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19)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19화(219/405)
“야~. 차재겸! 얼마 만이야. 친구들도 안녕?”
“형~!”
“야야.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형이 사줄게.”
고연티비 PD는 자신이 먹잇감이라는 건 모르는 채로 이 셋을 어떻게 하면 잘 구슬려 출연시킬지 계산에 들어갔다.
* * *
“안녕! 와! 야 개떨렸어!!!”
미리 예약해 둔 룸의 문을 열자 안에서 기다렸다는 듯 벌떡 일어나는 고림대 학생들은 시끄럽기가 그지없었다.
“안녕!!! 슬아, 우리 또 보지!!!”
“어어? 야 너 그때…. 그….”
“임팩트가 없어서 잊은 거야? 나 USB와 해돋이의 친구. 그냥 현우야.”
“야~. 그냥 현우~! 오랜만이다.”
“그러게? 야 일 년 만에 보네.”
차재겸의 친구다운 미친 친화력으로 윤슬을 끌어다 앉힌 현우는 모두와 친구가 될 심산인지 한 명 한 명 친절히 말을 걸었다.
“오는데 괜찮았고? 어, 치마 짧으니까 앉기 불편하지. 야!!! 뭐하냐. 옷 안 벗어주고. 아냐 아냐. 사내새끼들이 껴입어서 어디다 써. 편히 덮어. 맘에 들면 그냥 집까지 가져가.”
너스레를 떨며 편하게 해주는 현우 덕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적당히 안주와 술을 시키고 건배를 했다. 술이 한 모금씩 들어가자 더욱 빠르게 모두가 친구처럼 대화할 수 있었다. 자연스레 가벼운 술 게임이 시작됐다.
“나보다 키 작은 사람 접어.”
“현역인 사람 접어.”
“여기 내 이상형 있다 접어.”
마지막 말에 체대생들의 손가락이 모두 접혔다. 티 내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내 차례야? 뭐 하지? 음….”
SNS를 하는 십 대라면 모를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특히 남고에서는 토끼상 여친짤로 그렇게 많이 돌아다닌 윤슬이었다. 유스타 계정에서 [여친삼고 싶은 얼굴들.jpg]에서 늘 빠지지 않는 토끼 모자를 쓴 윤슬의 사진은 다들 저장하기를 누르고는 했다.
“다니는 학교에 ‘ㄹ’자 들어가는 사람 접어!!!”
윤슬의 마지막 말에 고림대 학생들은 속절없이 한 잔 마셨다. 이겼다며 웃는 얼굴에 술이 쓴지도 모르고 벌컥벌컥 들이키는 체대생들은 오늘 과팅에 나오길 참 잘했다며 감격했다.
* * *
“윤슬이? 아- 걔!”
고연티비 PD와 함께하는 술자리도 차츰 무르익고 있었다. 어떻게든 같이 출연시키고 말겠다는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보면 볼수록 캐릭터성이 확고했다. 누가 봐도 그린 듯한 모범생에 불량해 보이지만 수능 만점. 거기에 오디오가 끝까지 비지 않는 차재겸까지. 이들이 물어다 줄 광고비를 떠올리며 고연티비 PD는 빈 잔에 술을 따랐다.
“걔 알지. 유명하지. 우리도 다 걔 인튜브 보고 그랬어. 한국대 영상은 다 알걸. 살짝 훑어봤는데 올리는 동영상마다 조회수 꽤 나오더라.”
고연티비 PD는 여기에 서윤슬까지 끼게 된다면 조회수가 얼마나 나올지 떠올리며 싱글벙글 웃었다.
“흠. 근데 뭘로 잡아야 걔가 나와준다고 할까? 걔 광고비 얼마야? 우리 출연료는 동결인데.”
“아이~. 형. 벌써부터 너무 그런다. 우리 자기 의리 있는 애라 출연료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아요.”
사실 윤슬이 아쉬운 입장이었지만 삼인조 사기단은 자연스레 고연티비를 을로 두었다. 그래야 편하게 모셔갈 테니까.
“음…. 근데 윤슬이나 저희가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아무래도 고연티비가 평소 하던 주제가 있으니까. 거기서 벗어나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
“…맞아요. 최대한. 스터디 방향으로.”
서서히 셋은 고연티비 PD의 손을 잡고 설계된 판 가운데로 끌고 갔다.
“흠. 시험 기간 브이로그? 그런 거 하면 재밌을 것 같은데. 한국대생과 고림대생의 시험 기간 비교!!! 어때.”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기각이었다. 보스인 윤슬이 다음 주 안으로 댓글 삼천 개를 바라고 계셨으니까.
“시험 기간이면 아무래도 저는 조금.”
“…저도요.”
기한을 최대한 끌어오기 위해 두 사람이 슬쩍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자 PD는 헐레벌떡 말을 바꿨다.
“야!!! 그치. 시험 기간은 아무래도 새내기니까 공부에 집중해야지.”
그때였다.
지잉-
[Intube] [드디어 졸업식! 졸업 연설과 함께 수강신청 vlog] 30:27윤슬의 인튜브 영상이 업로드됐다.
* * *
-와 진짜 갓생산다 졸업연설까지 하네
-미친 우는중 존나감동적이다…
-내가 키운것도 아닌데 부모마음 들게만들어버려ㅠㅠㅠㅠㅠㅠ
시작은 윤슬의 졸업식었다. 친구들과 함께 텅 빈 교실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눈 다음 졸업 연설을 하는 윤슬의 모습에 실시간 댓글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이윽고 화면이 서서히 어두워진 다음 카톡창이 떴다.
[나여닝: 진짜 우리 무조건 공강일 맞춘다] [나여닝: 우리 공강맞춰서 여행가자♥]야망 가득하게 공강일을 금요일로 만들어보려는 둘이었다. 그렇게 시간표 대조까지 해가며 열심히 맞춘 대화 내용이 다시 어두워지고는 장소가 카페로 바뀌었다.
―내가 꿀강의라는 꿀강의는 다 알아왔지. 와. 이거는 진짜….
―입 닫고 빵이나 먹어.
―아니 입을 닫고 빵을 어떻게 먹어?
재겸과 함께 카페에 앉아 태블릿으로 강의를 체크하고 있는 윤슬이었다.
-ㅋㅋ왜 옆에 친구는 한마디도 안하지
-수강신청 개망한다에 한표 걸겠음 딱보니까 포도알도 모르고… 티켓팅에 강하진 않을 듯
-일학년때는 다 저렇게 생각하지 근데 막상 현실은ㅋㅋㅋㅋㅋㅋㅠㅠ아이고ㅠㅠㅠ
이윽고 화면은 PC방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새벽 여섯 시…. 저희 수강 신청을 하려고 왔는데요. 요즘 PC방은 진짜 별의별 게 다 있네요.
-ㅋㅋㅋㅋㅋ누가 세시간 전부터 가있는거야
-독하다 독해ㄷㄷ
-잔칫상도 아니고 피시방에서 저렇게 많이먹는 사람들 첨봄;;
차려진 메뉴들이 차례로 화면에 담겼다. 구석에 놓여있는 원한 서린 피X츄 돈가스가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다들 그림이 ‘저게 뭐냐고 ㅋㅋㅋㅋ’을 연발했다.
―먹으면 저주받는 거 아니냐….
―자기야. 흑기사 한 입만 해줘.
―아, 씨! 이거 불닭소스야!!!
난리를 떠는 재겸 덕에 ‘ㅋㅋㅋㅋ’은 더욱 많이 생겨났다. 일상을 담다 보니 이것저것 자연스레 흘러가다 못해 지루해질 수 있는 게 브이로그였다. 하지만 윤슬의 브이로그는 짧게 치고 빠지는 편집 센스가 돋보였다. 어느새 수강 신청을 십 초 남겨뒀을 때까지 갔다.
자막: 10, 9, 8….
긴장한 화면 안에 큼직한 숫자가 써지고, 마침내 숫자는 1에 도달했다.
자막:
[과연] [결과는?]클릭함과 동시에 화면은 까맣게 되었다. 그리고는 결과는 10초 뒤에 알려주겠다며 다시 카운트를 셌다.
-ㅋㅋㅋㅋㅋㅋㅋ야 망한거 안다고~~
-울지말고 말하라고~~
당연히 윤슬이 망했겠거니 생각하는 구독자들은 놀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화면은 다시 밝아졌다. 하지만 화면 안에 등장한 건 윤슬이 아닌 나연이었다.
―으아아아아앙아아아아악!!!
자막: [망했어요….]
댓글창은 그럴 줄 알았다는 말들로 가득 들어찼다. 야심 차게 준비했으나 수강 신청이라는 전쟁에서 무참히 패배해버린 1학년은 놀리는 맛이 있었다. 바닥을 뎅굴뎅굴 구르며 슬퍼하는 나연이 덕에 고학번들의 우쭈쭈가 시작됐다.
-웅웅 애기들아 다들 우주공강 한번은 있는거에요 울지말고 대학원 가요 수강신청 때문에 힘들 필요 하나도 없어요ㅠㅠ 우리애기들 척척학사라는 단어는 없어요 척척석사는 되어야 울지 않을수 있어요
-위의분 악마인가…
그다음, 화려하지만 담백한 나연이의 시간표가 화면에 나오자 댓글창은 물음표로 도배됐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거지?
-야 미쳤다 보통망한게 아닌데
-화끈하구나 저런 선택을 하기까지 대체 무슨 일이 있던거임
당연히 윤슬도 망했겠거니 짐작한 시청자들은 이어지는 자막에 충격을 먹었다.
자막:
[그리고 이건 제 시간표♥] [다들 뭐 이거랑 비슷하지 않나요?] [그럼 우리 1학년 생활 파이팅~ ٩(^ᴗ^)۶] [p.s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대체 저 시간표가 어떻게 완성이 되었나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그렇게 윤슬의 브이로그는 끝났다. 실시간 업로드를 마친 영상은 10초 뒤에는 채팅창 사용이 불가했다. 다들 충격에 빠져 물음표를 도배하고 있다 화면이 새로고침되었다.
댓글: 33개
그 몇 초 만에 댓글이 빠르게 서른 개를 넘겼다. 최초 공개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모두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와. 얘 보통 아니네?”
고연티비 PD는 윤슬의 최초공개 라이브 브이로그가 끝나자마자 감탄했다.
‘스토리 탄탄하고, 친구들 캐릭터성 좋고. 편집도 깔끔해…. 이건 좀만 더 쳐내면 진짜 예능으로 쓰기 딱이다.’
얼른 윤슬을 고연티비에 출연시키고 싶다는 마음이 차곡차곡 쌓아 올라갔다. 보면 볼수록 탐나는 인재였다. 고연티비 PD의 그런 표정을 놓치지 않은 삼인조 사기단은 그 마음에 불을 붙였다.
“형. 이렇게 된 김에 윤슬이 근처에 있다는데 보러 갈래요? 얘기도 할 겸. 좋잖아요.”
“고림대 체대생들도 같이 있다던데, 형네 후배들이라 다들 가면 좋아할 거예요.”
“…맞아요. 아무래도 학기 초라 고학번 선배한테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어 할 것도 많을 거고.”
“그, 그럴까…? 에이. 나 나이도 있는데 무슨. 어린애들 모여있는데 끼어.”
이미 절반쯤 넘어온 고연티비 PD를 꼬여내는 건 무엇보다 쉬운 일이었다. 재겸은 웃으며 몰래 핸드폰을 꺼냈다.
입력: 현우야ㅋㅋㅋㅋㅋ 아직 거기야?
* * *
“와~. 진짜 대박이다. 너 시간표 미쳤나 봐.”
과팅이 한창인 룸 안에서도 모두가 윤슬의 브이로그를 같이 보고 있었다. 다들 윤슬의 구독자였다. 그중 몇은 알림 버튼까지 설정해놨기 때문에 올라오자마자 이것 보라며 화면을 클릭했다. 살짝 부끄러운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윤슬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야, 이제 다 봤으면 핸드폰 내려놔…. 근데 좋아요 누르는 건 잊지 말고.”
뼛속까지 인튜버다운 말이었다. 다들 좋아요 버튼을 누른 후에는 자기 시간표에 대해 이야기기하기 시작했다. 그중 누가 누가 제일 망했나 이야기하던 현우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 근처? 진짜??? 어어. 일단 알겠어.”
고개를 갸웃거리던 현우가 윤슬을 보고 물었다.
“이 근처에 차재겸 있다는데, 그 고연티비 알지? 우리 학교 선배랑 같이 있대. 잠깐 와서 인사해도 되겠냐는데?”
철저히 설계된 것인 줄도 모르고 전하는 현우나, 우연의 일치라고 신기해하는 윤슬의 눈동자는 순진무구하기 그지없었다.
“어! 난 괜찮지!”
고연티비를 다들 알고 있는 만큼 담당 PD의 등장에 모두가 재밌어했다. 고연티비 PD는 그렇게 잠시 뒤,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