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11)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11화(211/405)
나연은 주현과 함께 곧장 택시를 타고 윤슬의 집으로 왔다. 주현과 나연은 같은 대학교 같은 과에 입학했다. 옷에 관심이 많은 두 사람은 홍인대 패디과에 들어갔다.
“스으을-!!!”
택시 문이 열림과 동시에 총알같이 나연이 뛰쳐나왔다. 택시 안에서 머리를 얼마나 쥐어뜯었는지 부스스해진 상태였다.
“어어. 뭐 얼마만큼 망했길래 그래?”
“안 보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걸.”
“그렇게 말하지 마!!! 내 시간표를!!!”
잠시 뒤 윤슬은 주현의 말에 동의했다.
“공강일 하루도 없는 건 그렇다 치고…. 뭐지? 이 시간표는? 깔끔한 여백의 미와 화려한 팝아트의 중간쯤…. 같네?”
나연의 시간표는 그야말로 망한 시간표 대회에 나간다면 모두를 압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옥이라 불리는 월요일 1교시, 화요일에는 그나마 11시가 첫 수업이었지만 세 개를 연달아 들어야 했고, 수요일에는 1교시에 학교를 가서 한 시간 수업을 들은 뒤 4시까지 공강이었으며…. 어찌 됐든 알록달록 다 다른 색들로 채워져 있었다.
“나 어떡하지? 내 대학 라이프 어떡하지? 뭐지? 이게 뭐지?”
“정정 기간을 노려야지…. 안 되면 받아들여….”
나연은 패닉이 와서 윤슬의 집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주현은 흔들림 없이 그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주현아 뭐해?”
“쟤 인튜브 한 대서 찍어달라고 해 가지고.”
“역할에 충실하네. 나연아. 그럼 나도 촬영 가능해?”
“…슬이 너 변했어!!!”
나연은 방바닥을 더욱더 맹렬하게 데굴데굴 굴렀다. 윤슬도 침착하게 카메라를 켰다.
‘잡았다. 내 인튜브 댓글 삼천 개.’
* * *
그렇게 난리를 치던 나연은 버블티를 시켜주면 인튜브에 출연해도 좋다고 약속을 했다. 셋은 점심으로 옆의 떡볶이를 주문했다.
“나 국물닭발 제일 맵게!!! 주먹밥이랑 계란찜도 있어야 돼!!!”
“알겠어 알겠어.”
어느새 윤슬의 파자마를 빌려 입은 나연과 주현은 러그가 깔린 바닥에 자연스레 누웠다.
“집 좋다. 진짜 거의 학교 바로 앞이네?”
“응. 그래도 학교 정문에서 좀 많이 들어가야 하지만….”
“부러워~! 나도 이번 기회에 엄마 좀 졸라서 자취해볼까. 일 학년 때 자취하면 알만하다고 절대 안 시켜준다고 했는데! 시간표 망한 김에 설득될지도 몰라.”
나연은 그 와중에 새로운 행복회로를 찾아 열심히 돌렸다.
‘역시 긍정적이야.’
윤슬은 그 회복탄력성에 새삼 감명을 받았다. 어느새 옆의 떡볶이가 배달되고, 셋은 입술을 빨갛게 물들여가며 닭발을 먹기 시작했다.
“역시 자취가 좋은 거 같애. 브이로그 찍기도 그렇고.”
“그건 맞아. 콘텐츠가 잘 뽑힌달까.”
“뭐뭐 정리해 놨는데? 인 마이룸은 당연히 할 거지?”
주현은 이제 모든 SNS의 분위기를 완벽히 힙스터처럼 바꿨다. 20살이 되자마자 바꾼 스타일링은 새로운 팔로워 유입을 활발하게 도왔다. 셋은 서로의 핸드폰을 켜 SNS를 보여주며 다음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주현이 넌 그래서 다음 달에 인튜브 한다고?”
“난 좀 느낌 있게 가고 싶어. BGM도 따로 구독사이트 들어가서 사용할 거야. 저작권 프리 음원들은 내 취향 아니라서.”
“난 그냥 귀여우면 괜찮던데! 난 이번 거 편집하면 바로 올리려구.”
주현은 감각 있는 분위기로 편집 연습을 한 다음 패션 인튜버로, 나연은 일단 모든 걸 공유하는 인튜버로 영상을 업로드할 예정이었다. 유스타에서 셋이 서로에게 팔로워 유입을 모아줬던 것처럼 인튜브에서도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았다.
“우리 서로 인튜브에는 그냥 출연해주기다. 우린 우정이 깊잖아.”
“이나연 너 방금 버블티로 쇼부쳤으면서….”
“야 그거느은! 다르지! 그거는 다르지!”
캐릭터를 구축하고 나면 팔로워들은 자연스레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고,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다음은 영향력이 생긴다. 윤슬은 티격태격하는 둘의 대화를 들으며 유스타 피드를 내렸다.
“…어? 이거 실루엣이 낯익은데.”
[Youstagram](화보의 실루엣을 딴 Who’s next 프리뷰.jpg)
한국대학교 미학과. 진정한 미에 대해 탐닉하는 시간. 才人이자 再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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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1개
-헐 하제인???? ㅁㅊㅁㅊ 인플루언서 다 데려가서 찍네
˪하제인인거 어떻게 아셨어요?
˪저거 한자가 두 개 다 재인 으로 읽어요~
-실루엣도 미쳤다ㅠㅠㅠㅠㅠㅠㅠ울언니 한국대 입학 지금까지 비밀로 한거? @김소정 나와봐;
˪히에엑 다가졌네;
“…나연아. 그러고 보니까 하제인은 대학 어디 갔어?”
윤슬은 그동안 종종 인튜브 피드나 커뮤니티에서 제인을 마주쳤다. 회귀 전에는 제인의 인튜브를 볼 때마다 자괴감에 시달리고는 했다. 하늘과 땅 차이. 그게 제인과 자신의 차이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제일 좋은 대학에 입학했고, 빚도 다 갚았고, 사업을 성공시킨 이번 생은 바빠서 자괴감 같은 걸 느낄 시간조차 없었다.
‘회귀 전엔 하제인 한국대 입학생 아니었는데…?’
미래가 또다시 바뀌었다. 문득 윤슬은 이질감을 느꼈다.
“걔? 난 못 들었는데. 수능 끝나고 애들이랑 연락 거의 안 한다는 것 같았어. 애들이 원서 어디 넣었냐고 물어봐도 대답 피했고. 근데 그건 왜?”
“…걔도 한국대 입학한 것 같아서.”
“뭐어어?!”
나연은 마시고 있던 꿀피스를 주르륵 흘렸다.
“하제인?! 걔가 성적이 좋긴 했어도 한국대 갈 성적까지는…. 수시로 넣었나? 무슨 과인데?”
“미학과.”
“그, 그럼 수시로 갈만한 것 같기도 하고…?”
나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윤슬은 핸드폰에 떠 있는 제인의 실루엣을 묘하게 바라보았다. 어딘가가 찜찜했다. 뭐라고 정확히 집어 말할 수 없었지만.
‘바로 다음 하제인이 모델이라면 내가 너무 손해인데.’
윤슬이 기껏 만들어 둔 대학매일 화제성은 제인이 날름 이어갈 것이었고, 누구 대 누구의 대결 구도로 가기 딱 좋았다. 더군다나 같은 대학 같은 학번이었으니.
윤슬은 새삼 대학매일 조회수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하제인을 향한 자괴감에서 드디어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제자리였다.
‘…얘가 나보다 조회수 더 잘 나오면 어떡하지?’
인튜브와 유스타는 같은 주제가 아니었지만, 대학매일은 단 하나의 주제로 승부한다. 그 화보 모델을 얼마만큼 보러 오는가!
윤슬은 역대급 조회수가 찍히고 있는 본인의 인터뷰를 확인하고는, 대학 어플을 클릭했다.
검색: 대학매일
아니나 다를까, 새 글이 몇 개 올라와 있었다.
[한국대/ 자유게시판]익명 02/26 22:30
대학매일 다음달도 한국대생 나오네ㅋㅋㅋ 이번 신입생 애들 이쁘다ㅋㅋㅋ 동기들 좋겟누
-익명1: 이번호 누군데? 캡쳐좀
˪익명(글쓴이): (제인의 유스타 사진.jpg)
˪익명1: 찢었다
-익명2: 난 지난번애가 더 귀여운것같은데
˪익명3: 그건 인정 근데 이번모델은 배우상이자너ㅋㅋㅋ
벌써부터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는 대결 구도에 윤슬은 이마를 짚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하나하나 비교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대/ 자유게시판]익명 02/27 00:45
신입생중에 그 인플루언서 실물 기대되는거 나뿐?ㅋㅋㅋㅋ 같은과인데 단톡에도 없고 개궁금함ㅜ 대학매일 찍고난 다음에 소식도 없고
-익명1: 걔 아직 입학도 안했는데 왜다들 그렇게 관심을 주냐
-익명2: 사진은 다 사기치는거 맞고 영상도 보정하면 돼서..ㅋㅋㅋ 실망하지나 마라
-익명3: 실물 자신있었으면 동기들이랑 벌써 밥약잡고 난리났지ㅋㅋㅋㅋㅋㅋ다르니까 묵묵부답인거 ㅇㅇ
‘보아하니 말이 몇 번 더 나왔나 본데.’
게시판에 왜 입학도 안 한 애 얘기를 하냐는 댓글이 없는 것으로 보아 다들 궁금한 건 매한가지인 것 같았다.
빠르게 더 검색을 하려던 참이었다.
“뀨~”
창가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제비가 윤슬에게로 날아왔다. 그와 동시였다.
띠링-!
「▶System
[미션: 히든]▶1,000,000 이상의 조회수
축하합니다! [한국대 합격] 영상의 조회수가 1,000,000을 돌파했습니다
○히든 보상
[유명세] 스탯이 상승합니다▶ +10
[매력] 스탯이 상승합니다▶ +20
[눈이 쨍! 선글라스의 조각]을 1개 획득했습니다 [눈이 쨍! 선글라스의 조각]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인튜브 조회수가 백만을 뚫었다.
‘하나에 백만이라니….’
지금 내 영상들은 전체적으로 반응이 좋다. 업로드 한 번 하면 1시간 안에 10만 명 가까이 보러 들어와 준다. 하지만 100만이라는 숫자는 체급이 다르다. 영상 하나에 백만.
‘바로 강화하기 해야지.’
드디어 두 번째 조각이 완성되었다. 나는 100포인트를 내고 강화에 들어갔다.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
반짝이 효과와 함께 나온 아이템은 이번엔 선글라스 모양의 키링이었다.
「▼상세 설명▼
✧。・눈이 쨍! 선글라스가 필요해!・。✧ (사용 시간 3시간/1회용)
: 쨍! 뒤에서 햇빛이 부서지는 것 같은 후광 효과가 나타나는 행운의 아이템. 한 번 각인된 첫인상은 그대로 남습니다.
※ 사용자 지정이 불가능합니다. 광역 이용만 가능한 아이템.
※ ○어쩐지 부러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당신을 동경할 확률이 10% 이상 상승합니다」
* * *
대망의 개강일이 밝았다. 모든 신입생들이 다 떨리는 마음이었지만, 그중에서도 한국대 새내기들은 마음가짐 자체가 달랐다.
‘내가 진짜 한국대생이라니!’
입학한 뒤부터 지금까지 뽕이 차 하늘을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는 새내기들은 저마다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에 젖어 있었다. 다들 단톡에서 친해진 다음이라 그런지 벌써 어느 정도 관계가 정립된 후였다. 몇 번 한국대 근처에서 모여 밥도 먹은 동기들끼리는 끈끈한 동기애가 넘쳤다.
“우리 과대는 누가 될까?”
“너 해. 왠지 니가 그런 거 잘할 거 같은데? 니가 우리 중에 제일 동기 많이 알잖아.”
“무슨~. 아니야. 난 그런 거 못하지. 매일 술 먹을 거임.”
강의실 한가운데 모여 큰 소리로 떠들고 있던 1학년들은 어느새 늘 대화에 빠지지 않는 ‘그 애’를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오겠지? 걔한테 옛날에 디엠 보냈었는데 아직도 안읽음 떠.”
“인튜브에서는 그렇게 한국대생인 거 강조하더니. 막상….”
갑자기 주변에 고요해졌다. 윤슬의 유스타를 핸드폰에 띄워 바라보던 동기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어. 걔다….”
한국대 신입생.
그 애.
윤슬이 들어오고 있었다.
「[✧。・눈이 쨍! 선글라스가 필요해!・。✧]
남은 시간: 02:4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