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1)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1화(21/405)
찰칵- 찰칵-
“주현이 저러다가 허리 꺾이는 거 아니야?”
“저래야 다리가 길게 나온대….”
항상 사진 찍는 데에 진심인 주현은 상체를 뒤로 기울여 사진을 찍었다, 앉아서 찍었다, 반복하며 윤슬의 사진을 찍어줬다.
“윤슬아 손에 립스틱 들고 몸 반만 돌려봐! 머리카락 살짝 휘날리게~”
착착착착착착-
이제 쉬지 않고 울리는 연속 셔터 음은 며칠 새 둘 사이에 익숙한 소음이 되어 버렸다.
윤슬의 유스타 계정 팔로워가 꽤 많이 모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로 주현의 호감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윤슬~. 진짜 너무 예쁘게 잘 나온다.”
주현은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하는 게 꿈이었다. SNS는 브랜딩하기에 최적의 도구였고.
유스타를 꾸준히 같이 키워 나갈 친구가 필요했다. 사진을 같이 찍으러 다니고, 서로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링을 하고, 서로의 계정을 통해 새로 팔로워가 유입되는.
그런 목표에 딱 들어맞는 친구, 그게 바로 윤슬이었다.
[Youstagram]-윤슬이랑 커플 립♥ 우린 요즘 이거만 바르지롱~.
매트 립이지만 발림성 최고 짱짱
애정하는 컬러는 15호 짙은 체리 깨물!
+페리페로 선물 감사합니다 🙂
@seo_yoon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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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3
-예쁜 애들끼리 노네 ㅋㅋㅋ
-안녕하세요. 에뛰앙 마케팅 담당자님입니다♥ DM 확인부탁드려요.
-언니 아이섀도우 정보 좀요 ㅠㅠ
˪믹 네이키드 런치 애교살만 발랐어요!ㅎㅎ 학교라서 진하게 안 하고 있습니당~
-언니 보정은 어떻게 하셨어요?
˪저 포토샵으로 밝기조절 했습니당~
-친구 분도 너무 예뻐요…
이제 윤슬에게도 개인 유스타그램 계정에 협찬 메시지가 종종 오고는 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로드 숍 메이크업 브랜드, 유신사에 입점된 지 얼마 안 된 10대들을 겨냥한 패션 브랜드가 주가 되었다.
일주일에 2~3번 오는 개인 계정 협찬 물품은 모두 되팔아 현금으로 챙겼다.
‘주식 투자는 안 된다고 했으니까… 이렇게라도 현금을 남겨야지.’
키키 게스트 에디터로 받은 협찬 물품을 되팔다 걸리면 반응이 부정적일 것을 대비해 개인 계정으로 받은 협찬 물품만 골라서 판매했다. 빚 갚는 속도가 아주 살짝 빨라졌다.
윤슬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오랜만에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딸램! 저녁 먹었어?
“당연하지~. 아빠는 먹었어?
-그으럼. 서충남이가 저녁 굶는 거 봤어? 아빤 두 그릇 먹었어.
소소한 이야기를 하며 주현이가 찍어준 사진을 아빠에게 보냈다. 아빠는 못 본 새에 우리 딸램이 아주 아가씨가 다 되었다며 흥분했다.
-아조 그냥! 예산 사과 아가씨는 따 놓은 당상이여.
“아빠 스케일이 너무한데. 미스 코리아도 아니고.”
-잉. 냉정히 말해서 코리아까지는 아녀.
냉정한 아빠의 평가로 가장 예쁘게 찍힌 사진을 프로필로 바꿨다. 자연스럽게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 * *
‘프로필 사진 바꿨네.’
핸드폰을 잘 만지지 않는 편인, 배터리가 닳건 말건 신경도 안 쓰고 내버려 두던 최백휘는 어느새 수시로 핸드폰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지난주에 자기소개서를 같이 고민하고 저녁을 먹을 때 자신이 찍어준 사진이 프로필이었는데, 그날을 끝으로 두 번 다시 연락이 없는 윤슬이 바꾼 프로필을 잠깐, 진짜 아주 잠깐 클릭해봤다.
경복궁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백휘는 아무래도 윤슬이 연락이 없는 이유는 그날 거지 같은 PPT를 걸렸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시퍼런 물개인지 수달인지. 바보 같은 다람쥐랑 꿀밤이나 맞고 다니는 게 인기가 많대서 집어넣었는데.
[눈길을 끄는 PPT 꿀팁] (댓글 312) [바탕화면을 보노보노로 한 PPT] [양재 샤넬체가 수놓아진 PPT] [아저씨 개그가 들어간 PPT]-ㅋㅋㅋㅋㅋㅋㅋ이런 꿀팁 알려주면 어떡해ㅠ 업계 비밀인데 큰일 났다
-그치 요즘엔 아무래도 깔끔한 것보다는 저렇게 밈을 넣어야 보는 사람도 집중하게 되더라
˪인정 지루할 틈이 없음 진심;
-맨 마지막ㅋㅋ 저거 우리 과 교수님이 PPT 넣었는데 학생들 다 박수쳤잖아ㅠㅠㅋㅋㅋ
˪다들 악수요청도 했어?
˪당연;
‘할까 말까 할 때는 역시 안 하는 게 나았는데….’
혹시나 해서 만들어 본 PPT는 왠지 속았다는 느낌을 줬다. 그래서 윤슬에게 보여주지 않았는데! 백휘는 괜히 죄 없는 보노보노를 원망했다.
‘세 번이나 만났었지.’
지난번 우연히 만났던 두 번째 만남. 사실 백휘는 윤슬을 알아봤지만 같이 앉을 생각까지는 없었다. 한 번밖에 본 적 없는 사이기도 하고.
‘이런 데서 마주치네.’
눈이 마주친다면 인사를 하고, 그렇지 않다면 테이크 아웃을 해서 나가야겠다. 생각하던 때였다.
“휘핑크림 많이요.”
“네 고객님-. 어느 정도로 드리면 될까요-”
“퇴근하고 싶은 만큼요.”
“어머-. 그럼 천장까지 닿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바보 같은 대화에 웃음이 났다. 백휘는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카드를 꺼냈다.
“한 잔이랑, 아이스 캐모마일 티 한 잔이요.”
억지로 끌려 들어와 마음에 드는 것 하나 없는 이곳에서 어쩐지 윤슬과는 또 한 번 이렇게 웃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방금 전까지 할아버지와 숨 막히는 대화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온 백휘는 윤슬을 잠시 떠올렸다. 침대에 누워 시야에 들어오는 건 흰 천장뿐이었다.
‘휘핑크림이 천장까지 닿을 정도였는데 다 먹었을까.’
왠지 윤슬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별거 아닌 상상만으로 웃음이 났다.
“근데 키키 게스트랑은 어쩌다 계약했어? 벌써 대학 정해두고 대외 활동하는 거야?”
“어… 사실 우리 집 진짜 어마어마하게 망했거든.”
“…어?”
“제인이한테 못 들었어? 아버지 사업 부도가 나서… 하하. 나라도 뭐 해야지. 빚 갚으려고 생각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네.”
집안이 망했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하게 하면서, 그렇게 환하게 웃을 수가 있는 건가.
한가득 올려져 있던 휘핑크림을 입 안에 넣고, 다시 웃는 윤슬의 모습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백휘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힘들다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저렇게 씩씩한 모습이라는 건 한 가지밖에 없었다.
‘혼자 힘든 시간이 길었겠네.’
자신 역시 그랬기 때문에. 최백휘는 혼자 버틸 윤슬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 * *
“오늘, 현재 전국 하늘은 구름 없이 맑은 날씨인데요. 오후부터 차츰 북쪽에서 비구름이 발생해 서울 등 중부와 전북 내륙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겠습니다.”
백휘는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 뉴스를 보며 일기예보까지 체크하는 본인의 습관이 자랑스러웠다. 맑은 날씨의 하늘에서는 옅게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마침 평소보다 큰 우산을 들고 있었고, 혹시나 해서 연락해 본 윤슬은 오늘도 늦잠을 자 신발을 신고 허둥대다가 그대로 현관에 우산을 두고 왔다고 했다.
“뭐야, 손에 우산? 야. 오늘 비 온대? 나 우산 없는데.”
“와야 돼. 반드시.”
“…친구가 우산이 없다는데 너는 왜… 그 모양일까. 배키야.”
옆에 앉은 재겸의 목소리를 가볍게 무시하며 백휘는 내내 창문 밖을 봤다. 창가 자리의 흰색 커튼이 바람에 흩날리는 시간 내내 하늘은 맑기만 했다.
괜히 우산만 만지작대던 백휘는 마지막 교시에 드디어 빗방울이 내리자 자신도 모르게 책상을 내리쳤다.
“야 조용히 하자~. 시끄럽다잖아.”
“맞아. 반장 화났다.”
힘 조절을 하지 못해 큰 소리로 교실을 울린 백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완벽한 학업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종례를 앞두고 시계 초침 소리만 들리는 교실 옆을 지나가던 선생님들은 모두 감탄했다.
“우리 반도 이랬으면….”
제발 담임 선생님이 얼른 와 이 침묵을 끝내고 탈출시켜줬으면 하는 반 아이들 사이 백휘만이 혼자 치열하게 머리속으로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도와주고 싶어서… 우산이 없다잖아. 학교가 이렇게 가까운데 굳이 비에 맞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고.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니까.’
같이 우산을 쓰자고 했다 깔끔하게 무시당한 백휘의 짝이자 조리원부터 함께한 17년 차 친구, 재겸이 이 말을 들으면 혈압이 올라 쓰러질 것이었다.
“야. 우리 진심… 가깝게 살잖아. 이거 왜 이래.”
“이 정도 비로 우산 쓰지 마라.”
“집은 가까워도 마음이 멀어? 배키야 내가 그것밖에 안 돼?”
소리 지르는 재겸을 뒤로하고 삼청동의 돌담길을 뛰어가며 백휘는 오늘따라 날씨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 똑똑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햇살을 머금어 더욱 맑았다.
‘괜히 뛰었나?’
마음이 급해서 일단 일찍 오긴 했는데, 혹시라도 땀을 흘렸을까 백휘는 가방 안에서 핸드크림을 꺼냈다.
평소보다 많은 양을 짜내 바르고 괜스레 목덜미에도 손을 문지르자 은은한 우드 향이 퍼졌다.
[ㅋㅋㅋ아 진짜 비 오네ㅠㅠ 그냥 맞고 가려고] 14:20입력: 친구들도 없대? 14:20
입력: 데리러 갈게. 동아리 언제 끝나? 14:36
윤슬을 기다리며 톡 화면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오늘 경하고가 끝나는 시간보다 덕현여고 시간표가 더 길어서 다행이었다.
정문 앞에서 우산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다 문득 뒤를 돌았을 때, 윤슬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 * *
“그러니까. 쓰읍. 연락이 없던 친구가 갑자기 연락 오면 백휘 너는 어떨 거 같아?”
“…연락이 어느 정도 없었는데?”
“한 지난주? 그쯤 만났는데 지금까지 그냥 연락을 안 했어. 근데 그러다가 연락하면 좀 그럴까?”
최백휘는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뼈대 있는 정치인의 집안에서 나고 자란 장남이 이 정도 힌트를 눈치 못 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이건 분명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내 생각을 이렇게 돌려서 물어보는 건가?’
연락 오지 않았던 날부터 지금까지 윤슬이 주저했다는 걸 알았으면 먼저 했을 텐데.
혹시라도 귀찮을까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던 백휘였다. 입꼬리에 힘을 줘도 꾹꾹 올라오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아니, 난 좋을 것 같은데.”
“그럴까? 다단계나 종교 권유나 결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하하. 누가 그렇게 생각해.”
“보통 이 정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한테 연락을 하면 좀 의심스럽지. 십 년 만에… 아니 아니. 어, 되게 오랜만에. 만나 가지고.”
‘연기를 못 하는구나….’
지난번부터 생각했지만 생각이나 감정이 얼굴에 투명하게 잘 드러나는 타입이다. 백휘는 속아 넘어가 주는 척하며 윤슬의 부끄러움을 덜어 줄 생각이었다.
오른편 어깨 아래에 있는 윤슬의 하얀 볼이 조잘댈 때마다 움직이는 걸 조용히 내려다봤다. 오늘은 윤슬에게서 연락이 올 것이다.
“나 집 여기야!”
고풍스러운 한옥 앞에서 윤슬은 발걸음을 멈췄다. 돌담 너머로 벚나무가 조금씩 분홍빛 잎을 머금고 있는 게 보였다. 아직 화사하게 핀 벚꽃은 아니지만 이제 곧 만개할 것이었다.
“어…? 비 그쳤다!”
맑은 하늘에서는 이제 더 이상 물방울이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봄날 여우비의 끝이었다.
백휘는 얼른 들어가 보라며 손을 흔드는 윤슬에게 우산을 접고 물방울을 털며 나직이 말했다.
“윤슬아, 연락… 꼭 해.”
“그래도 되려나?”
“응. 그 친구도 기다릴 거야. 네 연락.”
“그래, 고마워! 백휘 잘 가~”
작은 손으로 팔랑팔랑 인사를 하는 윤슬을 뒤로하고 백휘는 젖은 왼쪽 어깨를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그때 백휘의 핸드폰에 연달아 진동이 울렸다.
‘벌써…!’
지잉-
[재겨미 죽어] [배키때문에… 비 쳐 맞고 집에 옴ㅋㅋ] [니가 이러고도 사람이니 백휘야?]‘…….’
빠른 속도로 얼굴이 어두워진 백휘는 조용히 차단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서는 쑥스러워하던 윤슬이 언제쯤 연락을 할까, 생각하며) 핸드폰을 괜히 충전했다가 옆에 놨다가 화면을 켜 봤다가를 반복했다.
시곗바늘이 12를 지나고, 3을 지나고, 그리고 6에 닿을 때까지.
따따따딴- 따따따딴-
알람이 울리는 핸드폰 화면을 허망하게 바라보다 밤을 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재 시각은 6시.
윤슬이 연락한다던 친구는 진짜, 자신이 아니었다. 백휘는 조용히 침대 헤드에 머리를 박았다.
핸드폰 화면을 만지작거린 지 14시간 13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 * *
따따따딴- 따따따딴-
“음….”
유독 아침에 일어나는 걸 힘들어하는 야행성 재언은 그날도 알람이 울리자마자 핸드폰으로 손을 가져가서 끄려 했다.
[재언아!ㅎㅎ 안녕] [나 윤슬이. 기억해?] [(이모티콘)]화면에 쓰여 있는 글자를 보기 전까지는.
너무 놀란 재언은 침대 헤드에 머리를 박았다. 성격 급한 윤슬은 아침 눈 뜨자마자 재언에게 톡을 보냈고, 재언은 그 톡을 본 순간부터 뛰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해 빠르게 샤워하고 빠르게 교복을 입고 빠르게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갔다.
“저 자전거 뭐야?”
“속도 미쳤나 봐….”
학교에 도착해서도 계단을 다섯 칸씩 뛰어서 올라갔다. 어디에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야, 얘 왜 이래? 쌍수 했냐?”
민준은 순간적으로 본인의 눈을 의심했다. 이래도 저래도 늘 멍하니, 눈을 반쯤 감고 다니던 놈이 오늘은 아침 등교 시간부터 눈을 완벽히 다 떴다.
그것도 난데없이 초롱초롱하게.
“…내 미모를 질투하면 못 써, 민준아.”
“미친… 진짜 험악하게 생겨 가지고.”
“야. 재언이 학교도 제일 일찍 왔더라.”
“쟤 아까는 뒷문에서 푸시업함.”
민준은 가방을 털썩 놓으면서 질투 같은 헛소리를 하는 친구에게 어떤 이상이 생겼는지 미친 듯이 궁금해졌다.
요즘 저게 더 멍해져서 축구 할 때 자살골 넣고, 농구 할 때 상대팀한테 패스하고, 음악 이동수업 시간에 과학실 가 있고 그랬다. 그래도 급식은 두 번씩 먹더라.
“너 왜 이렇게 학교 일찍 왔어?”
“민준아…. 좀 일찍 다니렴.”
나를 본받아, 라고 말하는 듯한 맑은 눈으로 뻔뻔하게 말하는 재언이 어이가 없었다.
민준은 조회 시간 30분 전 칼같이 학교에 왔다. 재언은 늘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했다. 그런 재언이 자신에게 일찍 다니라니….
“너 뭐 좋은 일 있냐?”
“안 알려 줄 건데….”
갑자기 핸드폰을 소중하게 두 손으로 잡고 환하게 웃다가 빠르게 자판을 누르고, 그리고서는 핸드폰 액정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누군가에게 올 연락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저 새끼 축구 다섯 골 넣었을 때도 저렇게 안 웃었는데….’
저거, 어디서 많이 보던 풍경 같다.
“박키스?”
오 뭐야. 재언 박키스 있어? 나도 줘 나도, 하며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남고생들의 목소리에 민준은 확실히 깨달았다.
‘분명. 박키스 그날과 관련이 있다!’
민준은 촉이 좋은 편이었다.
* * *
[응 기억나지.] 7:00 [반갑다.] 7:05 [(이모티콘)] 7:07학교에 도착해 재언의 톡에 답장을 했다. 일단 얘를 만나서 뭐라고 설득을 해보지.
‘너 어플 만드는 거 할 수 있어?’
음. 이건 너무 단도직입적이군.
‘사진 찍을 때 쓰는 보정 어플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평소 컴퓨터에 관심 있는 인재 중의 인재 재언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말해줘. 우리 미래의 어플 문화에 대해 토의해보자.’
…내가 들어도 다단계같이 수상하고. 금방이라도 이건 두 번 다시 없는 기회니까 투자하라고 권유할 것만 같다.
“음… 좋아. 일단 수상한 동창은 집어치우고.”
일단 어느 조금 친해진 다음 약속을 잡아야겠다. 사회인 경력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바이브로.
입력: 너 어디 학교 갔어?ㅎㅎ 8:25
[나 서기고] 8:25지잉-
놀라울 정도로 빠른 답장에, 왠지 얘랑 이번 주에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어플을 만들었을 때 SNS 팔로워가 얼마만큼 늘어날지와 그에 따른 보상을 생각했다.
‘포인트랑 유명세는 많이 오를 거고…. 어플 유료화를 하면 그래도 커피값 정도는.’
물론 권재언이 거의 다 만들 거긴 한데. 그래도 나도 아주 쪼오끔은… 지분이 있지 않나?
속물 같은 직장인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진 어플.
지금으로부터 몇 년 후에는 수없이 생겨날 정도로 많지만, 지금은 몇 개 없는.
필름 카메라를 닮은 보정, 전체적으로 핑크빛 보정, 흑백 보정부터 얼굴을 작게 하고 눈을 키우는 보정, 얼굴 인식을 해서 서로의 얼굴을 바꾸는 보정까지.
[SHOW는 서비스 출시 이후, 한국, 일본,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폭발적 성장을 바탕으로 출시 1년 반 만에 1억 가입자를 달성했습니다.기발한 필터와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소통을 향해 한 발자국 나아가며 ‘셀카’의 새로운 시장을 여는…]
바이럴 회사에서 SHOW 앱 홍보글도 종종 썼었다.
대기업이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인플루언서들과 콜라보도 했었지.
[Youstagram]안녕! 🙂 나는야 SHOW 담당자 쇼노우♥
이번 주에는 인플루언서 ‘민화’와의 콜라보 필터를 보여 줄 거야
쌩얼에도 메이크업이 되는 민화필터
많이 기대해주세요~!
좋아요 140,836
댓글 5432
-헐 뭐야 이거봐 @ghy0ghy 미쳤다
-엥 쌩얼????
-English plz..
-민화언니 지난번에 유스타 올린 게 이거 였구나 ㅠㅠㅠ
‘나중엔 얼굴 합성 동영상 어플도 나왔지.’
참 발전 빠른 세상이다. 지금은 오줌필터와 새파란 필터… 이런 선택지뿐인데.
지잉-
[너는 어디 학교 갔어?]아, 잠깐 답장을 안 하고 있었더니 재언의 톡이 한 번 더 와있다.
입력: 나 덕현여고! 8:56
[이사 갔어?] 8:56놀라운 칼답장.
그 뒤로 나는 수업 시간 몰래 틈틈이 재언과 톡을 했다. 재언이는 타자 속도가 빠른 것 같았다. 메시지를 한 번 보내면 정말 바로바로 답장이 왔다.
‘역시, 컴퓨터 인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