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21)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21화(221/405)
주말의 끝은 언제나 아쉬운 법이다. 일요일 저녁 열 시, 침대에 누워 손가락으로 슥슥 커뮤니티와 앱을 훑어 읽는 대학생들은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오늘따라 한국대 게시판은 유난히 글이 많이 올라와 읽는 재미가 상당했다. 그중에서도 누군가를 특정한 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한국대/ 자유게시판]익명 03/19 22:10
그 인플루언서분 대체 왜 그러시는지…ㅋㅋㅋㅋㅋ 알려주실 분 없나요 수치는 내몫 ㅠㅠ
-익명1: 누가보면 정시로 들어온줄 알겟눜ㅋㅋㅋ
˪익명(글쓴이): ㄱㄴㄲ 내말그말임
-익명2: 냅둬 한창 한국대 뽕에 취해있을 때임ㅋㅋ
-익명3: 주변 친구들아 좀 말려줘라…
가장 먼저 올라온 건 이 글이었다. 그 뒤로 줄줄이 관련 글이 올라왔다. 한국대 인플루언서, 떠오르는 사람은 한 명.
핸드폰을 잡고 있던 익명4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빠르게 답댓글로 영상 링크가 달렸다.
-익명4: 뭔데뭔데? 나도알자
˪익명5: https://www.youtube.com/watch?v=seo_yoonseul 들어가봐ㅋㅋ끝까지 보면 됨ㅇㅇ
링크를 클릭하자 인튜브 영상이 떴다. 오 분짜리 브이로그 영상이었다.
―오랜만에 본가에 왔습니다. 제 방을 보니까 이런저런 생각이 참 많이 나요. 디엠으로 3월 모의고사 성적이 수능 성적인가요? 이런 질문 진짜 많이 받았는데요. 결론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입니다. 저는 모의고사보다 수능 성적이 조금 더 낮았어요. 아쉽긴 하지만…. 고3 때 치열하게 보내면 점수가 배신하지 않거든요. 아, 여기 있다. 이때 일기.
자료화면: (일기를 읽고 있는 윤슬의 옆모습. 옆에는 발췌된 일기 사진.jpg)
―너무 졸린 날은 한번 잠들면 깊게 잘까 봐 일부러 책상에 엎드려서 잤어요. 침대 말고. 고3 때는 침대에 누워 본 날이…. 하하하.
자료화면: (윤슬의 발췌된 일기들이 번갈아 지나간다. 치열했던 고3 수필 같은 문장들.jpg)
―근데 이렇게 하면 또 기억이 되게 오래가요. 근데 제가 최근에. 음…. 말해도 되나? 되겠죠? 고연티비 PD님을 뵀는데, 수능 얘기가 나왔어요. 출연해 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는데. 제가 얼마만큼 기억하고 있는지 조-금 궁금해하시는 눈치길래 고민하다가….
(윤슬의 키만큼 쌓여 있는 문제집들로 화면 전환)
―출연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니 뭐 이 정도 풀었는데, 나름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 주제는 뭐냐구요?
(모의고사 풀이집으로 화면 전환. 윤슬의 손글씨가 어지럽게 쓰여 있다.)
―바로 이번 3월 모의고사 풀어보기입니다~. 한국대생 셋, 고림대생 셋, 연희대생 셋이 모여서 함께 풀어보고 정답 맞추기까지 할 거예요.
(윤슬의 얼굴로 전환)
―잘할 수 있으려나? 삼일 뒤인데요. 그래도 간단하게는 공부하고 가려구요.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문제집은 이거랑 이거예요. 진짜 도움이 많이 돼요.
(문제집을 들고 있는 윤슬. 모서리가 너덜너덜하다)
―좋은 성적 받을 수 있게 응원해주세요~. 결과는 고연티비에서 만나요!
한 시간 전에 올라온 영상이었다. 뷰 수는 벌써 이십만을 찍고 있었고, 댓글은 천 개에 달했다.
-ㅋㅋㅋㅋ누가봐도 질거같은데
-다른 한국대생들이 캐리하겠다 딱봐도
-끝까지 수능성적 공개 안하는거 보면.. 고연티비에서 이번에 조작 걸리는건 아닌가 모르겠다ㅠㅠ
-윤슬님 고3내내 전교1등 하시던 분인데 댓글 분위기 왜이러지? 어디서 좌표찍고 온것같네…
˪ㅁㅈㅁㅈ 덕현여고면 나름 알아주는 덴데ㅋㅋ 웃긴다 다들 대학 어디다님?
댓글창은 제법 열이 올라 있었다. 대체적으로 ‘니가 고연대생들이랑?ㅋ’의 분위기가 강했다. 익명4 역시 다르지 않은 입장이었다.
‘얘는 수시로 들어와 놓고 뭐가 이렇게….’
입력: ㅋㅋㅋ망신이나 안당하면 다행이지
익명4는 댓글을 입력했다. 빠르게 좋아요가 눌렸다. 지금 이 영상을 보고 있는 사람이 꽤나 많다는 증거였다. 익명4는 스크롤을 내리며 자신과 비슷한 류의 댓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개 중 좋아요가 많이 눌린 댓글에는 대댓글을 달기도 했다.
입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뼈맞았넼ㅋㅋㅋㅋ
그런 행동을 누군가가 유도했다는 걸 모르는 채로 순순히 원하는 대로 해주고 있는 익명 4였다.
* * *
‘됐다. 삼천 개.’
오 분짜리 영상이니 접근성 좋고, 끝까지 수능 점수 말 안 해줬으니까 다들 한마디씩 하고 싶을 거라 예상했다.
‘고연티비 업로드는 금요일. 좋아…. 결과 나오면 다시 이 영상에 댓글 달 사람들 잔뜩 있겠지.’
일종의 힘숨찐 마케팅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이런 거다.
1. 누가 봐도 찐따인데 엄청난 목표에 도전한다
2. 80%가 주변에서 돌을 던진다. 18%의 가만히 있는 구경꾼과 2%의 편들어주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3. 모두의 예상을 깨고 찐따가 해낸다
4. ‘어엇…. 해냈잖냐!’ 가만히 있던 구경꾼들과 ‘어이어이, 믿고 있었다구-!’ 편들어줬던 사람들이 환호한다
5. 역으로 돌 던진 사람에게 이것 보라며 소리친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2번과 5번이다. 내 댓글을 끌어올 수 있는 게 저거니까. 확실히 내가 고연대생들을 성적으로 이길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쪽이 우세다.
‘자, 불타라.’
「▼상세 설명▼
✧✿여기 있어요✿✧ (사용 시간 5시간)
: SNS에서 눈에 띌 수 있는 포션! +1~100 (확률 랜덤) 입니다.
당신의 계정이 무작위로 SNS 사용자들의 피드에 노출됩니다.
※ 유명세 ( 100 )부터 사용 가능한 아이템입니다.」
나는 아이템을 사용해 이 짧은 브이로그가 피드에 자주 띄게 만들었다. 앞으로 5시간마다 한 번씩 쓸 예정이다. 일부러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줄 ‘사랑해줘’ 아이템은 쓰지 않았다. 포인트는 오로지 어그로에 올인한다.
“얘들아, 악플 달러 와라.”
절대 좋은 점수 못 받을거라고 장담하고, 서로서로 웃고 떠들어라. 어차피 결과로 말해주면 되는 일이니까.
‘그리고 결과 커뮤니티에 쫙 돌면 이제 수시 얘기로 뭐라 하는 사람도 없어지겠지.’
이 힘숨찐 서사는 수능 백일 전에나 풀려고 했던 건데 지금 풀어서 좀 아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겠지. 지금 생각해 보니 길고 얇게 ‘너 공부 못하지?ㅋㅋ’ 반응을 끌어나가는 것보다 짧고 굵게 친 다음에 빠지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영상에 넣으려다 만 내 수능 시험지를 확인했다.
국어 만점, 수학 92점, 영어 96점. 사회탐구 영역은 모두 만점.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제일 쉬운 2점짜리 문제를 틀리는 게.
“아, 이때 숫자만 제대로 썼어도….”
제일 자신 있는 문제 유형이라 방심한 게 실수였다. 숫자 2를 날려 써서 3으로 착각해 아쉽게 2점짜리를 두 개 틀렸다. 따지고 보면 난 영어도 만점 받았거든. 역대급 불수능에서도 살아남았는데 3월 모의고사쯤이야.
나는 핸드폰에 울리는 알람을 확인했다.
“이제 슬슬 빠져 볼까.”
나머지는 알아서들 불태워 주겠지. 나는 내 흔적을 깔끔하게 지웠다.
익명5: https://www.youtube.com/watch?v=seo_yoonseul 들어가봐ㅋㅋ끝까지 보면 됨ㅇㅇ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 *
“이건 또 뭐야? 아! 씨!!!”
이곳은 젬스톤의 사무실, 그중에서도 제일 넓고 쾌적하고 어두운 공간. 바로 루비의 룸이었다. 다음 주 스케줄을 짜고 있던 루비의 눈에 가시같이 윤슬의 영상이 박혔다.
[Intube] [고3 성적은 3월 모의고사가 좌우한다? 짧게 꺼내보는 수능 얘기] 05:00조회수 312,887회
“하필이면 이번 주야 왜!!!”
이번 주 금요일. 제인의 대학매일 인터뷰가 올라가는 날이었다. 당장 내일이면 제인의 대학매일 인튜브 영상까지 업로드가 되기 때문에 루비는 분노했다.
“이러면 스포트라이트를 뺏기잖아…. 으에에에-. 얘는 지인짜 어디서 어그로 끄는 걸 배워오기라도 하나아….”
양손으로 복슬복슬한 단발머리를 쥐어뜯는 루비의 입에서는 끝도 없는 한숨이 새어 나왔다.
“대체 왜 광고도 안 받는 거지? 왜 자꾸 어그로만 끄냐고!”
상승세를 탄 만큼 몸값이 올라갔을 테니 하나쯤은 올려볼 법도 한데, 윤슬의 그간 영상들은 전부 광고가 없었다. 게다가 업로드되는 영상 족족 어떻게든 유명세를 탔다.
수시 영상과 한국대 합격 영상은 물론이고 유신사 플리 마켓 전 하울 영상은 백만 인튜버 모모로 띄웠고, 얼마 전 업로드 되었던 졸업 영상과 수강 신청 브이로그는 커뮤니티에서 수강 신청 현실과 이상으로 소소하게 웃음을 이끌어 냈다.
“소소하게 식게 만드는, 그런 거 뭐 하나라도 있으면 좋은데….”
루비는 울적한 얼굴로 윤슬의 영상에 싫어요 버튼을 눌렀다.
딸칵. 마우스 클릭 소리가 유난히 늘어졌다.
“뭐. 한국대 타이틀은 천천히 봐야지.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니까-. 아아아-. 내가 또 너무 흥분해 버렸네…. 윤슬이만 엮이면 이런다니깐.”
루비는 윤슬의 인튜브를 끄고 푹신한 의자를 빙글 돌렸다. 루비의 의자 뒤에 있는 제인의 계획표가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4월 첫째 주: C사 브랜드 파티 참석] [GU2SS 브랜드 티셔츠에 트위드 재킷 코디] [유스타 사진 업로드]윤슬이 다음 영상을 뭐로 올리건, 이 화제성을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