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88)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88화(188/405)
루비는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는 제인을 보며 칭찬을 들이부었다. 제인의 대략적인 정보값이 눈앞에 보였다.
진짜 이 자리에 오는 게 별 게 아니었으면, 전문가의 손길이 묻어 있는 헤어와 메이크업 따위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인은 자신에게까지 완벽해 보이고자 하고 있었다.
“저희는 그런! 제인님을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물론 아직 저희 소속은 아니지만요. 크게 활동하지도 않은데 제인님이 왜 그렇게 팔로워가 많겠어요?”
“…….”
“그건 사람들이 알아보기 때문이에요! 사랑받아 마땅할 사람을.”
루비는 제인의 강박에 가까운 완벽주의를 완벽히 이해했다. 그리고 방금 하나를 더 파악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도! 저희는 사랑받게 해드릴 거예요. 누구보다 더.”
그 말에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제인에게 찰나의 순간으로.
애정결핍을 추가했다.
“저희가 준비한 제인님의 프로젝트 잠깐 보여드릴게요.”
드디어 계단 하나를 밟았다.
이제 곧 루비는 자신이 준비한 무대에 제인이 오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 * *
팀 최선은 오늘도 거북이 삼총사가 내려준 커피를 마시면서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일단 셋 다 성적이 전교권인데다가 불안함이라고는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청소년 창업] [서울시 문화 선도] [소자본 창업] [종로구 청소년 아이디어]사무실 책장에 열을 맞춰 둔 수많은 상장과 트로피들이 햇빛을 받아 더욱 반짝였다.
“근데 너네 진짜 수시로 안 가? 정시 끝까지 밀 거야?”
윤슬은 트로피를 바라보며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수시로 가면 입시비리거든.’
‘수시…. 굳이.’
두 사람은 그냥 커피를 마시면서 웃어 보였다. 쉬운 길을 내버려 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가겠다는 둘을 앞에 둔 윤슬만 답답할 뿐이었다.
“그래. 이게 바로 패기라는건가…?”
윤슬은 전교 1등을 딱 한 번 해본 자신과는 다르게 밥 먹듯이 성적표에 1을 쓰는 둘이라는 것에 살짝 소외감을 느꼈다.
“이제 시작할까.”
백휘는 다 마신 커피잔을 내려놓고 노트북을 열었다. 입시 요강이 상세하게 정리된 파일이었다. 남은 학기 동안 윤슬의 커리큘럼은 물론이고 수시 원서를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근데 너네는 대학 어디 목표야? 역시 한국대?”
윤슬은 파일을 보면서 눈을 빛냈다.
‘아니.’
‘너 가는 데….’
딱히 대답을 바란 건 아니었는지 윤슬은 뺨을 붉히며 신이 나서 조잘거렸다.
“난 나름 안정으로 인서울 중위권은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아무래도 수시니까. 최저만 잘 맞추면…. 그래서 하나는 중위권으로 넣을 거고. 나머지 하나는~”
윤슬이 말하는 대학 목록은 재언과 백휘의 입시 장바구니에 잘 담겼다.
‘그럼 나도 일단은.’
‘중위권이랑, 하나 더….’
말할까 말까 고민하던 윤슬은 큰마음을 먹었다는 듯이 당당히 외쳤다.
“한국대!”
그 말은 자신에게 하는 다짐 같기도 했다.
“난 사실 예전부터 한국대 가고 싶었어. 성적 때문에 너네 앞에서 말을 못 하긴 했는데…. 너넨 진짜 한국대 갈 수 있는 성적이니까.”
쑥스럽다는 듯이 헤헤 웃는 윤슬의 얼굴을 보며 두 사람의 입시 장바구니에는 특별히 별표가 붙었다.
[한국대★필수]“근데 이제 나도 아슬아슬하게 될지도 몰라. 그간 받아온 상들도 있고, 성적 계속 무난했다가 이번에는…. 으흠. 전교 일등이고.”
전교 일등이라는 말에 강렬한 자부심이 묻어 나왔다. 티 내지 않으려 해도 윤슬의 입꼬리가 저 하늘로 올라가 있었다.
“물론 너네 덕분이지만!”
“우리 너무 띄워주는데.”
“슬이, 네가 열심히 했지….”
너희 덕분이라는 말을 백 번도 더 한 윤슬이었다. 윤슬은 또 자신의 성적표를 떠올리는 듯 밝게 웃다 말했다.
“우리 셋 다 꼭 같은 대학 가자!”
재언과 백휘가 갈 수 있는 대학이면 무조건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학이라 더더욱 열의를 보이는 윤슬이었다.
셋은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사무실에서 같은 생각을 했다. 한국대, 오직 그것만이 목표가 되었다.
“근데 너네 과는 어디로 할 거야?”
* * *
전교 1등 성적표는 모서리 끝이 닳았다.
엄마한테, 할머니한테, 그리고 편지로 아빠한테 보냈거든.
드디어 아빠의 카톡 프로필 사진이 알파카 같은 어색한 기사 사진에서 벗어나 내 성적표로 바뀌었다.
(윤슬이의 전교 1등 성적표)
서충남: 내 꿈이자 자랑^^
좀 쑥스럽군. 하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그놈의 박동진 기자 사진. 마음 같아서는 분서갱유라도 저지르고 싶다.
“윤슬아, 너 들어가래~”
“땡큐.”
나는 소엽 쌤과 진학 상담을 시작했다.
이전에도 이런 상담을 한 적이 있었지. 그때는 내 생일 기념 서프라이즈 연극이었다면 이번에는 진짜였다.
“그래. 우리 윤슬이~. 니는 걱정이 없지.”
컴퓨터에 있는 자료를 한번 쓱 훑은 소엽 쌤은 인자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거리셨다.
“과는 정했고?”
“네. 과 정했어요. 저는 언론 가려고요.”
“그래, 잘 생각했다. 대학은?”
나는 소엽 쌤의 질문에 쿵쾅대는 심장을 느꼈다. 내가 이 대학을 입에 올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한국대요.”
반드시 합격한다.
한국대 키워드로 인튜브 데뷔를 제대로 해 볼 작정이거든.
* * *
한편 입시 상담은 경하고와 서기고에서도 진행되고 있었다. 대학 프리패스권을 가지고 있는 백휘의 입시상담은 듣는 귀가 유달리 많았다.
“저는….”
백휘가 입을 열자 주변에서 숨 들이켜는 소리가 연이어 났다.
“한국대….”
다들 다음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미친 주목도에 익숙한 최백휘는 잠시 뜸 들이고는 입을 열었다.
“경제학부 희망합니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대체 왜!”
“정치외교 왜 안 가!”
“앞에 탄탄대로가 따아악~! 깔려있는데!!!”
자기 일처럼 미치려고 하는 선생님들을 대엽 쌤이 진정시켰다.
“아니, 자기반 애들 다 냅뚜고! 와! 우리 배키한테 그라는데!!! 한국대생인 것만 해도 나는 업고 다니겠다!!! 시끄러버요!!!”
얼굴이 시뻘게져서 주변 선생님한테 시끄럽다고 하는 대엽 쌤은 가장 목소리가 컸다.
이 상황은 재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의대 왜 안 가는데!!! 뭔 공대야 재언아!!!”
“나는 쟤가 끝까지 유학 안 가는 게 더 신기한데요….”
“교장 선생님이 벌써 플래카드 종류별로 제작하고 계시던데. 한국대 공대가 그 안에 드가 있었나?”
“있을 리 없죠. 버클리 음대도 만들려고 하다가 간신히 참던데요.”
한국대 의대도 문 부수고 들어갈 수 있는 재언이 공대에 진학하겠다 하자 교무실이 난리가 났다.
“재언아.”
“…네.”
“마음 확고하냐.”
“네.”
“그럼 됐다. 가라.”
중엽 쌤은 그런 재언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입시 상담서에 써 있는 두 사람의 진학 이유는 더할 나위 없이 확고했다. 담임이 설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희망 과와 이유: 공대. 현재 창업한 브랜드 가치를 위해] [희망 과와 이유: 경제. 현재 창업한 브랜드 경영을 위해]그렇게 세 사람의 본격적인 고3 생활이 시작되었다.
* * *
[윤슬이의 일기]5월 1일
고3 너무 빨리 지나간다. 나중에 브이로그에서 슬쩍 비추기 위해 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뭐 나름 힘들었던 나의 시간들… 기록해봐야지. 좋은 소재감이다.
5월 20일
졸업사진을 찍었다. 졸업사진 망할까 봐 이번엔 아껴뒀던 아이템을 사용했다.
[보상: 모두의 좋아요를 받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소원석 획득!]♣‘하나, 둘, 셋, 스마일-!’ 소원석 (등급 하)
이거 써서 그런지 좀 잘 나온 것 같다. 프젝 보는 애들이 자꾸 스케치북에 누구누구 데뷔해 적어서 같이 찍었다.
소엽 쌤 위장약 먹는 거 봤다.
6월 1일
스타일 슈어 팔로워가 애매하게 안 는다. 유스타 부계정 만들길 잘했다. 커뮤니티에 미쳐버린 고3 일상으로 내 슬라임 영상 떠돌아다닌다. 미칠 거 같긴 한디 그거 작년인데요.
6월 18일
6교시에 학교 에어컨 고장났다 학교 부숴버려 미친 거 아니냐
6월 19일
학교 에어컨 고장났다고 동아리 시간에 하진이 아이스크림 보내줬다. 2학년 애들이 하경이한테, 오빠 뭐 하는 분이냐고 물었는데 하경이가 지금은 집에서 논다고 했다…. 분위기 좀 숙연해졌다.
애들이 아닌 척, 사람이 잠시 쉴 때도 있는 거라고 하경을 위로해줬다. 근데 하경이가 우리 오빠 올해 초부터 일 끊겼대서 더더욱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거 아닌데…
병크멤들 때문에 잠깐 몸 사리는건데… 나도 모르는 척 그냥 아이스크림 먹었다.
6월 20일
애들이랑 학교에서 오레오 빙수 해 먹었다. 맛있었다. 소엽 쌤은 여전히 위장약 드시고 계셔서 같이 못 먹었다. 에어컨 언제고쳐 미친학교
7월 3일
기말고사 끝났다. 문제 딱 하나 틀렸다.
7월 10일
성적표 나온 기념으로 재언이랑 백휘랑 같이 빙수 먹었다. 맛있었다. 1학기 전부 내가 전교 1등 먹었다. 이번에는 할머니가 성적표를 코팅하셨다.
7월 14일
상태창 개새끼가 고3인데 미쳤나 미션을 내고 자빠졌어 ㅅㅂ죽여버려 좀 잘된다 싶었더니
7월 15일
하지만 이럴 때를 대비해 틴톡을 아껴뒀지ㅋㅋ 옛날에 찍어둔 슬라임 영상 유스타에 그대로 업로드했다. 내 얼굴 나오니까 카운트도 되고 이대로 미션 클리어 할 수 있겠다.
내가 나온 영상에 좋아요 77만개 받으라고 했을 때 나 진짜 욕 여기까지 나왔다…
유스타 부계 하나 더 파서 서윤슬 일상계로 하나 더 굴려야겠다. 무슨 미션 낼지 몰라서 더욱 만반의 준비를 해야지.
7월 18일
스타일슈어 187,400
유스타 445,123
에이스북 153,765
틴톡 210,345
총합 996,633 팔로워 모았다. 곧 100만 팔로워 되는데 이번에도 제비 나오지 않을까 싶다.
제발 수능 전에 나와라 제발 수능 전에 나와라
스타일 슈어가 점점 이벤트를 안 해서 그런가 팔로워가 동결된 기분이 든다. 원래 여름방학 시즌이라고 이벤트 많이 했었는데 이제 몇 개 안 한다. 이제 좀 자리 잡았다 이건가.
8월 1일
다이아수저가 사무실에 이상한 건강 주스를 보냈다. 미치겠네. 재언이 몰래 주스 버리려고 하다 적발된 뒤로 억지로 마셔야만 했는데 더 늘어나 버렸다… 양배추사과도라지즙은 도저히 못 먹겠다.
근데 다이아수저가 스타일 슈어 판매량이 잘 나가고 있다고 하더라. 이래서 이벤트를 줄인 거로군. 돈 좀 풀어서 새 유저도 끌어오고 해야지 내 팔로워도 늘지 게으른 것들 같으니.
8월 26일
백휘 생일~! 곧 수시 원서 접수 기간이라 원서 얘기했다.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해줘서 좀 고마웠다. 얘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진짜 잘할 수 있을 거 같다.
9월 8일
수시 원서 접수 기간이다. 오랜만에 밤새니까 적응이 좀 힘드네…
9월 15일
원서 접수 끝났다. 그리고 미션도 클리어! 슬라임 영상 중에 하나가 알고리즘을 제대로 탔다. 슬라임 계정은 아직 3만 팔로워가 안 된다. 그래도 팔로워 대비 좋아요와 뷰 수가 높으니까 나쁘지 않다.
9월 27일
새로운 미션 또 나왔다. 상태창 죽일까… 그래도 양심상 많이 어렵지는 않은 걸로 냈다. 3개월간 팔로워 유지하기로 나오면 거저먹는 거지.
10월 15일
내일은 드디어 첫 수시 면접 보러 간다. 떨려 죽겠다… 제일 안정권인 학교지만 그래도 잘해서 하나는 깔고 가야지!!!
* * *
“슬아~. 일어났어?”
“어!!!”
나는 떨리는 마음을 안고 시험장에 갈 준비를 했다. 고3 내내 힘든 일 없이 지나갔으니 오늘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