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07)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07화(207/405)
“서윤슬! 여기 와!”
윤슬은 졸업식이 끝난 다음에도 바빴다. 친구들과 사진을 찍느라 이리 가고 저리 가야 했다. 같은 반 친구들과 모두 같이 찍은 데다 옆 반 친구들, 동아리 친구들까지 윤슬을 찾아왔다. 소엽 쌤도 어느새 윤슬이와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계셨다.
“쌤! 왜 줄 서 계세요!!!”
그런 소엽 쌤을 발견한 윤슬이 소리치며 달려갔다.
“안녕하세요. 윤슬이 담임입니다.”
“아이고 선생님. 안녕하세요.”
“한 번은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저희 윤슬이 신경 많이 써주셔서 감사했어요.”
“아닙니다. 윤슬이가 워낙 똘똘해가 제 손 타고 그런 것도 없었습니다.”
윤슬의 머리를 쓰다듬는 소엽 쌤의 손길에서 아쉬움이 묻어났다.
“제가 가르친 애 중에 윤슬이만 한 놈이 또 나올까- 싶을 정도로.”
“쌤, 그거 졸업할 때 말씀해주시면 어떡해요. 일 학년 때부터 말해 주셨어야지.”
장난스레 소엽 쌤의 팔을 두드린 윤슬은 사이좋게 사진을 찍었다.
“슬아. 졸업 축하한다. 니는 대학 가서도 누구보다 잘할 거다. 공부 잘하는 놈들만 모여있다고 기죽고 그러지 마라. 어?”
“쌤. 저 기죽는 거 보셨어요?”
둘의 사이로 다른 반 선생님들도 한두 마디씩 던지고 가셨다.
“윤슬이 졸업하면 선생님 섭섭해서 어떡해~”
“슬아~ 나중에 더 유명인 되면 선생님이 인터뷰해도 되지?”
윤슬은 마음을 담아 인사를 건넸다. 그간 여러모로 알게 모르게 도움을 많이 주신 분들이었다.
“저, 언니. 팬인데요…. 저 언니 따라서 방송부 들어가려구요. 저 언니만큼은 아니지만 팔로워도 많아요. 방송부 진짜 열심히 할 거예요.”
심지어 윤슬을 만나 보지 못했던 예비 1학년들까지도 윤슬을 찾아왔다. 야망을 가진 예비 방송부 1학년은 작게 포장된 꽃을 건네면서 사진을 요청했다.
“감사합니다!”
“면접 잘 봐요!”
윤슬은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근처에 있던 방송부 후배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예비 1학년을 바라봤다.
“흑….”
그렇지 않은 한 사람. 하경이었다. 윤슬이 연설을 할 때부터 울고 있던 하경은 아직까지 눈물을 그치지 않았다.
“언니, 졸업하지 마세요….”
윤슬의 옷깃을 꼭 잡고 있었다가 누가 같이 사진 찍으러 오면 두 발자국 떨어지고, 사진을 찍고 나면 다시 와서 옷을 잡기를 반복했다.
‘이 애기를 어쩐다.’
윤슬은 하경이를 안고 토닥토닥 달래주었다. 제비도 하경이의 머리 위에 앉아 날개로 샥샥 쓰다듬었다. 도통 눈물을 그칠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은 하경이와도 이제 정말 인사를 해야 했다.
“하경아. 언니 봐봐.”
“네….”
“하경이 이제 3학년이지? 후배들도 들어올 거고.”
윤슬은 하경이에게 처음으로 그 사용권을 쓰기로 결심했다. 디버프를 풀고 나면 받는 무리한 부탁 이용권.
「▶짝짝짝! 다정한 도움
디버프에 걸린 사용자에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해당 사용자에게는 ( 1 )번의 [무리한 부탁]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아직 사용해 본 적이 없으니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 체크를 해둬야 하기도 했고, 만일 사용권이 쓰이지 않은 채로 들어줄 수 있는 가벼운 부탁이라면 그것도 좋았다.
“하경이 동아리에서 새 친구들 사귀고, 선배들이랑도 친하게 지내면서 재밌었지?”
“네….”
“앞으로 들어올 애들한테도 언니한테 한 것처럼 잘해 줄래?”
“…….”
“너 지금 2학년 애들이랑도 얘기 많이 안 해봤잖아. 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같이 버블티도 마시러 가고 그래. 응? 레시피 알지?”
“…….”
훌쩍훌쩍 우는 하경이에게 아직 상태창은 뜨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런 건 무리한 부탁으로 안 되나? 아니면 얘가 먼저 다가가기는 너무… 어려운 건가?’
윤슬이 하경이의 얼굴을 살피고 있을 때였다. 날개로 하경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제비 위로 상태창이 떴다.
「▶[짝짝짝! 무리한 부탁 요청 성공!]
최초의 부탁 요청권을 사용하였습니다. 당신에게 호감도가 높은 상대가 무리한 부탁을 받아들였습니다.
―성공적으로 진행이 완료되었습니다.
※ 해당 요청권에 대한 보상은 추후 지급됩니다.」
“네…. 그럴게요. 언니가 해준 것처럼 저도 해줄게요. 흐윽….”
“야. 그만 울어! 언니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언니 졸업하고 나서도 오실 거죠?”
다른 방송부원들이 하경이를 둘러싸고 끌어안았다. 윤슬도 함께 안아줬다. 어느새 방송부의 전통이 되어 있는 펭귄안기였다.
“그~럼. 언니 졸업했다고 끝이야? 또 오지.”
“뀨!!!”
제비는 펭귄안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빙글빙글 날아다녔다.
‘그럼 이제 슬슬 학교를 나가볼까.’
윤슬이 마지막으로 학교의 모습을 눈에 담을 때였다.
띠링-!
「▶축하합니다! 처음으로 무리한 부탁 요청권을 사용해 [슬롯머신]이 오픈되었습니다.
※ 새 기능이 오픈되어 이전 기능은 더 이상 사용이 불가합니다.
-♥호감도 지수 확인불가
-인물 정보 >>♡♥♡ 열람불가」
“…뭔 슬롯머신?”
심지어 있던 기능을 뺏어가? 벌써부터 사행성 도박의 기운이 물씬 난다.
「▶System
▶어느새 팔로워가 100만에 달한 당신! 이로써 훌륭한 인플루언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건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슈퍼 인플루언서죠! 당신의 이름을, 얼굴을, 더 나아가 당신의 모든 것을 알리세요!
앞으로의 SNS는 미션과 랜덤 슬롯머신을 함께 진행합니다♥」
게다가 슬롯머신이라면 미션이 더 어려워지는 거 아니냐?
“뀨~”
뭘 알면서 그러냐는 듯이 짹짹거리는 제비가 얄미워 죽겠다. 내 눈앞에 상태창은 새로운 창을 띄웠다. 그 슬롯머신이었다.
「▶슬롯머신 ★OPEN★
※ 슬롯머신의 형식은 항상 새롭게 리뉴얼됩니다.」
슬롯머신은 세 칸으로 되어 있었다. 클릭하라는 듯 옆의 손잡이가 반짝반짝거렸다. 윤슬은 한숨을 쉬며 손잡이의 클릭 버튼을 눌렀다.
띠로띠로리로-리-♪
어울리지도 않는 경쾌한 음이 울렸다. 휙휙 돌아가는 글자들은 어지러워 볼 수가 없었다. 빠르게 돌아가던 슬롯머신은 천천히 느려졌다.
‘뷰티, 패션, 요리, 일상…. IT는 왜 있어! 미친!’
첫 번째 슬롯머신에는 각종 인플루언서들의 주제가 적혀 있었다. 두 번째 슬롯머신에는 영상 형식이, 그리고 마지막은 좋아요나 공유 수, 댓글과 영상 단가들이 적혀 있었다.
‘브이로그, 하울, 언박싱, 후기, 비추천, 오천만 원에 일억….’
점점 느려지던 슬롯머신은 이제야 멈췄다.
철컥. 철컥. 철컥.
그렇게 나온 첫 번째 슬롯머신의 결과.
「[스터디] [브이로그] [댓글 삼천]」
그리고 곧장 미션이 시작됐다.
「▶System
【미션: 메인】
▶당신의 일상으로 대학생들의 공감을 끌어모아 봅시다!
새로운 콘텐츠를 ( 30 )일 안에 업로드해 보세요. 플랫폼은 무관합니다.
[스터디]를 주제로, [브이로그] 형식을 사용해 [댓글 삼천 개]를 만들어보세요!보상
○조각 룰렛 3회권
○유명세 상승
○매력 스탯 상승 (↑30)
●소원석 뽑기 (Random!)
수락하시겠습니까?
[ Yes ] [ No ]」품에 한가득 끌어안은 상장과 꽃다발이 후두둑 아래로 떨어졌다. 졸업과 함께 가시밭길의 시작이었다.
* * *
졸업식을 마치고 윤슬과 가족들은 집으로 향했다. 외식 대신 할머니가 따로 케이터링 출장을 집으로 불렀기 때문이었다.
“배가 많이 고픈가보구나. 기다리지 말고 어서 먹거라.”
“아니에요….”
윤슬은 집에 온 뒤로도 계속해서 눈이 공허했다. 배가 고파서라고 짐작한 할머니는 윤슬을 곧장 다이닝룸으로 데려갔다. 정갈하게 담겨 있는 음식들이 한가득 있었다.
딩동-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오늘의 초대 손님들이 올 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삼 년간 함께 공부한 재언과 백휘였다. 윤슬의 한국대 입학에 가장 큰 공헌을 했다는 걸 듣게 된 할머니는 이럴 게 아니라 졸업식 후에 초대를 한번 해야겠다고 하셨다.
각자 선물을 들고 조심스레 집으로 들어온 둘은 어느 때보다 한껏 차려입고 있었다.
“시간 잘 맞춰왔네? 나도 방금 들어왔는데.”
“얼른 들어와요! 그때 바닷가에서 보고 처음이네.”
“슬이 친구들~. 오는데 춥지는 않았구?”
윤슬은 한쪽에 위치해 있는 하얀 접시를 친구들에게 내밀었다. 늘 셋, 가끔 넷뿐이었던 집 안에 두 사람이 더 들어오자 평소와 다르게 북적거렸다.
“연설은 잘했어?”
“그렇게 말하니까 나 대통령 선거라도 나가는 것 같은데. 뭐 암튼 좀 잘한 거 같아. 너는?”
“나도 뭐. 그럭저럭.”
“재언이 너는?”
“…난 좀 짧게 끝냈어.”
세 사람은 모두 졸업생 대표였다.
친구들이 찍어 보낸 무대 위의 모습들을 서로 핸드폰으로 보여줬다. 백휘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설을 끝마쳤고, 재언은 일분컷으로 빠르게 끝내 졸업생들의 환호를 샀다. 그런 세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윤슬의 아버지는 문득 생각난 질문을 했다.
“그러고 보니까 셋이 같은 대학교인데. 통학하나 자취하나?”
“저는 일단 통학입니다. 이 근처라 차로 금방 가니까요. 윤슬이 태워서 가면 될 것 같아요.”
“…저도 통학인데 차 있습니다. 운전 잘해요. 제가 태우면 될 것 같습니다.”
바쁜 윤슬과 달리 수능을 끝난 뒤 둘은 제법 시간이 많았다. 곧장 면허부터 딴 둘이었다. 윤슬이 자취 얘기도 없고 면허도 따지 않자 둘 역시 통학을 택했다. 학교 근처에 살면서 윤슬의 통학을 도우면 당연히 거절당할 것이었으니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윤슬이 통학시키지 않을 건데?”
조용히 있던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네?”
진지하게 갈비찜을 먹고 있던 윤슬이 영문 모르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국대 근처에 내 명의의 신축 오피스텔이 한 채 있어. 한 층을 통으로 비워놨지.”
“…네?”
“젊을 때 한두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비싼지를 굳이 몸으로 겪어볼 필요는 없지. 굳이 여기에서 힘들게 통학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거기 들어가서 지내거라. 대학 생활에 온전히 집중하도록 해. 너 하고 싶은 대로 지내란 말이야. 종종 이리 와서 얼굴도 비추고.”
윤슬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미 들었던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 층을 통으로 비워둔 건…. 여자애 혼자 살기에 대학가는 위험해. 물론 로비도 그렇고 나름 방범 장치는 해 놨다만 혹시 모르지. 만일 너희도 자취를 원한다면 들어가 살거라. 따로 세를 받지는 않겠다. 관리비 정도야 내야 하겠지만.”
그 말에 백휘와 재언도 눈을 깜박거렸다. 어깨를 가볍게 으쓱인 할머니는 윤슬과 눈을 맞췄다.
“부모님과 상의해서….”
“감사합니다.”
“…깨끗하게 쓰겠습니다.”
할머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결정해 버렸다.
“할머니…!”
“내 졸업 선물이다.”
매란은 윤슬이를 보내기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새로운 세상에서 자유로울 윤슬이 보여 줄 더 큰 미래가 기대되었다. 혼자 두면 과연 어디까지 클지 궁금하게 만들어 주는 아이였다.
할머니는 카드 키를 하나 건넸다.
“졸업 축하한다.”
오피스텔의 열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