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75)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75화(175/405)
“여기 맞아…?”
“지도상으로는.”
셋은 꼬불꼬불한 을지로의 골목을 돌고 있었다. 평소라면 바로 길을 찾아갔을 세 사람이었다. 특히 백휘는 모르는 길이어도 굉장히 길을 잘 찾는 편이었다.
“나오지를 않네. 카페가. 훌쩍.”
목도리에 얼굴을 거의 다 파묻듯이 하고 두 사람을 따라가는 윤슬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춥고 목마르다. 어디라도 따뜻한 곳에 들어가고 싶었다.
프랜차이즈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던 찰나.
착착착착착착-!!!
“어?”
윤슬은 걷는 척하며 연사를 갈기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이 날씨에 저 옷차림. 분명했다.
“얘들아, 서봐.”
핸드폰을 들고 지도 앱을 바라보던 둘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윤슬은 조용히 손짓했다.
“저 사람들…. 힙스터야.”
“…햄스터?”
“아니, 햄 아니고 힙.”
이런 말을 난생처음 들어보는 재언은 그냥 눈만 깜박거렸다.
‘길을 걷는 내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힙스터라고 하나….’
그들은 웃지 않으면서 웃는 스킬까지 있었다.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웃을 일이 전혀 없는데 눈을 감거나 입을 가리며 세상 행복한 척 웃기까지 했다. 묘하게 입을 가리는 손에 각이 살아 있었다.
‘…아닌가? 소리 안 내고 웃는 사람을 힙스터라고 하나?’
재언은 조금 혼란스러웠다.
윤슬은 조용히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그래서 재언과 백휘도 윤슬을 따라갔다.
착착착착착-!!!
계속해서 사진을 찍으며 걸어가던 그들은 한 골목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사람 한 명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그 골목으로 들어갔다. 윤슬도 그들을 따라갔다. 재언도 빠르게 따라….
퍽-!
“재언아, 괜찮아?”
가지 못했다. 골목 사이에 어깨가 꼈다.
“몸을 틀어. 이렇게.”
뒤에서 재언을 빼내 준 백휘가 손수 몸을 돌려줬다. 두 사람은 옆으로 걸어 드디어 골목을 빠져나갔다.
“어디 갔지?!”
그러자 힙스터가 사라지고 막다른 골목이 나왔다. 윤슬은 범인을 놓친 형사처럼 중얼거렸다. 한번 주위를 훑은 백휘가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설마 저게 간판?”
전봇대 아래, 새끼손가락만 하게 입간판이 있었다. 철제로 된 그 입간판에는 카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COMME des]카페는 지하에 있었다.
* * *
갖은 고초를 겪고 카페 문을 연 그들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어두운 조명에 세련된 음악이 흘러나왔다. 아무렇게나 던져둔 듯한 테이블과 의자는 유난히 낮았다.
중간중간 소품으로 놓여 있는 장식품들은 아주 오래되어 보였다. 재언은 어색하게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스윽-
카운터에 있는 직원은 까만색 가죽 앞치마를 하고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쪽을 보지도 않고 인사 없이 메뉴판을 손으로 가리켰다.
[MENU]Espresso 5,0
Cafe Con Panna 5,5
Americano 6,0
윤슬이 가장 먼저 주문을 했다. 뒤에 ‘초코’라는 단어만 희미하게 들렸다.
“너무 피곤해서 단게 땡기네…. 그치 얘들아….”
“응, 나도. 전 콘파냐요. 뜨겁게요.”
이런 카페에 익숙하지 못한 재언과 달리 최백휘는 세련되게 주문했다. 재언은 잠시 메뉴판을 보다가 가장 멋져 보이는 걸 주문했다.
“저는…. 엠.에스.지.알. 하나요.”
“핫이요, 아이스요?”
“…핫이요.”
이런 카페에 익숙하지 않은 걸 윤슬이 눈치채지 못하길 바라며 재언은 자리로 돌아갔다. 어느 공사장에서 막 주워 온 것 같은 의자에 앉자 그보다 더 낮은 테이블에 다리가 걸렸다.
“재언이 미숫가루 좋아하는구나~”
윤슬은 자신도 그것과 고민하다 초코를 시켰다며 웃었다. 재언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미숫가루였구나….’
필기체로 M.S.G.R이라고 적혀 있길래 주문했을 뿐이었던 재언은 애써 티 내지 않았다. 저 멀리서 윤슬을 바라보던 직원이 에어드립으로 무언가를 보냈다.
“어? 이건 뭐야….”
어떤 링크였다. 클릭해 본 윤슬은 웃고 있던 얼굴을 굳혔다.
[Youstastory]공지
저희 COMME des에 방문할 시 게스트로서 지켜야 할 룰 리스트입니다.
1. 웃음 금지
타인의 웃음소리가 커피 감상에 네거티브 트랜스퍼를 전달합니다. 조용히, 지그시, 미소만 지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점처럼 올라와 있는 스토리를 본 윤슬은 웃음기를 쫙 뺐다.
“야, 어쩐지…. 힙스터들 아무도 안 웃고 있더라.”
우중충한 카페 조명에 맞춰 모두가 콘셉트를 잡고 있는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윤슬과 눈이 마주친 직원이 무표정으로 합장을 했다.
미소만 지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윤슬은 눈을 감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셋은 생각하는 의자에 앉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음료를 기다렸다. 아마 셋 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데에 왜 오는 거지, 다들….’
착착착착착-!
그때였다. 메뉴가 나와 사진을 찍고 있던 힙스터들에게 직원이 다가갔다.
“죄송하지만, 저희 카페에서 연사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COMME des만의 사진 한 장 한 장이 소중한 무드를 이해하지 못하셨으니 퇴장 처리 도와드리겠습니다.”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무표정으로 공지를 줄줄 외웠다. 세 사람을 카페에 인도해 준 길잡이와도 같은 힙스터가 쫓겨나자 어쩐지 윤슬은 마음이 아팠다.
“아, 그럼 나온 거 마시고 갈게요.”
“죄송하지만, 저희 카페에서 원샷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COMME des만의 커피 맛을 음미하는 무드를 이해하지 못하셨으니 빠른 퇴장 처리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죄송하지만, 저희 카페에서 ‘그런 게 어디 있어요’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길잡이 힙스터들은 쫓겨났다. 그때였다. 음산한 목소리로 메뉴의 완성을 알렸다.
“메뉴 나왔습니다.”
“내가 갈게.”
재언과 윤슬이 테이블을 바라보며 멍하게 있는 동안 백휘가 일어나 트레이를 가지고 왔다. 한 입 거리의 콘파냐, 마찬가지로 한 입 거리의 더티초코, 그리고 역시나 한 입 거리의 M.S.G.R가 테이블에 놓였다.
“…이건 아니야.”
보기 드물게 화가 난 표정의 재언이 말했다.
“그래, 아무리 봐도 양이 너무 적지. 그래도 이런 힙스터 카페 용량이 원래 이래.”
“…그게 아니야. 이렇게 더럽게….”
윤슬이 주문한 건 더티초코였다. 그릇 주변에 흘러넘치는 초콜릿과 코코아 가루, 그리고 삐죽삐죽 나와 있는 초코 시럽들을 바라보던 재언은 한계치에 다다랐다.
“이건 원래 더티초코를 주문한 거라 그래, 재언아.”
“왜 더러운 걸…? 아니야. 내가 새 거 사줄게. 깨끗한 거 먹어. 나가자.”
옆에서 태연하게 작은 에스프레소 잔을 들고 다리를 꼰 백휘가 말했다.
“나도 찬성. 보니까 여기 난방도 안 해놔서 들어온 게 소용이 없네.”
“뭐라고? 11월인데 난방을 안 해?”
“…윤슬이 너 지금 덜덜 떨고 있는 거 안 느껴져?”
“한 모금도 못 마셨는데 쫓겨날까 봐 몸이 자동으로 떨리는 건 줄 알았어.”
윤슬은 핸드폰 화면을 켜 공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Youstastory]공지
20. 난방 금지
커피의 오롯한 향, 쿨한 무드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저희 COMME des는 따로 난방을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흔하디 흔한 온도를 찾으시는 분들은 COMME des에 방문하지 않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미친, 진짜 난방 안 해놓네.”
그렇게 세 사람은 기껏 찾은 카페에서 나와 프랜차이즈로 들어왔다. 환한 조명과 신나는 음악, 그리고 무엇보다 온몸이 핫초코에 들어간 마시멜로처럼 스르르 녹는 난방까지!
“야, 이거지.”
“이제 드디어 콧물 안 흘리네.”
“여기가 히터 더 가까워, 이쪽 앉아….”
셋은 프랜차이즈의 존재 가치를 다시금 깨달았다. 아까 전과 다르게 깔끔한 머그잔을 양손으로 쥐고 있는 윤슬을 바라본 재언은 마음을 놓았다.
“근데 진짜 저런 카페가 잘 돼? 원두도 별로던데.”
“…맞아. 좋은 게 없었어. 다 별로야.”
웬만한 건 다 넘기는 재언이 이런 말을 했다는 건 정말 최악이라는 증거였다. 하지만 윤슬은 고개를 젓더니 SNS에 카페 이름을 검색했다.
“봐. 여기가 제일 핫한 데야, 요즘.”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다들 카페 인증 샷을 남겼다. 카페 사장의 SNS 팔로워 수도 제법 많았다.
“여기 근처 카페, 여기도 그렇고, 이쪽도 그렇고.”
인생필름이 곧 들어갈 건물에서 도보 5분, 10분 거리로 카페들이 모여 있었다. 마치 원형으로 둘러싼 듯이.
“우리 건물이 역에서 좀 떨어져 있긴 하지만 카페 가는 손님들이 들리기엔 충분하지.”
모두 유스타 태그가 기본적으로 1만 개가 넘는 곳들이었다.
“벌써 보인다! 잘될 게!!!”
뿌듯하게 껄껄 웃어 보인 윤슬은 무언가를 확인하고 몸이 굳었다.
“왜 그래, 아까 그 카페 공지 기억나서 그래…?”
“여기서는 안 그래도 되는데.”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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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 ] [ No ]」30일 안에 만 명에게 만족도 100퍼센트의 하트를 받으라는 미션이 떴다.
‘이게 가능하냐~!!!’
윤슬은 손에 쥐고 있던 핫초코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원샷 못 해서 많이 답답했나 봐….”
“흘렸네. 여기 냅킨.”
입가를 타고 흐르는 핫초코가 유난히 썼다.
* * *
“흐으음~. 아직도 안 읽네, 이상하다?”
루비는 윤슬의 SNS에 들어가 봤다. 스토리도, 피드도 감감무소식이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주 올렸는데~”
까득- 까득-
냉장고에 얼려 두었던 초콜릿 과자를 먹으면서 손에 녹은 초콜릿이 묻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손가락을 핥은 루비는 메일 알람에 눈을 빛냈다.
“왔다!”
기다리던 답장이었다. 루비가 노리는 두 마리의 월척 중 메일을 읽지 않은 윤슬이 아닌, 다른 하나.
[E-Mail] [re:젬스톤 엔터테이너먼트: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최고의 MCN, 젬스톤입니다.]하제인이었다.
“앗-싸-! 재밌겠다~”
앉아 있는 의자를 한 번 빙글 돌린 루비는 손에 들고 있던 초콜릿 과자를 쓰레기통에 버려 버렸다. 그리고는 무섭게 모니터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동그란 안경 너머로 섬뜩한 눈이 빛났다.
이제 그녀에게는 오로지 이 메일만이 중요했다.
“우리 제인이~한테는~ 또 어떤 인생을 만들어줄까?”
인플루언서 흥행 보증수표.
루비.
그녀의 주특기는 인물 브랜딩이었다.
그 어떤 거짓도 그녀의 손에 들어가면 진실과 과장, 웃음이 섞여 완벽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