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82)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82화(182/405)
분노는 다섯 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 부정
“사진 찍고 SNS에 올려서 꺅꺅대는 것보다 혁신적인 건강잼이 언론면에서도 낫다는 게 팩트. 사회적 이미지가 있잖아. 청소년 사업이라는.”
[MZ세대의 새로운 문화? 우리는 증명사진도 ‘내 멋대로’]증명사진이라고 하면 흔히들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다. 사진관에 가서 뒷배경을 하늘색으로 맞추어 어색한 미소를 짓는 것이다. 흔히들 증명사진에서 ‘살아남기’란 불가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지고는 했다.
(생략)
하지만 요즘, MZ세대라고 불리우는 1020들은 증명사진에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찾고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힙’하고 ‘핫’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가운데, 을지로 3가의 인생필름 오프라인 매장은 첫날부터 대기 인원만 천 명에 달하는…
(생략)
브런티. 트렌드 리포터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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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분노
“야, 솔직히 심사위원들 생각이 있으면 우리 주지 걔네 주겠냐? X발! 우리는 청소년 사업 면에서 이미지가 좋잖아. 이미지가. 건실하고 성실한!”
[텅 비었던 을지로가 ‘북적북적’ … 확 달라진 을지로 3가] [서울=태극일보] 박동진 기자―주변을 둘러보세요. 이게 을지로라면 믿어집니까?
자막: (을지로3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는 요즘 SNS에서 자주 보이는 장소 중 하나다.
상권이 활기를 띠며 을지로를 뜻하는 새로운 지명도 생길 지경이다. 이른바 ‘힙지로 (힙하다+을지로)’라 불리우는 을지로3가 일대는 원래 인쇄소와 정비소, 그리고 조명가게가 밀집한 곳이었다. 하지만 요즘 을지로 일대가 심상치 않다. 감성 카페부터 요즘 MZ세대를 대표하는 문화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생필름’ 오프라인 매장…
(생략)
한편 종로구 구청장 강만식과 문체부 장관 최강묵은 을지로 인생필름 매장에 방문해 MZ세대가 바라보는 을지로의 매력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
3단계. 타협
“그래도 우리 컨설턴트 선생님이 해줬던 말 기억하지? 어? 어차피 이런 건 다 자소서 싸움이야. 인생필름인지 뭔지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을걸? SNS에 정신 팔린 한심한 인생들이나 환장하는 거지.”
#건강달달이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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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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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우울
“…….”
5단계. 수용
[서울시 주관 청소년 사업 전시]약속의 그날, 그렇게 거북이 삼총사는 도살장에 가는 심정으로 아리아 아트센터에 들어갔다. 청소년 사업과 관련된 사진, 자료 등을 전시하는 1층짜리 갤러리는 참 넓기도 했다.
하지만 누군가를 피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좁았다.
“망한 게 팩트.”
“…방금 눈 마주친 거 같은데.”
“저쪽 보지 마.”
자꾸만 확실한 승리자의 눈빛을 하고 있는 윤슬과 눈이 마주쳤다. 심지어 윤슬은 같잖음과 비웃음을 한껏 담은 미소로 자꾸만 건강달달이쨈 앞을 런웨이 하듯 걸어다니고 있었다.
한쪽 벽면이 전부 인생필름과 관련된 자료로 들어찼다. 다른 사업 부문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심지어 이 아트센터 1층에도 인생필름 기계가 하나 놓여 있었다.
연말 전시를 기념해 팀 최선이 하나 기증한 것이었다.
“앞으로 쌈지길에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줬으면 해서요.”
물론 대외적인 이유는 이것이었다. 사회적 미소를 훌륭하게 장착한 윤슬을 모두가 기특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이유는 따로 있었다.
‘기 좀 죽어봐라, 이 새끼들….’
윤슬은 그간 인생필름 오프라인 매장이 확실하게 성공하기 전까지 사무실 로비에서 만났던 거북이 삼총사의 눈길을 기억해냈다.
뭐라도 되는 것처럼 우위를 점하고 낄낄대는 거북이 삼총사였다. 그들을 제대로 밟아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윤슬의 인생 첫 과감한 기부를 했다.
아마 다이아수저가 알았다면 기계 뜯는 놈 따로 있고 받는 놈 따로 있다며 목덜미를 잡았을 테지만 윤슬은 신경 쓰지 않았다.
“와, 이거 우리 사무실에서 냈던 거였어?”
“대박이다. 나 당연히 기업에서 했을 줄.”
거북이 삼총사를 스쳐 지나가는 다른 아이들도 모두 인생필름에 감탄하고 있었다. 다들 자신들의 사업 전시 부근만 보고 쌩 스쳐 지나갔다. 관심이 있는 건 인생필름 부스였을 뿐이지 남의 허접한 사업 전시가 아니었다.
“이거 내 친구들이 세 시간씩 웨이팅해서 찍었던 건데.”
“야, 한 번만 더 찍자!”
심지어 한 번만 찍지도 않고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찍고 있었다. 거북이 삼총사는 초라한 자신들의 건강달달이쨈 사진이 걸린 벽 한구석에 박혀 있었다.
“흐음, 흐으으음. 이걸로…. 하. 참나.”
여전히 윤슬은 그 벽 앞을 걸어 다녔다. 팔짱까지 낀 채로 가소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거북이 삼총사는 욱했지만 차마 이렇게 심사위원들이 가득한 장소에서 소리를 칠 수는 없었다. 다들 하나같이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인생필름 앞에 모여있었기 때문이다.
“이야!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창의력은 정말 못 따라가겠습니다!”
“이게 엠제트. 세대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지요?”
거북이 삼총사는 생애 최고의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저녁 다섯 시. 시상식이 시작되는 순간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어 아리아 아트센터를 뛰쳐 나가버렸다.
-대상은! 팀 최선!
저 멀리에서 박수치는 소리가 크게도 들렸다. 건강달달이쨈은 입선 목록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설계와 장난질에는 일가견이 있는 심사위원들 눈에 그들이 돈 주고 산 리뷰가 당연히 간파되었기도 했고, 들린 소식으로는 청소년 사무실 내에서 그들만큼 어른에게 버릇없게 군 팀이기도 했다.
원래 어른들이란 다 보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다 보기 마련이었다. 거북이 삼총사의 입시 컨설턴트 선생님이 가르쳐주지 않은 맹점이었다.
* * *
“야, 이거 가져갈 거냐?”
“몰라…. 걍 버려.”
“어차피 짐은 많으면 쓸데없는 게 대부분인 게 팩트….”
거북이 삼총사는 늦은 저녁 사무실로 들어와 짐을 쌌다. 박스 안에 차곡차곡 쌓아 넣는 건 짐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패배감과 열등감까지 함께 들어찼다.
이제 더 이상 그게 뭔데!!! 라고 우길 수조차 없었다. 눈앞에서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진 격차는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똑똑-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거북이 삼총사는 올 게 왔구나 싶어 문을 열었다.
“뭐야?”
윤슬은 한 손에 상장을 마패처럼 들고 입장했다.
“벌써부터 짐을 싸네?”
“하하, 그러게.”
“…손이 빠르네.”
윤슬과 백휘, 재언은 거북이 삼총사의 사무실을 휙 둘러보더니 한마디씩 했다. 그것에 울컥한 감정이 터진 거북이 1호는 소리를 질렀다.
“내기에서 졌으니까 짐 싸는 데 불만 있어?!!!”
그 말에 키 큰 두 녀석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더 이상은 두려울 것도 없었다.
‘어, 어차피 나가면 안 볼 건데 뭐!’
하지만 상장을 팔랑팔랑 흔들어 보인 윤슬은 뒤로 손을 내밀었다.
“백휘야, 계약서.”
“여기.”
파일에서 꺼낸 건 하나의 계약서였다. 지난달 그들이 직접 지장까지 찍어가며 약속했었던.
“물론, 사무실에서도 나가고 시키는 건 다 하라는. 그런 불평등한 조약을 너네가 먼저, 너네 입으로 얘기했지만….”
윤슬은 다이아수저가 봤으면 덜덜 떨다 못해 그날 밤 악몽으로도 꿨을 법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내가 마음이 약해서. 사무실 퇴출까지는 좀 그렇다고 생각해.”
휙!!!
묵묵히 짐을 마저 싸고 있던 거북이 2호와 거북이 3호의 고개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게, 그게 정말이야?”
“…마음이 약하다는 게 팩트?”
윤슬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약서를 가리켰다.
“아무래도 너네 아무런 상도 못 받았는데 사무실에서도 그냥 나가게 되면 자소서에 큰 타격이 있지 않겠어? 그렇잖아. 이룬 건 없는데 목표 달성 도중에 탈주라니…. 수시 면접에서 참 잘도 좋아하겠다. 그치? 자소서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고~. 너네 컨설턴트에 들인 비용만 해도 한두 푼 아닐 텐데.”
“어떻게 알았어? 한 시간에 48만 원. 예약금 따로였어.”
“그걸 말하면 어떡해!!!”
거북이 삼총사는 이제 자기들끼리 싸워댔다. 윤슬은 닥치라는 듯 박수를 세 번 크게 쳤다.
짝짝짝-
“자. 그럼 너네의 그 비싼 컨설턴트 비용도 아껴줄 겸 내가 자비를 한번 베풀어 보려고 해.”
방금 전까지 투닥대던 거북이 삼총사는 윤슬을 아련하게 바라봤다.
‘그래도….’
‘여기를 안 나가도 된다는 말이지?’
‘고3 때는 또 다른 방향으로 자소서를 꾸미면 돼!’
윤슬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해봐.”
그 말에 거북이 삼총사는 잠시 굳어있다 개미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더 크게!”
“죄송합니다….”
“어허! 목소리가 작다! 다시! 머리도 조아려!!!”
“죄송합니다!”
그제야 만족한 윤슬은 이제 싸놨던 짐을 다시 풀어도 된다는 듯 바닥에 있던 박스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이거 대충 풀어봐. 빨리.”
일단 사무실을 나가지 않아도 된다니 기뻤던 거북이 삼총사였다. 이유도 모르고 그들은 싸놨던 짐을 헐레벌떡 풀었다.
“그럼 그 박스 들고 따라와 봐.”
윤슬은 대장처럼 맨 앞에 서서 사무실을 나갔다. 그 뒤로 재언과 백휘가, 저 멀리 거북이 삼총사가 졸졸 따라갔다.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것도 사치라고 걸어 올라오게 한 윤슬은 자신의 사무실 문을 열었다.
“짠~!”
그리고 열린 팀 최선의 사무실은. 그야말로….
“에췌!!!”
시베리아와도 같았다. 지금은 12월 말, 한창 날씨가 미쳤다는 일기예보가 매일같이 나오고 있는 영하의 한겨울이었다.
거북이 삼총사는 덜덜 떨며 영문 모를 눈으로 윤슬을 바라봤다.
“청소해. 로커 옮겨가면서 먼지 싹 닦고. 아래 있는 이면지는 그 박스에 담아서 버려. 하라는거 다 한다고 너네가 그랬다?”
어느새 준비해 온 건지 백휘와 재언은 바닥싹싹과 고무장갑, 그리고 걸레까지 쥐어 주었다.
“문 중간에 닫으면 다시 처음부터야.”
“…먼지 날리니까 확실하게 문 열고 있어.”
정기적으로 대청소를 하는 팀 최선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나 바빴고, 일정상 하루를 통째로 뺄 수는 없었다. 최백휘는 자신 혼자서라도 청소를 하고 싶어서 손이 떨려올 지경까지 이르렀다. 얼마만큼 청소를 하고 싶었냐면, 새벽 네 시에 청소하는 꿈을 꾸다 벌떡 일어나 허탈감을 느끼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걸로 쓸었을 때, 먼지 묻어 있으면….”
새하얀 장갑을 손에 끼며 환하게 웃은 백휘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음산했다.
“너네 그 잼인지 뭔지 하는 사업은 출장 청소업체로 바꿔야 할 거야.”
휘이이이잉-!!!
백휘의 마지막 말과 함께 태풍 같은 바람이 불었다. 활짝 열린 창문 사이로 칼 같은 바람을 맞으며 거북이 삼총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검사는 내일한다! 이상! 파이팅~”
“잘하자. 하하.”
“…분리수거도 제대로….”
셋은 거북이 삼총사를 지나쳐서 자기들끼리 파티를 하러 가버렸다. 뒤풀이니 소고기니 하는 단어들이 복도를 울리며 멀어져갔다.
“…….”
“…….”
“…….”
거북이 삼총사는 눈물을 흘리며 팀 최선의 사무실 바닥을 걸레로 박박 닦아야만 했다. 한 달 전의 기고만장함은 먼지와 함께 쓸려나갔다.
* * *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깔끔하게 거북이들을 발라버린 후, 나는 다시 SNS에 들어갔다. 이제 드디어 금지 조항이 풀렸으니까!
“물론, 이것도 다시 체크해야지.”
나는 지난번 완료한 상태창을 바라봤다.
「▶System
【미션: 메인】
▶하트를 모으세요♥ I love it! 🙂
당신은 이제 트렌드를 굳건히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엔 당신의 이름이 하나 써진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앞다투어 몰려올지도 몰라요!
( 30 )일 안에 ( 10,000 )명에게 ( 100 )%의 만족이 담긴 하트를 모았습니다.
―성공적으로 진행이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이 수령됩니다.」
미션 완료로 새로운 아이템 슬롯이 오픈되었다.
“역대급이다.”
나는 포인트도 역대급이지만, 쓸모도 확실하게 놀라운 그 아이템을 바라봤다. 지금의 나에게, 아니 어쩌면.
“지금 인플루언서들에게 제일 필요한 아이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