!”
나는 씨익 웃으며 엘리베이터에서 손을 뗐다. 그러자 빠르게 거북이 삼총사는 엘리베이터를 나가 삼류 악당이나 할 만한 대사를 했다.
“후회할 거야, 너!”
탕-!
비상구 문이 닫히고 급하게 계단 내려가는 발소리들이 들렸다. 거북이 삼총사를 잡으러 가는 백휘와 재언이의 어깨를 잡았다.
“누나가… 커피 머신 구해 온 것 같다.”
아니, 식기세척기인가?
* * *
내기는 모름지기 증거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나는 바로 사무실로 들어가 계약서를 작성해 2층의 문을 부서질 듯 두드렸다. 이른바.
“노예 계약서다.”
그렇다. 지는 쪽은 발닦개가 되는 거다. 뭐든지 한다는 그 계약서를 받아 든 거북이 삼총사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쫄?”
그러자 또다시 효과는 굉장했다. 대신 그들은 하나의 조건을 걸었다.
“SNS 이용 금지? 12월 평가 전까지 아예 하지 말라고?”
“그래! 가뜩이나 이건 우리한테 불리한 조건이잖아.”
할 말 없군. 내 SNS를 이용하면 당연히 질 것 같았나 보지. 입이 터진 거북이들은 이것저것 조건을 참 많이도 달았다.
“니 친구의 SNS도 금지한다고 적어.”
“그리고 새로 SNS를 만드는 것도 안 돼. 특히 저 얼굴을 이용해서!”
“나?”
내 뒤에 서 있던 백휘의 얼굴을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
“그래! 비겁하게 얼굴로 이길 생각 하지 말라고!”
백휘 옆에 있던 재언이가 웃으며 대답했다.
“얘는 얼굴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비….”
백휘가 환히 웃으면서 재언이의 입을 막았다.
“조건은 그게 다야?”
“아니, 또 있어.”
우리가 계약서를 작성하는 사이 나름대로 회의라도 한 모양이었다. 조건을 하나하나 붙이던 거북이 삼총사는 마지막 조건을 걸었다.
“지는 쪽이 사무실을 나갈 것.”
* * *
“진짜 뭐라는 거야.”
나는 계약서를 손수 코팅까지 해 가며 노예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진짜 내보낼 거야, 슬아?”
“…또 우리 없을 때 슬이한테 그럴 수도 있으니까. 내보내야지.”
그게 무슨 말이니 재언아. 나는 이미 걔들에게 로봇청소기라는 업무까지 분담할 준비를 마쳤는데.
“그래도. 걔들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들어왔을 텐데 내보내기는 좀….”
우리 사무실 청소도 열심히 해야 하고 우리가 쓴 텀블러 설거지도 해야 하고 사무실 도착 전에 커피 내리는 자동 커피 머신 역할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 내보내기는 좀….
“슬아….”
재언이는 내 말을 그대로 믿는 것 같다. 저 순수한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좀 찔리네.
그에 비해 백휘는 환하게 웃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대충 알고 있나 보다.
“이게 걔네 사이트야.”
나는 백휘가 노트북을 열어 보여주는 사이트 페이지를 확인했다. 나름 NEVER에 입점도 했군. 리뷰를 클릭해 볼까.
▶리뷰(18)
다이어트 중에 입이 계속 터져서 고민이었어요ㅠㅠ 근데 이렇게 칼로리 낮은 잼을 발견하게 되다니 대박존맛~! 칼로리가 낮아서 그런가 죄책감 없이 먹을 수도 있고 배송도 빠르구ㅎㅎ 요거트에 타먹으면 카페 안가두 돼용! 과육이 씹혀서…
“아, 새끼들.”
“왜 그래?”
바이럴 돌렸네.
나는 이마를 짚었다. 브랜딩도 똑바로 되지 않은 잼이 이만큼 팔렸을 리가 없다. 대부분 이런 사진 리뷰는 백 명이 구매해야 한두 명이 써줄까 말까 한 거거든.
“천팔백 명한테 잼을 팔았을 리는 없고.”
내가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자 옆에서 백휘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보니까 광고도 걸었네. 여기.”
[건강잼], [저칼로리잼]을 검색하면 가장 상단에 뜰 수 있도록 파워 링크까지 걸어 놨다.“이거 클릭 한 번에 나가는 돈이 꽤 될 텐데.”
“…그럼 마진이 얼마 안 남지 않나?”
“뻔하지. 대학 가려고 하는 포폴용인 거야.”
어깨를 으쓱해 보인 백휘는 흔한 일이라는 듯 설명했다.
“입시 컨설턴트 쪽에서 붙어서 관리해주나 봐.”
“이런!!!”
“…그렇게까지.”
이거 생각보다 이 악물고 이기려고 들 수도 있겠다. 입시 컨설턴트 쪽에서도 내년 상반기 실적을 노릴 테니까.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바이럴은 바이럴로 물리치는 게 답이긴 한데.’
입시 컨설턴트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물밑작업에서 나를 이길 수는 없을 거다.
사이트 후기를 개판 쳐 놓은 다음에 커뮤에 뿌려?
‘근데 뭐. 그렇게까지 하기엔….’
시간 낭비지. 그냥 정정당당하게 해도 바를 수 있는데.
나는 노트북을 열어 메일함을 클릭했다. 원하던 메일이 하나 와 있었고, 하나는 낯선 사람에게 온 메일이었다.
[E-Mail] [젬스톤 엔터테이너먼트: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최고의 MCN, 젬스톤입니다.]* * *
젬스톤 엔터테이너먼트는 인튜브 시장이 제대로 떡상하기 직전 설립된 회사였다. 재능이 있는 인튜버들을 일종의 넷상 연예인으로 만들어주는 MCN.
계약 내용이란 이렇다.
1. 인튜버 (이하 갑이라 칭함) 는 젬스톤 엔터테이너먼트 (이하 을이라 칭함) 과 12개월 내에 (n)개의 광고를 진행한다. 본인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광고는 얼마든지 거절할 수 있으며, 12개월 내에 (n)개 미만의 광고를 승낙했을 시 비율 정산은 구두로 수정한다.
2. 갑은 광고비의 (7), 을은 (3)으로 분배한다. 이때의 금액은 세후로 산정한다.
평균적인 계약 내용이다. 하지만 여기서 회사의 대표. 그러니까 간판 크리에이터로 키우고 싶은 경우에는 계약 내용이 조금 다르다.
1. 갑의 이미지를 브랜딩하기 위해 을은 (1)개월마다 (1)번씩 자료 조사와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때 브랜딩 키워드는 합의하에 진행한다.
드르륵-
젬스톤 엔터테이너먼트의 인재는 책상 서랍을 열어 과자를 꺼냈다. 그녀는 과자 부스러기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과자를 까먹었다.
오득오득-
“후우움….”
이 시대 최고의 노비가 되어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지어낸 영어 이름. RUBY라는 명함이 그녀의 책상 위에 꽂혀 있었다.
“왜 안 읽지~?”
루비가 손을 댄 크리에이터들 중 성공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일종의 흥행 보증수표였다.
루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보낸 메일함을 확인했다.
[하 제인 /읽음] [서 윤슬/ 읽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