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74)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74화(174/405)
회귀 전 필름 사진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다.
1. 네 컷 사진의 시초. 그 뒤로 다른 포토 부스들이 나오자 매장을 늘리고 다른 브랜드들과의 콜라보로 1인자의 자리를 지킨 A사.
2. 하늘색 컬러로 청량한 인생 샷을 만들어 내며 그 뒤로 핑크, 보라, 네이비 등 유스타스타들이 혼자 찍어 올린 사진들로 초반 입소문을 제대로 탄 B사.
3. 레트로한 느낌으로 흑백 컬러에 타이머를 누르는 포즈를 취할 수 있어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C사.
아마 SNS 좀 한다는 사람이면 다들 바로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자리를 잡은 가게들이다.
윤슬은 인생필름을 세 번째 선보이는 곳에서 흑백 컬러와 함께 타이머 기능을 추가한 옵션을 보일 예정이었다.
“우와아!!! 된다!!!”
“별것도 아닌데….”
30분 만에 타이머가 연결된 부스를 만들어 낸 재언 덕에 윤슬은 곧바로 동영상 하나를 보냈다.
‘이 떡밥을 안 무나 보자.’
이제 별로 소중하지 않은 호구, 다이아수저에게.
지잉- 지잉- 지잉-
[☎다이아수저]아니나 다를까, 영상을 확인한 곧장 다이아수저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윤슬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캡처한 무언가를 보냈다. 윤슬의 입가에 매달린 웃음이 유난히 못돼 보였다.
‘감히 거짓말을 쳐?’
윤슬은 한순간에 날린 아이템과 포인트를 보상받기 위해 다이아수저에게 뭐라도 더 뜯어낼 작정이었다.
지잉-지잉-지잉-징징징징-
그러자 이번엔 카톡이 연달아서 왔다. 진동이 짧게 울릴 정도로 가득.
[미미쳤어] [엔지생건이랑연락한거에요?!] [어떻게나한테이럴수있어ㅠㅠㅠㅠㅠㅠ] [전화받아제발]윤슬이 보낸 건 지난번에 왔던 메일이었다. 다이아수저의 분노 버튼인 엔지생건이 보낸.
[E-Mail] [엔지생건: 긴급 문의드립니다 인생필름 기계에 관하여 논의드리고 싶습니다]뛰는 다이아수저 위에 나는 윤슬이 있었다.
“슬아. 너 전화 오는 거 아니야?”
“진동 오는데….”
“아, 별거 아니야. 그냥 자판기 알람?”
다이아수저는 그렇게 을의 자리조차 보존하지 못했다. 갑을병정무기…. 기타 등등도 아니었다. 저~ 멀리 또 다른 계급이 생겼다.
갑을병정무기…. 그리고 최하층. ‘다이아수저’
입력: ㅋㅋ아 힘이 없어서 전화를 못받겠네?
입력: (배고파하는 바보멈 이모티콘)
[기프티콘] [기프티콘] [기프티콘]기프티콘 자판기가 된 다이아수저였다.
윤슬은 디저트까지 보낸 다이아수저의 마음이 갸륵해 전화를 받아주었다.
“여보세요~”
-그게 새로운 기능이에요? 언제 준비했지?
“하. 나 진짜 서운하다…. 믿어주지도 않고…. 나 이러다 엔지생건 가요. 어?”
-이러지 마!!!
“건물 리스트 추가해서 보내주세요. 다시 보고 고르게.”
뚝.
성의 없이 전화를 끊은 윤슬은 곧 도착한 새 건물 리스트를 보며 미소 지었다. 다이아수저가 준 기프티콘은 바로 사용했다.
윤슬은 배달 온 봉투들을 바라보며 얼른 노예 청소기를 들이기를 바랐다.
‘배달 오면 뜯는 것부터 뒷정리까지 시켜야지….’
윤슬은 그새 또 바이럴을 돌려서 리뷰가 늘어난 건강 잼 사이트를 확인했다.
▶리뷰(27)
재구매했어요 🙂 어른들도 좋아하시더라구요. 건강하게 안 달지만 맛있는 잼이에요! 과육이 씹혀…
키워드를 잡아 둔 게 여전히 보였다. ‘과육이 씹히는 건강한 단맛 과일잼’.
‘너네가 백날 입시 컨설턴트한테 붙어서 돈 써 봐라….’
윤슬은 그 진부한 리뷰를 확인하며 태연하게 다이아수저가 보내준 치킨을 뜯었다. 다이아수저가 센스 있게 치즈볼을 추가해줘서 마음이 좀 풀렸다.
* * *
“여기야.”
“…진짜?”
“여기?”
나는 [건물 리스트_진짜_최종_xlsx] 파일에서 한 군데를 가리켰다.
“그래. 을지로야.”
정확히 말하자면 을지로 3가이지만.
지금 을지로는 사람보다 비둘기가 더 많다고 보면 된다. 오래된 가게들이 많고, 철물점이나 상가들이 있는 골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금이 딱이다.
‘몇 년 안으로 개발된다.’
찾아보니까 핫한 카페 두세 개가 이미 자리 잡고 있더라. 아직 잘 되는 ‘~리단길’ 식으로 구성되진 않았지만, 이 정도여도 충분하다. 한번 해 볼 만하다.
“많이 뜯어보려고 했는데…. 1년만 무료로 딜하게 됐어.”
관리비 및 임대료, 보증금까지. 다이아수저가 봐줄 수 있는 건 단 1년이라고 했다.
“원래는 받으려고 했는데. 인테리어 비용 필요 없다고 해서 그냥 패스해 주는 거예요. 이런 일은 세금 문제도 있어서 최대 1년이 한계에요. 이건 진짜.”
우리는 따로 공사 없이 들어갈 예정이었다. 가게를 우리 콘셉트에 맞추기보다, 우리 콘셉트를 가게에 맞추는 게 나았다. 마침 기계를 많이 선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브랜딩이 확실하게 되지 않은 상태였다.
[가게마다 다른 콘셉트]이게 우리 팀 최선이 고안해 낸 방법이었다. 허름한 건물에 인생필름을 넣고, 배경색을 두 가지.
#c00000
#004612
아주 짙은 레드와 아주 짙은 그린으로 잡았다. 여기에 하나의 선택지 추가.
선택하세요!
[컬러] [흑백]흑백 버전을 넣어 전체적으로 어두운 콘셉트로 만들어놨다. 홍콩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았던 그 감성을 넣어볼 예정이다.
‘라모레 매장이 화사하고, 오늘교복에서는 러블리였다면!’
세 번째 인생필름은 퇴폐 콘셉트다. 거리와 잘 맞아떨어지니까 더 잘됐군.
“왜 홍대가 아니고?”
건물 리스트를 한 번 더 훑던 백휘가 물었다. 마침 다이아수저의 후줄근한 건물 중 하나는 상수와 합정 사이에 하나 더 있었다.
홍대의 범위가 너무 넓어 일단 애매한 그곳도 홍대라고 부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어쩌면 대한민국의 모든 길은 홍대 아니면 ‘~리단길’로 불릴지도 모를 일이다.
“홍대는 이번 컨셉에 부족해.”
“필터는 흑백 말고도 만들 수 있어…. 컨셉 때문인 거면 내가 다른 건물에 맞춰 볼게.”
나는 잠시 덤덤하게 말하는 재언이를 짠한 눈으로 바라봤다. 얘가 초창기에 너무 갈려 나갔더니 이제 알아서 갈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니, 그건 아니야. 지금 완벽해.”
나는 재언이의 머리카락을 박박박 쓰다듬어 주었다. 재언이가 알아서 쓰다듬기 좋게 머리를 더 숙여줬다. 풍성한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에서 부드럽게 느껴졌다.
‘이 기특한 녀석….’
하지만 우린 이제 슬슬 놀고먹을 때라고, 갈아서 일할 때가 아니고.
“그럼 어떤 컨셉에 부족한데?”
거리 뷰로 을지로의 건물 사이를 바라보던 백휘가 물었다.
그래. 너도 이해가 안 가겠지. 다 쓰러져가는 건물에 입점하자니.
“유행을 우리가 선도했다는 인식. 그게 최종적인 컨셉이거든.”
나는 건강 달달잼을 압도적으로 이겨버릴 예정이다. 하지만 그거 하나로는 부족하다. 아마 곧 나타날 제2, 제3의 인생필름이 나타날 거다.
그래서 그 전에 제대로 쐐기를 박고 가야 한다. 이런 네 컷 사진은 이쪽이 제일 좋다는 인식!
이렇게 선점을 한 번 하면 다른 기계들이 길가에 많이 생겨도 자연스럽게 이쪽을 택할 테니까.
“그리고 일단 화제 되고 나면, 자연스럽게 평가도 더 좋아지지 않겠어? 뭐 예를 들자면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런 식으로.”
지금 인생필름에 컨택 오는 업체들은 세 자리 수가 훌쩍 넘어갔다. 라모레로 한 번, 오늘교복으로 두 번 대박을 터뜨린 인생필름은 이번 건으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
그간은 ‘이미 잘되고 있는’ 장소에 들여놓았지만, 허름한 건물에 놓는다면 이미지도 달라질 것이다.
잘되고 있는 곳에 인생필름이 들어간 게 아닌, 인생필름이 들어간 곳이 잘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말이지. 생각만 해도 뿌듯하군.
나는 웃으며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백휘와 재언이도 이제 다 이해했다는 듯이 웃었다.
“그럼 조만간 건물 사전 조사를 가 볼까!”
을지로의 카페를 둘러보며 상권 조사를 해 보자.
* * *
팀 최선은 을지로의 건물 앞에 도달했다. 꽤 넓었지만 오래전에 지은 티가 팍팍 나는 곳이었다.
‘미송빌딩’이라고 빛이 바랜 금빛 글자가 간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와. 진짜-”
“…바람 불면 간판 날아갈 것 같다.”
“하하, 아무리 그래도.”
휘잉-!
거센 바람이 불어 순식간에 글자가 떨어졌다. 미송빌딩에서 미소빌딩이 되었다.
“그…. 뜻이 생긴 것 같고 좋네.”
“음, 미소빌딩. 좋지.”
입을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는 윤슬의 옆에서 재언과 백휘가 필사적으로 무마했다.
건물의 계단은 높고 가팔랐고, 문은 옥색이었다. 손잡이 역시도 낡은 황동 빛이었지만 윤슬은 오히려 그걸 더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다.
“새 손잡이도 이런 색으로 하자. 근데 조금 더 슬림한 느낌으로!”
텅 빈 건물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윤슬은 행복해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냥 타일은 그렇지? 근데 카펫을 까는 게 나으려나. 아니면 이대로 가는 게 나으려나.”
불도 나가 들어오지 않는 콘크리트의 건물 안. 열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겨울 햇살이 유난히 맑게 윤슬을 비췄다.
“하하, 그렇게 좋아?”
“응. 어차피 스무 살 되면 사무실은 나가야 했잖아.”
“…그렇지.”
“근데 여기는 오래오래 우리 공간 할 수 있으니까. 너무 좋아.”
청소년 창업 사무실을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은 어디까지나 고등학교 재학 중에 한해서였다. 스무 살이 되면 셋은 짐을 빼고 다음 사람에게 비워줘야 했다. 둘은 윤슬이 그걸 신경 쓰고 있었다는 게 내심 기뻤다.
“당연히 나중엔 공간을 더 늘려야지.”
“그래…. 이걸로 만족할 거 아니지?”
윤슬은 둘을 바라보며 코가 찡해져 옴을 느꼈다. 처음엔 카페에서 시작해서, 작은 사무실, 그리고 이어서 건물까지. 그간 고생해왔던 게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엇췌에-!!!”
“아, 여기 지금 난방 안 되지.”
“이제 카페 가자….”
어쩐지 코가 많이 찡하더라니.
영하의 날씨에 난방이 되지 않는 건물에 너무 오래 있던 탓이었다. 빨간 코를 훌쩍인 윤슬을 데리고 셋은 을지로에서 지금 가장 힙한 카페로 발걸음을 돌렸다.
윤슬은 건물을 나오면서 한 번 뒤를 돌아봤다. 지금은 텅 비어 있지만, 조만간 사람들로 가득 찰 팀 최선의 첫 가게를.
“얼른 와.”
“감기 걸리겠다….”
“응! 갈게!”
윤슬은 웃으며 앞서 나간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
가슴이 벌써부터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