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30)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30화(230/405)
“흐음….”
다이아수저는 오늘도 인터넷 뉴스 기사란을 클릭했다. 다년간의 야근으로 다져진 속독 실력으로 단 몇 분 사이에 기사에 대한 판단을 완료했다.
“일 처리 잘했네.”
윤슬이 라이브 방송을 끝마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이미 메인 칸에 기사가 올라가 있었다. 지난 통화에서 이미 눈치를 챘지만 스케일이 예상보다 컸다.
“밴드, 맘 카페, 커뮤니티에 실시간 SNS…. 얘는 구독자 복도 있네.”
인터넷 고인물들이 적절히 라이브 방송 댓글창을 채워준 덕분에 단 한 번의 라이브 방송으로도 글을 여러 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게 바로 대중성의 힘이었다. 성별 연령대 관심사 모두가 다른 사람들을 한 공간에 서윤슬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두는 것.
[지상파 마케팅 영업 이익 근황 보고]다이아수저는 다른 창을 켰다. 지금까지 보고 있던 화면이었다.
현재 지상파 광고 영업 이익은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단 1%, 2%로도 큰 변화가 있는 이 바닥에서 단 3년 사이 지상파 점유율이 55%에서 40.3%로 곤두박질쳤다.
“아아-. 이제 TV 광고는 슬슬 끝물이 다가오는 건가.”
현재 대한민국 광고계의 총 광고비는 11조 7,020억. 그중에서도 방송계 총 광고비는 3조 9,636억이다. 나머지는 온라인 마케팅 비용이다.
인튜브에서, 블로그에서, SNS에서, 커뮤니티에서, 웹 사이트의 광고 배너에서.
현대인들이라면 눈을 뜰 때부터 감을 때까지 끝없이 보게 되는 그 자그마한 화면 하나에 약 8조 원이 들어간다는 소리다.
[Influencer List]이제는 연예인이 아닌 인플루언서를 잡아야 할 때였다. 다이아수저는 천천히 스크롤을 내렸다.
* * *
‘굿.’
나는 학교에 도착함과 동시에 강의실 책상에 엎드렸다. 오면서 본 인터넷 반응은 꽤나 흡족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고맙다….’
원래 내 라이브 방송 캡처 글은 내가 작성하려고 했는데, 그새 누군가가 따로 글을 써줬다. 제법 인터넷 고인물인지 깔끔하게 드립을 섞어 넣은 덕에 조회수가 꽤 높았다.
@seo_yoonseul
Youstagram
팔로워: 600,001명
유스타가 드디어 60만이 넘었다. 나는 버릇처럼 하제인의 유스타를 체크했다.
@jane_agnes
Youstagram
팔로워: 598,770명
아직까지는 근소한 수치로 내가 이기고 있군. 하제인은 나 신경이나 쓸까.
나는 언제부터인지 자꾸만 하제인이 내 성공의 척도같이 느껴진다.
“자기 뭐 봐?”
“아 깜짝이야.”
커피를 사러 나갔다 온 차재겸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나는 속수무책으로 보고 있던 화면을 털렸다.
“아~하.”
“…뭐가 아하야.”
“그런 거구나~”
느물거리며 웃은 차재겸은 샷 추가한 아이스티를 내게 내밀었다. 뭐든지 다 알고 있다는 저 웃음을 보니까 대충 눈치챘군.
“난 자기한테 걸게~”
“뭘 또 걸어.”
“내 안목? 내 자존심? 내 미모? 뭘 걸어줄까, 말만 해. 아~ 난 진짜 가진 게 너무 많아서 걸 것도 많다~”
차재겸은 제 몫의 밀크티를 마시며 가볍게 한마디를 던졌다.
“아, 그거 봤어? 하제인 씨 행사장 직캠. 뷰 수가 꽤 되던데. 자기 바빠서 못 봤나?”
나는 차재겸이 보내주는 링크를 클릭했다.
[Intube] [하제인 실물 체감 영상] 0:30조회수 87,714회
나는 영상을 클릭한 뒤에 잠시 멈칫했다. 하제인이 C사 행사장에?
댓글은 천 개에 가까워져 있었다.
-진짜 연예인 안하고 뭐함…
˪원래 진짜 귀한 집 딸들은 절대 연예인 안시킴ㅋㅋㅋ 광대자너
-와 저 카메라에서도 살아남네
-ㅠㅠㅠㅠㅠㅠ진짜 저중에서 제일 예쁘다 날때부터 명품걸치고 태어난거가틈ㅠㅠㅠㅠ
‘…또다시 미래가 바뀌었네.’
지금 시기는 인플루언서들이 바닷물처럼 밀려들어 올 때다. 너도나도 미러리스 카메라부터 산 다음에 브이로그부터 찍어볼 때라고.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크긴 하지만 아직 ‘대중적’으로는 영향력이 덜 하거든. 케이블 출연도, 명품 행사장 초대도, 지상파 진출까지는 아직 몇 년 남아 있어야 되는 건데.
‘하제인은 그걸 하는구나….’
열 개도 채 되지 않는 인튜브 영상, 내내 잠수타다가 갑자기 나타나 고작 반년도 채 되지 않아서 내 팔로워를 따라잡고 있는 유스타. 태어날 때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듯한 하제인의 인생을 보고 있다 보면 꼭 체스판 같다.
하제인은 처음부터 퀸이고 난 그저 폰인 거지.
나는 스크롤을 내리며 댓글을 체크했다. 나이대가 비슷한 여자들의 댓글이 압도적이었다.
‘이렇게 또 하제인 코어층이 단단해지는군.’
-와 근데 티셔츠도 명품인줄ㅋㅋㅋ 티셔츠는 GU2SS네
˪원래 찐부자들이 그럼ㅇㅇ 졸부들이나 명품떡칠하지 찐들은 과시욕? 그런거 없어서 걍 맘에들면 입는거지ㅋㅋㅋ
˪찐이 입으니까 저것도 명품같다 진짜 사람이 명품이어야지ㅠ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카카오톡 광고 메시지로 왔던 하제인의 사진 착장이랑 똑같네.
‘조만간 이거 광고하겠군.’
스케일을 보니까 최소 브랜디드, 최대 브랜드 모델이다.
나는 하제인이 나보다 먼저 브랜드 모델에 도달했다고 생각하자 좀 불안해졌다.
‘…그래도 아직은 때가 아니야.’
다이아수저한테는 미안하지만 정식 광고는 아직이다.
“표정 풀어.”
“…….”
“자기한테 건다니까. 나만 그런 것도 아닐걸.”
차재겸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묻으며 흥얼거렸다. 나도 괜한 생각들을 떨쳐내기 위해 강의에 집중했다. 오늘부터 일주일간 나는 밤샘 공부를 해야 하거든.
* * *
시험 기간 내내 윤슬의 글은 무조건 베스트에 갔다. 그저 서윤슬이란 키워드가 하나 있으면 조회수와 댓글이 안정적이었다. 사람들은 어느새 ‘한국대’ 하면 서윤슬을 먼저 떠올리기 시작했다.
-진짜 일주일 내내 밤샘을 한다고???
˪중간에 두세시간정도 눈 붙인거 말고는ㅠㅠ
˪말이됨?????
윤슬은 강의 듣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최소로 줄였다. 포션을 비롯해 온갖 카페인을 때려 부으며 밤을 샜다. 식사는 무조건 CS25의 도시락, 간식은 한국우유의 요구르트였다. 윤슬의 라이브 방송이 인기가 많아질수록 한국대 정식은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한국대/ 자유게시판]익명 04/11 10:00
대체 한국대정식 뭐 어떻게 구하는거냐? 도시락은 그렇다쳐도 요구르트까지 안보이네ㅋㅋㅋ
-익명1: 충무공후배님한테 가서 하나 주십사 빌어봐
˪익명(글쓴이): 뵙기도 힘들어 그분 인튜브만 구경중
-익명2: ㅋㅋㅋㅋ포기해라 그거 버터허니칩만큼 구하기 힘들어짐
-익명3: 충무공… 대체 어떻게 매일 먹을 한국대정식을 구하신겁니까…
˪익명4: 신에게는 아직 13개의 도시락이 있사옵니다
이는 또 커뮤에 ‘한국대생들도 구하기 힘든 한국대정식’으로 퍼졌다. CS25와 한국유업은 매일같이 축제였다.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달리는 중이었다.
[CS25, 일냈다! ‘고기냠냠 도시락’ 판매량 매일 백만 개] [CS25 이대로 업계 1위 굳히나… 2위 GU꺾고 도시락 매출 6614억 원 달성] [한국우유 인터뷰: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생각나게 하는 그 맛’]서윤슬이라는 탱크 하나가 있다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 * *
“안녕? 오랜만.”
그리고 그 서윤슬이라는 탱크를 노리는 건 여기 다이아수저도 마찬가지였다. 다이아수저는 회원제로만 예약을 받는 스시 오마카세에서 윤슬을 맞이했다. 잔잔한 조명과 조용히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다다미방을 채웠다.
“얼른 앉아요. 시험은 잘 봤고?”
“그럭저럭요.”
“또 엄살 부리네. B 하나도 없겠지 뭐.”
“그건 당연한 거고요.”
가볍게 근황을 주고받으면서 초밥을 먹던 윤슬을 다이아수저는 지그시 바라봤다.
“윤슬 씨는 얼마짜리일까?”
“뭐예요, 갑자기. 그 재벌 2세 싸가지 오만 후회남 같은 발언은….”
“그냥, 궁금해서.”
가볍게 보리차로 입가심을 한 다이아수저는 다음번 접시를 받았다. 호화스러운 황금색으로 테두리가 칠해진 접시에는 빨갛고 기름진 참치 뱃살이 놓여 있었다.
“CS25가 한 달 사이에 GU를 완전히 압도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싶을 정도로. 한국유업? 얘네는 아예 다음 달부터 새 패키지 출시해요. 윤슬 씨가 광고했던 그 요구르트 이제 사과랑 망고 맛도 낸다더라.”
정갈한 젓가락질로 초밥을 입에 넣은 윤슬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럴 줄 알았으니까. 원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 법이었다.
“나는 그 매출 중에 윤슬 씨가 영향을 끼친 게 과연 얼마일지가 궁금해. 보니까 걔네가 바이럴 꽤나 풀었던데. 그 가격을 제외하고 나면 얼마일까. 윤슬 씨가 보기에는 얼마 같아요?”
“상상 이상으로 비싸겠죠. 바이럴도 뭐…. 제가 있어서 먹힌 거 아닌가? 얼마를 들이붓든 제대로 된 키워드 없으면 묻히는 거 알잖아요.”
“그치. 그거 인정.”
다이아수저는 아예 윤슬 쪽으로 몸을 틀어 옆에 있던 흰 쇼핑백을 내밀었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그 쇼핑백 안에는 로고 없는 화장품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럼 이제 하자. 그거 우리 다음 신제품이거든. 늦어도 6월에는 내보내야 해요. 이제 두 달 남았어.”
지난번에 말했던 쿨링 선크림이었다. 윤슬은 쇼핑백을 무감한 눈으로 훑다 대답했다.
“PPL? 브랜디드?”
“브랜디드면 더 좋겠지만 PPL 원하면 그렇게 해요. 뭐든지 맞춰준다니까?”
“흠.”
윤슬은 자그마한 선크림을 꺼내 손등에 발랐다. 끈적함이 없는 산뜻한 제형의 선크림은 희미하게 시원함이 느껴졌다.
“그거면 돼요?”
“…….”
“그거면 만족해요?”
윤슬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다이아수저가 기다리고 있던 그 미소였다.
제대로 털 게 있을 때의 윤슬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