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04)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04화(204/405)
대학매일 본사의 엘리베이터를 내리자 윤슬을 환영하는 스태프들이 보였다. 그리고 모두가 기대했던 그 사람.
―물결 쌤 안녕하세요~.
스타 메이크업 아티스트. 물결이 화면에 등장했다.
―일단 피부 진정부터 좀 할게요. 머리 까고.
평소의 물결처럼 건조하게 대화가 시작되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비즈니스적인 태도였다. 하지만 점점 갈수록 물결은 말이 많아지며 온갖 팁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근데 가끔 왜.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많이 두드릴수록 잘 안 먹는다는 사람들. 이건 왜 그런 거예요?
―피부가 많이 예민한 편이라 그래요. 그럼 그 사람들은 두드리지 말고 얇게 펴 발라서 시작을 해야 돼요. 붓에 파데를 듬뿍 먹인 다음에 손등에 몇 번 쓸어줘. 그럼 이게 딱 적당히 파데를 머금게 되는데.
―어! 파데 붓으로 하면 자국 남지 않아요?
―새 붓으로 하면 그렇지. 파데를 먹인 다음에 길을 들여야 해요. 정 자신없다 하면 스패출러로 살짝만.
아직 쿠션파데 열풍에서 벗어나지 않은 시기였다. 물결이 보여주는 진짜 프로의 도구는 구독자들을 당황시켰다.
-저거 수분크림 뜰 때 쓰는거 아님?ㅋㅋㅋ
-저걸로 한다고?ㅋㅋㅋ
-예상외로 지인짜 좋아요 (。˃ ᵕ ˂ ) 저 저날 이후로 맨날 스패츌러로 메이크업해요
-어디 거 쓰세요?ㅠㅠ
윤슬은 물결이 추천해준 브랜드의 제품마다 아래 자막으로 추가해두었다. 물론 더보기에 페이지 링크까지 걸어두는 걸 잊지 않았다. 점점 시청자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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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의 물결털기 스킬은 시청자들에게도 감탄을 이끌어 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의 바이럴 광고 작성 때 늘 써먹던 주제였기 때문이다.
[화장이 자꾸 뜨는 너! 언제까지 푸석할래?] [눈두덩이 번지는 아이라인~ 짝남 앞에서 개.쪽.] [애교살 펄 왜 내가 바르면 이렇게 어색하지?ㅜㅜ]한 번의 어그로로 클릭을 물고 와야 하는 만큼 주제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댓글로 정보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B사 팟루즈 저거 지속력 어때요? 요즘 광고 너무 많이 해서 좀 못믿겟음ㅠㅠ
-저거 지성한테는 좀 별로에요 건성이어야 ㄱㅊ을 듯
-이상하다 C사 블러셔 나한테는 저 발색 안나던데
-브러쉬 말고 퍼프로 톡톡 두드려보세요 맑게나옴ㅇㅇ
옛날 윤슬의 팔로워들이 스타일 슈어에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았듯, 인튜브도 똑같은 흐름으로 가기 시작했다.
―완성~! 와 말도 안 돼요. 역시 프로의 손길은 다르다. 아까 얼굴이 뭔가 480p였다면 지금은 4K된 느낌.
-ㅋㅋㅋㅋㅋ물결쌤 거울에 비치는 표정봐
-물결이 낳앗냐고
완성된 윤슬의 헤어와 메이크업은 정말 반응이 좋았다.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은 누구나 따라 해 보고 싶게 만들었다. 담백한 컬을 준 헤어에 하얀 티셔츠를 입자 댓글이 가장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ㅁㅁㅊㅁㅊㅁㅊㅁㅊ
-평생박제제발내소원
-보정안했는데 실물 이렇다는거 아니야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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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이 촬영을 하기 시작했고, 자막이 나왔다.
자막:
Q. 인사 한번 해주세요
Q. 수능이 끝났어요. 해 보고 싶었던 게 있나요?
Q. 대학 생활에 로망이 있다면.
Q. 이십대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요
하지만 윤슬의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질문만이 나왔을 뿐.
-뭐지?
-사람을 미치게 하는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나의 소중한토끼 너무 유명해지지마ㅠㅠㅠㅠㅠ
-인생필름 개잘찍는다… ( • ̀ω•́ ) 한컷도 뚝딱대지 않네
계속해서 촬영하다 어색하게 웃는 장면, 스태프들이 윤슬의 메이크업을 고쳐주는 장면, 사진사가 웃으며 농담을 건네자 모두가 터지는 장면 등이 번갈아 나왔다. 하지만 답변은 계속해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저 질문 답 언제나와요ㅠㅠㅠ궁금하단말이야٩(๑`ȏ´๑)۶
-답은 다음주에 업로드될 대학매일 인터뷰 봐주세요♥
-우리만 알게요 비밀로 할게요 제발요
-7만명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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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의 촬영이 끝나고, 대학매일 스태프들은 작은 선물을 건넸다.
―우와, 이게 뭐예요?
―별건 아니고. 집에 가서 풀어보세요!
선물을 받은 윤슬은 인사를 하고 건물을 나섰다. 어느새 거리가 어둑어둑했다. 윤슬은 어디론가 이동했다.
자막: 이제 새 사무실 확인하러 가요
자막: 이때 오신 분들 계신가요?
-???어 여기 거기잖아
-헐 저 여기서 윤슬님 만나고 사진찍ㄷ었는데
유신사 건물이었다. 얼마 전 플리 마켓을 진행했던 그 건물.
* * *
아, 피곤해 죽겠다. 하지만 오늘은 꼭 가야 하니까.
[Youshinsa studio]얼마 전 우리는 사무실을 새로 계약했다. 바로 유신사 스튜디오.
들어보니까 건물이 신축인데 비해 보증금이 굉장히 저렴하더라. 물론 유신사 이름값을 올려주기 위한 브랜드만 입점 허가가 가능했다. 신생 브랜드는 불가.
‘하지만 이쪽은 이름값으로는 탑이지.’
이제 대한민국에서 인생필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특히 유신사가 지키고자 하는 트렌디한 이미지로는 우리가 최고라고.
“네? 인생필름 창업자셨어요…?”
마린한테 입점 의사를 밝히자 진짜 놀라더라.
그도 그럴 게 인생필름에 진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서는 내가 만든 브랜드라는 걸 모르는 게 당연했다. 일부러 사업 초창기에는 좀 숨기기도 했고. 고등학생들이 만들었다는 게 알려지면 브랜드 가치에 타격이 가니까.
‘하지만 이제는 다르지.’
열아홉에서 막 성인이 된 스무 살. 지금이 이미지 변신을 하기에 가장 좋을 때다. 어린 사업가로 잡고 가면 확실하게 각인이 되겠지.
한국대생 말고도 나를 대표할 수 있는 키워드가 필요했다.
“인생필름이 입점해주시면 저희야 영광이죠!!!”
비록 의류 브랜드는 아니지만 유신사가 환영하는 브랜드임에는 확실했다. 보증금 싸고, 월세 싸고, 앞으로 브이로그에서 뽑아먹을 각종 콘텐츠를 생각하니 만족도가 수직상승했다.
“왔어?”
“…대략적인 측정은 끝냈어.”
사무실로 가자마자 재언이랑 백휘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아직 이전 사무실에서 짐을 다 옮기지 않은 터라 사무실 안은 휑했다. 이전에 쓰던 낡은 가구 대신 새 가구를 들일 예정이라 내부 측정을 해야 했다.
“우리 자리 진짜 좋다. 그치.”
창문 너머로 탁 트인 하늘이 보였다. 유신사 스튜디오는 이태원에 위치해 있다. 학교에서는 좀 멀지만 나쁘지 않지.
우리는 로열 층인 고층에 배정받았다. 새하얀 페인트칠이 되어 있는 새 사무실을 보니까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 * *
자막: 그리고 이제 저녁 먹는 겸 친구 만나러
-아니 하루가 끝나질 않네ㅋㅋㅋ
-혼자 48시간 살고 그러는거에요?ㅠ 집에 언제가
-모모 영상에서 나왔던 그때 그 친구들이에요? 제발 얼굴 보여줘 。゚(゚´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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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의 영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첫 번째 브이로그니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활활 불타올랐기 때문이다.
다음번 장소는 압구정 로데오였다. 하루 동안 홍대에서 이태원, 압구정 로데오까지 서울을 가로지르는 윤슬이 찾은 곳은 바로.
회귀 전 압구정 로데오에서 가장 유명한 브런치 카페. 압구정 로데오를 비롯해 성수, 양양, 해운대까지 지점을 냈던 그 가게였다. 그 가게의 주인은 예상외의 인물이었는데.
―어? 왜 이제 왔어~! 야 얼른 들어와.
자막: 저의 친구이자 스퀴즈 청담의 사장님입니다(ง •̀_•́)ง
―지금 이거 뭐야? 뭐 찍는 거야?
―어 나 브이로그. 너 나와도 돼?
―당연하지 카메라 쭉 위로 올려봐. 안녕하세요, 윤슬이 구독자 여러분들~! 저는 윤슬이 친구 김민준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스퀴즈 청담 이제 오픈했으니까 많이 놀러와 주세요. 이 채널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 해주시고 보여주시면 음료 서비스 나갑니다!!!
―뭐야 마치 준비한 사람처럼….
자막: 시킨 거 아닙니다
자막: 연출 X
-와 멘트 개자연스러웤ㅋㅋㅋㅋ
-친구 귀엽게 생겼다ㅠㅠㅠㅠㅠ
-윤슬님 얼굴보고 친구 사귀시나요? 맛도리
애초에 공부로는 평화의 상징, 999를 찍는 민준이었다. 영어 특기생으로 어떻게 좀 가볼까 했지만 민준은 공부와 거리가 멀고 공부를 싫어했다. 대신 어릴 적부터 온갖 게임으로 단련된 센스는 겸비했다. 즉, 장사 머리가 좀 있었다는 말이다.
스퀴즈 청담은 민준이 낸 가게였다.
* * *
‘박탈감 장난 아닌데.’
나는 스퀴즈 청담의 오픈 파티를 보며 생각했다. 중간중간 아는 얼굴들도 보였다. 나도 중학교는 이 부근에서 나왔으니까.
“어 윤슬~! 하이! 너 최백휘랑 아는 사이였네?”
“백휘 넌 연락 좀 하고 그래라. 수능 끝나고서도 연락 한번이 없냐.”
“그러게. 하하.”
“권재언 수능 만점 맞을 줄 알았다. 나 뉴스에서 너 보고 개놀랐었잖아!”
백휘랑 재언이 옆에 있다 보니까 온갖 관심이란 관심은 다 받고 있었다. 대화 주제는 대부분 그렇듯 수능과 대학 얘기였고. 그리고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민준아, 차 뽑았어? 나 아직 예약 대기 걸어놓고 있는데 아! 개강 전까지 안 나올 거 같아.”
“얼마 주고 샀는데?”
“나 팔천. 고민 중이야. 차 안 나오면 일단 중고로 사서 나올 때까지 탈까…. 니거 나왔냐?”
“난 나왔는데 랩핑맡겼음. 무광이 좋아.”
일단은 차 얘기. 그리고 그다음은 집 얘기. 다음은 개강 전에 잠깐 쇼핑 겸 다녀올 여행 얘기….
윤슬의 박탈감 버튼이 딸칵딸칵 눌리고 있을 때였다.
“슬아!!! 너 좋아하는 고기고기고기 필라프야.”
타이밍 좋게 민준이 서버를 불러 접시를 앞에 놔주었다. 사진 찍기 좋은 메뉴들이 줄지어 나란히 놓였다. 테이블 위가 순식간에 가득 찼다.
“야!!! 너희 포크 들지마. 윤슬이 드시고 난 다음에 먹어.”
“민준아. 왜 그렇게 날 조상처럼….”
윤슬이 카메라를 들기 전까지 아무도 못 먹게 한 민준은 계속해서 브이로그에 출연하고 싶어 보였다.
“여러분 이거는 제가 개발한 메뉴인데요. 저 고등학생 때 기숙사 살았거든요? 근데 쫓겨난 이유가 요리에 대한 열정 때문입니다. 원래 기숙사에서 몰래 밤에 뭐 먹으려면 수비드로 먹어야 되거든요. 뜨거운 물에 막 담가서…. 그게 펄펄 끓는 물이 아니라 샤워용 온도라 삼분카레도 세 시간 이따 먹을 수 있어요. 즉석밥? 이건 그냥 생쌀 씹듯 먹어야 돼요. 선생님들한테 걸려서. 근데 전 달랐죠. 전 온열찜질기를 사용해서 수비드를 했거든요. 아니 그냥 먹으면 맛이 없잖아 맛이. 그렇게 네 개인가. 꾹꾹 눌러서 데우는데 다들 그 맛을 못 잊고 제 방 앞에서 기다리다가 벌점을 먹어가지고….”
“민준아.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 아무도 안 궁금해할 텐데.”
“아무튼 그런 제가 직접 만든 까르보나라다 이겁니다. 이태리식으로 하기엔 사진 찍다 너무 뻑뻑해져서 살짝 크림파스타에 더 가깝긴 한데요. 진짜 맛있어요. 포인트는 여기 끝에 로제말이 살짝 둔 거. 이게 또 감성이지.”
“로즈마리 아니야?”
“내가 하려던 말이 그거야.”
그렇게 민준은 윤슬의 첫 번째 브이로그에서 분량을 쫙쫙 뽑아가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미쳤나봐 말하는거 개웃수저
-귀여운데 멍청해… 멍청한데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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