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85)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85화(185/405)
대표는 침착한 척 윤슬의 맞은편에 앉았다.
“제가 저희 간판 에디터분이랑 꼬옥- 한번은 이런 자리 마련했어야 했는데. 그간 신경을 너무 못 썼죠?”
사회생활로 다져진 싸바싸바였다. 원래대로였다면 이미 몇 번은 만나서 잘 봐주십사 부탁을 해야 했던 터였다.
하지만 고등학생이라 그간은 정성을 덜 들이기도 했다. 어린 여자애니 케이크 몇 번, 선물 몇 번이면 되겠거니 안일하게 대해서 서운했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아시다시피 저희 회사가 규모에 비해서 직원이 조금, 하하하. 그래도 우리 에디터님들께 가는 수익이 더 크도록! 신경 쓰고 있으니까요. 예.”
윤슬은 대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으로는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엘더아머 아저씨보다는 말이 적네. 적당히 하고 집에 갈 수 있겠다.’
고3의 한 시간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었다. 윤슬은 원래 메일로 이야기를 나누고 끝내려 했지만 중대 사항이 있어 여기까지 발걸음했다.
“저희 계약서에서 더 추가하고 싶으신 부분? 뭐 그런 게 있으시면 바로! 저에게 말씀해주세요. 이 팀장!!! 이거 계약서 쓰기 전에 나한테 먼저 갖고 오라 했잖아요!!! 우리 친없못 에디터님 비율도 고치고! 어! 조건 맞춰봐야 한다고 몇 번 말했어!!!”
“…죄송합니다.”
그리고 키키 게스트 대표는 윤슬 앞에서 일종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나는 아랫사람을 이렇게 잡을 만큼 너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갑작스럽게 혼쭐나게 된 이 팀장은 조금 억울해 보였다.
‘나 잘했지?’
대표는 뿌듯함을 담아 윤슬을 바라봤지만 윤슬의 표정이 미묘했다. 보통 이럴 때 반응은 아래와 같이 나누어진다.
-헉…. 나를 위해…? 조금 뿌듯한걸….
은근한 자기과시형.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저 괜찮아요!
일단 나는 괜찮다는 천사형.
-진짜? 어디까지 고칠 수 있지?
일단 이득을 보겠다는 실속형.
‘…그런데 얘는 뭐지?’
윤슬은 지독한 과거의 망령을 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치 좋좋소에서 구르던 자기 자신을 대입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러면 작전을 바꿔서!’
대표는 또 윤슬의 앞에서 다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물론 우리 이 팀장이! 언제나 친없못 에디터님 칭찬을 하는 걸 내가 아니까! 알아서 잘했겠거니- 생각했는데!”
바로 띄워주기였다.
하지만 윤슬의 반응은 없었다. 반응이 없자 점점 대표는 많은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윤슬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신경 써 주신 건 감사한데, 그래도 저 재계약은 무리입니다.”
“대체 왜요…?”
같은 퍼포먼스로 조금 지친 팀장과 대표는 윤슬을 붙잡았다.
“저 고3이라서요. 시간도 없고.”
“대학에 진학하실 생각인가요? 친없못 에디터님은 정말 광고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십니다. 4년제 다니면서 뭐하러 등록금을 버리시나요. 바로! 실무에 투입되면 나중에 연봉도 배는 오르고 훨씬 좋을 텐데요.”
대표는 준비한 멘트로 윤슬을 설득하려 노력했다.
‘…한국대생 브이로그로 브랜디드 광고 하나 때리면 연봉만큼 벌겠다.’
하지만 윤슬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윤슬은 준비한 말을 드디어 꺼냈다.
“아니요. 그리고 저 키키 게스트는 탈퇴할 생각입니다.”
“탈…?”
“퇴…?”
그 말에 넌 무슨 재계약 협상할 때 탈퇴 얘기를 하니. 라는 듯한 표정으로 팀장과 대표는 윤슬을 바라보았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많은 팔로워를 두고 탈퇴? 탈퇴라고?
대표는 이해가 안 가 묻고 또 물었다. 윤슬은 세 번이나 같은 대답을 해줬다.
“지금까지 작성글 전부 삭제하고 탈퇴할 예정이라 오늘 얼굴 뵈러 온 겁니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 * *
광고 글은 하나하나 계약이 되어 있는 게 아니다. 영상 계약은 빼곡하게 따로 지켜야 할 사항이 있지만 그보다 돈이 덜 드는 글은 좀 느슨하거든. 적당히 넣어야 할 키워드만 넣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이게 허점이지.’
최소 6개월 게시 조항. 반대로 생각하면 6개월간 업로드되어 있는 상태이기만 하면 된다는 거다. 그 후에는 삭제해도 법적인 제재에 들어가지 않는다. 나는 이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6개월 전부터는 광고도 안 받았거든.’
한 번에 깔끔하게 싸악- 밀고 뜨려고.
“그, 그그그. 그런….”
내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대표와 팀장이 충격받은 얼굴을 했다. 그 6개월간 나는 글을 좀 뜸하게 올렸다.
하지만 내 이름값으로 여기저기 브랜드에서 받아오는 광고가 있으니 당장에 대표는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근데 저희 비밀 유지조항은 쭉 가는 거 아시죠?”
하지만 광고 비밀 유지조항은 단 6개월이 아니다. 발설 시 그에 준하는 법적 책임이 뒤따른다. 원한을 품은 대표나 팀장이 ‘친없못 이 자식은 사실 서윤슬입니다! 몸값이 얼마였냐면요!’라고 말하면 곧장 끝이다 이거다. 우리 서로 깔끔하게 입 다물자.
얼굴이 파랗게 질린 팀장과 대표에게 나는 마지막 선물을 했다.
“그래도 저희 그간 정이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화제성 한 번은 크게 만들어드리고 나갈게요.”
“어떻게…?”
그간 팔로워들한테 받은 게 있으니까 갚아야지.
물론, 키키 게스트 돈으로.
* * *
“그러니까, 구독자 이벤트 말씀이시죠?”
“네. 제 이름으로 들어오는 게 워낙 많으니까요. 지금 창고에도 쌓여 있죠?”
키키 게스트는 서서히 조회수가 떨어지고 있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카드뉴스 형식의 글을 읽는 사람이 많았기에 그나마 버티고 있었다.
슬슬 유스타로 진출까지 했지만 지금까지 이 친없못 페이지를 이길 만한 스타 에디터는 나오지 않았다.
친없못만이 답이다!
그래서 더욱 친없못에게 잘 보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윤슬이 먼저 나서서 구독자 이벤트를 열고 싶다고 말하니 안 해줄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이게 마지막이었다. 친없못 페이지의 이름값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그간 창고에 쌓아둔 친없못 선물이 워낙 많으니까. 그거면 되겠지.’
하지만 윤슬은 통이 컸다.
“흐음…. 이게 끝인가요?”
스케일이 달랐다는 말이다.
“저는 이왕 하는 거 좀 더 크게 하고 싶은데. 안 되면 어쩔 수 없죠.”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대표는 잠시 고민했다.
현재 친없못을 이길 스타 에디터, 있나?
없다.
앞으로 친없못을 이길 스타 에디터, 있나?
…없다.
지금 윤슬 아래에 있는 에디터들 중 팔로워가 높은 이들 대부분은 허수였다. 어플 삭제를 하고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의 수까지 많이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친없못은 달랐다.
“…하죠.”
“대표님!”
그래서 대표는 마지막으로 달달하게 버즈량이라도 뽑아먹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이디를 팔라고 설득해보기도 했지만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단호한 눈은 어떻게든 이 바닥 뜬다는 의지를 담고 있었다.
윤슬이 키키 게스트와 함께 해주는 건 이번이 끝이다. 사업가의 감이 왔다.
“잘 생각하셨어요. 평소 댓글을 많이 달아주셨고, 제보를 많이 해주셨던 분들 위주로 제가 따로 리스트를 뽑아 왔는데요.”
윤슬은 가방 안에서 준비한 태블릿을 꺼냈다. 일목요연하게 준비되어 있는 리스트를 본 대표는 놀랐다.
‘이거 대체 언제부터 준비한 거지!’
대표는 천천히 그 리스트를 읽어 보며 감탄했다. 윤슬은 준비해 온 것을 하나 더 꺼냈다.
“제 페이지 하나만 하는 것보다는 다른 브랜드들도 엮고, 에디터들도 엮어서 좀 더 크게 하는 게 좋으실 거예요. 아, 근데 제가 준비한 그 목록 분들한테는 꼭 드려야 해요. 제일 좋은 걸로 제일 많이.”
그건 바로 지금 추이가 좋은 에디터들과 키키 게스트 주 소비층에게 잘 먹히는 브랜드들이었다.
대표는 친없못 페이지의 마지막인 구독자 이벤트로 휴면 회원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겠다는 야망에 사로잡혔다.
“알겠습니다. 구독자 이벤트. 크게 하죠. 대신.”
* * *
나는 키키 게스트를 떠나기 전 마지막 공지를 올렸다.
[Good bye!] 친구 없어도 부를 수 있는 페이지친구 없으면 못 부르는 페이지가 끝납니다. 대신, 친구 없어도 부를 수 있는 페이지로 새롭게 돌아옵니다!
“스타트업 대표다워. 머리가 좋네.”
키키 게스트 대표는 글을 전부 삭제하고 탈퇴하는 대신,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고 나를 잡았다. 무슨 말을 해도 거절하려던 나조차 끄덕일 만큼 좋은 제안이었다.
“탈퇴라는 건. 친없못 페이지를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한다는 거죠?”
“네. 이유는 묻지 말아 주세요.”
“짐작은 갑니다. 하지만…. 비밀이 영원할 수는 없으니까요. 인터넷상에서라면 누가 말했는지도 모르고!”
“협박인가요?”
“아니아니! 전혀 아닙니다. 부탁이죠. 저희 오천 드리겠습니다. 대신, 이름을 좀 더 빌려주시면….”
“저 탈퇴한다니까요?”
대표는 그 짧은 시간에 생각해낸 것치고는 아주 좋은 대안을 내놓았다.
“아니죠! 저희가 새로운 페이지 이름을 만들겠습니다. 친구 없어도 부를 수 있는 페이지. 뭐 그런 걸로요. 커플 페이지로 애인 없으면 못 부르는 페이지로 또 하나 더 만들고. 그 대신에!”
“그 대신에?”
“친없못이 사실 한 사람이 아니고. 여러 팀이었다는 걸로 말하는 겁니다.”
“…엥?”
“그 여러 팀원들이 두 갈래로 나뉘게 되었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게 친없못 시즌 2와 애없못. 어떠세요?”
들어보니 아주 좋은 아이디어였다. 나중에 누군가가 ‘서윤슬이 친없못이래요!’라고 말해도 내가 큰 타격을 받지 않는 방향이었다.
-엥? 오피셜로 회사 팀이라고 떴는데…ㅋㅋ 걍 걔 유스타에서 키키게스트 광고받은걸로 착각하는거 아님?
바로 이렇게!
나는 대표의 아이디어에 놀랐지만 살짝은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왜냐면.
“오천…. 이요?”
더 줘.
“페이지 두 개를 만드신다면서…. 오천? 제 팔로워 수 보시면…. 음. 오천?”
그렇게 8천을 받고 친없못 이름값을 조각내어 팔았다.
친없못 시즌1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 * *
-헐 내 중딩때 추억이었는데ㅋㅋㅋㅋ
-난 한명이 다하는줄… 어쩐지 글이 너무 자주 올라오더라
˪한사람이서 다 쓸수는 없는 양이었음ㅠㅠㅋㅋㅋ 난 당연히 팀이라고 생각했어
<프로젝트 111> 시즌 2의 부흥은 시즌 1의 추억까지 이끌어 냈다. 그리고 시즌 1의 글이 자주 올라왔던 키키 게스트 친없못 페이지 역시 추억 열차의 한 부분을 맡았다.
-근데 의리 쩐다ㅋㅋ 친없못에 댓 자주 달았던 사람들 받은 선물 봐
-이럴줄 알았으면 탈퇴하지 말걸..ㅠㅠ
-친없못 시즌2 페이지 팔로우하면 지금 또 이벤트 열었음!ㅋㅋ달려
‘버즈량 좋고. 여기서 끝이 아니지.’
윤슬은 인튜브 계정을 보면서 미소 지었다. 팔천만 원의 세금은 저쪽에서 뗀다 해서 인심을 더 썼다.
[Intube] [애인 없으면 못 부르는 페이지!]애인과 관련된 사연들. 속 답답~터지는 이야기들부터 친구들에게는 차마 하지 못했던 고민상담까지! 모두 털어놔봐♥
바로 회귀 전 안정적인 조회수와 구독자수를 자랑했던 콘텐츠를 하나 던져줬다.
바로 연애 상담이었다. 애인 없으면 못 부르는 페이지를 친없못 시즌 2로 만든다는 말에서 번뜩 생각난 것이었다.
‘그동안 신세 진 건 사실이고.’
이렇게 앞으로 친없못 시즌 2가 커질수록 시즌 1은 저 멀리 묻히게 될 것이었다. 윤슬이 바라던 바였다.
윤슬은 기지개를 켰다. 이제 진짜 고3이니까. 공부에만 집중해 볼까.
[언제까지 ‘인생필름’만 찍을래? 새롭게 보이는 ‘하루네컷’…]하지만 이번에는 인생필름이 파쿠리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