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73)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73화(173/405)
루비가 보낸 젬스톤의 메일은 윤슬에게는 뒷전이었다.
[건물 리스트_xlsx]윤슬은 광기 어린 눈으로 엑셀 파일을 훑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일명만 봐도 심장이 벅차올랐다. 작고 소중한 호구…. 아니, 다이아수저가 준비해 온 것이었다.
“마실 건 이게 다예요? 도라지즙, 배즙, 고삼차 뭐 그런 거 없어?”
“저희 아직 고삼 아니에요. 그냥 그거 마시세요.”
지금 다이아수저는 직접 팀 최선의 사무실에서 성의 없는 녹차를 마시고 있었다. 몸에 좋고 깔끔한 세작 녹차가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는 다이아수저의 툴툴거림은 무시당했다.
“흐으음…. 건물이 이것밖에 없어요?”
“그래요. 아니 뭐. 재벌이라고 해서 무조건 땅부자일 거라는 편견을 버려.”
생각보다 간소한 건물 리스트에 윤슬은 은은하게 의심했다. 하지만 표정 변화라고는 없는 다이아수저의 모습에 아이템 숍을 켰다.
「▼상세 설명▼
거기 동작 그만! (사용 시간 1시간)
: 상대방의 거짓말을 잡아내는 포션. 어떤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밝혀내는 것은 당신의 몫. 대부분의 거짓은 진실 사이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는 법.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머리 위에는 까만색 X표가 생겨난다.
▶포인트: 100」
‘포인트를 더 얻기는 했어도…. 언제 또 아이템 가격이 올라갈지 모르는데.’
윤슬이 100포인트를 쓸까 말까 고민하던 사이. 옆에 앉아 있던 백휘가 다이아수저를 빤히 바라봤다.
“음….”
“왜 그래, 백휘야?”
“아니야. 아무것도.”
무언가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에 윤슬은 엑셀 파일을 다시 훑었다. 태연하게 커피를 마시던 다이아수저가 움찔했다.
하지만 표정의 변화는 여전히 없었다. 윤슬은 다이아수저를 마주 보며 웃었다.
‘100포인트. 그냥 써야겠다.’
아이템을 구매하자마자 다이아수저의 거짓말이 들통났다.
“지인짜. 이게 다예요?”
“그렇다니까.(X) 나를 왜 이렇게 못 믿어?”
“후회 안 하죠…?”
입을 열자마자 본인의 머리 위에 엑스 표가 떠졌다는 걸 알지 못한 다이아수저는 당당했다.
“후회? 무슨 후회? 내가 지금 건물 리스트를 작성한 것부터가-”
“오케이.”
“…무슨 오케이?”
“거짓말 아니라고 했어. 나중에 걸려도 내 책임 아니에요.”
윤슬은 미련 없다는 듯 다이아수저에게서 흥미를 잃은 척했다. 백휘는 조용한 눈으로 다이아수저를 바라만 봤다.
“왜그래. 진짜~! 이러니까 내가 거짓말하는 사람 된 것 같잖아.(X)”
‘역시 재벌은 재벌이군. 거짓말 치는 게 하루 이틀 해 본 솜씨가 아니야.’
윤슬이 다이아수저의 자연스러운 표정 관리에 감탄하고 있을 때. 묵묵히 옆에 있던 재언이 입을 열었다.
“혹시… 인생필름 매출을 못 믿어서 그러시는 거라면.”
“왜 다들 이러지!”
“가게 오픈할 때는 새 기능도 들어갈 거라…. 매출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이게 무슨 소리야? 새 기능?!’
윤슬은 당황한 티를 내지 않고 흰자로 재언을 바라봤다. 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치 계획이 다 있는데 비밀로 한 것처럼. 윤슬은 냉큼 팔짱을 끼고 한숨을 쉬었다.
“맞아요. 근데 이러면 그냥 뭐…. 새 기능은 다른 데서….”
“그게 뭔데?!”
다이아수저는 바로 떡밥을 물었다. 지금까지 윤슬이 손댄 것 중에 성공시키지 못한 게 없었다. 얼마 전 토끼 모자만 해도 그렇다.
#토끼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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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맡기지 않은 이상 새로운 태그를 만들어 내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예를 들어보자.
#성수동 #성수맛집 #성수카페 같은 키워드는 SNS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업로드한다. 장소 태그 기능까지 사용해서 자신이 여기를 다녀왔음을 알리고 싶어 하고, 태그를 타고 들어오는 새 팔로워를 얻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일상적인 키워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알람시계 #우산 #포스트잇 따위의 키워드는 SNS 이용자들이 업로드하지 않는다. 태그를 타고 오는 팔로워들도 거의 없는 데다가, SNS에 올리고 싶은 종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토끼 모자는 벌써 태그가 5만을 넘어갔다. 그에 비해 토끼 머리띠는 고작 6천. 판매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토끼 모자가 압승을 거뒀다.
#느와르필름 #로맨스필름 #퍼스널컬러 #웜톤 #쿨톤 #뉴트럴톤 #인생필름 #토끼모자까지.
윤슬이 그동안 손댔던 것들은 대중이 앞다투어 먼저 SNS에 업로드하려 했다.
거대한 물결을 만드는 윤슬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이아수저는 어쩔 수 없었다.
“그게…. 아, 진짜….”
다이아수저는 망설였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기분이었다. 윤슬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동안 뜯긴 것도 있고, 무엇보다.
“그게 사실은…. 내가 여기도 좀…. 있긴 하거든? 근데 이거는 진짜!!!”
다이아수저가 실토한 건물들은 어마어마했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7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59
“여긴 안 돼요. 진짜 안 돼…. 브랜드에서 허용도 안 해줄 걸 어차피!!! 그래서 뺀 거예요. 아~! 우리 이런 사이 아니잖아, 어?”
명품 브랜드 H사, 명품 브랜드 B사가 입점되어 있는 압구정 로데오의 단독 건물이었다. 입구부터가 압도적인 건물 이야기를 듣자 윤슬은 흥미가 식었다.
‘흠….’
윤슬은 이 건물에 딱히 인생필름을 넣고 싶지 않았던지라 시큰둥한 눈으로 바라봤다. 동태눈으로 다이아수저를 바라보는 윤슬은 빠르게 계산을 마쳤다.
‘잘못해서 2천 원짜리 제품을 고급화 전략에 밀어 넣으면 득보다 실이 크지.’
다이아수저는 그런 눈빛을 잘못 해석한 건지 구구절절 뒷말을 붙였다.
“내가 너무 럭셔리하거나 너무 후줄근한 데는 알아서 뺀 거야. 나름의 배려였다니까?”
후줄근한 곳.
그 말이 윤슬의 뇌를 건드렸다.
“후줄근한 곳…?”
“그래. 너~무 후줄근해서. 나도 매입하고 나서 재건축 들어가려고 했었던 데는 제외한 거예요.”
“어딘데요?”
지금은 바야흐로.
“뭐 여러 군데, 홍대도 있고, 성수도 있고, 을지로도 있고….”
“잠깐!”
노출 천장, 콘크리트 감성이 유행할 때.
‘지금 감성이면 공사 중이던 곳에 시멘트 포대 깔고 테이블이라고 해도 먹힌다!’
동태 눈이 사라지고 어느새 생태가 된 윤슬은 환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신경 써주시는 건데, 제가 그래도 도산대로를 달라고 하겠어요? 저는 좀 후줄근한 데도 좋아요.”
“…뭐지? …이 사기꾼 같은 어색함?”
윤슬은 빠르게 인벤토리를 클릭해 아이템을 사용했다.
「▼상세 설명▼
아아, 마이크 테스트 (사용 시간 1시간)
: 마이크를 쥔 MC처럼 모두가 내 말에 집중한다! 설득력 (35+)으로 늘어납니다.
※ 인원이 10명 이하일 경우에는 더 영향을 크게 끼칠 수 있습니다.」
“저 못 믿어요? 제가 그렇게 양심이 없진 않아요.”
아이템 두 개가 섞여 다이아수저의 머리 위가 화려해졌다. 머리 위, 숫자 35%가 새겨진 마이크 모양의 로고가 켜졌다. 마이크 로고 옆의 숫자는 1.
“…그치, 뭐….(X)”
또 그 옆에 X자가 떠졌다. 그간 깡패짓을 너무 많이 한 탓인지 양심이 없지는 않다는 말에 끌어모은 설득력은 1이 끝이었다.
‘이런….’
윤슬은 잠시 과거의 일들을 약간 후회했다.
‘적당히 팰 걸 그랬나….’
그때 다이아수저의 핸드폰에 알람이 울렸다.
“나 잠시, 메일이 와서.”
다이아수저는 핸드폰 화면으로 잠시 시선을 돌렸다. 꽤나 심각한 사안인지 미간을 찌푸려가며 무언가를 열심히 읽었다.
“이만 가봐야겠어요. 아무튼 내가 보여 준 리스트 건물 안에서 골라 봐요. 그럼~”
“어, 잠깐만!!!”
“응, 미안~(X)”
아이템을 두 개나 쓴 보람도 없이 다이아수저는 손 키스를 날리고는 사라져 버렸다. 윤슬은 허망한 얼굴로 먹이를 뺏긴 알파카처럼 주저앉았다.
“안 돼. 내 포인트 내놔….”
일 년간 사용하지 않아 적립된 포인트를 모두 날려버린 올리브일 VIP 회원처럼 윤슬은 중얼거렸다.
* * *
“흠~ 흐흠~”
다이아수저는 즐겁게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그녀의 핸드폰에는 아까 온 메일 화면이 떠 있었다.
[E-Mail] [라모레퍼시픽: 생일을 맞이한 고객님께 5000 포인트를 선물로 드립니다]그렇다. 쓸데없는 메일을 핑계로 사무실을 도망 나온 다이아수저였다. 복도에 울리는 그녀의 힐 소리가 상쾌했다.
그녀는 윤슬과 몇 번 함께 일하며 깨달은 것이 있었다. 첫 번째는.
‘저 표정을 할 때면 꼭 뭔가를 열심히 뜯어 가고는 했었지….’
그간 윤슬에게 뜯긴 건 돈뿐만이 아니었다. 자존심까지 박박 긁어 간 윤슬에게 다이아수저는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었다.
두 번째, 윤슬은 거짓말을 그다지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어중이떠중이면 저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지 몰라도, 이쪽은 어릴 때부터 온갖 사람을 다 만나온 그야말로 먹이 피라미드의 정점!
“윤슬 씨가 곤란해하면 그때 좀 봐줄까~”
저 알파카 표정을 할 때면 속에 숨기고 있는 다른 게 있다는 뜻을 알고 있는 다이아수저는 빠른 걸음으로 건물 로비를 나섰다.
“계속 을로 살 수는 없지!”
언제나 갑의 인생을 살아온 그녀는 건물을 빌미로 다시 한번 갑의 자리에 올라갈 꿈을 꾸며 행복해했다. 자존심을 회복할 타이밍이라는 착각이 그녀를 웃게 했다.
* * *
“이제 좀 괜찮아?”
“응….”
나는 재언이가 타 준 마시멜로 핫초코를 마시며 심신의 안정을 취했다.
“저 마시멜로 추가할게요.”
핫초코 잔을 슥 내밀자 백휘가 잔 입구를 막았다.
“안 돼.”
“백휘야~! 나 당 떨어져.”
“마시멜로 한 봉지를 하루에 다 먹는 건 안 돼.”
백휘야, 넌 모른다. 포인트 사기를 당한 여자의 마음을…. 나는 달달한 핫초코도 씁쓸하기만 했다.
“왜 안 돼?”
[스킬: 안 돼…?♥(히든) 발동!]오늘따라 정말 상태창은 도움이 안 되는구나.
[스킬: 안 돼…?♥(히든) 발동! 성공!]여기에서 스킬 발동되지 말라고.
백휘는 재언이가 들고 있던 봉투에 남아 있던 마시멜로를 한가득 꺼내 머그컵에 넣어주었다. 순식간에 봉투가 텅 비었다.
“더 필요해?”
“아니요. 아 이러면 안 녹는디.”
핫초코보다 마시멜로가 더 많아졌다. 나는 든든한 국밥처럼 핫초코를 마셨다. 속이 뜨끈뜨끈한 게…. 정말이지….
‘다시 생각해도 분노가 다시 솟아오르는군.’
어떻게 이럴 수가. 100포인트와 아이템 하나가 한꺼번에 눈 앞에서 날아가다니.
‘반드시 복수해 주지….’
나는 튀어 버린 다이아수저의 뒷모습을 회상하며 이를 갈았다.
그러고 보니, 다이아수저가 건물을 숨기고 있는 걸 백휘는 어떻게 안 거지?
“백휘야, 너 아까 그거 어떻게 알았어?”
“음?”
“혹시…. 너 저 사람 뒷조사, 뭐 그런 거 한 거야?”
백휘네 집도 보통이 아니니까 그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백휘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이었다.
“윤슬아, 너….”
“역시. 맞구나.”
“그걸 어떻…. 푸흡.”
백휘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가렸다. 그리고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아닌가 보네….
“아, 너무 웃겨서. 하하, 표정 관리가 안 되네. 그런 생각을 어떻게 했지.”
“그런 말은 그냥 속으로만 할래?”
그냥 묻지 말 걸 그랬다. 뒤에서 재언이도 웃음을 참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 웃어라, 편하게~
“털어서 뭐 안 나오는 사람 없으니까. 그냥 해 본 건데.”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지만 나도 기억해 놔야지. 일단 털고 본다.
“그럼 그것도 거짓말이야? 재언이 새 기능.”
“…그건 아니야. 난 거짓말 안 쳐.”
“야.”
순식간에 습관성 거짓말쟁이가 된 백휘였다. 하지만 방금 메이드 인 최백휘 덕에 바보가 된 나는 굳이 편들지 않았다.
“역시 우리의 마지막 양심, 재언이야.”
“…고마워.”
“새 기능은 언제 만들었어? 시간도 없었는데.”
그 말에 재언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간단해. 원래 있는 필터 넣었어.”
재언이는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흑백 필터.”
나는 핸드폰 화면을 보자마자 재언이에게로 다가갔다.
그래. 느와르 필름! 우리의 첫 번째 어플. 왜 이걸 내가 까먹고 있었지!
“그…. 놔줘….”
아,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들고 있는 재언이의 손을 너무 세게 잡았나 보다. 어찌 됐건 여기에 하나만 더 추가하면 완벽히 다이아수저의 건물을 뺏을 수 있겠다.
“재언아, 우리 잭 하나만 더 연결하려면 어느 정도 걸릴까?”
“삼십….”
삼십 일? 오픈 기간 맞춰서 좀 간당간당할지도 모르겠다.
“…분.”
아, 쟤는 못하는 게 없지.
조금 빨개진 얼굴로 무슨 잭이냐고 물어보는 재언이에게 나는 빠르게 답했다.
“타이머. 누르면 찍히는 거.”
회귀 전 필름 사진들의 셀링포인트를 모두 끌어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