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91)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91화(191/405)
넓은 사무실 안, 분노에 찬 루비는 빔 프로젝터를 향해 초콜릿을 던지고, 던지고, 또 던졌다.
“왜 저래?”
“서윤슬….”
“아.”
밖을 지나가던 직원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혀를 내둘렀다.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왜!!!”
지난겨울, 루비는 성공적으로 제인과 계약을 마쳤다. 그 뒤로 약 1년간은 커뮤니티에서 제인의 언급이 끊이지 않도록 신경 썼다.
[익명게시판/ 금수저 ㅇㅅㅅ 추천좀ㅋㅋㅋ]내가 제일 좋아하던 ㅇㅅㅅ 사라져서 여기저기 보는데 내기준 금까지는 아니고 잘 봐줘야 은정도? 라 대리만족이 안됨ㅋㅋㅋㅋ
영앤리치 그자체였는데 갑자기 사라져서 아쉬워 죽겠어ㅠㅠ 계정폭파까지는 아닌데 그냥 잠수탐 진짜 연예인같아서 김여주의 삶 보는 재미가 잇엇거든…
-금수저 요즘 유명한애 ㅇㄴㅇ
˪이미 팔로해둠ㅋㅋ
-연예인 구경하는게 낫지 않나? 일반인은 한계가 있잖아
˪연예인은 왠지 재미없어… 일반인만의 그게 있음
-누구 말하는지 알겠다ㅠㅠㅠㅠ 나도 그 ㅇㅅㅅ 그리움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 금수저와 대리만족.
“지금 20만은 찍었어야 했는데….”
제인은 수능이 끝난 날 영상을 하나 올렸다. 최대한 젬스톤 MCN의 색깔이 묻지 않은 자연스러운 편집으로 한 20분짜리 영상이었다.
[Intube] [수능 D-100기념으로 들어온 선물 언박싱 같이 할까요?] 20:21수능.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세상이 적막하게 열광하는 하루다. 숨죽이고 시험을 치는 학생들과 떠들썩하게 결과를 알리는 언론들, 소리 없이 우는 이들과 크게 웃는 이들로 나뉘는 대망의 하루.
“…내가 왜 일부러 수능 당일에 올렸는데에-!”
1등급에게만 느낄 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 루비가 노린 것은 이것이었다.
쓰린 마음을 안고 수능을 망친 사람에게도, 기쁜 마음을 안고 수능을 잘 친 사람에게도 모두 제인의 앞에서는 동일한 생각이 들 테니까.
수저가 전부다!
제대로 된 패배감은 버즈량을 끌어 온다. 인터넷이라는 건 늘 그렇듯 긍정적인 것들보다 부정적인 것들이 훨씬 확산이 잘 된다.
수능이 끝난 직후 마주하게 되는 막대한 부의 결정체는 존재만으로도 화제를 끌어모을 수 있다.
“초반 반응은 진짜! 진짜 내 계산 안에 있었는데에….”
루비는 제인의 인튜브 크리에이티브 어플을 확인하며 한숨을 쉬었다.
구독자
157,320 (▲180)
“이것밖에 안되잖아아아아아~!!!”
남들이 들으면 어이가 없어 비웃음을 살 말이었다. 고작 영상 하나로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구독자가 15만 명을 넘었는데 구독자가 이것밖에 안 된다니.
하지만 루비의 말은 진심이었다. 루비의 예상대로 제인의 영상은 인튜브 실시간 인기 동영상에 들어갔고, 다른 인튜버들에게도 언급되었고, 무엇보다 커뮤에서 제인이 누구인지 끝도 없이 궁금해했다.
제인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대체 부모가 누구인지, 어떤 집안이길래 저렇게 어린 애한테 몇백만 원, 몇천만 원대의 선물을 주는 건지, 성형은 한 건지 안 한 건지, 바른 화장품은 대체 뭐고 머리는 뭔지.
제인은 그야말로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한 것처럼 묵묵히 어느 것에도 답해주지 않았다. 이 모든 관심들이 당연하다는 듯.
[Youstagram](제인의 인튜브 썸네일. 자신의 방 거실 소파에서 선물 상자들과 함께 웃고 있는 사진.jpg)
좋아요 101,345개
댓글 1천개
-와 드디어드디어ㅠㅠㅠㅠ언니 수능보느라 많이 바쁘셨어요?
-야 이거봐 내가 말한사람 @정소정
˪ㅁㅊㅁㅊ 하… 같은 나이인데 왜…
-당신의 미소를 기다렸습니다 한국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성 :)♥
유스타에서 쏟아지는 디엠과 댓글들도 답해주지 않았다. 궁금증을 가득 증폭시키며 일상을 보여줘 급을 나눈 뒤, 나중에서야 답을 해주는 게 반응도 훨씬 유한 편이었다.
인플루언서 시장은 초반부터 친근하게 굴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부류가 있고, 아닌 부류가 있었다. 제인은 명백히 후자였다.
“괜히 나이가 같아서! 화제성을 반 갈라먹기 했잖아…. 으윽….”
루비는 윤슬의 인튜브를 다시 체크했다. 역시, 제인보다 뷰 대비 좋아요가 훨씬 더 많았다.
-ㅋㅋㅋㅋ아 웃긴데 안웃겨 나도 재수때 저랬는데..
-그래서 이분 지금은 대학 어디가심?
˪얼마전 영상이에요ㅠ 아직 수능 성적표 나온지도 얼마안됨
-짠하고 귀엽다 흑 더울어봐
댓글 반응은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쪽이 우세했다. 윤슬은 10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인플루언서였다. 20대 초반도 윤슬을 아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20대 후반과 30대 층으로 나이를 높여 본다면 아는 이가 드물었다.
나이가 맞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 영상 하나로 많은 게 바뀌었다.
[Youstagram](교실에서 찍은 윤슬의 셀카.jpg)
좋아요 17,394개
댓글 1천개
-연보라색 목도리. 평생박제해. 좋은말로 할 때.
-인튜브 보고 왔습니다ㅋㅋㅋㅋ
-서윤슬 기여웡(﹡ˆ﹀ˆ﹡)♡
-영상 보다보니까 여기까지 흘러오게 됐다.. @이지민 너가 귀엽다고 한사람ㅋㅋ
˪ㅁㅊ배신감든다 이사람은 갓생살고 있었네… 난 재수했었는데 ㅅㅂ ㅠㅠㅠㅠㅋㅋㅋ
알고리즘을 타고 20대 후반과 30대까지 유입되기 시작했다. 루비는 댓글의 계정들을 확인해보다 한숨 쉬었다.
“…원탑이어야 되는데, 우리 제인이가.”
제인은 이제 젬스톤 MCN의 좋은 얼굴이 되어줄 재산 제1호였다. 제인만큼 사람들의 궁금증을 끌어올 만한 인플루언서는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윤슬이 파고들자 버즈량은 나눠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바로, 공감이었다.
[유머게시판/ 수시러라면 다들 공감할 고3눈물의 면접후기ㅠㅠ.jpg](오늘은 겸희대 면접날이었는데요… 불 꺼진 방 안에서 말을 흐리는 윤슬.jpg)
(사실 저 진짜 잘할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막 면접 전까지만 해도 신났는데… 울컥한 윤슬.jpg)
(제 시간 다가오니까 갑자기 눈앞이 흐려서… 정신 차려보니까 기절했었더라구요. 10분정도. 베개에 고개를 파묻는 윤슬.jpg)
(긴장을 좀 했나봐요. 고3 1학기는 전부 전교 1등이어서 그거 유지하려고 노력을 했었는데… 다 물거품 된 느낌… 웅얼거리는 목소리지만 확실히 울고 있는 윤슬.jpg)
그래도 남은 면접 잘해보겠다고 애써 씩씩한척 하는게 진짜 마음아픔ㅠㅠ…
수시때 대학 하나 날린게 얼마나 타격이 큰데 ㅅㅂ… 보다가 나도 같이 좀 울었음 내 고3때 생각나서ㅜ
-나 올해 수능쳤는데 진짜 공감간다 부모님 들을까봐 베개에 얼굴 묻는게 찐임ㅠㅠㅠㅠ
-와… 전교1등이었으면 겸희대 안정으로 깔고갔을텐데 그걸 놓치냐ㅠㅠㅠㅠㅠ내가 다 안타깝다 하..
-나 수능볼 때 생각난다 저때는 진짜 수능이 전부라고 생각드는데 막상 몇 년 지나면 생각도 안남 진심으로
˪22222 그리고 다 밥벌이는 하고 살어… 괜찮어…
-나도 저 영상 보다왔는데ㅋㅋㅋ 중학생들이 겸희대 가지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댓달더라 미친거 아니냨ㅋㅋㅋ
˪나도 그땐 한국대 갈줄 알았어^^
물론 제인의 명품 선물 하울 영상도 유머게시판에 함께 올라갔다. 댓글은 쉽게 7천 개를 넘어섰다. 하지만 공감과 긍정의 반응은 조회수도, 댓글수도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윤슬의 압승이었다.
“…두고 보자. 지금 그 반응 유지하기 힘들 테니까.”
물론 대중들이 제인에게 분노하고 질투하고 시기하기를 바랐던 루비였다. 그래야 스타가 완성되니까.
하지만 이런 식으로 애정을 빼앗기는 건 계산에 없었다. 루비는 윤슬이 가져간 모든 반응을 다시 되찾아 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 * *
“아~. 학교 언제까지 나와야 돼~”
“참아 윤슬아.”
윤슬은 답답함에 몸부림쳤다. 빚이 없어졌어도 돈은 돈이었다. 학교에 와서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에 돈을 벌면 이게 다 얼마인지 계산해보자니 더더욱 미칠 것 같았다.
‘내 돈 내놔….’
내년 초, 인생필름 대여는 지방에까지 오픈할 예정이었다.
하루네컷을 비롯해 인생필름과 비슷한 포토 부스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픽셀포토, 그레이포토, 에이룸 스튜디오 등등. 이제 네 컷 사진은 제대로 자리잡은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오늘 보내야 할 메일 답장들이….’
윤슬은 수능이 끝나 어수선한 교실 안은 다른 반 아이들도 어지럽게 섞여 있었다. 윤슬은 그 안에서도 오로지 하나만을 생각했다. 모아 둔 돈은 전부 0원이 되었으니 더더욱 돈을 빨리 모으고 싶었다.
“윤슬아! 내 사촌 동생이 너 팬이래! 이거 주랜다.”
“지영, 하이~. 고맙다고 전해줘~”
놀러 온 지영이 젤리를 하나 던졌다. 윤슬은 익숙하게 젤리를 받아 들어 하나를 입으로 가져갔다.
윤슬이 올렸던 인튜브 영상은 덕현여고 학생들이라면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능이 끝나고 나서 모르는 1학년과 2학년들이 교실을 찾아와 선물을 폭탄처럼 안기기도 했다.
“난 내 수능 결과보다 서윤슬 수능 결과가 더 궁금하다.”
“솔직히 나도.”
“나도 그럼.”
친구들은 며칠 전 수능 성적표가 나오자 다들 기겁했다. 죽음의 불수능 사이에서도 살아온 윤슬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윤슬이 인튜브 업로드는 또 안 해? 나라면 수능 끝났겠다 매일 올린다.”
“맞아. 야,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니 친구 수능 만점받았다 하지 않았어? 걔 인터뷰라도 해 봐. 수능 만점자가 말해주는 불수능 대처법. 이런 걸로.”
“이야 벌써 조회수 쫘악 빨아들인다.”
윤슬은 무릎담요를 고쳐 덮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때가 아니야….”
영상을 업로드한 지도 한 달 가까이 지났다. 하지만 윤슬은 유스타 외에는 활동하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딱 하나.
‘몸값을 불려놓는다.’
영상을 자주 올리지 않고, 광고를 쉽게 받지 않을수록 인튜브 몸값은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지금 인튜브 반응은 대체적으로 유하지만, 몇몇 날 선 반응들도 있었다.
-ㅋㅋㅋ딱보니까 공부 별로 못하게 생겼는데 짜는거 추함
-공부가 관상에 없는디
-인플이라고 띄워주니까 별별걸 다올리네 면접 망한게 자랑이냐?
지금 이 상황에서 수능 끝난 고3 다른 브이로그 올려봤자, 임팩트가 없었다.
윤슬은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 사이다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한 방에 마무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응원하는 마음을 갖게 만들었으면 응당 제대로 된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법. 윤슬은 모든 수시 결과가 나올 다음 주부터 후속 영상을 올릴 예정이었다.
‘하제인, 내가 이기고 만다.’
같은 날에 인튜브 영상을 올린 제인의 유스타 팔로워는 미친 듯이 늘었다. 그렇게 47만으로 똑같았다. 딱 한 번의 영상으로 인해 1년의 공백기를 채워버리는 제인을 보며 윤슬은 이를 갈았다.
“야! 밖에 눈 온다!”
“우와~”
윤슬이 성공을 다짐하고 있을 때, 올해의 첫눈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