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0)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0화(20/405)
“윤슬아, 자연스럽게 저쪽으로 걸어가면 돼.”
학교가 끝난 후, 근처 경복궁으로 가서 주현이가 하라는 대로 온갖 자세를 잡았다.
주현은 앤플폰으로 동영상과 사진을 번갈아서 촬영했다.
“너는 그 분위기가 있어. 뭔지 알지?”
모르겠는디….
주현이 오늘 바로 찍자고 졸랐던 후로, 바로 아이템 숍을 켜서 포션을 하나 먹었다.
「▼상세 설명▼
예쁜 게 죄야 (사용 시간 24시간)
: 최대한으로 컨디션을 올려주는 포션. 부기를 빼주고 피부 상태 최대치가 된다. 미묘하게 예뻐진 느낌으로 매력 스탯이 단기간에 +10~25% (확률 랜덤)으로 늘어난다.」
“서윤슬~ 자, 아래 보고 있다가, 옳지! 눈 위로 살짝~”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씩 쳐다본다. 조금… 부끄럽다.
“어후 예쁘다~. 여기에서 제일 예쁘다~. 한번 돌아보고~”
정정한다. 많이 부끄러워졌다.
그래도 중간중간 확인했을 때 주현이의 사진은 베스트 컷을 고르기 힘들 정도로 확실하게 잘 찍혀 있었다.
햇살이 비치는 경복궁, 맑은 하늘에서의 긴 머리를 휘날리는 모습.
내가 말하긴 부끄럽지만….
“예쁘지?”
“어… 쪼끔?”
“야 많이라고 해야지~”
등을 팡팡 두드리며 웃는 주현이 에어드립으로 사진을 보내주겠다며 핸드폰을 켰다.
-‘쭈혀닝’님이 사진 345장을 이 핸드폰에 공유하려 합니다
…네?
* * *
그래도, 모르겠다.
여전히 어플 특유의 색감, 살짝 흐트러진 화질에 따뜻한 느낌, 은은한 연분홍빛.
그런 색을 입히기 힘들어서 잠깐 나연이에게 사진을 골라달라고 톡을 보냈더니, 미쳤다고 전화가 왔다.
-이거 다 뭐야??!!
“오늘 찍은 거. 뭐가 제일 괜찮은 거 같아?”
-야 다 괜찮지~. 오늘 찍어준 애 대박이다.
지지 않겠어 나도, 라고 다짐하면서 말하는 나연이가 골라준 사진은 진짜 ‘전부 다’였다. 고르기 힘드니까 와장창 양으로 승부하라고.
-근데 왜? 어플 좀만 입히면 되잖아.
“색감이 뭔가…. 아, 내 마음에 딱! 이거다 싶은 게 없어.”
-흠…. 그럼 노란 필터는 어때?
…얘가 지금 말하는 건 오줌필터다. 안 된다.
“아~. 내가 어플 만들 수 있으면 진짜… 진짜 좋을 텐데.”
-우리 나이에 그런 애가 어딨어~
“그치… 없지.”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거 아니겠어. 할머니는 만들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된다고 했지만, 지금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인데!
-근데, 좀. 컴퓨터 잘하는 사람이면 할 수 있지 않나?
“어?”
-왜, 우리 학교 같은 반이었던… 이름 뭐였지.
“누구? 그런 애가 있었어?”
-응. 기억 안 나? 해킹 대회도 나가서 일등 먹고 인터넷 정보대회? 그런 거도 걔가 휩쓸었었잖아. 우리 반 컴퓨터 고장 나면 행정실에서 안 오고 걔가 다 고쳤었는데.
“기억을 잘 해봐…!!!”
뭔가, 실마리가 잡힐 것 같다.
-기억났다, 권재언! 걔 좋아하는 애들 우리 반에 많았잖아. 지수가 고백했던 거 기억나? 지수 울면서 조퇴했었지~
권재언?
얼마 전에 만난, 그 권재언?
* * *
어제 주현과 찍은 사진으로 자기소개서 구상을 하기 위해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윤슬~”
1-6 앞문으로 나오자마자, 인사하는 주현이 지영의 손을 잡고, 주현과 지영, 나와 소희, 그리고 가영과 서은이 나란히 급식실로 향했다.
이예원은 가영의 왼쪽에서 팔짱을 끼고 있었으나 급식실로 가는 인파 때문에 자꾸 어깨를 부딪쳐 나중에는 뒤에서 따로 오게 됐다.
“짠~. 이거 어제 찍은 거.”
“대박!! 진짜 잘 찍혔다.”
“윤슬이 이거 프사해.”
“맞아…. 사진 다 예쁘다.”
다들 한마디씩 거들어주며 사진을 골라줬다.
주현은 동영상을 처음에 틀다가, 중간에 멈춰서 사진 찰칵 소리를 넣고 필름 돌아가는 효과를 넣어 영상을 편집할 거라고 했다.
‘음, 대충 머릿속에 시안 그려진다.’
생각보다 주현이가 영상 편집을 제법 잘 만지네.
“윤슬이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
맞은편에 앉아있던 지영이 물었다. 난 아직 제대로 시안 생각을 해 둔 게 없는데.
「언제나 SNS에서 인정받은 당신, 이제는 오프라인에서 인정을 받을 때예요! 진정한 인플루언서는 주변의 부러움부터 사는 법.
진심도: ♥90% 이상인 ( 10 )명 이상의 사람에게 ( 잘했다 )라는 말을 들어야 합니다.」
괜히 상태창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더 오래 고민하게 되고, 조금 틀을 잡다가 엎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모르겠어…. 바로 딱! 나오는 게 없네.”
“사진 다 예쁘니까 가볍게 만들어도 좋을 것 같은데.”
예쁜 애한테 받는 칭찬은 기분 좋다. 서은이도 아까부터 사진마다 칭찬해줘서 입꼬리를 올라가게 했다.
「♥호감도: -40(↓5)/999」
예쁘다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옆에 혼자 앉아 있던 이예원의 머리 위에 떠 있는 호감도가 떨어지는 게 보였다.
‘어지간히 내가 칭찬받는 게 싫은가 보지.’
지난번 방송부를 떨어졌다고 난리 치던 예원은, 아는 언니가 살짝 끼워준 댄스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댄스부도 인기 많은 부라 충분히 괜찮아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아직 아닌 모양이었다.
‘다음번엔 주현이랑 밥 먹기 힘들겠다.’
방송부 얘기만 나와도 저러니….
“나는 고양이 영상 찍어둔 걸로 편집하게.”
서은이가 말했다. 서은은 같은 방송부라 주현이와도 금방 친해졌다.
너 예뻐~. 네가 더 예뻐~, 하는 예쁜이 둘을 보고 있자니….
‘다음엔 둘 다 같이 나온 사진을 SNS에 올리면 되겠다.’
좋아요 잔뜩 받을 수 있는 얼굴들이야.
“사진에 글자 넣는 건 어때…?”
소희가 잠깐 고민하는 것 같더니, 의견을 하나 냈다.
가영이 사진에 글자를? PPT처럼? 하고 물었다.
“응… 원래, 방송부가 그동안 영상 위주였어서…. 아마 사진으로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아서.”
얘네 언니 방송부였지. 그동안 자기소개하는 것도 들었을 거고. 사진에 글자라… 글자 많이 넣어도 되나…?
“아.”
갑자기 머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소희야 고마워!!!”
앤플폰 광고. Don’t Blink!
검은 바탕에 흰색 글씨, 빠른 BGM에 수없이 메시지가 바뀌는. 눈을 깜박이지 못하게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그때 그 광고.
‘패러디도 엄청났었지.’
글자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갔다, 갑자기 접혔다, 사라졌다가 튀어올랐다를 반복하며, 글자의 크기도 제각각이라 세련된 파장을 일으킨 광고가 생각났다.
“이번 미션. 빨리 끝낼 수 있겠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빠르게 노트북으로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켜며 생각했다. 피피티와 영상 그 중간에 있는, 쉴 새 없이 글자가 생겨나고, 사라지고, 접히고 위아래로 이동하며 깜박거리는 자기소개를 만들었다.
10명한테 잘했다는 이야기 말고, 전원한테 잘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겠어.
* * *
「▶System
【미션: 일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언제나 SNS에서 인정받은 당신, 이제는 오프라인에서 인정을 받을 때예요! 진정한 인플루언서는 주변의 부러움부터 사는 법.
진심도: ♥90% 이상인 ( 10 )명 이상의 사람에게 ( 잘했다 )라는 말을 들어야 합니다
―성공적으로 진행이 완료되었습니다.
보상
▶ +20
○어쩐지 부러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당신을 동경할 확률이 38% 상승했습니다.」
내 자기소개가 끝나자마자, 바로 미션창이 열리더니 완료가 떴다.
빰빠밤-!!
그동안 봤던 것 중에 가장 화려한 팡파르였다.
‘대기업 자본의 맛. 달달하다….’
세계적인 기업의 광고영상을 내가 먼저 해버렸으니, 미션이 완벽하게 완료될 것 같기는 했다.
“서윤슬 미쳤나 봐.”
바로 뒤에 앉아 있던 주현이가 박수를 쳐줬다. 주현이가 촬영해 준 사진도 몇 장 함께 넣었기에 더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진짜 잘했어.”
키우는 고양이의 이야기로 영상을 만들어왔던 서은이도 속삭였다.
방송부 과반수 이상의 머리 위 진심도가 ♥90%를 넘기고 있었는데….
‘어?’
진심도는 분명 높은 숫자인데, 몇몇 1학년들의 호감도가 떨어져 있었다.
「♥호감도: 60(13↓)/999」
「♥호감도: 47(25↓)/999」
‘뭐지…?’
분명 잘했다는 인정은 받았는데, 왜 호감은 내려가 있어?
“이, 일학년 8반 김 유진… 입니다….”
개미 기어가는 것처럼 작은 목소리로 다음 발표를 하는 1학년. 호감도가 낮아진 사람 중 한 명.
“그… 제가 급하게, 준비를 해오느라고….”
아. 비교되어서 호감도가 떨어진 거였다.
* * *
방송부 부장은 정말 아쉬웠다. 아쉬워서 한 번이라도 설득을 더 해보고 싶었다.
[죄송해요..ㅠㅠ] [그런 자리는 제가 생각도 못 해봤었고, 시간도 많이 부족해서요.] [학교 끝나면 알바 때문에..ㅎㅎ 집안 사정상 알바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도 방송부 일 뭐든지 열심히 참여할게요!]방송부의 전통이었다. 자기소개에서 가장 잘한 1학년한테 1학년 부장직을 추천하는 건.
1학년의 부장이 된다는 건 앞으로 참여할 공모전과 대회마다 선택권이 주어지는 특혜 중의 하나였다.
“에휴….”
이번 1학년은 면접을 볼 때부터 서윤슬이 부장이 되지 않겠냐고, 2학년과 3학년 모두 예상하고 있었다. ‘그 1학년’으로 불리고 있던 윤슬이었기 때문에.
윤슬이 거절하니, 어쩔 수 없이 두 번째로 잘했던 주현에게 1학년 부장직을 맡기게 됐다.
[헉.. 정말요?ㅠㅠ] [감사합니다!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이모티콘]‘뭐, 얘도 센스가 있었지.’
올해 1학년은 잘 뽑았어, 라고 생각하며 부장은 수요일의 취미생활을 했다.
밤 10시면 업데이트되는 키키 게스트의 글 읽기.
▶D-Day 14!
서울 벚꽃놀이 명소 Top 10
언제 봐도 재밌는 글과 괜찮은 사진. 고3 생활의 유일한 낙. 청현이 영상 보기와 키키 게스트 보기.
일단 추천부터 누르고 천천히 스크롤을 내렸다.
* * *
‘와, 진짜 다행이다.’
윤슬은 부장에게 거절의 톡을 보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까 호감도가 뚝뚝 떨어지는 숫자들을 보고 있자니 더 이상 내려가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System
【미션: 히든】
▶짝짝짝! 친해지고 싶은 애
반 안에서 소소하게 ‘괜찮은 애’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성공적으로 진행이 완료되었습니다.」
지난번 히든 미션으로 떴던 보상을 생각해보면, 반뿐만이 아니라 부에서도 한 번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랜덤 보상으로 받았던 소원석은 효과가 좋았고.
윤슬은 이걸 놓치고 싶지 않았다.
‘소원석은 아이템 숍 에서도 안 파니까….’
매일 키키 게스트와 SNS 페이지도 관리해야 하고, 방송부에 신경 쓸 일은 최대한 만들고 싶지 않았다.
‘키키 게스트나 더 신경 쓰자.’
3월 셋째 주. 벚꽃이 피기 전 제보 받은 벚꽃 명소의 사진들로 작성한 글은 꽤 반응이 좋았다. 에이스북에서도 서로를 태그하면서 여기 가자며 서로 약속을 잡아 댓글이 평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AceBook]▶친구 없으면 못 부르는 페이지
서울의 유명한 벚꽃 명소들 🙂 올해 벚꽃 개화시기는 서울 4.1~
같이 가고 싶은 친구들 모두 태그♥
-김동혁: @이승우 @박민호
˪이승우: 예??
˪박민호: (읽씹)
-나혜원: @권지혜 언니 중랑천가자
˪권지혜: 웅 쪼아~!
임채연: 벚꽃의 꽃말은…. @신하영
신하영: 중간고사다…..
‘이번 달 수입 괜찮겠다.’
에이스북 팔로워가 15만을 넘기면서, 구글 애드센스를 붙여 글 몇 개당 하나씩 클릭 광고가 따로 붙었다.
‘이렇게 금방 광고 클릭률 늘어날 줄 알았으면, 가디건 안 올려 두는 건데….’
아까 중고세상에 올려뒀던 가디건에 바로 구매 의사를 밝힌 사람이 있어서 이미 거래 완료까지 띄운 참이었다.
내 나코스테 베이직 가디건… 정가 289.000원. 2주도 안 입고 중고세상에 절반도 안 하는 가격으로 올려뒀다.
[중고세상] 나코스테 베이직 가디건 네이비 L 사이즈 판매130,000원 (택미포)
2주 착용했고 포장 그대로 보내드립니다. 오염 없고 실착 7회 미만이에요!
네고 사양합니다 쿨거래시 택배비 제가 냅니다.
지아지우아빠: 흠.. 이 가디건 정가 20만원 안하지 않나요? 쿨하게 7 가시죠
˪슬이슬이마슬이: ^^;; 정품 가격은 30만원 가깝습니다.
민트맛메론: 헉.. 저 용돈 모아서 살 테니까 먼저 보내주심 안 되나용ㅜㅜ? 넘 갖고 시퍼요
공짜가좋아: 무료나눔 원합니다.
비틀비틀즈: 갤럭쉬 노트2랑 교환하심 어떠세요?
녹차11: 지금 입금하겠습니다. 계좌 쪽지로 알려주세요.
…초반 댓글이 이따위라 그냥 글을 삭제할까 했지만, 정말 쿨거래를 해줬던 정상인 댓글도 하나 있어서 냉큼 계좌를 줬더니. 몇 시간 새에 벚꽃 게시글 조회수가 폭발해 버렸다.
“뭐… 보상으로 다른 거 받으면 되고.”
키키 게스트에서 협찬으로 보낸 옷들은 대부분 꾸준히 키키 게스트와 에이스북 이벤트를 열어 나누고 있어서 내 옷은 막상 몇 벌 없었다.
물론 나갈 때 옷 걱정은 없지만….
‘막 입어도 되는 옷이랑은 다르니까.’
마침 내일 등교 전에 택배를 몇 개 보낼 일이 있으니 일찍 자야겠다.
* * *
바스락-
1학년 5반. 조은주는 서윤슬 근처 자리에 앉아 있던 종이를 하나 주웠다.
윤슬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던 은주는 바로 주워주려 했다. 평소엔 자리도 멀어 얘기를 틀 만한 일이 없었지만, 한 번쯤 얘기를 해보고 싶었으니까.
평소 중고세상을 자주 이용하는 조은주는 편의점 택배 발송에 쓰이는 그 종이가 익숙했다.
다만 그 종이에 써진 이름이….
조 은주: 010-XXXX-XXXX
받는 주소: 서울시 종로구 XX동…
본인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중고세상 판매자가 서윤슬이었어?!’
최근 윤슬이 하고 다니는 모든 게 괜찮아 보였다.
얄미운 이예원한테 대놓고 박소희 편을 들어주던 서윤슬이, 옆 반 인플루언서 주현도 예쁜 애라고 인정해주는 서윤슬이, 묘하게 반 애들끼리 얘기를 할 때면 ‘윤슬이 착한 것 같아~’하고 얘기가 나오는 그 애가.
그래서 요 며칠 입고 있는 나코스테 가디건이 갖고 싶어 인터넷을 뒤지던 중, 새것 같은 매물이 나왔길래 바로 거래를 했다. 가디건뿐만 아니라 O!O! 후드티와 신발도 하나.
그런데 그 모든 게 서윤슬이 판매한 거였다니.
‘보내는 이름은 분명 이정혜였는데.’
윤슬이 택배를 보낼 땐 엄마의 이름과 번호를 쓴다는 걸 모르는 은주는 초조하게 그 종이를 숨겨 치마 주머니 안에 구겨 넣었다. 누가 보기라도 할까 황급하게.
사실 집이 꽤 잘 사는 척, 이것저것 새로 사는 척을 했지만 은주네 집은 평범한 가정이었다. 새 학기가 되면 새 가방과 운동화를 사 주지만. 일 년에 몇 개씩 바꿔주지는 않는.
“은주 또 새 신발 샀어? 이거 이번에 나온 거잖아~”
“응, 지난번 신던 거 질려서. 그냥 친척 줬어.”
사실은 매번 중고로 팔아넘기고, 중고로 구매한 거였다. 웬만한 신상들은 2주 정도가 지나면 중고세상에 매물이 풀리고는 했으니까. 하지만 같은 반 친구에게서 물건을 샀다면 들킬 확률이 너무 높아진다.
조은주는 버릇처럼 손톱을 물어뜯었다.
서윤슬이 입었던 나코스테 가디건을 입고. 신었던 뉴밸 운동화를 신고, 며칠 전 화장을 고칠 때 슬쩍 뭘 바르는지 봐뒀던, MIC 틴트를 바른 채로.
조은주는 버릇처럼 핸드폰을 켜 유스타에 들어가 윤슬의 계정을 살펴봤다.
[Youstagram]O!O! 후드티♥색 편하고 너무 예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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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0
-슬이 핑크 세상에서 제일 잘어울려 히히
˪나연 보고 싶어
-언니 예뻐요…ㅠㅠ
-윤슬아 지윤언니야~ 팔로우 하고 간당ㅎㅎ
– 사이즈 정보좀요!
‘전 학교 친구들은 진짜 완전 다 금수저네… 서윤슬도 일단 금수저였던 건 확실한데.’
윤슬에게 친근하게 댓글을 다는 계정들마다 클릭해가며 피드를 훑었다.
사는 집부터 다니는 학원, 생일 때 받는 선물, 가족끼리의 여행… 모두 비싸고 좋은 것들 뿐이었다.
[Youstagram]새학기 기념 나코스테 가디건~ 핑크랑 고민했는데 역시 네이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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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5
-윤슬아 어디고 갔어?
˪나 덕현고~
˪뭐야 이사 갔어?ㅠ
-학교 교복 이뿌당ㅎㅎ 윤슬이 사진 자주 올려줘
-안녕하세요 🙂 DM 확인 부탁드립니다.
‘얘네는 청담 숍 가서 헤어랑 메이크업도 받고… 와, 하루에 몇십만 원을 막 써버리네? 서윤슬도 이랬을까.’
전의 학교 친구들과 사이가 좋았는지 사진마다 댓글 다는 사람들이 달랐다.
은주는 점점 윤슬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살면서 본 적 없는 종류의 세상이 궁금했다.
단 하루 노는 데 연예인들이 다니는 숍에서 헤어를 받고, 근처에서 십만 원이 넘는 브런치를 먹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예쁘다고 하는 금수저의 삶이!
[Youstagram]어디에나 신기 편한 뉴밸란스 운동화! 쿠션감이 좋아서 발이 피곤하지 않아요 ㅎㅎ
협찬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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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1
-윤슬이 협찬도 받아? 대박
-공주야 인형이야? 빨리 말해
-잘 어울려요! 괜찮으시면 맞팔해주세요 🙂
-서윤슬 오랜만ㅋㅋ 나 김지호
조은주는 들킬까 봐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윤슬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옆 반 최주현이랑 같이 협찬을 받아 유스타에 사진을 올리는 서윤슬처럼.
찰칵-
그렇게 오늘 올라온 유스타 사진도 캡쳐를 해서 보관했다.
하루에 몇 번씩 윤슬의 계정에 들어가 오늘은 어딜 갔는지, 뭘 입었는지, 댓글을 다는 친구는 누구인지 염탐하는 건 은주의 습관이 되었다.
아주 멀게 느껴지지는 않으면서도 가깝지는 않은 윤슬이 어쩐지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