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87)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87화(187/405)
크리에이터 박은 테일러 숍에서 온 연락을 받고 곧장 이태원으로 달려갔다. 매일매일 유스타에 #하루네컷 태그를 검색하는 재미에 푹 빠져버려서 살이 좀 빠진 상태였다.
‘어쩌면 품을 추가로 줄여야 할지도.’
크리에이터 박은 이렇게 슬림한 상태를 유지해야 나중에 인터뷰를 할 때 더 잘 나올 거라며 푸석해진 피부를 쓸었다.
매일매일 손님 수를 체크했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하루네컷 언급을 체크하다 보니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불렀다.
“어, 형님-!”
“그래. 나 왔다.”
수염이 멋들어진 테일러 숍의 사장은 크리에이터 박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사실 사업을 한번 시작할 때마다 슈트를 맞추러 왔던지라 벌써 11번째 방문이었기 때문이다.
“축하드려요. 이번 사업은 정말 대박치셨던데?”
이번 사업‘은’.
말에 좀 뼈가 있었다. 크리에이터 박은 버럭 화를 내려다가 참았다.
‘아냐. 성공한 사업가는 이런 사소한 일로 화내지 않아….’
테일러 숍 사장에게 여유롭게 윙크한 뒤 그는 맞춤 슈트를 입어보았다. 역시 품이 좀 남았다. 크리에이터 박은 품 수선을 추가로 요구했다.
“역시 형님! 요즘 바쁘셔서 살 많이 빠지셨구나?”
“뭐, 크흠. 그렇지.”
“매장 진짜 수 대박 폭발적으로 늘어났던데요. 요 근처에도 하나 생기고.”
“요 근처…?”
크리에이터 박은 잠시 굳었다.
‘그새 하루네컷을 누가 파쿠리쳤나?!’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테일러 숍 사장은 그것도 모르고 나름대로 신경 쓴 칭찬을 줄줄 늘어놓았다.
“요즘 제 친구들도 막 출근룩으로 그런 거 찍어서 매일 올리고 그러더라고요. 요즘엔 색상도 매장마다 따로 정해져 있지가 않던데? 사실 저도 몇 번 찍어봤거든요. 저희 형이 그 엘더아머. 아시죠? 엘더아머 홍보담당자라. 강남 오프라인 매장에 저녁때 가서 찍었었어요. 그때도 형님이 콜라보 진행하신 거죠?”
“…엘더아머?”
“네에! 막 연예인도 찍고 그랬잖아요. 하진인가 뭔가. 실물 보니까 진짜 잘생기긴 했대요.”
“…그거 인생필름 아니야?”
“형님도 그런 거 하는 거 아니에요?”
순수하게 멕이는 테일러 숍의 사장에게 크리에이터 박은 소리를 질렀다.
“난 하루네컷이야!!!”
“아, 깜짝이야. 네 컷 사진이라길래 전 당연히 인생필름인 줄. 하루네컷은 또 뭐예요?”
크리에이터 박은 참을 수 없었다. 테일러 숍 근처에 있다던 그 인생필름 사진으로 달려갔다.
“…이게 뭐야?”
인생필름 매장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근처에는 이태원과 한강진의 감성을 몰고 다니는 인플루언서들이 스토리에 사진을 올리고 있었다.
“두 번째 매장…인 건가…?”
크리에이터 박은 멍하게 홍대입구, 아니. 홍대 저멀리역으로 향했다. 자신의 가게를 봐야 마음의 안정이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크리에이터 박은 확연히 줄어든 손님에 입을 벌렸다.
[인생필름 OPEN!]심지어 자신의 가게 맞은편에 그 지긋지긋한 인생필름 가게가 새롭게 오픈을 알리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함을 지르는 크리에이터 박은 옆을 지나가는 남자를 강하게 쳐버렸다.
“…….”
사과조차 없는 크리에이터 박을 찌푸리며 바라본 그 남자는 합장을 하고 다시 걸어갔다. 그의 손에서 무언가가 찢겨 나갔다.
[Youstagram]New도, wave도 아닌 그저 아류작에 불과한
(하루네컷 사진. 하지만 표정을 모두 동일하게 굳히고 네 컷을 찍어서 이 기계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무표정하게 주장하고 있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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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오늘 마감된건가요?ㅠㅠ 커피마시러 갔는데 마감 시간보다 더 빨리 닫혀있어서요…
-여덟시 마감인데 네시에 문닫으면 어케요ㅜ
-게릴라 오픈 언제쯤 끝나나요… 이제 마감도 게릴라여
* * *
인생필름은 이태원에, 성수에, 압구정 로데오에, 홍대입구에, 석촌에, 건대 입구에 속속들이 생겨났다. 컬러가 다양해지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찍기 시작했다.
“윤슬아. 뭐 봐?”
“나? 그냥… 들어올 돈 계산기….”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계산기를 두드리며 행복하게 웃었다. 다른 친구들도 모두 핸드폰을 보며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너네 또 프젝 봐?”
“윤슬아. 그거 알아?”
“뭘…?”
“기계는 같은 화면을 너무 오래 띄워두면 나중에 그게 아예 자국으로 남는 거. 나도 우리 주한이를 오래 보면서 각막에 새겨 둘 거야. 자국처럼.”
이렇게 무서운 소리까지 하면서….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하던 시험 공부에 매진했다. 이제 곧 중간고사인데 전혀 시험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이번 미션은 날로 먹는다, 진짜.’
공부를 하다가도 누군가가 <프로젝트 111>의 주제곡을 흥얼대면 다들 따라서 중얼거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무서운 중독성이었다. ‘주의 자비가 내려와’보다 더 큰 떼창을 일으켰다.
그 가운데서 오직 나만 공부에 집중했다.
‘이제 돈 걱정도 줄었고.’
키키 게스트에 시간을 뺏기지 않아도 된다. 팔로워를 늘리려고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된다.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 돈 벌려고 커피를 들이켜지 않아도 된다.
‘작년 이맘때는 사무실 얻겠다고 나름 고생 좀 했는데.’
갑자기 인생 난이도가 내려간 기분이 드는군.
나는 다 푼 문제집을 채점했다. 모두 안정적인 일 등급 성적이었다. 기껏해야 두어 개를 틀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게 이주 뒤.
* * *
“다들 성적표 받아가라, 그리고 이제 진학 상담 시작하니까는~. 준비하고. 다들 성적 많~이들 떨어졌다. 보고 프젝이고 뭐고 다 끊어라, 진짜 느이 재수열차 타는 거 농담 아이다.”
중간고사 성적표가 나왔다.
“이 와중에 우리 반에 전교 일 등 나왔다. 다들 정신 차리자 아기들아~”
대박이다. 박소희 프젝을 그렇게 보면서 전교 일등을 한다고?
“쌤! 일등 누구예요?”
“다들 대~충 짐작하고 있지 않냐. 서윤슬, 성적표 받아가라.”
나도 성적 좀 괜찮게 나온 것 같은데…. 소희 앞에선 별거 아니군.
나는 성적표를 받으러 앞으로 나갔다.
“그럼 다들 박수!!!”
…어라.
“인마 내가 한 건 할 줄 아라따 니는!”
…어어어???
“서윤슬 미쳤다!!!”
“야 난 박소희인줄 알았어!”
“유일한 프젝 보이콧…. 성공했구나….”
교실이 떠나가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멍하니 성적표를 들고 있는 내 머리를 소엽 쌤이 거칠게 쓰다듬으셨다. 나는 성적표를 바라봤다.
[서윤슬국어 (1) 영어 (1) 수학 (1)…]
모든 과목 옆에 숫자 1이 적혀 있었다.
* * *
[Youstagram]말도 안돼… 。゚(゚´∨`゚)゚。 이 영광을 저의 과외선생님 두 분께 바칩니다
다들 잘했다고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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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이사람봐ㅋㅋㅋㅋ 나는 나가 죽어야겠다.. @정민주
˪아니 어케하는거임; 전교 1등 미쳤다
-잘했다 잘했어~! 서윤슬 최고얌 «٩(*´∀`*)۶»
-혹시 전교생이 한명이니 윤슬아? 재겨미 조금 당황스럽네;;
˪차단합니다
사진을 두 번 눌러 좋아요를 누른 사람은 시계를 바라봤다. 이제 약속 시간 십삼 분 전.
“후우음-. 얘도 지각하려나?”
바스락-
익숙한 손길로 초콜릿을 까먹는 그녀는 퇴근 생각 따위는 전혀 없어 보였다. 심지어 지금은 주말이었다. 텅텅 빈 사무실에서 혼자 컴퓨터를 켜고 업무에 집중하는 루비는 울리는 초인종에 씨익 미소 지었다.
“약속 시간 십 분 전 도착~. 이것부터 마음에 들어. 합격!”
로비 문을 열자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흐트러지지 않은, 곧은 걸음걸이의 규칙적인 소리가 마음의 안정감을 줬다.
“어서 와요!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안녕하세요.”
“실물이 훨씬 예쁘네? 앉아요. 뭐 마실래~?”
인사하느라 흘러내린 긴 갈색 머리카락을 넘기며 손님은 자리에 사뿐히 앉았다. 가정교육이 엄했던 것처럼 허리를 세우고 앉아 있는 제인의 앞으로 휘핑크림을 가득 얹은 초코 프라페를 내려놓은 루비는 들떠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보는구나.”
“전 단 거 좋아하지 않아서.”
“엣! 왜? 단 걸 먹어야 머리가 돌아가는뎅. 그럼 내가 마실게요.”
제인의 앞에 있는 프라페를 냉큼 가져간 루비는 느긋한 눈으로 감상에 들어갔다.
‘지금 몸에 걸친 건 못 해도 삼 천….’
로고가 언뜻 보이는 원피스, 디자인만 봐도 알 수 있는 브랜드의 백, 웨이팅을 걸어야지만 살 수 있는 시계, 귀걸이와 목걸이도 모두 고가의 제품이었다.
‘돈으로는 회유가 안 되겠넹~’
루비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제인은 티 내지 않았지만 지루해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다음 말을 하자 눈빛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그래서 난 서윤슬?보다는 우리 하제인 씨가 훨씬 마음에 들어요. 나뿐만이 아니라 이건, 둘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거야!”
바로 서윤슬이었다.
루비는 윤슬과 제인에 관련한 모든 정보를 거의 꿰다시피 외우고 있었다. 같은 중학교, 겹치는 몇 친구, 그중에서 사건이 일어났던 고은하, 고은하를 티 나지 않게 태그해 올려주었던 제인. 대충 종합해 보면 둘은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은 듯했다.
‘일단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절반은 끝났지~’
젬스톤 MCN은 지난번 커뮤니티 작업을 친 다음 제인에게 다시 메일을 보냈다.
[E-Mail] [첨부 파일: 브랜디드 방향성에 관하여…xlsx]메일을 읽은 제인은 몇 번을 더 연락한 뒤에야 미팅을 승낙했다. 아래에 써져 있는 루비의 개인 번호로 따로 연락한 제인은 하나의 요구를 했다.
[사람들이 많이 없는 시간에 뵙고 싶어요. 되도록 주말 저녁. 괜찮나요?]루비는 이 짧은 문장 하나에서도 인간을 파악하는 게 가능한 사람이었다.
‘사람들 입에 사소한 일로 오르내리는 거 싫어하고, 원치 않는 관심 받는 거 싫어하고. 오케이. 역시 완벽주의.’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제인이었다.
하지만 루비는 알았다. 그 무심하지만 완벽한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몇 번의 셔터를 눌러야 하는지.
제인은 사진을 자주 올리지 않는 편이었지만 올리는 사진마다 지나치게 완벽했다.
‘오늘 제인이 꼭 우리 소속으로 만들어야지!’
오랜 시간 SNS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감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