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95)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95화(195/405)
이제야 내가 느낀 기시감이 어디서 나왔는지 깨달았다. 피드 색감과 콘셉트까지 매번 맞춰가며 게시글을 올리는 주현이다. 평소 같았으면 선물을 내밀었을 때부터 핸드폰부터 들어 사진을 찍었을 주현이가 오늘은 한 번도 핸드폰을 만지지 않고 있었다.
깨작깨작 샐러드를 좀 집어 먹던 주현이가 조용히 말했다.
“사실 내가 요즘 좀, 기분이 별로였어.”
“그래?”
주현이는 머뭇거리다 자조하듯 내뱉었다.
“아…. 내가 원래 안 이러는데.”
“뭔데.”
“요즘 들어 디엠으로 이상한 게 많이 와서….”
주현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SNS로 유명했다. 몇 년 내내 팔로워가 많은 또래는 질투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고, 고소각을 재지 않고 폭언을 담은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앜ㅋㅋㅋ화장떡칠해놓고 예쁜척오짐ㅋㅋㅋㅋ화장좀 작작해요 에바임] [근데 솔찌 성형한거죠? 쌍커풀 티남ㅜㅜ] [왕따 가해자가 협찬받는 세상ㅜ_ㅜ 혹시 협찬해주는 브랜드도 알아요?ㅋ 옛날에 학폭했던거?] [ㅇㅁㅌㅈ 글에 올라온거 진짜에요?;;]주현의 SNS를 켜 확인한 메시지들은 어린 티가 났다. 하지만 어리기에 할 수 있는 순수한 악의가 담겨 있었다. 몇 년 전 인터넷에 올라간 잘못된 학폭썰을 그대로 믿다 못해 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거 자주 와?”
“나 중학생 땐 더 자주 왔어. 번호 알아내는 애들도 있더라.”
그나마 나아진 게 이 정도였다. 물론 주현이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메시지들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열 개 중 하나. 아프게 박혀오는 메시지들을 무시하기에는….
“그냥 SNS 접을까 봐.”
“너 니 브랜드 낸다며?”
“브랜드는 무슨, 내가…. 능력도 안 되는데. 나 싫어하는 사람도 이렇게 많고….”
주현이도 어렸다.
주현이는 이전부터 꿈이 확고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내는 것. 그래서 SNS 활동도, 협찬도, 동아리 활동과 대회 수상까지 꼼꼼하게 신경을 쓰던 애인데.
‘아무래도 번아웃이 온 것 같다.’
주현이가 손에 든 콜라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주현이는 콜라를 빨대로 아련하게 마셨다. 누가 본다면 위스키 바에 와서 늘 마시던 걸로. 하고 고민과 함께 한잔하는 것만 같았다.
‘…난 주현이가 도와줬는데, 주현이는 없었구나.’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유채린 공구 사건 때, 주현이가 방송실 기기로 전부 알릴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직접 해명해야 했을 거다. 주현이에게 온 악의적인 DM들은 나도 들었어야 했을 거고.
중학생 때 지나치게 주현이를 따라하고 집착하던 손민수에게 한마디 한 이후로, 주현이는 온라인상에서 종종 학폭녀로 불렸다.
[근데 좀 예민? 한거 같은뎅…; 다 공산품인데 괜히 피해의식 좀 심한거같애요ㅠㅠ] [인플 중에서도 비슷한 스타일 개많은데 왜 굳이 같은반 친구 하나한테만 그랫는지 해명좀; 강약약강?] [누가보면 지가 만들어낸 스타일인줄..으 길티~!ㅋㅋ]그뿐일까. 메시지로 끈질기게 괴롭히며 교묘하게 멘탈을 무너뜨리려는 사람들까지.
그때의 주현이가 예민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은 지치지 않았다.
「!Debuffs! 자신감 부족」
주현이의 머리 위에서 빛나는 저 디버프 글자가 안타까웠다.
‘내가 어떻게든 풀어준다.’
언니만 믿어, 주현아.
* * *
집으로 돌아온 다음 나는 가볍게 캔 커피를 하나 원샷했다.
“오랜만에 밤 좀 새 보자.”
수능이 끝나고 난 다음부터는 밤을 샐 만한 일이 없었다. 하지만 미션 두 개에 주현이 일까지 해결하려면 당분간은 잠을 좀 아껴야 할 것 같다.
나는 오랜만에 커뮤니티 창을 여러 개 글을 훑었다.
‘일단 판매할 만한 키워드 하나 찾고, 주현이는 내 브이로그 같은 거에 서서히 출연시키면서 제대로 보여주면….’
주현이를 실제로 만났을 때 싫어할 만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 처음 본 사람한테도 잘 다가가 주고 챙겨 주고, 목표가 확실하고 노력하고. 아무리 봐도 단점이랄게 없다. 내 친구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고.
“SNS는 일단 보여지는 게 절반 이상은 먹고 가니까.”
편집을 잘 한다면 주현이를 좋아할 사람들이 훨씬 늘어날 거다. 10개 중에 1개의 악의적인 메시지가 아니고, 100개 중에 1개라면 주현이의 마음도 좀 달라지겠지.
달칵- 달칵-
마우스를 이리저리 누르며 나는 자료를 수집했다.
[20대 게시판/ N수생인데 대학가면 뭐입어야 할지 벌써 고민됨] [10대 게시판/ 교복만 입고 살았던 익쁜이들 있음?ㅜ 나 옷없어서 약속 못나가] [유머게시판/ 곧 스무살들이 질문할 것들 모음.jpg] [Hot/ 대학생활 이것만 알면 된다! 리스트.jpg]아무래도 내가 스무 살이고, 대학 입시 영상으로 인튜브에서 뜨고 있으니까 새내기 키워드가 제일 잘 맞을 것 같다.
“매출 일억이니까. 단가 높은 걸로 가는 게 좋겠다.”
코스메틱보다는 의류다.
틴트 하나 보다는 맨투맨 하나가 훨씬 더 비싸다. 명품 브랜드라면 또 달라지지만 나한테 구매 링크를 열어줄 명품 브랜드는 아직 없겠지.
나는 의류로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이제 이걸 자연스럽게 어떻게 진행하지.”
대놓고 여는 공구보다는 조금 더 자연스러운 방법이 없을까. 소비자들도 팔로워들도 반감 갖지 않을 만한 방식이 분명히 있을 텐데….
나는 무의미한 클릭을 반복했다.
02:00 AM
어느새 시간은 새벽 두 시였다. 나는 살짝 뻑뻑한 눈을 비비며 계속해서 글을 읽었다.
대략적인 틀이 잡혔으니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뭔가 잡힐 것도 같았다.
[잡담게시판/ 플리마켓에서 산 악세사리 후기!.jpg]수능 끝나고 폰 바꾸러 가로수길 갔는데ㅋㅋㅋ 앤플 매장 근처에 악세사리 플리마켓 있는거임 아 그냥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사장님이 영업 쩔어서… 그리고 반지 다 만원대라 몇 개 사옴 그중에서도 문스톤 원석반지는 너네들한테도 꼭 보여주고 싶어서ㅠㅠㅠㅠㅠ 진짜 알 투명하고 예쁘지 않냐 얼른 그렇다고 해
“…플리 마켓.”
나는 글을 읽다 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드디어 실마리가 잡혔다.
“그래! 플리 마켓!”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이미지 소비가 덜 되고, 공구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팔로워를 유지할 수 있고, 인튜브 소재 뽑아내기도 좋고!
“주현이도 끼워서 디버프도 풀고!!!”
나는 빠르게 플리 마켓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지금은 1월 2일. 곧 설날이 다가온다. 설날이 지나자마자 진행해야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해 볼 수 있을 테니까.
남은 날은 20일 남짓.
* * *
“대표님-! 오늘 입고건 수량 안 맞아요.”
“어, 그거 원단공장에서 오늘 연락했어. 단가 올랐다고 해서 다시 한번 조정해야 돼.”
“아!!! 지금도 벌써 배송 밀렸는데!!! 형 이거 어떻게 해!!!”
“형이 할게. 냅둬.”
서울시 중구 약수동. 이곳은 평균 수면 다섯 시간이 기본인 대한민국의 패션 브랜드 사무실이다. 보통 의류 브랜드라고 하면 동대문에 위치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니다. 물류 창고를 따로 둬야 하기 때문에 실상 어느 정도 큰 브랜드의 사무실은 약수역에 더 많이 모여 있다.
“대표님~. 공장 리스트 메일로 보냈습니다~”
“네. 확인할게요.”
“근데 이거 이번 달 안에 해결돼요?”
“안 돼도 내가 되게 해야지….”
오늘도 새벽까지 원단을 만지고 새 공장에 연락을 돌리던 대표는 점점 커지는 브랜드에 흐뭇했다. 업무에 치이고 치이고 치였지만 그것마저 기뻤다. 이전에는 정말 폐업 위기까지 갔던 브랜드가 드디어 안정 궤도에 오르다 못해 빠르게 몸집을 부풀리고 있었으니까. 어느새 유신사 어플에도 Top 30 안에는 꼭 들어갔다.
“응?”
메일을 확인하던 대표는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E-Mail] [서윤슬: 플리마켓 제휴의 건으로 연락드립니다.]안녕하세요. 대표님, 오랜만에 연락드립니다. 서윤슬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어느 순간부터 베스트 카테고리에 제품이 보일 때마다 괜스레 제가 다 기뻐요.
올해 시즌 제품도 보내주셔서 잘 입고 다녔습니다. 수능 때도 입고 갈 정도로 편하고 예쁜 제품이었어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곧 플리마켓을 오픈할 예정인데 함께 참여해 주실 수 있나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아직 자세한 일정은 잡지 못했지만 대표님이 도와주신다면…
웃음을 담은 눈으로 메일을 확인하던 대표는 뒤에서 길길이 날뛰고 있는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레 올라간 단가로 올해 초부터 발을 묶였다. 아직 기모가 들어간 디자인의 제품이 판매될 1월과 2월. 신학기 세일과 새내기 대목을 놓칠 수가 없어서 동동거리고 있었다.
“흠…. 근데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대표는 길게 보는 사람이었다. 지금 이 시기에 매출을 좀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브랜드의 미래를 봐야 했다.
“자, 다들 머리 그만 뜯고 이리 오세요~”
친한 동생이자 직원들을 손짓으로 부른 대표는 윤슬의 메일을 보여줬다.
“자세한 일정이 안 나와 있어?”
“대표 제품을…. 납품?”
“장소도 안 잡혔는데.”
고민하던 직원들은 하나둘씩 한숨을 터뜨렸다.
“근데 인간이라면.”
“그래. 우린 은혜를 안다.”
“…가보자.”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표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형! 이번 달이 뭐야. 걍 이번 주 안에 공장 끝냅시다.”
“지금 사이트에 일단 다 솔드아웃 걸어. 남은 물량 세고.”
“오케이~! 아! 공식 사이트 말고 지금 판매되는 업체 전부 다 닫는 거 잊지 맙시다.”
이곳은 서울시 중구 약수동에 위치한 사무실. 브랜드는 바로 프리뉴였다.
이전에 윤슬이 스타일슈어에서 끌어올려 준.
[쇼핑게시판/ 프리뉴 맨투맨 진짜 다들 사는데는 이유가 있는듯ㅋㅋ] [유머게시판/ 연예인들 공항 사진에서 은근히 자주 보이는 브랜드.jpg] [Hot/ 요즘 진짜 다 갖고있다는 맨투맨.jpg]그게 벌써 2년 전이었다.
베이직한 디자인의 맨투맨으로 시작했던 프리뉴는 대학생 창업 브랜드였다. 그저 옷이 좋아서,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서 대학 등록금까지 끌어 사비로 차린 브랜드. 하지만 옷의 질과는 달리 브랜드의 판매량은 처참했다.
▶Freenew mtm black: size M
▶리뷰(1)
무난하고 ㄱㅊ
매일같이 일해도 적자의 연속이었다. 리뷰는 간신히 한두 개였다.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스타일 슈어 서포터즈는 프리뉴의 구원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주문자가 100명을 넘겼을 때의 환호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프리뉴였다.
▶Freenew mtm black: size M
▶리뷰(3,080)
차콜구매했었는데 예뻐서 블랙도 재구매했어요!ㅠㅠ
크리스마스 선물로 남자친구 입혔는데 넘예♥
하나 있으면 진짜 주구장창 입게되는 내 교복
가격대비 퀄리티 진짜 걍미쳣음
(리뷰 더보기)
이제 윤슬이 처음으로 추천해줬던 그 맨투맨은 리뷰가 넘쳐흘렀다. 단 하나뿐이었던 리뷰가 열 개가, 넘어서 백 개가, 언젠가 천 개가 되었던 그 순간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프리뉴의 직원들은 이제야 윤슬을 도울 수 있어서 기뻐했다.
입력: 일정이 어떻게 되든 저희 측에서 맞추겠습니다.
프리뉴의 대표는 곧장 윤슬에게 답 메일을 보냈다. 이 메일을 받은 건 프리뉴 대표뿐만이 아니었다.
[E-Mail] [Re: 엘더아머입니다. 플리마켓 제휴의 건으로 답장드립니다.]저희가 많은 제품을 진행하지는 못하더라도 몇 제품 정도야 얼마든지 진행 가능합니다. 지난번 포토 부스도 무상으로 대여를 해주셨고…
엘더아머 담당자에게도.
[E-Mail] [Re: 라모레입니다. 플리마켓 제휴의 건으로 답장드립니다.]저희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원하는 품목을 말씀해주신다면 곧장 준비할게요. 인원이 필요하다면 직원 파견도 가능합니다.
다이아수저에게도.
[E-Mail] [Re: 키키 게스트입니다. 플리마켓 제휴의 건으로 답장드립니다.]현재 협찬 물품 리스트는 아직 준비되지 않아 자세한 사항을 공유드릴 수 없음에 죄송합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준비해 보내드리겠습니다. 요청해주신 다른 인플루언서들에게는 연락을 드렸습니다. 플리마켓 참여 의사를 밝힌 인플루언서들은 현재 27명으로…
키키 게스트에게도.
[E-Mail] [Re: 스타일 슈어입니다. 플리마켓 제휴의 건으로 답장드립니다.]플리마켓 콜라보 건에 대해 내부 회의 결과 만장일치로…
그리고 마지막. 스타일 슈어에게도.
윤슬은 브랜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