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28)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28화(228/405)
다이아수저는 낮게 내리 깐 목소리로 대답했다.
“장난하나…. 지금까지 뜯은 걸 생각해 봐요. 내가! 해달라는 선 안에서는 다 해주지.”
-일단 오케이…. 만일 광고 맡긴다면 진행하고 싶은 건요?
“지금으로서는 일단 기초. 그중에서도 선크림. 얼마 전에 엔지생건이 또 나대면서 쿨링 선크림인가 그딴 걸 낸다는 소문이 있더라구. 질 수 없지. 이쪽도 쿨링이야. 쉬코르는 색조 위주이긴 한데 좀 두고 보려고. 일단 재작년처럼 올리브일에서 뭐 하나 자리 잡고 싶어요. 재구매 아이템은 쌓일수록 좋으니까.”
-네. 아무튼 이번 바쁜 일 좀 끝나고. 이제 친구들 올 시간이라 끊을게요.
“그래요. 연락 줘요.”
윤슬이 전화를 끊음과 동시에 막히던 도로가 뚫리고, 파란불이 켜졌다. 다이아수저는 액셀을 밟으며 중얼거렸다.
“서윤슬…. 얘 말고 지금 대신할 만한 사람이….”
하지만 아무리 떠올려봐도 윤슬만 한 사람이 없었다. 그게 다이아수저가 윤슬에게 영원한 을이 되는 이유였다.
* * *
제인은 애써 잠을 자려 노력했지만 밤새 뒤척거렸다. 별거 아닌 윤슬의 인튜브 영상 때문이었다. 제깟 게 뭐라고 그렇게까지 행복하게 웃고 있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 덕분인지 오늘따라 신경이 예민해진 것 같았다.
“제인 씨이-? 웃어야지, 응. 여기 보는 눈 많아요…. 하제인 실물 체감짤 같은 거 여기서 다 찍히는거야아-”
루비의 말을 들은 제인은 다시금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오늘 이 자리를 위해 지난주부터 온갖 관리를 했다. 물론 제인에게 있어 그렇게까지 특별한 행사는 아니었다. 이전에도 종종 오던 명품 브랜드 행사였으니,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인플루언서로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첫 번째 자리였다. 발레파킹 직원이 열어주는 문 사이로 제인은 한 발을 내디뎠다.
“어머! 루비님-. 너어~무 반가워요.”
입구에서부터 매니저가 루비를 알아보고 온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달려왔다. 돈 쓸 시간도 없이 일에만 매진하는 루비는 귀찮으면 무엇이든 C사에서 샀다. 단순하다. 모두가 1초면 알아볼 수 있는 그 로고니까. 살짝 나사 빠진 사람 같이 굴어도 그 로고만 있으면 어딘가 매력 있는 괴짜로 만들어주는 힘이 있었다.
“제인 님 안녕하세요~. 지난달에 댁으로 보내드린 제품들은 마음에 드실까요? 어머. 오늘 하고 오신 거 맞죠?”
“네 맞아요. 셀러님 덕에 늘 좋은 제품 구해서…. 어머니가 꼭 감사하다고 말씀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어후~. 저희는 그냥 제품 주인 찾아드리는 거죠. 이런 트위드 재킷이 진짜 어울리기가 힘든데! 워낙 여리여리하시다 보니까 또 이렇게 따악-. 저도 이따 제인 님 사진 하나만 찍어도 되죠? 제 주변에서도 난리예요, 난리.”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은 제인은 익숙하단 듯 매장 입구를 둘러봤다. 압구정 로데오에 있는 커다란 C사의 단독 매장은 제인에게 있어 설레고 떨리는 장소가 아니었다. 이미 근처에는 오늘 행사에 방문하는 연예인을 보기 위한 기자들과 팬들로 번잡스러웠다.
“하제인 아니야?”
“헐 진짜네…? 와 하제인이다.”
그중 몇은 제인의 뒷모습만 보고서도 이미 알아차렸다. 매니저의 뒤에서 나온 오늘의 총책임자가 제인을 포토월로 이끌었다.
“저 진짜 너무 감동이에요. 제인 님 처음 뵀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또 인플루언서로 방문해주시고.”
루비는 자그마한 손으로 제인의 어깨를 도닥거렸다. 오늘은 제인이 연예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이었다. 이른바 꽃다발 효과. 지금의 인플루언서는 아직 연예인보다는 한창 아랫급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날고 긴다고 해도 진짜 그들의 세계에 끼어들기란 묘한 벽이 있었으니까.
“하제인 씨!!!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뭐야? 하제인 포토월 서네?”
“인사 한번 해주세요!!!”
하지만 제인은 달랐다.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윗급이었으니까. 굳이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그들의 세계에 녹아들 수 있었으니까.
제인은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며 그린 듯한 미소를 지었다. 약간의 우월감을 섞어서.
[Intube] [하제인 실물 체감 영상] 0:30조회수 31,234회
[C사 브랜드 파티에 셀럽 등장…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의 경계 사라지나] [(포토)하제인씨 여기도 하트 한 번 날려주세요~] [이제는 인플루언서 시대, 로드 숍부터 명품까지 장악]* * *
아침부터 윤슬과 함께 식사를 하러 집으로 들어간 재언과 백휘는 기겁했다. 윤슬의 침대 위에 옹기종기 누운 셋이 마스크팩을 얼굴에 붙이고 오이를 눈 위에 올리고 있었다. 조그마한 둘 사이에 상대적으로 커다란 게 누워 있었다.
“…이건 뭐야.”
“야, 넌 일어나.”
“안 돼. 에센스 목으로 다 흘러내려.”
차재겸이었다. 지난번 애프리카 tv 사건 이후로 의기양양하게 나연과 주현 사이에 끼어 윤슬의 집으로 들어왔다.
“냅둬…. 나름 포상이야. 저거 하고 싶었대.”
“그래, 들었지? 너네가 뭘 알겠어. 나 없었으면 정말…. 생각도 하기 싫다. 자기야, 나 오이 바꿔줘! 그새 수분기 다 날아간 거 같아. 오늘 실내 습도 진짜 메말랐다.”
“솔직히 차재겸 역할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그건 그래.”
양옆에서 나연이와 주현이가 종알거렸다. 한번 고개를 저은 백휘는 한숨을 쉬고 익숙하게 상을 폈다. 어째 점점 앉아서 밥 먹는 일이 늘어나고 있었다.
“슬아슬아. 그래서 어떻게 됐어?”
“아까 전에 고연티비 측에서 연락 왔어. 2차 PPL 사용해도 되냐고 CS25에서 연락 왔대.”
“우!!!와!!! 짱이다!!!”
“아…. 이나연 때문에 지금 내 왼쪽 귀 나간 것 같아….”
“메일함 확인해 보니까 나한테 개인적으로 연락 왔더라. CS25랑 한국유업 둘 다.”
윤슬은 책상 위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켰다. 주말 사이 백 통도 넘는 메일이 와 있었다. 각종 유업 회사에서부터 비타민, 건강즙, 영양제 등등, 그 사이에 한국유업과 CS25가 있었다.
[E-mail]안녕하세요. 윤슬님 (´>∀<`)♡ 오늘보다 내일을 더 건강하게! 한국유업입니다.
지난번에 고연티비에서 한국유업 플레인 요구르트를 추천해주셔서 이렇게 연락드리게 되었어요. 주말 사이에 제 친구들이 얼마나 연락이 오던지…!(개인적으로 저도 윤슬님의 팬이었답니다. 속닥속닥)
다름이 아니라 이렇게 인연을 맺게 되었으니 저희 한국유업에서 광고를 맡기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자연스러운 브이로그 형식의…
“그래서 뭐라고 답장했는데?”
“내가 원하는 형식으로 진행하자고 했어. 브이로그 말고.”
윤슬은 어깨를 가볍게 으쓱했다. 지금 트렌드가 막 시작되려 하고 있는데 구구절절 말을 덧붙이는 건 사람들의 열기를 식게 만들기 쉬웠으니까.
‘맛있나? 먹어볼까?’
하고 살짝 마음이 흔들린 소비자의 귓가에 대고 이렇게 말한다면.
“이요구르트는목넘김이부드러운데다가요구르트특유의산미가덜하고텁텁함이없어.”
과연 마시고 싶을까?
편의점에서 2+1 행사 한 번을 하는 게 더 나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윤슬은 이전부터 지금까지 쭉-
“난 식감이나 효능, 안에 뭐 들었는지 재료 말하고 싶지가 않아….”
회사에서 요구하는 바이럴을 하고 싶지 않아 했다. 지금은 한창 자연스러운 척 뒷광고가 판칠 시기였다. 윤슬은 이들과 달라야 했다.
“그럼 뭐로 할 건데?”
“나? 내 시간 많이 안 쓰고 돈 벌려고.”
스터디 위드 미. 시험 기간을 맞아 자연스럽게 공부하면서 도시락과 요구르트를 먹는 장면을 넣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서윤슬을 잡기 위해 무엇이든 맞춰 줄 준비가 되어 있는 기업들은 곧장 메일로 오케이 의사를 보내왔다.
그렇게 윤슬의 한국대 타이틀 굳히기가 시작됐다.
* * *
새 학기의 들뜬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잠재워진 시기, 예쁜 가게, 맛있는 메뉴 대신 이제는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다시 공부를 해야 할 때였다.
[한국대 정식 품절! ( •᷄△•᷅ )]한국대에 내부에 입점되어 있는 CS25의 식품 코너는 오늘도 똑같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며칠 내내 똑같았다. 남은 도시락을 훑어보던 학생들은 무언가 달라진 점을 발견했다.
―오, 이거 맛있다.
편의점 내에 있는 자그마한 화면마다 윤슬이 나오고 있었다. 고연티비가 2차 PPL을 빠르게 협의한 결과였다. 그때의 라이브 방송 화면에 귀여운 효과가 추가로 들어갔다. 도시락을 먹는 윤슬 주변으로 빨간 느낌표가 퐁퐁퐁 튀어 올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0^ 한국우유 요구르트 2+1]우유 코너에 가면 자그맣게 세일 품목 글자 위로 윤슬의 얼굴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한국대 뿐만이 아니었다. 전국의 CS25 매장에서는 전부 윤슬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찰칵-!
한국대 학생들은 자연스레 핸드폰을 켜 윤슬이 붙은 코너를 찍었다.
-(윤슬의 얼굴이 붙은 요구르트 사진.jpg)
-야 이거봐라ㅋㅋㅋㅋ
-투플원하는데 왜 니만쳐먹어 우리는
단톡방에서.
[Youstastory](윤슬의 얼굴이 붙어 있는 요구르트 코너 사진. 서윤슬 요구르트만 전부 매진 상태.jpg)
우리학교 슈퍼스타ㅋㅋㅋ 만나면 요구르트 하나만 달라해야겟다ㅠㅠ
유스타스토리에서.
[잡담게시판/ 이거 귀엽다 ^0^=ㅅㅇㅅ=서윤슬 이거지?]한국우유 잘하네ㅋㅋㅋㅋㅋ
-벌써 유스타에도 올라왔더라ㅋㅋㅋㅋ^0^
-^ㅇ^ 이걸로하지 ^0^ 너무 나이들어보이는데ㅠ
˪뭐라는거야 ㄱ- 우리땐 다 저거엿다고…OTL
˪실례지만 연세가?
온갖 SNS에서 윤슬의 얼굴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중 윤슬의 이름을 가장 많이 부르고 있는 건 바로 그 어플이었다. 한국대 게시판이 있는.
[한국대/ 자유게시판]익명 03/31 10:00
얘들아 학생회 공지 올라왔다 오늘 야식으로 한국대 정식 들어온다^0^ㅋㅋㅋㅋ
-익명1: 윤슬후배 고마워ㅠ 복받을거야
˪익명(글쓴이): 어허 윤슬님이 네 친구야? 존함 똑바로 불러
-익명2: ㅋㅋㅋㅋㅋㅋ개꿀 요즘 구하기도 힘들다던데
-익명3: 지금 편의점에도 킹갓제네럴충무공윤슬님 나오신다
˪익명4: 앞에서 큰절 한번 해라
시험 기간이 되면 지친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간식은 보통 학생회에서 준비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직접 기업이 준비해 학생회로 보낸 것이다.
한국대 일학년 한 명.
서윤슬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