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81)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81화(181/405)
윤슬은 새벽부터 일어나 을지로로 향했다. 오픈 시간까지 기다릴 수도 없었다. 밤새 뛰는 심장은 한시라도 빨리 가라는 듯 윤슬을 재촉했다.
세 사람은 차가운 새벽바람을 얼굴에 맞으며 빌딩에 도착했다.
“…어.”
“얘들아. 저거 혹시.”
“혹시가 아닌 것 같은데. 하하.”
미소빌딩이 되어 버린 미송빌딩 앞.
“언제 연대요?”
“몰라요. 공지 안 올라왔었어요.”
“이거 혹시 인생필름 줄이에요?”
“네, 저 뒤부터 있어요.”
인생필름 줄이 끝이 보이지 않았다.
* * *
미쳤다. 진짜 미쳤다. 진짜 완전 미쳤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저기요-. 새치기 하지 마세요-”
우리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뒤에서 새치기를 하는 줄 알았는지 큰 소리가 났다.
“새치기 아니고, 가게 오픈 저희가 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 말에 추위에 떨며 기다리던 사람들이 모두 기뻐했다.
“여기 지금 오픈해요?”
“저희 정식 오픈은 아홉 시인데요. 지금 점검하러 일찍 나온 거예요.”
현재 시각, 일곱 시 반. 아직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사람들은 조금 실망한 것 같았다.
“슬아.”
내 뒤에 있던 재언이가 속삭였다.
“점검 빨리 끝낼 수 있어. 십분 안에 끝내고 들여보낼게.”
그리고 빠르게 계단을 타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어느새 백휘는 줄의 마지막을 체크하러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위험해.’
여기는 골목이고, 이 근처는 공업사가 많아 차가 많이 지나다닌다.
나는 미리 입구에 준비해 놨던 태블릿을 켜고 소리쳤다.
“지금부터 인생필름 대기 시작합니다-! 앞에 분 선착순으로 30명은 먼저 입장하시고, 나머지는 여기에 핸드폰 번호 입력해주세요-! 순서 되면 카카오톡으로 안내 나갑니다-! 추우신데 주변에 들어가 계셨다가 와주세요-!”
그 말에 앞자리 사람들의 하트가 올라갔다.
「♥[100]%」
「만족도 100%의 하트 [3,037/10,000명]」
자신들은 바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에 쉽게 하트가 오르다니, 감동했나 보다.
인원수 체크를 마치고 온 백휘는 냉정히 계산했다.
“이대로면 10시에 못 닫아. 주말이라 사람들 더 몰릴 테니까 오늘 대기 시간 빨리 끊어야겠어.”
생각보다도 더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있던 것 같았다. 오픈런에 가까웠다. 다들 인생필름의 뉴 컬러를 먼저 SNS에 올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딱 봐도 힙스터들이었다.
“알았어. 여섯 시까지만 받고 그 뒤로는 예약 대기 닫아놔야겠다.”
우리가 입구에서 태블릿으로 예약 번호를 적는 사람들을 안내하는 동안 재언이는 모든 점검을 끝마쳤다.
“슬아, 끝.”
최종의 최종의 최종.
“그럼 이제.”
드디어.
“자! 인생필름 오픈입니다! 앞에 30분 매장 안으로 들어와 주세요!”
인생필름 오프라인 매장 오픈.
* * *
오늘 하루 유스타에서 가장 핫한 건 누가 뭐래도 인생필름이었다. 힙스터들 뿐만이 아니라 유행에 민감한 인싸들까지 모두 모였다.
힙스터들은 유스타에 이렇게 올린다.
[Youstagram]New♥
(인생필름 사진)
좋아요 7,682개
댓글 67개
-오늘도 인간꾸로미 등장ㅠㅠㅠㅠ 흑백 분위기 조졋다
-뭐야 인생필름? 이거 어디에요?
-정보좀 주세요ㅠㅠㅠㅠ
-타투 새로하셨네요! 근데 좀 유행탈 것 같기도…
정보 따윈 없다. 이래서 사람을 미치게 한다. 하지만 제품 브랜딩은 이쪽이 조금 더 낫다. 사람을 궁금하게 하니까.
따라 하고 싶고, 신비로운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
인싸는 이렇게 올린다.
[Youstastory]와 미쳣다 이게 다 줄이야?ㅠㅠㅠㅠㅠㅠ 이 사람들 다 모야 나도 오픈런햇는데~! (우는 사람 스티커)
우왕 입장 시작!!!! 얼른 들여보내조 (행복한 비명 지르는 사람 스티커)
세장 다 찍엇다 모가 제일 예뻐? (흑백, 레드, 그린 중 뭐가 낫냐는 투표 첨부)
스토리로도 쉼 없이 이야기를 한다. 이들은 정보가 많다 못해 흘러넘친다.
[Youstagram](인생필름 사진 맨 앞장) (닭한마리 사진) (코인노래방 사진)
을지로 3가에서 애들이랑 닭한마리 먹고 인생필름 조짐(´>∀<`)♡ 진짜 대기하다가 입돌아갈뻔했는데 그래도 추억이라네요~!!!
요즘 을지로 신기한거 많이 생겨서 조타
장소-을지로 3가에서
좋아요 3,682개
댓글 107개
-뭐야 나만빼고가ㅠㅠㅠ 나 데려가ㅠㅠㅠㅠ
˪죄삼다 죄삼다 담에 또찍어~!ㅋㅋㅋ
˪담주 주말 시간잇?
˪시간잇~!
-야 술 끊는다몈ㅋㅋㅋㅋ
이래서 사람을 부추기게 만든다. 제품 홍보는 이쪽이 조금 더 낫다. 태그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어?’하고 알게 된다.
즉,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힙스터 식 홍보를.
아직 ‘모르고’ 있는 사람들에겐 인싸식 홍보를 하는 게 잘 먹힌다.
원래 트렌드라는건 비주류에서 주류로. 힙스터에서 인싸로. 그다음은 젊은 층을 따라 하고 싶은 중년층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지금의 최고 화제성, 인생필름. 화제성에 비해 공급이 너무 없던 나머지 이 모든 층을 하나로 묶어 버렸다.
원래 너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 일반적인 공식이 먹히지 않는다.
그러니까, 유행의 흐름을 타지 않은 독자적인 노선을 새로 구축했다는 말이다.
* * *
지금 윤슬이 손 쓰지 않은 상태에서도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다.
[10대게시판/ 내 친구들 오늘 나빼고 인생필름 찍으러 간 듯…] [잡담게시판/ 인생필름 너네 취향은 머임? 난 개취로 오늘교복] [커플게시판/ 오늘교복에서 인생필름 찍었는데 을지로에서 또 찍자니까 남친이 화냄]제대로 된 공지 사항은 없지, 가장 먼저 인생필름을 도입한 라모레에 물어봐도 대답이 없지, 오늘교복의 서윤슬한테 물어보고 싶어도 SNS에 들어오지를 않았다.
유행인데, 정보가 없다?
답답함이 터져 목마른 이들끼리 우물을 파게 되어 있는 것이다. 거북이 삼총사의 SNS 금지령 덕에 반응은 더욱 폭발적으로 터져버렸다.
[정보게시판/ 지금까지 나온 인생필름 정보들! 필독]현재 매장:
1. 엘더아머 팝업X (여기 지금 그냥 카페임! 가서 문의해봤자 소용 없음)
2. 라모레 강남 (라몽드 팝업은 이제 끝났음)
3. 오늘교복 잠실
4. >>>을지로 3가 오프라인 매장 1호점<<
셋 다 예약대기 가능하고 컬러 다 다름
…
을지로 3가 오프매장이 제일 기계 많아서 여기로 가는게 나을 듯
심지어 정보글까지 떠돌기 시작했다. 무려 반나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 * *
“드디어 마감 한 시간 남았다….”
하루 종일 밀려드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윤슬은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안내했다.
「♥[100]%」
「만족도 100%의 하트 [3,927/10,000명]」
받은 하트는 천 개에 가깝다. 손님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왔지만 100%의 하트를 모두 채울 수는 없었다.
생각보다 더 많이 오는 손님 덕에 예약 대기를 더 빨리 마감했기 때문이다.
“고생했어, 슬아.”
“고생은 너네가 다 했지.”
“…아니야. 안 힘들어.”
셋은 파김치가 되어 여전히 서 있는 마지막 줄을 바라보았다.
“기분이 이상하다.”
“…나도.”
“음. 나도 그래.”
재언은 이 추위에도 줄을 서서 웃으며 기다리는 사람들을 눈에 담았다. 재언은 자신이 만든 것으로 저렇게까지 행복해하는 게 신기하고 기뻤다. 바로 앞에서 만나니 어플과는 또 달랐다.
백휘는 오늘 하루를 회상했다. 완벽한 일 처리였다. 성공적인 팀워크의 짜릿함이 몰려왔다. 운동을 그만두면서 두 번 다시 느낄 수 없을 거라 장담했던 기분을 다시 느꼈다.
윤슬은 자신이 끼친 사회의 영향에 대해 두근거렸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몰려오고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이제 마감!”
셋은 오늘 하루 떠들썩했던 인생필름 매장의 불을 껐다. 윤슬은 어두워진 매장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조금만 기다려. 엄마, 아빠.’
얼른 빚을 갚고 다시 돌아갈 생각에 마음이 불타는 것 같았다. 셋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다.
“다음 매장은 어디가 좋을 것 같아?”
“역시 유동 인구가 많은 쪽이겠지.”
“나는 지방도 좋을 것 같아….”
인생필름의 첫 스타트는 그 어떤 사업보다 성공적이었다.
* * *
「♥[100]%」
「만족도 100%의 하트 [9,999/10,000명]」
드디어 한 명이 남았다. 마지막 한 명!
아슬아슬했다. 미션이 끝나기까지 1시간이 남은 상태지만, 지금 마지막 손님에게 받을 테니까. 뭐, 괜찮겠지.
나는 벅찬 가슴을 잡고 마지막 손님을 맞았다.
“어서오세요. 대기 번호 보여주시겠어요?”
…어라. 근데 이 손님.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기도 하고.
“…….”
내 말에 대답 없이 핸드폰 화면을 흔들어 보인 남자의 얼굴이 어딘가 익숙했다.
“네-. 대기 번호 837번 손님. 입장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남자 손님은 내게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입장했다.
‘…기억났다!’
카페 COMME des의 사장이었다. 나에게 에어드립으로 공지를 보내 웃지 못하게 했던 그.
“왜 그래, 슬아?”
“갑자기 긴장을….”
몸이 덜덜 떨리는군. 저 사람이 과연 내게 하트 100%를 보여줄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역시 헐리웃 액션.’
다년간의 서비스직으로 짬이 있는 나다.
주위를 둘러보자. 저 사람을 만족시킬 만한 것이-!
저벅.
뭐야! 벌써 찍고 나왔어? 저 사람은 안에서 셀카 따위 찍지 않는군.
‘역시나. 하트 100%가 되지 않는다.’
나는 급한 대로 일단 눈에 보이는 것을 집었다. 그리고 평소처럼 인사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합장으로 그를 배웅했다.
“…….”
그 손님 역시 합장으로 화답해주었다. 나는 그 손님과 한 발자국 차이로 밖을 나섰다.
“슬아, 어디 가?”
“나 커피 마시러. 밖에.”
그리고 들으라는 듯 목소리를 더 크게 높였다.
“물론 커피는 좋은 원두를 선별해 드립으로 마시는 게 향과 맛, 둘 다 잡는 법이지만. 아쉬운 대로 차가운 밖에 나가서 커피를 음미하는 것이 제대로 된 방법 아니겠어?”
띵-!
「♥[100]%」
「만족도 100%의 하트 [10,000/10,000명]」
됐다.
드디어 마지막 손님에게까지 완벽한 하트 100%를 얻어냈다!
* * *
‘뭘 좀 아는군.’
어려 보이는데, 커피 맛을 제대로 알다니 된 사람이다. 안에 있는 오브제들이 제대로 된 빈티지 상점에서 산 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는 보통의 시시한 오브제였지만. 커피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또한 이유가 있었겠지.
‘나쁘지 않았어.’
흑백으로 mood를 제대로 잡았다.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하지만 너와 나 사이의 설명할 수 없는 선이 표현되어 있는 청춘의 한 자락을 담은 나의 셀프 포토.
타이머를 조작해 내 인생의 모든 선택을 내가 한다는 뜻까지 담다니.
‘97점.’
나머지 3점은 그 어떤 것에도 주지 않겠다. 모든 것은 불완전해야지 더 아름다운 법이니까.
완벽한데도 아름다운 것은 오로지 풍미 좋은 커피와 나의 복합 영혼 문화공간. cafe COMME des뿐.
[Youstagram]종료되는 순간의 끝이 어딘지를 아직은 모르겠어서.
좋아요 8,621개
댓글 30개
-사장님 오늘 공지사항 안올라왔는데 왜 카페 오픈이 안 되어있죠?ㅠㅠㅠㅠ
-카페 내일은 오픈 하시나요?
뭐 그렇게, 힙스터부터 인싸까지 모두 만족하는 인생필름 매장은 오픈하자마자 별다른 홍보비가 필요하지 않았다. 모두가 알아서 인생필름을 올렸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