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09)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09화(209/405)
대망의 수강 신청 당일, 사람이 몰릴까 새벽부터 일어난 세 사람. 아니 네 사람은 모두 집 근처 PC방으로 향했다.
“흐아아아암-”
“상태 왜 이래?”
“난 밤새고 왔어 자기야….”
“자기야, 소리하지 말랬지. 근데 이거 컴퓨터 어떻게 켜는 거야?”
없어서는 안 될 안정적인 인튜브 조회수 메이커 차재겸.
“전원 버튼 거기 있는 거. 아니야…. 이거.”
모모의 영상 출연 이후로 현재 한국대 커뮤니티에서 가장 궁금증을 일으키고 있는 권재언.
“슬아, 아이디랑 비밀번호 기억하지?”
차재겸이 어그로를 끌어 같이 합류하게 된 최백휘까지.
“…백휘 넌 SNS도 안 하잖아?”
“그래도.”
“그럼 인튜브 출연하는 것도 좀 그렇잖아.”
“그래도.”
“그, 그럼 얼굴은 안 나오게 내가 적당히 자를까?”
얼굴은 웃고 있지만 무언의 압박을 받은 윤슬은 백휘도 브이로그에 함께 넣기로 했다.
‘하긴. 앞으로 그렇게 자주 만날 텐데 백휘만 빼고 찍을 수는 없지….’
백휘가 나오는 컷마다 자르면 영상이 이어지지도 않고 어색할 것이었다. 백휘 얼굴을 등장시키면 조회수와 구독자를 꿀빨아 보라는 재겸의 조언에 사실 좀 솔깃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슬은 마지막 양심을 잡고 백휘는 최대한 출연시키지 않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새벽 여섯 시…. 저희 수강 신청을 하려고 왔는데요. 요즘 PC방은 진짜 별의별 게 다 있네요.”
윤슬은 미니 삼각대에 세워둔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PC방 메뉴판에는 스크롤을 내려도 내려도 신메뉴가 있었다.
“나 밥 먹을래. 너네는?”
“나도 메뉴판 보고 있었어….”
“뭐 먹을 거야? 난 일단 커피.”
“자기야~. 여기 피X츄 돈가스 있다. 이거 시키면 귀엽게 만들어주나?”
그렇게 넷은 PC방에서 아침 메뉴를 골랐다.
잠시 후, 아르바이트생이 윤슬에게 다가와 물었다.
“저기 손님…?”
“네?”
“김치볶음밥에 데리야끼 볶음밥, 새우볶음밥, 햄버거 두 개에 핫도그 네 개. 떡라면 두 개, 라볶이 두 개, 피X츄 돈가스 하나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에 콜라 하나. 아이스티랑 단무지 네 번 추가…. 겹치는 메뉴가 많은데 혹시 잘못 클릭해서 주문하신 걸까요?”
“아니요. 저희 주문 맞게 들어갔어요. 겹치는 거 없어요.”
오전부터 대량의 주문을 받은 아르바이트생의 목소리가 숙연해졌다.
“네…. 겹경사네요….”
그리고 터덜터덜 주방으로 돌아갔다. 윤슬은 조금 미안했지만 새벽 여섯 시부터 친구들을 끌고 왔으니 굶길 수 없었다. 그렇게 PC방 컴퓨터 앞에 한가득 메뉴가 차려졌다.
“우와~. 야 생각보다 되게 괜찮다?”
“…우리 학교 근처가 진짜 맛집이었어.”
“우리 학교 근처도 괜찮았는데. 덕현에서도 안 멀었을걸?”
“난 PC방 가본 적 없어. 백휘는? 너네 같이 간 거야?”
“음…. 굳이? 나도 안 가봤어. 차재겸 다른 반 애들이랑 간 거야.”
생각보다 퀄리티가 높은 편의점 식사에 윤슬은 놀라 카메라로 촬영을 했다.
“여기 마지막…. ‘귀엽게 그려주세요’ 요청하신 피카X 돈가스입니다.”
마지막 접시를 내려두고 알바생이 사라졌다.
“…이게 뭐지? 난 분명 귀엽게 그려달라고 했는데?”
피카X 돈가스의 이목구비에는 깊은 원한이 서려 있었다. 케첩과 머스터드의 조화만으로 심정을 가늠케 만들었다.
“먹으면 저주받는 거 아니냐….”
“자기야. 흑기사 한 입만 해줘.”
피로 물든 것 같은 피카X 돈가스를 재겸이 윤슬 쪽으로 쭉 뻗자 옆에 있던 백휘가 그대로 재겸의 입 안으로 넣어 버렸다.
“아, 씨! 이거 불닭소스야!!!”
케첩도 아니었다. 윤슬은 재겸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어그로 잘 끌어주네…. 이걸로만 해도 캡처 따이고 클립 만들어지겠다.’
벌써부터 착실한 조회수 메이커를 바라보며 윤슬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셨다. 슬롯머신이 생겨나 착잡했던 것도 잠시, 이대로라면 앞으로의 미션들도 나쁘지 않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 *
째깍째깍째깍째깍….
핸드폰을 켜 한국 시계를 띄워 둔 넷에게 긴장감이 흘렀다. 초침 돌아가는 소리까지 구현된 시계는 사람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8시 58분. 드디어 수강 신청이 2분 남은 시간이었다.
“후…. 꼭 자기에게 청혼하겠어….”
“야, 차재겸 사망 플래그 세우지 마.”
“…반드시 성공해서.”
“재언아. 너까지.”
“끝내면….”
“백휘야. 너까지 물들면 어떡해.”
그렇게 드디어 8시 59분 57초가 되었다.
“삼, 이, 일…!”
윤슬은 빛의 속도로 클릭했다.
[과목이 수강 인원을 초과했습니다.] [과목이 수강 인원을 초과했습니다.] [과목이 수강 인원을 초과했습니다.]“성공!!!”
옆에서 재겸이 기쁨에 젖어 마우스를 휘둘렀다. 윤슬은 착잡한 표정으로 애써 기뻐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튜브용으로는 좋지….’
한두 개 망하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큰일이 났다. 꿀교양이라고 차재겸이 입수해 온 정보대로 짜둔 게 문제였다. 다들 어디서 정보를 얻은 건지 꿀교양 경쟁률이 치열했다. 전공도 하나 날아갔다.
‘그래. 좋은 거야. 우주 공강이어도 난 집이 근처니까….’
한숨을 쉬던 윤슬의 옆에서 백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실패했어?”
“…….”
“…아니. 성공했어.”
“너한테 물은 거 아닌데.”
재언은 자신의 모니터를 가리켰다. 윤슬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모니터를 바라보다 눈을 크게 떴다.
“…어? 저거 내 전공인데?”
[소비자심리 기초]재언의 시간표에 없어야 할 강의들이 보였다. 재언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응. 윤슬이 너 거야.”
“이거 이중로그인 안 되지 않나? 아니 어떻게….”
“프로그램으로 뚫었어.”
“그게 그렇게 쉽게 뚫려?! 아니 니 건 그럼 수강 신청 어떡해!”
“…내건 동생 시켰어. 잘했을 거야.”
재언의 터무니없는 담담함에 셋은 기가 질렸다.
“자기야. 쟤 왜 저렇게 된 거야?”
“…내가 뭘.”
“미안하다. 내가 지난번에 누가 해킹이라도 해주면 좋겠다고 했어.”
마지막 양심 재언이마저 물들어 버린 것에 윤슬은 일말의 죄책감을 느꼈다. 며칠 전에 지나가듯 말했던 것 같은데 진짜 프로그램을 뚫을 줄은 몰랐다.
윤슬은 매크로로 인해 인튜브용 영상 날아간 건 그렇다 치고 앞으로는 재언이 앞에서 해킹의 ‘ㅎ’자도 꺼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내가 더 도움 되지.”
재언의 물음에 답하는 것도 잊은 윤슬은 자신의 시간표를 다시 확인했다.
“완벽하잖아?”
점심 먹을 시간도 챙겨져 있었고, 1교시가 하나도 없었다. 윤슬이 만들려 했던 꿈의 시간표가 그대로 눈앞에 띄워져 있었다.
‘…그럼 인튜브 조회수는 뭘로 뽑지?’
기쁜 것도 잠시, 미션이 윤슬의 마음을 무겁게 눌렀다.
* * *
개강 D-day 7.
드디어 대학매일 3월호가 발간되었다. 다른 때와는 달랐다. 업로드하자마자 클릭률이 무섭게 늘어갔다. 일단 스타 인플루언서의 링크가 한몫했다.
[Youstastory] [이번 시즌 작업물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윤슬의 대학매일 인터뷰 링크)
바로 메이크업 아티스트 물결의 스토리였다.
연예인들과도 많은 작업을 하는 물결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는 그 한 문장이 클릭을 불렀다. 심지어 스토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피드에 따로 박제까지 했다. 대학매일 로고가 박힌 그 사진으로. 따로 광고비를 들이지 않아도 저절로 광고효과를 본 대학매일 팀은 싱글벙글했다.
Q. 인사 한번 해주세요
A. 안녕하세요. 대학매일 독자 여러분들. 한국대 언론과 신입생 서윤슬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Q. 수능이 끝났어요. 해 보고 싶었던 게 있나요?
A. 해 보고 싶었던 건 너무 많죠. 근데 제일 하고 싶었던 건 늦잠 자기. 주말에도 늦잠을 자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수능 끝난 당일에 엄청 잤어요. 알람 안 맞추고 잤는데도 빨리 눈이 떠져서 억울했던 거 있죠.
Q. 대학 생활에 로망이 있다면.
A. 장학금을 받아보고 싶어요. 한국대에서 장학금 받기. 말만 들어도 힘들 것 같지 않아요? 근데 또 한번 해 보면 평생 자랑거리가 될 것 같아요. 저희 아빠는 제가 뭐만 하면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두시는데, 한국대에서 장학금 받으면 그거에서 프로필 사진 절대 안 바꾸실 거예요.
Q. 나중에 장학금 받고 나면 한 번 더 초대할게요. 비법을 알려 주세요.
A. 이러면 제가 꼭 받아야 하겠네요. 하하. 이래 놓고 못 받으면 어쩌지…
Q. 이십 대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요
A. 십 대를 참 치열하게 보냈어요. 특히 고3 때는 진짜… 인생필름을 지방에 대여하는 것 때문에 9월 모의고사 끝내고 나서 삼일인가 한숨도 못 자고 서류만 봤었어요. 그래서 20대는 좀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해보고 싶어요. 주변도 둘러보고. 십 대 때는 현실적인 걱정이 너무 많았거든요.
Q. 좀 더 낭만적인 20대를 보내겠다는 말같이 들리네요. 나는 이런 사람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A.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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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한 시간 만에 삼만 뷰가 넘었네. 벌써. 우리 사이트에 이렇게 댓글 많이 달린 거 처음 아니냐?”
“저희 유스타 좋아요도 역대급인데요.”
“얘, 한 번 더 왔으면 좋겠다.”
대학매일 팀들은 딸칵딸칵 마우스 소리를 내며 다른 커뮤니티들을 확인했다. 남들은 배우 데뷔를 하고 난 다음에야 ‘배우 XX의 대학생 때 인터뷰’로 돌아다니기 마련인데 윤슬은 업로드가 되자마자 인터뷰가 돌아다녔다. 그야말로 역대급 반응이었다.
“다음번에 하는 애도 인플루언서랬지? 그, 젬스톤 소속.”
“네. 한국대 두 번 연속이라 좀 그렇긴 한데…. 보는 사람들은 재밌겠죠. 누구 대 누구. 이런 느낌도 나고.”
“보니까 걔도 팔로우 되게 많던데요. 저희 누나한테 물어보니까 난리 나던데. 실물 궁금했다고.”
대학매일 팀은 며칠 뒤 촬영할 콘셉트 시안서를 확인했다. 유명 MCN 소속답게 협찬 라인업이 어마어마했다.
[대학매일 4월호: 한국대 미학과, 하 제인]모두 젬스톤을 이끌어 나가는 루비가 직접 준비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