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90)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90화(190/405)
나는 가채점을 마치고 잠시 심호흡을 했다.
‘된다….’
한국대 로고가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수능 끝내고 잠도 잘 잤겠다, 지금 내 컨디션은 최고조였다.
나는 어젯밤 업로드를 마친 인튜브 영상 조회수를 확인했다.
[Intube creative]▶업로드 동영상
상위: [대학 갈 수 있을까… 면접 망친 고3 브이로그]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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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튜브 크리에이티브. 업로드한 동영상의 정보들을 취합해서 볼 수 있는 어플이다. 내가 업로드한 영상 중 인기 조회수를 끌어온 영상 목록들, 그리고 검색 키워드. 뿐만 아니라 구독자 상승 추이와 내 영상을 본 국가까지 체크가 된다.
“생각보다 더 괜찮은데.”
올린 지 24시간이 지나지 않아 많은 정보는 나오지 않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한 달 안에 10만 찍는다.”
하루 사이에 구독자가 이미 5만을 넘어가 있었다.
-아 ㅅㅂ 우는거 마음아픈데 웃기기도 하고ㅠㅠㅋㅋㅋㅋ 울분 가득찼네
-고3이 이정도면 얌전하다 진짜… 광기가 안보임
˪하루에 두세시간 자고 공부했다는데 어케 이게 광기가 아니란 말임
-힘내세요…^^ 어른이 되고 세상 보는 눈이 넓어지면 대학만이 답이 아니라는걸 깨닫게 되는 날이 온답니다. 어린 학생이 슬퍼하는걸 보니 맘 안좋아서…ㅎㅎ 나쁜생각 하지 말고 즐건 상상으로 가득찬 스무살을 맞이하길~…
-;;ㅋㅋ 성적에 비해 너무 높은학교 쓴거 아닌지? 딱보니까 공부 못하게 생겼는데
˪꾸미는 짬으로 봐서 걍 원서 지른듯ㅋㅋ
영상이 하나뿐이었지만, 댓글은 3천개 조회수는 13만이었다. 예상대로 수능이 끝나자마자 예약 업로드를 해둔 덕에 버즈량을 제대로 챙길 수 있었다.
빨간 그래프가 천장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 걸 확인한 나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럼 이것도 슬슬 해볼까.”
나는 인튜브 확인을 마치고 또 다른 창을 켰다. 내가 가진 주식을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오늘도 내가 가지고 있는 라모레 주식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라모레퍼시픽
601,700
전일대비 ▲1,200
여전히 라모레퍼시픽은 잘 나가고 있었다.
“그래도 이제 곧 끝물이지.”
스타일 슈어가 유신사와 합병하기가 몇 년이 앞당겨졌는지 모른다. 내 기억상 코스메틱 시장의 호황기는 앞으로 1년 뒤가 최고조다.
“조금 더 버텨볼까 했는데….”
불확실한 미래에 내 기억으로 배팅할 생각은 전혀 없다. 지금이 가장 고점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가지고 있는 건 600주 가까이.”
처음 다이아수저를 만났을 때 27만 원대였던 주식을 40주 받았고, 그다음엔 30만 원 초반대였던 주식을 1억 7천만 원어치, 그러니까 548주를 받았다.
“현재 보유한 건 588주.”
현금으로는 3억 5천이 넘는 금액이다. 회귀 전 연봉으로는 10년 가까이 굴러야 간신히 벌 수 있었던 금액이 바로 손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었다.
나는 가지고 있는 모든 주식을 매도했다.
* * *
수능을 본 지도 벌써 사흘이 흘렀다. 내일이면 아빠는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마지막 저녁 식사를 마치고 준비한 자료를 꺼냈다.
“이게….”
“…흠.”
“슬이, 너.”
보아하니 아빠와 할머니는 한눈에 눈치채신 것 같다. 맞다. 내가 지금 들고 있는 건 그간 벌어들인 수익의 리스트였다.
“보시다시피 을지로에서 지난 11개월간 벌어들인 순수익이 3억 천 사백이고, 나머지 스무 개 점포에서 대여비로 받은 금액이랑 오늘교복 수익은 지난 6개월간 4억 8천 6백.”
오늘교복은 을지로와 마찬가지로 100% 수익을 가져간다.
한 기계당 30만 원씩 대여비를 책정했다. 가장 넓은 가게는 23개가 들어갔으니 한 달에 6백 90만 원의 대여비가 들어온다. 6개월간 4천 1백 40만 원의 수익.
“총 11억 5천 3백. 여기에다가….”
키키 게스트 8천, 유스타로 틈틈이 광고 받아 모은 3천. 이렇게 12억 6천.
“이렇게. 빚 끝났어.”
나는 빚을 모두 갚았다.
“물론, 우리 이전 집 판 거랑, 공장이랑…. 그런 거엔 발끝도 못 미치는데.”
그래도 빚을 모두 갚았다.
“일단 지금처럼 엄마도 아빠도 일 많이 안 해도 된다고. 그냥…. 그렇다고.”
누구 하나 입 열지 않아 거실은 적막에 휩싸였다. 가장 먼저 오랜 침묵을 깬 건 할머니였다.
“…수고가 많았다.”
“반쯤은 좀 날로 먹은 것도 있었어요.”
“내가 널 아는데. 무슨.”
진짜인데. 다이아수저한테 뺏어 온 주식이랑 굳은 임대료만 해도 몇억이다.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딸이….”
두 번째로 입을 연 건 엄마였다. 목소리가 파들파들 떨렸다. 가지고 있는 종이를 얼마나 힘줘서 잡았는지 모서리가 전부 구겨져 있었다.
“정말….”
나는 뒤에 나올 말을 대충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아 딱 잘라 말했다.
“미안해 금지.”
“…….”
“내가 그만큼 빚졌어도 엄마 아빠가 갚아줬을 거잖아. 신경 쓰지 마.”
“부모랑 자식이랑, 어떻게, 같아….”
“다를 건 또 뭐야.”
엄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멍하니 있던 아빠도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슬아.”
이런 무거운 분위기 별로인데. 나는 그냥 냅다 아빠를 끌어안았다. 옛날엔 세상에서 우리 아빠가 제일 커 보이고 그랬었는데, 왜 이렇게 또 말랐어.
“몰라. 사랑한다고나 해.”
옆에 있던 엄마 손도 끌어당겼다.
“둘 다 그냥 안기나 하라구. 빨리.”
내 머리 위가 뜨끈뜨끈하게 젖었다. 기뻐서 그런 건지 미안해서 그런 건지, 어찌 됐든 후련함이 섞여 있는 듯한 눈물이었다.
* * *
“할머니.”
엄마와 아빠는 그렇게 나를 한참 끌어안고 있다가 밖으로 나가셨다. 잠깐 산책 좀 하면서 머리를 식히겠다고 하시면서. 나 보기가 좀 부끄러운가 보다.
나는 집에 남아 계신 할머니에게 말했다.
“감사해요.”
“뭘.”
“할머니 아니었으면 지금 빚 못 갚았어요.”
“아니. 넌 내가 없었어도 충분히 잘했을 녀석이야. 그때 병원에서부터 알았어, 내가.”
할머니가 따뜻하게 타 준 국화차를 마시면서 우리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했다. 고3이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이런 시간도 별로 가지지 못했는데. 진짜 수능이 끝났음이 실감 났다.
“솔직히 처음에는요. 진짜 길에 다시 나앉는 줄 알고 무서웠었는데.”
“…다시? 이전에도 그런 적이 있단 말이냐?”
아차, 회귀 전 감성에 젖어버릴 뻔했네.
“아니요. 말이 헛나왔어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국화차를 한 모금 마신 할머니는 우아하게 질문하셨다.
“그래. 앞으로의 계획은 있고?”
“음…. 아무래도 대학 합격하고 난 다음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려야 할 것들이 많은데.”
나는 그간 늘 마음에 걸렸던 걸 해결하기로 했다.
“일단은, 이제 빚도 없으니까…. 어느 정도 집세를…. 보태야 하지 않나 싶고….”
삼 년이다.
무려 삼 년간 집세 한 번 내지 않고 할머니랑 함께 살았다. 아무리 마음씨 좋은 분이라 해도 앞으로는….
“하하하하! 아…. 세상에. 하하하!”
갑자기 할머니가 큰 소리로 웃으셨다. 내가 전교 1등 성적표 갖고 왔을 때도 저렇게 웃는 거 못 봤는디.
“슬아, 푼돈 얘기는 하지 말고.”
이렇게 넓은 집의 집세인데 푼돈?
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그래도 달에 백만 원은 드려야 하지 않나 하고….
“거기에서 멈출 생각은 아니지?”
“네?”
“사업 확장 말이다. 앞으로 신경 써야 할 게 많을게다.”
할머니는 내가 내밀었던 수익 리스트 중 ‘인생필름’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앞으로는 이런 조악한 지표로는 감당이 안 될 테지,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안 보이는 것들…. 그래, 비유동자산이나, 유동부채, 아. 그리고 당기순이익은 확실하게 짚어야 할 거다. 그리고 비영업 비용에, 비영업 이익도 신경 써야 될 테고.”
…네?
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들에 머리가 팽팽 돌았다.
“물론 사업을 더 크게 키울 마음은 있었지만 지금은 부족한 게 많아서….”
“넌 더 크게 될 녀석이야.”
유쾌하다는 듯 웃던 할머니는 추억에 잠긴 듯 말씀하셨다.
“그 뒤로 항상 놀라웠지, 항상 그랬어…. 웬 어플을 만들어 오지를 않나. 집에 택배는 또 어찌나 많이 오던지, 교복 대여 아이디어는 정말 쓸 만했다. 거기에 사무실도 얻고…. 대한민국 고등학생 중에 너만큼 바쁘게 산 사람은 아무도 없을게야.”
수익 리스트에 적힌 걸 하나하나 말씀해주시는 할머니 덕에 조금 으쓱해졌다.
“슬아. 이건 앞으로 너한테 정말 좋은 무기가 되어줄 것들이다.”
“네?”
“세상엔 갖고 있는 게 아주아주 많은 사람들이 있지. 그 사람들은 사람을 만났을 때 제일 먼저 뭘 보는지 아느냐?”
“…….”
인적성 검사라도 하는 걸까. 나는 할머니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고민했다.
다이아수저가 나를 만났을 때 뭘 가장 먼저 봤더라?
“이용 가치?”
“좋은 대답이다, 하지만 아니야.”
다이아수저는 그것만 봤던 것 같은데. 이 사람 인성을 다시 한번 의심해보는 게 좋겠다.
“그 사람을 통해 무엇을 볼 수 있는가. 그걸 본단다. 이 나이쯤 되면 말이지. 정말 고여버리거든. 흐르지를 못해…. 하지만 높은 위치에 간 사람들 대부분이 다양한 시선으로 세계를 보지 않으면 답답해 죽어버리는 부류가 많거든.”
할머니는 나와 눈을 맞추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셨다.
“그러니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반드시 전해. 네가 보여줄 만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네가 혼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헤쳐 나갔는지 말이야. 그럼 네 손을 잡지 못해 안달일 것들이 무더기로 나올 거다. 분명해.”
“제가 큰 이익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요?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한테는 이런 것들이….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아니. 그럴 리가.”
할머니는 별소릴 다 한다는 듯 내 어깨를 두드리셨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걸 봐. 그래서 늘 외롭고 답답하지. 말이 통하는 어린애가 한 명 나타나면 다들 키워보고 싶어 난리를 칠걸. 내가 그랬듯이.”
“…….”
“스무 살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훌륭하게 자랄 줄은 몰랐다. 정말 몰랐어.”
나는 할머니의 칭찬에 어쩐지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그냥 말없이 웃어 보였다. 할머니는 내가 작성한 리스트를 보면서 인생필름 사업 진행 방향에 대해 여쭤보셨고, 나는 고민 없이 답했다.
“지방이요. 이제 프랜차이즈화 시키려고요.”
* * *
눈과 코가 새빨개져서 들어온 아빠는 나를 덥썩 안아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렸다.
“뭐야하하학!”
이거 어릴 때 자주 하던 건데. 나 무거워지고나서는 허리 분질러진다고 안 하고.
나는 아빠가 돌리는 대로 돌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마음이 편했다. 아빠도 그렇겠지.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빌린 돈을 모두 갚게 됐으니. 이제 개인회생도 드디어 끝이다.
“우리 딸 사랑해.”
“…….”
“안 해도 될 고생시켜서 미안해 죽겠어.”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말라니까!”
“…그래도 마음이 그래.”
매달려 있는 아빠의 어깨가 너무 차가웠다. 밖에서 나한테 무슨 말을 했을까 고민했겠지.
“미안하면 이거 한 번 더 해. 오랜만에 하니까 재밌다.”
“…참 내.”
아빠는 씩 웃어 보이고 아까처럼 그 자리에서 빙그르르 돌았다. 오늘만큼은 우리가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아빠! 또!”
“…무거워.”
그 뒤 12월은 빠르게 왔다.
나는 그간 면접 망친 고3 영상 하나로 10만 구독자를 얻었다. 아, 그리고 하제인도 나랑 똑같은 날에 영상을 하나 올렸더라.
…걔는 영상 하나로 15만 구독자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