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89)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89화(189/405)
오늘따라 날이 유난히도 맑았다, 차는 한 번도 막히지 않았고. 할머니 차를 타고 가는 내내 뭐든 다 잘될 것 같아서 기분 좋게 두근거렸다.
“너무 겁먹지 마. 지나면 괜찮아.”
“그래. 마음 잘 먹고.”
나보다 둘이 더 떠는 것 같은데.
나는 씩 웃어 보였다.
“당연하지~. 나 잘하고 올게요.”
예상 질문들을 얼마나 많이 외웠는지 누가 툭 하고 치면 그대로 와르르 답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나는 예비 번호를 받고 대기했다. 옆에 앉은 주현이는 많이 떨리는지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후…. 잘하자.”
잠시 눈을 감고 다시 한번 질문들을 복기했다.
그때였다.
띠링-!
‘…상태창?’
상태창이 열릴 때 들리는 소리가 났다. 근데 내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뭐지?
‘지금 미션?’
뭐지. 무슨 일이지?
나는 멍하니 앞만 바라봤다. 여전히 상태창은 뜨지 않았다.
“뒷분들 준비해주세요-”
“네-”
이제 나는 곧 들어가야 할 시간이었다. 뭐야 대체. 별일 없겠지?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심장이 뛰었다. 입안이 빠르게도 말랐다.
“서윤슬 너 왜 그래? 몸 안 좋아?”
“아니야. 아무렇지도 않아.”
주현이의 질문에 태연하게 대답하자마자,
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
「Error…Error…Error…
▶▶▶Loading…
Error…Error…Error…」
새빨간 글자가 눈앞에 가득 들어찼다.
「Error…Error…Error…
해당 SNS의 팔로워를 찾을 수 없습니다.
[STYLE SURE]▶▶▶Loading…
해당 SNS의 팔로워를 찾을 수 없습니다.
Error…Error…Error…」
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
상태창은 수도 없이 새로 생겨났다. 팔로워를 찾을 수 없다는 글자가 끝없이 이어졌다.
“이제 들어가세요. 면접 시작합니다.”
나 들어가야 되는데. 이제 시작인데.
「Error…Error…Error…
▶▶▶시스템의 오류로 인해 업그레이드를 시작합니다
▶▶▶잠시 후 재부팅됩니다…」
“안 들어가세요?”
“어…. 저….”
“서윤슬 학생? 예비 번호 77번 서윤슬 학생 여기 없습니까?”
“여기 있어요! 야. 너 뭐해! 너 들어가야 돼.”
시야가 서서히 흐려졌다. 내 정신이 내 정신 같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눈앞에 떠 있는 상태창들을 바라보던 나는….
“괜찮…. 이 학생 쓰러….”
“학생! 정신…. 여기 사람…!”
“슬아! 서윤슬-!!!”
점점 멀어져가는 소리와 함께 눈을 감았다.
* * *
「▶업그레이드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해당 SNS의 팔로워를 성공적으로 찾았습니다!
[STYLE SURE]」「[。*✧긴급보상✧*。]
Error로 인한 임시 업데이트에 대단히 죄송합니다. 보상으로 ‘5,000’ 포인트와 함께 ♣‘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었다’ 소원석 (등급 상)을 드립니다.」
부스스 눈을 뜨고 나니 상태창이 새롭게 띄워져 있었다.
“일어났구나.”
“슬아, 엄마 보여?”
“어어. 괜찮아….”
나는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시험 보러 온 대학교의 의무실인 것 같았다.
“나 어느 정도 쓰러져 있었어?”
“…십분.”
“아, 그러면….”
나는 뒤의 말을 흐렸다. 형평성 문제가 있으니 재입장은 불가할 것이다.
‘대학 하나 날렸군.’
씁쓸한 마음에 웃고 있는데 나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표정이 이상했다. 난 괜찮은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너 혹시 어제도 밤샜어?”
“무슨 밤을 새. 아니야~”
“…그럼 그간 너무 고생해서 체력이 약해진 모양이다.”
아, 말을 잘못했다. 차라리 밤을 샌 걸로 하자.
“사실 전날에 잠을 못 잤어요. 너무 떨려가지고…. 죄송해요.”
“네가 뭐가 죄송해.”
“…그래. 얼른 집에 가서 한숨 자자.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게다.”
나는 할머니의 차를 타고 돌아가는 내내 무거운 침묵 속에 깔리는 기분을 맛봤다. 둘 다 내 걱정을 하면서도 차마 티 낼 수 없는 것 같았다.
“아직 기회는 많고 많아. 알지?”
“나도 알아~. 신경 안 써.”
“그래그래. 얼마나 놀랐을꼬….”
집으로 돌아와 이불까지 덮어 주고 나가는 두 사람을 향해 웃어 보이던 나는 방문이 닫히자 바로 핸드폰을 들었다.
“스타일 슈어가 대체 왜.”
[스타일 슈어! 유신사와 합병? 놀라운 트렌디 어플의 무한확장]패션 커뮤니티로 시작해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패션 커머스로 자리잡은 MZ 대표 쇼핑 플랫폼, 유신사가 제대로 된 변화에 나섰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스타일 슈어가 함께했다. 스타일 슈어는 작년 매출액 9천억에 달하는 ‘슈퍼 앱’ 중 하나로….
“…뭐야.”
내가 기억하기로 스타일 슈어는 유신사와 합병이 되었다. 근데 그건 지금으로부터 적어도 3~4년 뒤인데.
“미래가…. 바뀌었어?”
나는 어플 검색창에 스타일 슈어를 입력했다. 그러자 이름과 로고가 변경된 ‘유신사’ 어플이 나왔다.
“기억상으로는 이거 곧….”
스타일 슈어의 계정은 이제 쇼핑 플랫폼으로 끝난다. 지금처럼 유스타를 모방한 UI로 팔로워와 좋아요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은 사라진다.
그 말인즉, 팔로워가 전부 날아가 버린다는 거다.
“…상태창.”
나는 상태창을 불러 미션을 확인했다.
「▶System
【미션: 메인】
▶입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
이제 팔로워를 안정적으로 늘린 당신, 하지만 입덕보다 중요한 것은 탈덕입니다. 팔로워 취소를 하지 못하게 당신의 매력을 보여주세요.
새로운 팔로워의 유입보다는 가지고 있는 팔로워들의 수를 유지하도록 합시다.
※( 74 )일간 동일한 팔로워 수를 유지해보세요.
보상
○매력 스탯 상승
○조각 슬롯 룰렛 3회 뽑기권
○어쩐지 부러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당신을 동경할 확률이 10% 이상 상승합니다(상승률 랜덤: 1~20%)」
나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74일간 스타일 슈어의 UI가 또 바뀌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제 곧 ‘GOOD BYE, STYLE SURE!’ 따위의 쇼핑 할인 이벤트가 열리고, 계정은 전부 쇼핑으로 통합되겠지.
“안 돼….”
수능이 100일도 안 남았다. 100일이 뭐야. 나 30일 남았는데?
나는 지금까지 내 두뇌 회전이 이렇게 빠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머리를 굴렸다. 굴러가라. 머리야.
“한국대 눈앞에 두고 이럴 수는 없어!”
지금 쓰러진 건 아무것도 아니다. 수능 때 쓰러지면 재수열차 확정이다. 절대 그럴 수는 없지.
“…수능. 그래. 수능이다.”
팔로워를 유지하는 또 다른 방법은, 다른 플랫폼에서 그만큼 끌어오는 거다.
“카메라 어디 있지.”
나는 인튜브 계정을 만들었다.
* * *
“언니! 언니 괜찮으세요?”
“저희 주현이 언니가…. 언니 얘기해 주셨는데….”
그새 소문이 났군. 나는 온갖 건강식품을 바리바리 싸 온 2학년들을 바라봤다.
‘얘네 머릿속에서는 이미 난 가련한 수능의 희생양이 되었군….’
입안에 넣어 주는 가시오가피 초콜릿을 먹으며 나는 웃어 주었다.
마침 잘 됐다. 어디 가서 구하나 했는데…. 하루 만에 찾다니.
“응. 언니 괜찮아.”
“언니 이제 곧 다른 면접도 보러 가시죠!”
“저희집에 이런 거 진짜 많아요. 제가 더 갖다 드릴게요.”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보약 한쪽 귀퉁이를 잘라 내 입에 들이대는 2학년 때문에 나는 억지로 보약까지 삼켰다.
“…씁쓸하네.”
“어떡해. 언니 마음이 씁쓸하신가 봐.”
“언니 괜찮아요. 다른 데는 분명히 더 잘 볼 거예요!”
입안이 씁쓸하다는 거였는데.
나는 마침 편집도 보정도 잘하는 우리 방송부의 자랑 어린이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괜찮아. 언니 어제 집에 가서 심정을 영상으로 기록했거든…. 그러고 나니까 한결 괜찮더라. 다음 면접 때도 해보려고.”
나는 어제 카메라를 켜고 영상을 하나 찍었다. 수능을 본 사람이라면,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면서 볼 만한 영상으로.
“혼자 볼까, 생각하다가 언니 같은 고3들 많을 거 같아서…. 나중에 다른 데에도 올려볼까 고민 중이야. 너네 보니까 위로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느껴서….”
[INTUBE] [대학 면접 망한 고3… 대학 갈 수 있을까…] 08:40나는 수능이 끝나자마자 이런 영상을 올릴 예정이다. 카메라 켠 다음에 상황 설명, 과거 회상,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스무스하게 원 테이크로 영상을 하나 찍었다.
다들 공감하면서 볼 테고, 수능이 지난 며칠 뒤에는 수시 합격 결과가 나오니까 이어서 올린다면 많은 응원과 카타르시스까지 얻을 수 있으니 나쁘지 않아 보인다.
‘예상보다 인튜브 데뷔를 빨리하긴 하는데….’
이런 영상을 올렸던 애가 ‘기적적으로 한국대 합격?!’ 이런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아니, 오히려 버즈량 면에서는 이쪽이 탁월하다.
“근데 고민이 좀 되네. 혼자 보는 게 나을지, 남들한테도 보여줘도 될지….”
편집을 언제 할지, 편집자는 어디서 구할지 고민하던 차에 이렇게 좋은 후배들이 달려와 주다니. 나는 감격에 젖어 말끝을 흐렸다.
“괜찮으면…. 너네가 잠시 봐 줄래…?”
“그럼요!”
“언니 당연하죠! 언니 저희가 누구예요!!!”
“덕현! 최고의 동아리! 방송부!!!”
* * *
[언니 저희 색보정 간단하게 했구요 자막넣는거 하나도 안 어려우니까 너무 마음쓰지 마세요!!!] [맞아요 이건 길이길이 남겨서 모든 고삼과 재수생에게 큰 위로가 될거에요] [언니 우는거 보니까 저희 너무 마음이 아파서…]나는 2학년들이 보내는 카톡을 보면서 마음을 편히 놓았다. 찍으면서 분한 마음에 눈물이 좀 난 건데 애들은 나를 정말 가련하게 보고 있군. 알바비 제대로 줘야지.
지금은 마지막 면접장이다. 어제는 두 번째 면접을 봤었다. 이번에는 긴장이 하나도 안 된다.
‘분노 덕분이다….’
강한 분노는 긴장이고 뭐고 다 잡아 삼키는군.
지난번에 상태창 때문에 제대로 시험을 보지 못한 덕에 이번에는 내 실력을 보여주고 말겠다는 강한 일념이 생겼다. 마침 지금은 한국대다.
‘자! 와라!!!’
반드시 붙고 만다!!!
* * *
“네, 서윤슬 학생. 학생 기록부가 상당히 화려한데요.”
“하하.”
나는 ‘세상에서 제일 착한 학생이자 배움에 뜻이 있고, 성실하고 미래가 있는 녀석입니다. 나를 뽑으세요.’ 미소로 면접관을 향해 눈을 맞췄다.
그리고 준비한 예상 질문들에 막힘 없이 매끄러운 대답을 했다. 면접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흠, 그래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어떤 직업을 갖고 싶습니까? 인플루언서가 꿈인가요?”
“아니요. 인플루언서는 사업 홍보의 수단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현재 제가 SNS로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를 구체적으로 키워 볼 예정입니다. 추후 연예기획사와 콜라보하여 동경하는 연예인과 함께 찍는 네 컷 사진을 해외로 수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의 대답에 놀랍다는 듯 감탄하던 면접관은 웃으며 내 기록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인사했다.
나는 면접장 문을 닫고 나오며 확신했다.
된다. 이건 된다.
* * *
그렇게 수능 D-Day.
“밥 먹다가 체하지 않게 조심하고. 체할 것 같으면 안에 소화제 따로 넣어놨으니까, 응?”
“잘하지 않아도 된다. 끝까지만 하면 되는 거야.”
“우리 딸래미! 가서 감독관들이 시끄러우면 손들고 바로 말해. 집중력 흐트러진다고.”
나는 할머니와 엄마, 휴가를 내고 서울로 온 아빠의 응원까지 받았다.
“언니! 파이팅!!!”
“잘할 수 있어요!!!”
내가 수능을 보는 학교까지 찾아와 준 방송부 후배들까지. 나는 씩 웃으며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흔들어줬다.
‘쓸 수 있는 건 다 쓴다.’
「♣‘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었다’ 소원석 (등급 상)
박수 짝짝짝 집중 (사용 시간 5시간)」
나는 소원석 하나, 아이템 하나를 썼다. 그리고 뒤를 한번 돌아보자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잘하고 올게!!!”
그 말에 모두가 손을 흔들었다.
* * *
그해 수능은 역대급으로 꼽히는 불수능이었다.
국어 1등급 92점.
수학 1등급 92점.
영어 1등급 94점.
그 사이에서 윤슬은 언어 만점, 수학 92점, 영어 96점을 기록했다.
사회탐구 영역은 모두 만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