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12)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12화(212/405)
‘스무 살들은 시선 관리에 능숙하지 않군.’
윤슬은 자신을 향해 꽂혀오는 수많은 눈동자를 보며 덤덤히 생각했다. 어느 정도 익숙한 시선이었다. 덕현여고를 다닐 때도 이동수업 때나 급식실로 향할 때면 1, 2학년들이 뚫어져라 바라보고는 했다.
‘그거에 비하면 뭐….’
일부러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개강 날에 아이템을 쓴 윤슬은 오히려 더 많은 시선이 꽂히기를 원하고 있었다. 다들 윤슬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었으니 이때 첫인상을 제대로 박고 가는 편이 좋았다. 좋은 첫인상은 앞으로 건너 건너 ‘걔 그렇다더라.’ 하고 전해 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효과가 있을 테니까.
‘아이템 아까우니까 잠깐 밖에 나가서 한 바퀴 돌다 와?’
드륵-
윤슬이 의자를 꺼내 앉으며 딴생각에 젖어 들었을 때, 계속해서 바라보던 동기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대박이다….”
“어?”
“야, 너 실물이 더 예쁘다….”
자신도 모르게 조용한 감탄사를 내뱉은 동기는 윤슬의 옆자리로 쭈뼛쭈뼛 다가왔다.
“옆에 앉아도 돼?”
“어~ 안 돼~! 거기 내 자리~”
이윽고 뒤따라 누군가가 들어왔다. 한국대 언론 신입생 단톡방에서 가장 많이 불리던 이름. 프로필 사진에 있던 그 얼굴.
“잠깐 커피 사 온다니까 그걸 못 기다리고 들어가? 이러기야?”
“니 맨날 늦게 오니까…!”
“서운하다 서운해.”
차재겸이었다. 양손에 커피 컵을 든 채로 강의실에 들어와 윤슬의 옆자리에 앉았다. 재겸이 들어오자 순식간에 사방으로 동기들이 몰려왔다.
“뭐야 차재겸?”
“왜 이제 단톡방에서 말 안 해~”
“둘이 진짜 친한가 보다. 그치?”
재겸은 넉살 좋게 한 명 한 명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윤슬은 감탄했다.
‘밖에 나가서 괜히 돌 필요가 없었어…!’
주변의 이목을 자석처럼 끌고 오는 재겸의 옆에 있으니 아이템이 아깝지 않았다. 자연스레 분위기의 주축이 되어 버린 윤슬은 이런저런 질문들에 대답해 주었다.
“윤슬이? 넌 왜 단톡방 안 들어왔어?”
“미안. 나 너무 바빠서…. 지금 초대해줄래? 들어갈게.”
“내가 초대했어! 야 나 옛날부터 너 팔로우해 놓고 보고 있었다!”
“진짜? 고마워. 좋아요…. 눌렀어?”
“이걸 또 검사하네.”
“인플루언서 쉽게 되는 게 아니다. 슬아, 난 지금 좋아요 눌렀어~”
윤슬의 주변에 끼지 못하고 있던 몇몇은 구석에서 힐끔거렸다. 단톡에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개강 전 만나서 자기들끼리 결속을 다져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강의실에 들어온 지 십 분 만에 윤슬이 모든 시선을 가져가 버렸다. 당연한 결과였다.
「<상태창>
매력: 420/999」
지난 미션의 연이은 성공 이후로 윤슬의 매력 스탯은 400을 넘긴 데다가.
「○어쩐지 부러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당신을 동경할 확률이 상승합니다」
그간 쌓아두었던 확률에 아이템의 효과가 더해졌다.
‘쟤 이름 치면 유스타 나오나…?’
‘지난번에 쟤 셀카 저장해놨던 거 같은데.’
「○어쩐지 계속 보고 싶어….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당신을 팔로우할 확률이 상승합니다」
그렇게 윤슬을 아직 팔로우하지 않았던 동기들은 하나둘씩 윤슬의 유스타 팔로워가 되었다. 이 현상들은 곧 폭발하듯 효과를 내보였다.
일단, 몇 시간 만에 유명세가 올랐다.
띠링-!
「<상태창>
유명세: 400/999」
* * *
윤슬을 스쳐 지나가듯 본 사람들은 다들 윤슬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방금 지나간 애 걔지? 대학매일.”
“아 진짜? 미쳤다. 사진 일카로 찍나 봐.”
“쟤, 유스타 아이디 이거 맞아?”
간단한 수업 소개만 마치는 기간인 만큼 모두가 슬쩍 풀어져 있는 3월. 가벼운 스몰 토크로 윤슬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마침 다들 알 만한 굵직한 일도 몇 개 있는 터였다. 스타일 슈어 열사부터 유채린 공구 사기 머리채 사건, 거기에 토끼 모자와 백만 인튜버 모모의 영상 출연에 최근 인튜브 실시간 인기 동영상, 얼마 전 업로드되었던 대학매일까지.
윤슬은 개강 하루 만에 한국대의 연예인이 되었다.
입력: 나 걔 봤다ㅋㅋㅋㅋ
그렇게 한국대 재학생들의 카톡으로 윤슬의 목격담이 퍼져나가고, 더 나아가 어플에 글 작성을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한국대/ 자유게시판]익명 03/02 12:30
인플루언서 그 신입생 본 후기ㅋㅋㅋ
실물이 더 커엽ㅇㅇ 강의실 들어오자마자 진짜 순간 조용해질정도였음
-익명1: 나도 봄 학관에서ㅋㅋㅋ 밥 존나 야무지게 잘먹던데
˪익명2: 대체 뭘 어떻게 먹었길래…
˪익명3: 내가 본 그사람인가? 나도 걔 먹는거보고 제육쌈밥 시킴ㅋㅋㅋㅋㅋㅋㅋ
-익명4: 나도 보고싶은데 우리학교 왤케넓음
-익명5: 걔 있는 테이블 교수님들도 ㅈㄴ쳐다보시더라 진짜…
˪익명6: 그건 걔때문이 아님… ㅈㅇㅋ 도망가;
개강 첫날이니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고 한 말에 극구 반대한 윤슬이었다.
‘아이템 아까우니까 최대한 사람 많은 데에서 있어야 돼!!!’
그렇게 넷은 학관에서 점심을 먹었다. 힐끔힐끔 이쪽 테이블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근처에 앉아 이글거리는 눈으로 뚫어져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기야, 나 체할 것 같아….”
“어차피 너 보는 거 아니니까 괜찮아.”
“…….”
“하하, 그냥 넌 저리 가서 먹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바로 공대 교수진들이었다. 수능 만점을 받고서 의예가 아닌 공대에 입학했다는 건 교수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그들의 마음속에서 진정한 6학년이 되어 버린 재언은 시선을 견디며 묵묵히 밥을 먹었다.
탁-
그때였다. 누군가 쪽지를 재언의 앞에 두고 갔다.
“…교수님?”
한쪽 눈을 찡긋 감아 보인 교수는 빠른 걸음으로 학관을 나갔다.
“저 박 교수! 이러기 있습니까!!!”
“1학년 때는 서로 건드리지 말기로 약속했잖아요!!!”
“이게 건드린 겁니까? 선택을 하게 한 건데!”
쪽지를 펼쳐본 재언은 잠시 굳었다.
[저희 메타버스와 NFT의 미래에 대해 얘기 한번 나눠봐요. 010-0000-1111]가엾은 재언의 어깨를 두드려 준 윤슬은 자신의 제육을 조금 나누어주었다. 은근히 먹기 싫은 파프리카와 양파를 많이 넘겨주었지만 재언은 순순히 먹었다.
“이제야 좀 살겠다. 너 대학생활 어떡하냐? 군대 가면 면회로 와서 설득할 듯.”
“…그런 얘기 하지 마.”
“음, 상대적으로 공대는 머니까 앞으로는 동기들이랑 먹는 게 좋지 않겠어?”
“아니. 별로 안 멀어.”
“재언아 이쪽에서 그쪽 어림잡아도 삼십….”
“아니. 별로 안 멀어.”
“자기야. 나 쟤가 저렇게 말 빨리하는 거 처음 봐.”
그렇게 윤슬이 상추 쌈을 야무지게 먹고 있을 때, 윤슬의 SNS 팔로우 알림은 천천히 늘어나고 있었다.
Youstagram (알림+121)
한국대 재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윤슬의 유스타를 팔로우하기 시작했다!
* * *
그렇게 정신없는 한 주가 지나갔다. 수강 정정 기간인 만큼 제대로 된 강의는 하지 않고 슬렁슬렁 지나갔다. 얼마 전까지 수능에 찌들어 있던 새내기들은 그야말로 놀자판이 되었다.
“슬아!!! 이제 술 먹자!!!”
어느새 동기들이랑 허물없이 친해진 윤슬 또한 마찬가지였다. 모든 자리에 불러주니 자연스레 모든 자리에 끼고 있었다. 언론과 신입생들의 술자리 참여율은 거의 100% 해당했다. 일단 거의 확정으로 1학년 과대표가 차재겸이었고, 윤슬이 오면 컴공 걔랑 경제 걔가 오기 때문이었다.
“윤슬아. 오늘도 걔네 오지…? 어…?”
“모르겠는데…. 일단 물어는 볼게?”
“자기야, 안 물어봐도 백 프로 와. 그냥 주소만 보내고 신경 꺼.”
백휘와 재언이 자신의 동기들은 버려두고 굳이 이쪽에 출석도장을 찍는 이유는 뻔했지만, 재겸은 재밌으니 내버려 두었다.
시간표를 아무리 같이 맞췄다 해도 동일한 시간에 끝날 수는 없었다. 먼저 끝난 윤슬과 재겸을 비롯한 동기들이 먼저 술집에 가 자리를 잡았다.
“치즈 추가는 한 번만 하는 게 좋겠지?”
“이거 오리지널로 하고 이걸 로제로 하니까 치즈 두 번 하면 너무 느끼해.”
“참치알밥이랑 김주먹밥이랑 진심 고민된다….”
진지하게 동기들과 메뉴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윤슬의 맞은편에 앉은 재겸은 시계를 확인했다.
‘끝나고 곧바로 올 테니까…. 이제 슬슬.’
일부러 문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은 재겸은 실실 웃었다. 그야말로 매일이 축제였다. 오늘은 특히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자기야. 그거 들었어?”
“어? 뭐를?”
“너네 왜 말을 안 해줬어? 여자들 단톡방에서 얘기 나왔을 텐데? 벌써부터 동기끼리 소외…. 그런 게 생기는 거야? 나 과대로서 이런 불손한 움직임 두 눈 뜨고 못 봐.”
“그냥 슬이가 확인을 잘 안 해서 못 본 거야! 말했어.”
그중 한 명이 핸드폰을 열어 유스타를 켰다.
“슬아! 우리 과팅하는데 너도 나가자! 안 그래도 걔들이 너 궁금해하던데, 응? 응~?”
“…과팅?”
식전에 나오는 과자를 열심히 먹고 있던 윤슬이 되물었다.
“대학 왔는데 과팅을 안 하면 되나~! 체대 애들이야. 이거 봐~!”
그때였다. 문가에 익숙한 실루엣들이 보였다.
재겸은 환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얇은 유리문 밖으로도 충분히 잘 들리도록.
“딱 보니까 나가고 싶어 하는 눈치네! 과팅!”
딸랑!
평소보다 배는 급하게 열리는 문에 달린 종이 사시나무 떨듯 흔들렸다.
“…뭐라고?”
“하하. 뭐?”
재겸은 웃음을 참느라 부들부들 떨리는 턱에 힘을 주고 대답했다.
“윤슬이 과팅 나간대. 체대 애들이랑.”
“아직 알았다고 안 했어!”
“나가자 슬아~. 어? 너 없으면 무슨 재미야~”
음산하게 이 가는 소리를 차마 듣지 못한 윤슬은 양옆에서 자신의 팔을 잡고 조르는 아기 같은 동기들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얘얘들들아아 그그렇렇게게 흔흔들들지지마마. 나나갈게 나갈게.”
재겸은 나무 그릇에 담겨 있는 서비스 과자를 팝콘 씹듯 아작아작 씹었다.
‘이게 대학생활이지!’
도파민이 터졌다. 과팅은 당장 다음 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