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14)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14화(214/405)
개강한 지 이제 일주일이 지났다. 수강 정정 기강이 있어서 출석 체크를 하지 않았던 지난주와는 달리 이번 주 강의부터는 출석 체크를 하고 있었다.
“서윤슬.”
“네~”
사람이 많은 대형 교양 시간이었다. 일일이 호명하시는 교수님 덕에 오래 걸렸던 출석 체크는 이제 막바지에 향해 가고 있었다.
“최백휘.”
“네.”
윤슬은 손을 들고 대답한 백휘 옆에서 인튜브 편집 스토리를 고안하고 있었다.
‘과팅이 금요일이니까…. 일단 목요일까지는 편집 다 해서 실시간 걸어놓고 나가야지. 크게 넣을 효과는 많이 없으니까 편집 시간은 어림잡아….’
그때였다.
“하제인.”
“…네.”
흔치 않은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윤슬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한 목소리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제인이 있었다.
* * *
‘하제인, 지난주에는 이 강의 신청 안 했었나 보지?’
하제인이랑 눈이 마주쳤지만 누구 한 명 먼저 인사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서로가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상대방에 대한 호감 따위는 없다는 걸.
‘이제 표면적으로라도 잘 지내긴 글렀군.’
출석 체크를 마치고 강의를 시작한 교수님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책상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을 확인하고 싶었다.
‘…다음 주쯤 올라올 텐데. 하제인 인터뷰.’
하지만 유스타 사진은 미리 업로드해 둔다. 이런 일반인 혹은 인플루언서를 기반으로 하는 모든 홍보는 화제성을 조금씩 나눠야 가장 큰 효과를 보니까.
연예인과는 파급력이 다르다. 한 번에 강하게 나타나는 연예인 효과와 달리 인플루언서 효과는 가랑비에 옷 젖듯 나는 거다. 익숙한 누구, 친근한 누구, 잘 아는 누구와 같은 느낌이니까.
‘잠깐 확인만 해 보자.’
나는 핸드폰을 켜 대학매일 유스타에 들어갔다.
[Youstagram](제인의 화보. 윤슬과 같은 브랜드 티셔츠에 짧은 여름 가디건, 플리츠 스커트를 입은 전형적인 올드 머니 패션.jpg)
알면 알수록 알고 싶어지는, 제인.
좋아요 1,721개
댓글 170개
-와 진짜 하제인 맞네ㅠㅠㅠㅠㅁㅊㄷ 다가졌네 이언니 @김민정 야 니가 좋아하는 제인이ㅋㅋ
˪돌았다 데뷔 외않해;
-손목에 있는 저거 혹시 ㄲㄹㄸㅇ…?
-다음 화보도 빨리올려줘 급혀
˪스토리에 더 있어요!ㅋㅋ 사진은 피드맞춰 올리나봄
‘어제저녁 업로드….’
물론 나보다 좋아요 수는 적었다. 내 사진이 업로드되고 난 후 24시간 만에 저거 두 배를 채웠으니까. 하지만 어제저녁에 업로드되었는데 이 정도라는 건, 아마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 그러니까 하제인 팬 수가 제법 된다는 말이다.
나는 스토리도 클릭했다. 하제인의 포토와 함께 착장 브랜드 계정이 태그되어 있었다.
‘아마 이거 클릭하는 수를 또 체크할 것 같은데.’
몇 명이 하제인이 궁금해서 스토리를 누르고, 스토리에 태그되어 있는 계정으로 이동하고, 그 계정에 걸려 있는 사이트로 들어가는지.
SNS는 지나가는 모든 사용자가 다 돈이다. 피드를 슥슥 내리던 손가락을 잠시 멈추게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용 가치가 있다.
‘의류 브랜드는 캐주얼한 가격 위주로 진행했지만…. 같이 착용한 브랜드는 명품인데.’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화보 포즈 또한 손목이나 손이 얼굴 근처에 있어서 쉽게 눈에 띄기도 했고.
‘일단 좋아요 대비 댓글이 많아. 그리고 대부분 하제인을 아는 사람들이다.’
대학매일은 팔로워가 어느 정도 있고, 또 유스타 스토리로 대학매일 팀의 일상이나 협찬 들어온 의류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정기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층이 존재한다는 말이지.
하지만 좋아요 대비 댓글은 적을 수밖에 없다.
‘대학매일에서 찍는 화보가 궁금한 거지, 누가 찍는지는 모르니까.’
나나 하제인 같은 인플루언서가 아닌 이상은. 나는 댓글을 읽고 확신했다.
‘…하제인한테 코어층이 생겼다!’
내 뒤에 앉아 있을 하제인이 너무나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마치 바짝 붙어 나를 추월하려고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 *
“흐흐흠~”
오늘따라 메일함이 가득 찬 것을 보며 루비는 확신의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윤슬이가 돈이 되긴 되는구나아~”
전부 지난달 윤슬이 대학매일에서 착용한 제품 브랜드였다. 대학매일 유스타스토리로 유입되었던 고객들은 꽤나 많은 수치를 차지하고 있을 터였다. 브랜드 측에서도 비즈니스 계정만이 가질 수 있는 ‘유스타 통계’를 확인하여 알고 있을 것이고. 하지만 여기엔 하나의 허점이 존재한다.
대학생들은 돈이 없다!
둘이 함께 착용한 브랜드는 대략 10만 원 후반대에서 20만 원 중반대. 티셔츠 하나가 기본적으로 10만 원에 달하는 브랜드들이다. 매일같이 교통비 나가고 술 마셔야 하는 대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바로 구매하겠는가.
살까 말까? …알바비 들어오면 사자!
그렇다. 캐주얼 브랜드여도 대학생에겐 제법 고민되는 금액이다. 링크를 타고 정식 사이트에서 바로 구매하기보다는 인터넷에서 최저가를 찾고, 후기를 찾고, 또 다른 사람들이 입어본 글을 찾고, 찾다가….
“이제 팡-! 터지는 거지.”
루비는 책상 위에 쌓아 둔 투명한 초콜릿 껍질을 폭죽처럼 위로 던졌다. 팔랑대며 내려오는 초콜릿 껍질에서는 너무나 달콤한 향기가 났다.
일부러 제인을 윤슬 바로 뒤에 붙여 둔 건 다 계획이 있었다. 고민하던 대학생들이 1~2주 고민하다가 구매하게 되는데, 이때 제인의 사진이 올라온다면? 과연 광고주는 소비자의 영향에서 아예 제인을 배재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니지~”
루비는 브랜드 사이트의 창이 켜져 있는 모니터들을 바라봤다. 윤슬이 착용한 건 대부분 신상이었고, 제인은 교묘히 브랜드의 대표 아이템을 착용했다. 이렇게 되면 신상이 보고 예뻐서 들어온 고객들은 고민하다 대표 아이템을 구매하게 된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실패를 하지 않는 방법.
그것은 바로 이미 유명한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이니까.
“윤슬이가 대중픽이니까. 앞으로도 잘만 하면….”
루비는 냉정한 판단을 했다. 제인은 끝까지 대중픽은 되지 못할 것이었다. 그러니 대중픽인 윤슬이 가진 영향력, 호감도, 더 나아가 모든 것들을 제인에게 옮겨 와야 했다.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큰 코어팬층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해 볼 만했다. 드디어 직원들이 하나둘씩 출근하는 소리가 들렸다.
“안녕? 좋은 아침~”
“네. 안녕하세요.”
루비는 출근하는 직원들을 반갑게 맞아줬다. 이제 직원들에게 퇴근조차 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먹고 자는 루비는 익숙했다.
“자 그럼! 이제 또 어제 치던 작업, 마저 칩시다! 자자. 파이팅!”
어제저녁, 대학매일 유스타에 업로드된 스토리와 제인의 사진은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었다.
[Hot/ 찐으로 다가진 금수저 한국대 인플루언서.jpg]아는 익순이들은 다 알텐데ㅋㅋㅋ 제목보고 이름 딱 떠오르는 사람 있었을거임
이번에 대학매일에서 화보찍고왔더라
(피케 원피스에 테니스 채를 든 제인. 머리띠는 C사 제품.jpg)
사진 존나 잘찍고… 미학과라는 것도 개잘어울리고…
(까만 배경에 머리를 높게 묶고 있는 제인, 새하얀 티셔츠에 새하얀 바지를 입었다. 손목에 걸린 팔찌는 H사 제품, 반지는 B사, 목걸이 T사.jpg)
근데 어… 분명히 옷은 내가 아는 그 브랜드인데 숨길수 없는 부내가 남ㅋㅋㅋ 자세히 보니까 걸친게 전부 명품임…
(베이지 컬러의 쉬폰 블라우스, 손에는 작약 다발을 든 제인.jpg)
이것도 그냥 와 꽃이랑 잘어울린다~ 이러고 봤는데 귀걸이가 B사…ㅋㅋㅋ 그냥 부자는 숨겨도 부내가 나는구나 싶더라
아무튼 너무 그사세라 박탈감도 안느껴지는 찐중의 찐ㅜ 다음주에 인터뷰 올라온다는데 개같이 기대중
-와… 저거 다 얼마야? 감도 안온다
˪일단 첫 번째 머리띠만 해도 70만원 넘음
˪헤엑;;;미쳤다
-근데 자랑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숨길수 없는… 그게 더 간지인거 알지ㅋㅋㅋㅋㅋ
˪ㄹㅇ 한국대인거 나였으면 유스타에 박아둠 근데 끝까지 입꾹다물고 있었던게 멋있음
˪진짜 과시없는 사람인것같아 내면이 단단한? 내실있다고 해야되나
빠르게 다른 커뮤니티에도 퍼다 나른 젬스톤 직원들은 오전 10시, 카톡을 모두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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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의 사진이 들어 있는, 올해 첫 대형 광고가 도착했다.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기본 티셔츠. 가격이 저렴해서 쉽게 한번은 사 볼까 싶은 그 티셔츠.
윤슬이 입은 것과 똑같은 제품이었다.
* * *
“뭐야 뭐야? 교양 재미없었어? 안색 뭐야?”
오늘따라 다들 우중충한 기운이 풍겼다. 차재겸은 다른 둘은 그렇다 쳐도 윤슬이 왜 이러는지가 궁금했다.
“내가 그거 같이 들을 걸 그랬나? 내가 정정하고 튀어서 그래? 아~. 근데 알다시피 재겨미를 원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 다들 그만 울어, 어?”
“조용히 좀 해….”
“아니. 자기 왜 그래?”
재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마침 지나가고 있던 동기 형범이가 세모눈을 떴다.
“안경잡이 아니라고!”
“아니, 자기라고 했거든 형범아….”
머쓱해진 형범은 제 갈 길을 갔다. 평소 같았으면 크게 웃었을 윤슬이 아직까지 웃고 있지 않았다.
-진짜 왜 이래?
재겸은 윤슬의 옆에 있는 둘에게 눈으로 물었다. 그 둘은 자세한 이유를 모른다는 듯 고개를 짧게 저었다. 그제야 윤슬의 입이 열렸다.
“…나 인튜브 댓글 삼천 개…. 받을 수 있을까….”
제인의 화보를 보고 풀이 죽은 윤슬은 미션 완료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댓글 삼천 개. 쉬워 보였던 그 미션이 어려워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