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05)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05화(205/405)
영상은 어느새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동 장소도 워낙 많았고, 등장인물도 많았던 윤슬의 브이로그는 댓글이 쉴 새 없이 달렸다.
대학매일 팀이 준 선물은 작은 인센스 페이퍼였다. 그간 대학매일에서 인터뷰를 한 문장들이 적혀 있는 종이였다. 그걸 태우는 것으로 드디어 영상이 끝마쳐졌다.
[Intube] [물결쌤 만나고 대학매일 촬영까지! 프리뉴 신제품도 만나본 하루] 30:38조회수 237,802
좋아요 3천
댓글 1천
-언니 거리감느껴 언니친구들 왜이렇게 다 그사세인가요ㅠ
-18:20 여기 친구들 얼굴 보여주면 안되나요 제발요 봐야만해요 모모영상 돌려보기도 지쳤어요(。•́-ก̀。)
물결의 팁, 얼굴이 보이지 않는 친구들의 실루엣, 화려한 브런치 가게. 하지만 진짜 화제성을 몰고 온 건 다름 아닌 인생필름이었다.
-미친… 인생필름 창업주라고?
-나였으면 유스타에 직업으로 박아놨다 인생필름 창업주ㅋㅋㅋㅋ와 대박이다
-입 진짜 무겁다 저걸 어케 비밀로 했단 말임
[물결쌤 만나고 대학매일 촬영까지! 프리뉴 신제품도 만나본 하루] 30:38윤슬은 두 번째로 실시간 인기 동영상에 올랐다.
[Intube creative]▶평균 시청 시간: 11:48
▶구독자 증감 (일주일): 20,778
▶지난 28일 동안 채널의 조회수가 1,802,867회입니다
▶실시간 조회수 (48시간): 387,620
윤슬의 인튜브 영상은 안정적인 시청률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 * *
개강을 앞두고 있는 2월. 대학생이라면 핸드폰에 당연히 깔려있을 그 어플은 설렘에 부풀어 빠르게 활성화가 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곧 신입생들이 들어올 시기였으니.
신입생들이 저마다 단톡방을 만들고 유스타 친구를 맺고, 성격 좋은 재학생들이 그런 후배들과 연락을 할 때. 모두가 궁금해하는 신입생들이 있었다.
[한국대/ 자유게시판]익명 02/13 20:00
이번 신입생들 기대된다ㅋㅋㅋ유난히 올해 유명한애들 많이 들어오네
-익명1: 복학생이야?
˪익명(글쓴이): 아니야 2학년임…
-익명2: 유명한애 ㄴㄱ???
-익명3: 만점인데 의예 말고 공대들어온애 말하는거?
익명 02/13 21:30
우리학교 신입생이라고 해서 알게된 인플루언서 있는데 와 박탈감 장난 아니다ㅋㅋㅋㅋ 인생필름 창업주… 떼돈벌겠네 앞으로ㅠㅠ.. 우리학교 들어오면서 대체 창업까지 어떻게 한거냐
-익명1: 이미 벌었을 듯
-익명2: 걔 수시야 정시야?
˪익명3: 수시임
˪익명2: 수시면 그럴만도…ㅋㅋㅋ
-익명4: 모알에 나왔던 토끼모자 걔는 옛날부터 유명했었음 몰랐던게 신기한데
익명 02/13 00:00
내 친구 학생회인데 신입생중에 진짜 연예인같은애 있더라ㅠㅠㅠㅠ 혹시 연락처로 미리 톡해보는거 에바…? 이러다가 뺏길거같아서 초조해 죽겠어… 어떡하지 맨날 걔 생각만남
-익명1: 개에바야 왜그럼
˪익명(글쓴이): 너무 친해지고 싶은데ㅠㅠㅠ진짜 내 이상형임
-익명2: 입장 바꿔 생각해봐 너라면 소름 안끼칠지
˪익명(글쓴이): 입장 바꿔 생각해봤을 때 나라면 좋을거같애…ㅠㅠ
˪익명2: 말이 안통하네 학생회에 이거 캡쳐해서 제보넣을게 ㅅㄱ
모두가 궁금해하는 그 신입생들은 정말 조용했다. 단톡방에 들어와 있지 않았기에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더더욱 궁금증을 유발했다.
그렇다면 그 셋은 뭘 하고 있었을까.
“이게 마지막 박스지?”
“…앉아서 쉬라니까.”
이곳은 종로구에 위치한 청소년 창업 사무실. 드디어 짐을 빼는 날이었다. 쓰던 가구들은 모두 이 자리에 두고 소지품만 챙겼지만 몇 박스나 나왔다. 고3 때 여기서 거의 살다시피 한 탓이었다.
“거북이 걔네는 안 보이네?”
“셋 다 재수한대…. 지금 기숙학원 있다던데.”
“재언이 넌 어떻게 알았어?”
“간식 받으면서 들었어.”
청소년 창업을 완벽하게 해내면서 대학 입시까지 끝마친 팀 최선은 홍보물로 지정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종로구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셋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었다. 그중에서도 수능 만점자 재언은 공무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흑사탕을 입 안에 넣고 굴리던 재언이 마지막 박스에 테이프를 단단히 붙였다.
“이렇게 보니까 진짜 좁았네. 하하.”
“그러게….”
“그래도 왠지 아쉽다. 정들었는데.”
텅 빈 사무실은 어쩐지 시원섭섭한 기분을 안겨주었다. 윤슬은 자그마한 박스를 들고나오며 뒤를 돌아봤다. 마지막. 진짜로 마지막이었다.
“가자, 이제!”
* * *
이태원의 유신사 스튜디오. 플리 마켓이 종료되었던 바로 그다음 날부터 브랜드들이 입점하기 시작했다. 2주가 지난 지금은 빈 룸이 거의 없이 모두가 들어찼다.
프리뉴의 대표는 로열층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뭐예요 진짜? 키키 게스트에 라모레, 엘더아머.”
“무슨 화환이…. 연예인이랑도 아는 사인가 봐. 하진이랑 김유리?”
“이거 봐. 장관 화환도 있어! 뭐야? 종로구 구청장은 왜 보냈어?”
그 사무실 앞에는 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프리뉴의 직원들은 쟁쟁한 라인업에 벌써 좀 기가 죽었다.
“…우린 이런 거 없었는데.”
“야. 기억왜곡 하지마. 우리도 공장에서 하나 보내줬었어.”
“그거 화분이었잖아요, 형.”
사무실 이사 정도로 이렇게 화환을 받는 일이 일반적이지는 않았다. 부러워하면서 바라보던 그들에게 엘리베이터 도착 소리가 들렸다.
띵-!
“그러니까 여기….”
팡-!!!
“유신사 입주를 축하합니다!!!”
“와!!! 축하합니다!!!”
“…우와. 감사합니다.”
프리뉴의 직원들은 손에 든 종이 폭죽을 펑펑 터뜨리며 축하를 했다. 대표는 미리 준비해놨던 케이크를 들고 윤슬에게 다가갔다.
“지난번엔 경황이 없어서 인사도 제대로 못 했죠?”
“어어! 대표님~!”
“이번에 브이로그 봤어요. 은근히 제목에 우리도 껴 주고 그랬던데. 고마워서.”
대표는 사람 좋은 얼굴을 하며 케이크를 든 손을 쭉 앞으로 펼쳤다. 촛불이 하나 꽂혀 있는 케이크를 본 윤슬은 옆에 있는 친구들의 키를 낮췄다.
“하나 둘 셋 하면 부는 거야.”
강제로 옷이 끌려 내려가 무릎이 접힌 두 사람은 순순히 말을 들었다.
“하나, 둘, 셋-!”
셋이 함께 촛불을 끄자 그제야 본격적으로 실감이 났다.
“윤슬 씨, 식사 아직이죠? 우리 밥 먹으러 가요.”
“비싼 거 먹고 싶다고 해요!”
“맞아요!!! 우리 대표님 카드 거덜내봐요!!!”
프리뉴 직원들은 신이 나 있었다. 윤슬을 둘러싸고 여기 근처 맛집은 전부 알고 있으니 메뉴만 말하면 다 데려가 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근데 지금 이대로 가나요?”
“네! 이 멤버로!!! 왜? 다른 브랜드 궁금한 데 있어요? 불러올까요?”
“아니요…. 여기 저희 사무실 앞인데 이렇게 종이를….”
프리뉴 직원들은 말없이 주섬주섬 바닥에 있는 종이 폭죽을 쓸었다.
* * *
‘이 사람들 대체적으로 성격 좋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부담스럽지 않게 서글서글했다. 우리는 유신사 스튜디오에서 가장 가까운 피자 가게에 들어왔다. 맞은편에 앉은 프리뉴의 대표는 다음에는 정말 비싼 걸 사주겠다고 아쉬워했다.
“저 피자 좋아해요. 애들도 그렇고.”
“…응. 피자 좋아.”
“빨리 먹고 짐 정리해야지.”
“우리도 도와줄게요!!!”
정말 열정이 넘치는군. 하지만 손이야 많을수록 좋지. 이따 저녁에는 가구도 들어와야 하니까.
나는 치즈가 쭉 늘어나는 피자를 먹으면서 유신사 스튜디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유신사가 따로 인튜브 채널을 확장시킬 예정이래요. 들었어요?”
“지난번에 대충요. 뭐 공문 이런 거 내려왔어요?”
“그런 건 아닌데, 다들 여기 들어온 브랜드들은 알음알음 들은 거라. 이 바닥 좁아서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거든요. 유신사 중에 직급 높은 사람들이랑도 형 동생하고. 앞으로는 연예인들 불러다가 인튜브 영상 뽑을 건가 봐요. CF보다는 그편이 더 가격 대비 괜찮다나.”
역시 트렌드를 등에 업고 성장한 브랜드답다. 이것도 미래가 바뀌었군. 원래대로라면 적어도 일 년쯤 후에야 유신사 인튜브가 성장해야 맞는데.
‘합병이 빨리 이뤄진 만큼 관련 SNS도 바뀌고 있잖아….’
그럼 내가 알고 있는 트렌드들이 적어도 일 년은 앞당겨진다는 소리인가?
나는 먹던 피자를 잠시 내려두었다. 최소 10년 가까이 꿀 빨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앞으로 내가 아는 미래가, 전부 빨리 스쳐 지나가면 어쩌지….’
갑자기 맥주 땡기는군. 좀 불안한데.
나는 메뉴판에 있는 맥주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걸 눈치챈 듯한 프리뉴의 대표가 웃으며 물었다.
“왜요. 맥주 마시고 싶어? 하긴 한창 그럴 때지.”
한창 그럴 때라니. 저는 늘 그랬는디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려 하자 옆에 있던 백휘가 자연스레 거절했다.
“아뇨. 저희 내일 졸업식이라.”
“아! 내일 졸업하는구나! 와~. 나는 까마득해서 기억도 안 난다. 완전 잊고 있었어.”
“이제 바쁠 일만 남았네요! 수강신청은 했어?”
“…그건 다음 주부터예요.”
아깝다. 하긴 내일은 중요한 날이니까 술 마시면 안 되겠지.
나는 얼음이 가득 들어간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일단 일어나지 않은 일을 먼저 걱정하지 말자. 당장 졸업식이랑 개강부터 생각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