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97)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97화(197/405)
‘겨울에 플리 마켓 하면 유동인구 못 끌어오는 거 누가 몰라.’
나는 당황한 마린을 바라봤다.
‘그래서 내가 유신사 온 거지.’
유신사 스튜디오. 유신사 플랫폼에 입점되어 있는 브랜드들이 이용하는 사무실이다. 촬영 존이 따로 있고, 작업실이 따로 있고, 창고와 휴식실까지 완비되어 있다.
지금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유신사에서 일종의 연합을 만들고 있는 건데. 이러면 유신사에서 잘 나가고 있는 다른 브랜드들도 같이 참여해주겠지. 나는 이미 계산을 마쳤다.
유신사에서 플리마켓이 열린다!
이게 내가 노리는 효과다. 이번 플리 마켓은 대기업의 이름값이 너무나 절실히 필요하다. ‘서윤슬’의 플리 마켓이 아닌, 플리 마켓에 참가한 ‘서윤슬’이 되어야 한다고.
‘판매건 공구건, 아직까지 내 이름값 쓸 필요는 없지.’
대형 브랜드와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끌어오는 팔로워 사이에 은은하게 묻힐 예정이다. 내 이름값은 나중에 아주 비싸게 팔 거거든.
‘그리고 이 키워드로 만들 수 있는 영상은 최소 세 개다.’
나는 마린에게 내 계획을 말했다.
“인플루언서마다 스타일이 다르니까요. 같은 브랜드여도 추천할 만한 게 다르겠죠. 그래서 ‘누구누구 픽’으로 다 다른 플리 마켓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함께 참여하는 인플루언서들은 이렇게 라모레와 엘더아머, 프리뉴를 비롯해 다른 브랜드에서 판매하고 싶은 제품을 고르고. 유신사의 브랜드에서는 따로 부스를 내면 될 것 같아요.”
A. 인플루언서 부스
B. 브랜드 부스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혀 주는 거다. 인플루언서들이 참여한다는 소식만으로도 일단 기본적으로 끌어올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분산되어도 걱정은 없을 거다.
“저는 광고비 없이 SNS에 홍보 업로드할 거고, 아. 인튜브에도 올리려고 생각 중이에요.”
내 스토리, 라이브 방송, 피드 사진, 거기에다 인튜브 영상까지. 다 합치면 최소 2천만 원이 넘어갈 것이었다.
머릿속으로 바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 같은 마린은 눈앞이 핑핑 도는 것 같았다. 아마 이렇게까지 준비가 많이 되었을 줄은 몰랐겠지.
“저뿐만이 아니라 키키 게스트 쪽에서도 인플루언서들이 알아서 업로드할 거라고 했고. 그다음 장 넘겨 보시면 누구인지 나와 있어요.”
그쪽들도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이번 행사가 나름 유의미하다는 걸 알고 있을 거다. 시기상 조만간 MCN들에서 자체적으로 인플루언서를 연예인화 시키기에 주력하고 있을 때니까. 곧 인튜버들의 굿즈도 나오고, 팬 미팅도 진행한다. 이런 행사가 일반인한테는 아무 소용 없는 것 같아도 이 바닥에서는 또 아니거든.
나는 마린에게 쐐기를 박았다.
“이러면 아낄 수 있는 광고비가 얼마인지는 대충 아실 거라고 믿어요.”
이렇게까지 해왔는데도 여기 참여 안 하면 넌 바보다.
* * *
“그래서? 뭐래?”
“이번 주 내로 참여 브랜드 체크해서 알려준댔어.”
윤슬은 미팅을 마치자마자 돌쇠네로 갔다. 그동안 늘 나연이한테 이 떡볶이의 맛을 알려주고 싶었던 윤슬은 앞접시에 한가득 떡볶이를 담아 주었다.
“미쳤지.”
“미쳤다!!!”
아니나 다를까 나연이의 폭발적인 반응은 윤슬을 미소 짓게 했다.
“명문고는 다르구나…. 이런 가게도 바로 앞에 있고…. 뭐가 달라도 다르다.”
나연이의 지나친 감탄에 돌쇠 아저씨는 큼큼 헛기침하며 꿀피스를 테이블에 내려두었다. 오늘도 복숭아 맛이었다. 파인애플은 입천장이 까지니까.
“그럼 언제부터 고르면 되는 거야?”
“음. 일단 연락은 라모레에서 넣었어. 키키 게스트에서 참여하는 쪽은 미리 준비해둬야 하니까. 너도 라모레 사이트 들어가서 좋아하는 제품 고르면 될 거야.”
“이따 같이 고르자!”
김말이를 떡볶이에 적시며 나연이가 물었다.
“근데 주현이는? 진짜 안 한대? 걔 이런 거 좋아할 텐데.”
유채린 사건 이후로 주현이와도 맞팔을 마쳤던 나연이었다. 스토리에 종종 답장도 하면서 친구가 된 나연이는 요즘 SNS가 뜸한 주현이를 걱정했다.
“그러니까…. 몇 번 더 말해보려고. 아깝잖아.”
“지금 연락해! 지금! 나오라고 하면 안 돼?”
“…지금?”
“여기 너네 학교 근처잖아. 그럼 주현이 집 가깝지 않아?”
나연이는 뭘 고민하냐는 듯이 깔끔하게 말했다.
“원래 좀 기운 없고 할 때는 친구 만나야 돼! 우리가 주현이 달래주자. 응? 조금 이따 쇼핑 가면 재밌겠다~. 아, 라모레 매장 갈까 슬아? 우리 화장품도 골라야 하니까. 응응? 응?”
윤슬은 잠시 고민하다 주현에게 연락을 했다. 마침 지난번에 시무룩해져 있던 주현이의 기분 전환도 시킬 겸 플리 마켓 참여를 더 권할 생각으로.
[다이아수저]그리고 또 한 명에게 더.
입력: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 * *
“우~와~. 짱 넓어!”
“나연아, 너 여기 와 봤잖아.”
“근데 또 오니까 더 좋아!”
지난번에 퍼스널 컬러 진단도 받아 갔는데, 나연이는 어디든 갈 때마다 이렇게 좋아한다. 훌륭한 리액션이군.
그에 비해 옆의 주현이는….
“…….”
원래 주현이도 나연이 옆에서 저래야 하는데. 기가 팍 죽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Debuffs! 자신감 부족」
머리 위에서 깜박거리고 있는 디버프 글자까지 여전했다. 나는 신나서 이것저것 손등에 발색해보고 종알대는 나연이의 옆에서 적당히 대답하고 있는 주현이를 클릭했다.
내가 굳이 라모레 강남 매장에 온 이유는 이것 때문이거든.
‘역시 이쪽이 잘 어울려.’
「▼상세 설명▼
[플레이 컬러 팔레트 (블루베리 한입 냠)]32,500
→옅은 보라색이 섞인 핑크 톤의 메이크업 팔레트, 쿨톤을 위한 컬러들로 구성되어 있다. 회끼가 섞인 모브 핑크와 함께 짙은 그레이 컬러까지 준비되어 있으니 데일리로 딱.
▶찰떡지수: 100
특성: 따뜻한 컬러를 사용했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시원시원함! 레이어를 지나치게 깔지 않을 것.」
주현이는 그간 협찬받은 메이크업 제품들을 무난하게 사용했다. 교복에 잘 어울리게, 데일리로 쓰기 좋게.
하지만 주현이는 어둡고 진한 보라색이나 검은색이 잘 어울리는 톤이다. 섀도는 그라데이션이 아니라 한 컬러만 깔고 아이라인으로 딱 포인트를 주는 게 깔끔하게 잘 어울리는 편이라 이거지.
‘손민수 때문에 욕먹었으니 진짜 주현이한테 잘 어울리는 걸로 바꿔버리면 욕 좀 덜 먹겠지.’
-무난한 스타일인데 왜이럼? 세상 사람들이 다 지 따라하는줄 아나ㅋㅋㅋㅋ 풉킥 자의식과잉ㅋㅋ
지난번에 보여준 메시지들은 이런 게 많았으니까. 몇 년 뒤 유행하는 Y2K 느낌을 지금 주현이에게로 하면 될 것 같았다.
‘마침 주현이는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했으니까….’
확실한 콘셉트를 지금 잡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나는 일부러 퍼스널 진단 테스트까지 잡아놨다.
너는 이게 딱이야!!!
이걸 전문가의 의견으로 한 번, 친구들의 의견으로 두 번. 나는 다이아수저가 만들어준 예약 시간에 맞춰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거야!!! 진짜 얼굴이 확 산다, 대박 이런 색 어울리기가 쉽지 않은데? 최주현 얼굴 미친 걸까? 이런 묘한 보라색. 뭔지 알지. 남들이 딱 댔을 때는 어딘가 탁하고 아파 보이는 색인데 너한테 대니까 걍 미쳤네.”
전문가가 한마디할 때 나연이가 열 마디를 했다. 대주는 색깔마다 저렇게 옆에서 박수를 치고 있으니 주현이의 표정이 서서히 풀어졌다.
“진짜?”
“그럼 진짜지 이거 진단키트 새거 같은 거 봐. 대본 사람이 별로 없다는 뜻이지. 그만큼 희소성이 있는 컬러로 최주현 너만이 잘 어울린다는 거야.”
“맞아요~. 진짜 이 색 딱 댔을 때 살아남는 분이 흔치가 않은데.”
어느새 목 아래 대 둔 드레이프를 치우고, 주현이에게 찰떡지수가 높은 화장품들이 테이블에 놓였다.
“블랙 아이라이너로 눈꼬리 쪽만. 점막 채우는 것보다는 끝부분에 빼주시는 게 잘 어울리고.”
전문가는 제품을 추천해주면서 주현이의 얼굴에 직접 시연까지 해줬다. 이것도 내가 다이아수저한테 따로 부탁한 거였다. 한 번에 바로 보는 게 더 좋을 테니까.
“블러셔는 생략. 피부가 워낙 깨끗해서 좀 쨍한 블러셔도 잘 어울리지만 오늘은 데일리로 쓰기 좋은 쪽으로 가볼게요.”
마무리로는 연보라색 틴트를 베이스로 깐 다음 자두 빛으로 레이어링을 마쳤다.
“거울 보면~”
작은 손거울을 주현이에게 대 준 전문가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 이쁘죠?”
“네! 꺄아아악!!!”
질문은 주현이에게 했는데 대답은 나연이가 했다.
뭐 어찌 됐든 좋았다. 진짜 잘 어울렸으니까. 주현이의 기분도 한결 나아 보였다.
또각- 또각-
우리의 뒤편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다. 높은 구두가 바닥을 울리는 소리.
“안녕?”
다이아수저였다.
“우리 또 보네요? 오랜만이에요.”
“안녕하세요!”
다이아수저는 지난번에 만났던 나연이한테 인사를 한 다음 주현이에게도 인사했다.
“어머, 진짜 잘 어울린다. 오늘 이 친구 썼던 제품 있죠? 그거 전부 포장해주세요. 기념으로 선물.”
“네? 저 괜찮은데….”
“윤슬 씨 친한 친구라며? 해주고 싶어서 그래요.”
“저도 받고 싶습니다!!!”
“그런 자세 너~무 마음에 들어. 친구도 갖고 싶은 거 골라봐요.”
옆에서 손을 들고 외친 나연이한테도 포장된 쇼핑백이 주어졌다. 그리고 다이아수저는 명함을 내밀었다.
“이거 요 앞에. 아르더 디자이너인데 내가 말 해뒀으니까 셋이 가서 놀아요. 머릿결은 다 돈인 거 알지? 영양 팍팍 넣어달라고 하고. 스타일 바꾼 기념으로 제일 비싼 머리 해요.”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아는 헤어 숍의 명함이었다. 라모레 매장 근처에 자리 잡은 그 매장은 실장급 커트 가격만 기본으로 십만 원이 넘는 곳이었다.
“우와아아아! 감사합니다!!!”
얼어 있는 주현의 옆에서 나연이 넙죽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팔짱을 끼고 끌고 나갔다.
“내가 안 그래도 아까부터 너한테 잘 어울릴 만한 머리를 생각하고 있었거든? 일단 머리부터 새까맣게 하고 앞머리를 좀….”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쪼잘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걸 듣고 있던 다이아수저와 윤슬은 웃었다.
“잊지 마요. 나 해줄 만큼 해줬다? 이 정도 센스 있는 언니가 흔하지 않지.”
“알아요. 감사합니다.”
“근데 뭐 때문에 데려온 거예요, 저 친구?”
“그냥요….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 있으면. 이유 없이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거 알려주고 싶어서요.”
“웬일이야. 돈이 안 껴있네.”
“가끔은 이래야죠.”
어깨를 으쓱해 보인 윤슬은 계단 아래를 내려갔다. 다이아수저는 헤어 숍에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응~. 지금 내 동생 가거든요. 어어, 친구들이랑. 실장급으로만 붙여 줘요. 디자이너 말구.”
윤슬은 가벼운 영양과 커트를, 나연은 새롭게 펌을 했다. 그리고 주현은.
“야! 사진 찍자!!!”
찰칵! 찰칵! 찰칵! 촤차차차차ㅏ-!!!
칠흑 같은 흑발에 매직, 거기에 앞머리를 잘랐다. 완벽하리만큼 잘 어울리는 스타일 변화에 나연의 카메라는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Debuffs! 자신감 부족」
주현의 디버프 글자가 살짝 흐려졌다. 윤슬은 그걸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권했다.
“주현아. 우리 플리 마켓 하자. 응?”
“맞아! 분명히 재밌을 거야! 지금 너 너무너무너무 예뻐서 이거 자랑 안 하면 손해야~!”
두 친구의 애정 섞인 호들갑에 주현은 그제야 마음을 먹었다.
“…알았어. 할게.”
* * *
며칠 뒤, 윤슬의 세 번째 동영상이 업로드되었다.
[Intube] [수능 끝나면 뭐부터? 쇼핑부터! 친구들이랑 골라 본 옷 하울]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