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31)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31화(231/405)
‘그러고 보니까 한, 일이 년쯤 뒤에 새 브랜드들이 치고 올라올 시기지.’
다이아수저가 저렇게 조급해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나는 하얀 케이스에 담겨있는 선크림을 바라봤다.
아직 다이아수저의 브랜드 광고를 해줄 마음은 없다. 그래도.
“…뭐길래 그렇게 웃지? 대체 뭐예요?”
어느 정도 도움은 줄 수 있지. 이번 일은 깔끔하게 도와주기만 해야겠다. 안 털고.
“이거 잘 만들어진 거 확실해요? 급하게 만든 거라 효과 별로 없고 뭐 그런….”
“이런 개XX 그럴 리가 전혀 없죠. 직원들을 내가 XX 고생시키고 XXXX 굴려서 만든 라모레의 역작인데….”
도발에 쉽게 넘어오는 거 보니까 정말 열심히 만들었구나. 다이아수저는 회사를 건들 때마다 아주 거칠어지는군. 좋아, 그럼 이 방법이 쓸모가 있겠다.
“그럼 저 말고 성능으로 승부를 봐야죠.”
“아니 나라고 해서 제품으로 쇼부 볼 생각 없는 건 아니에요. 근데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사진 한 장이면 돼요.”
다이아수저의 말을 끊고 본론을 말하자 당황한 게 느껴졌다. 내가 봐도 생각보다 방법이 간단하거든.
“절연테이프로 구간 나눠서 타사 선크림이랑 비교해봐요. 제목은 해운대에서 한 시간 동안 있어 봤다. 뭐 그런 걸로.”
“…타사?”
“엔지생건 족칠 기회다 이거죠. 한눈에 들어오게 비교를 하면 소비자들도 느낄 거예요. 그리고 새로 만들어지는 브랜드들이 성능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역사와 전통이 있는 라모레가 이기지.”
“그치!!! 그간 우리 회사가 제품 개발비에 들인 돈만 해도 얼만데!!!”
무게를 잡던 다이아수저는 금세 또 가벼워졌다.
‘지금쯤 출시된 것들이….’
나는 생각나는 브랜드들을 몇 개 짚어줬다. 다이아수저도 족치고 싶은 브랜드가 한둘이 아니었는지 빠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근데 사진 한 장으로 이게 될까?”
“돼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긴 영상, 긴 글 이런 거 읽기 싫어하거든요. 짧은 임팩트가 있어야지.”
몇 년 뒤엔 숏 콘텐츠가 뜨는 것도 이 이유고. 그리고 나는 회심의 일격을 알려줬다.
“그리고 식약처 찔러요.”
“응?”
“허위 광고, 과대 광고. 이런 걸로. 보나 마나 등급 속인 브랜드 한둘 아닐걸요.”
실제로 그렇기도 했고. 내 기억 속 50여 개의 브랜드 중에서 살아남은 건 고작 몇 개뿐이었다. 감성과 인플루언서를 내세운 신생 브랜드일수록 과장이 심했고, 그중 몇 개는 영영 자외선 차단 라인을 단종시켰지, 아마. 뉴스 기사가 크게 나와서 다들 난리가 났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사진으로 한 번 어그로 끌고 기사로 굳히기 들어가면 될 거 같아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뭐 화장품 솔직 리뷰, 그런 콘텐츠 주력인 인플루언서 하나 물어서 진행해요. 그게 나을 거예요. 식약처는 한두 달쯤 뒤에 찌르세요. 지금 벌써 해버리면 여름 다가와선 소비자들이 또 다 잊어요.”
나는 마지막 후식으로 나온 자두 셔벗을 먹으면서 해결책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근데 진짜…. 언제까지 이럴 거야?”
“그거는 비밀. 근데 선크림 성분 뭐 들어갔어요? 발림성 좋네.”
“시카. 병풀잎 추출물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시원하게 해주는 약초 같은 건데….”
나는 다이아수저의 설명을 들으며 티 나지 않게 미소를 지었다. 잘 잡았네.
지금은 생소한 재료지만 몇 년 뒤엔 클래식이 되어있는 그 시카. 쿨링감과 회복력도 좋아 온갖 제품이 다 나온다. 마스크팩, 스킨, 로션, 세럼, 크림까지.
‘…근데 이 선크림, 내 기억상에는 없는데.’
내가 다이아수저에게 찔러준 식약처 마케팅은 사실 엔지생건 거거든. 티 나지 않게 일본 브랜드 두 개에 엔지생건 하나가 미친 효과를 가졌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지. 그걸 본 사람들은 당연히 국내 브랜드인 엔지생건을 택했고.
‘인기가 없어서 한 시즌 반짝 했었나보군.’
그 뒤로는 또다시 엔지생건을 비롯해 다른 로드 브랜드에서 시카와 병풀 위주로 신제품을 만들어냈고, 한 번 망한 소재이니 한 발 빼고 있던 라모레가 부랴부랴 후발주자 탑승. 아마 이쪽 흐름이겠지.
‘봐줬다. 이번 선크림은 초반부터 내가 멱살 잡고 끌고 가야지.’
고마운 줄 알아라. 적어도 로드 숍 정도는 내가 밟아줄 테니까. 이 성분은 곧 라모레의 대표 시리즈가 될 거다. 초반 선크림은 적당히 중박 정도 치게 한 다음, 더 큰 성공에 목말라 있는 다이아수저에게 떡밥을 던져야지.
나는 아직까지 라모레 제품의 훌륭함에 대해 연설을 늘어놓고 있는 다이아수저에게 말했다.
“근데 저 집 갈 때 초밥 좀 포장해주면 안 돼요? 여기 맛있네요.”
“…뭐야. 밥만 먹고 가요?”
“저 바빠서요. 저를 기다리는 토끼 같은 친구들도 있고.”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초밥 정도는 털어갈 수 있잖아.
* * *
크리에이터 박은 역시 자신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며 박수를 쳤다.
“브라-보-!!!”
하루네컷은 놀랍게도 아직 망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상승세를 그리고 있었다. 인생필름의 대 유행 이후로 낙수효과 빨을 제대로 받은 것이다. 현재 필름 사진 브랜드는 무려 10개! 짧은 시간 동안 파쿠리 친 브랜드가 참 많기도 했다.
“어허, 그거 좀 살살 놔주세요~. 우리 브랜드의 생명.”
입간판을 거칠게 내려놓는 남자에게 인상을 쓴 크리에이터 박은 맨손으로 먼지를 탈탈 털었다. 그러자 유스타에서 제법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의 네 컷 사진이 선명히 드러났다. 그렇다. 하루네컷의 셀링 포인트는 ‘인플루언서가 찍은 그 사진’이었다.
“이번 지점도 대박 나겠지. 크하하하학!!!”
얼마 전 크리에이터 박은 꿈에 그리던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무려 인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그 채널! ‘성공한 사장님의 비결’ 시리즈였다. 이날만을 기다려온 크리에이터 박의 컨디션은 최대치였다.
[Youstagram]성공의 척도라는 것은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그저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 내 인생의 성공은 나의 자부심에 달려있는 것…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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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형님 멋지십니다^^
-이미지가 좋아서 그러신데 DM가능하실까요?
-올만이넹ㅋ
크리에이터 박은 셀카를 찍어 개인 유스타에 업로드했다. 좋아요가 좀 적었지만 뭐 어떠랴. 하루네컷의 공식 계정 팔로워는 어느새 십 만에 가까워져 있었다. 똑같은 사진을 공식 유스타스토리에 업로드하자 순식간에 읽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크리에이터 박은 가슴이 웅장해져 왔다.
“진짜 많이도 생겼다.”
그런 크리에이터 박의 곁을 스친 윤슬은 번화가에 나와 있는 필름 사진기를 체크했다. 뒤를 따르고 있는 재언과 백휘도 이 정도였을 줄은 몰랐다는 눈치였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하루도 쉬지 않고 셋은 곧장 시장조사에 나섰다.
“음, 이거 차재겸 시키면 됐을 텐데. 한 번 나가면 사진을 열 장은 찍고 돌아와서.”
“…안 피곤해?”
약속이 있다고 나간 윤슬은 초밥 쇼핑백을 들고 피곤한 가장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재언과 백휘의 식사가 끝나자마자 할 일이 있다며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서는 한국대 근처부터 하나하나 가게들을 확인하며 돌았다. 한국대 입구부터 신림역까지 필름사진 기계가 들어 있는 가게가 벌써 스무 군데가 넘었다. 그야말로 과포화 상태였다.
“안 피곤해. 지금 돈이 줄줄 새 나가는데 피곤은 무슨. 그리고 고등학교 때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 그땐 일까지 해야 됐는데 지금은 공부만 하니까.”
“…….”
“…….”
요즘 동기들 사이에서 윤슬에게 새로 붙은 별명이 하나 있었다.
“시험 끝났다고 술 마시고 놀 때가 아니야 지금. 어어 저기 저 사람! 하루네컷 들어간다! 으아아!”
둘은 윤슬을 바라보며 그 별명을 떠올렸다.
‘산업 역군….’
일주일간 개빡센 밤샘 공부 라이브를 직관한 동기들은 호기심-경악-충격-감동의 4단계를 거쳤다. 그리고 7080년대의 아버지 시대 성공 서사가 눈앞에 있다며 윤슬을 몰래 뒤에서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오늘도 산업 역군 서윤슬은 진지한 눈으로 어떻게 하면 더 돈을 많이 벌 것인가 고민하고 있었다.
[인생필름 대책 회의]그래서 지금, 이태원에 위치한 유신사 스튜디오 내의 인생필름 사무실에서는 회의가 한창이었다.
“이제 슬슬 후발주자들이 치고 올라오는 시기야. 처음에 했던 퍼스널 컬러 브랜딩 말고 다른 브랜딩을 주력으로 밀 때가 됐다.”
윤슬은 노트북에 화면을 띄워 보여주었다. 필름 기계 스튜디오 중 하나였다. 조금 특이한 것이 있다면 배경 색을 자신이 고를 수 있었다.
“여긴 색지가 따로 구비되어 있는 데인데, 정해진 시간 내에 색지를 교체해 끼울 수 있어. 요즘 하루네컷 다음으로 인기가 있더라고. 퍼스널 컬러 쪽은 이제 이쪽.”
백휘와 재언도 후발주자 브랜드를 체크했다. 저마다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백휘가 먼저 말했다.
“요즘 유행하는 문구류, 음. 그러니까 스티커나 굿즈 제작하는 디자이너랑 콜라보를 하면 어때. 프레임을 바꿔보자, 사람들 한정판 좋아하잖아.”
“그럼 한정 QR코드로는 영상에도 그 캐릭터를 넣어줄까….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데.”
윤슬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두 개 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뭔가가 부족했다.
‘바이럴….’
이미 윤슬, 자신은 인생필름이 유명해지는 데 있어 끝난 카드라고 판단했다. 토끼모자 네 컷이 그만큼 유명해졌으니 다들 한 번쯤은 보고 지나갔다. 업계 2위를 달리고 있는 하루네컷처럼 많은 인플루언서들을 모으려던 윤슬은 한숨을 쉬었다.
‘마케팅 비용이 너무 나가는데, 이거.’
대충 팔로워에 따른 몸값은 꿰고 있으니 더 아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간 자신을 이용해서, 커뮤니티를 이용해서, 그것도 아니면 다이아수저 지갑을 이용해서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았던 윤슬은 손이 떨렸다.
‘내 피 같은 돈….’
윤슬이 고민하고 있자 재언과 백휘는 익숙하게 자신들의 할 일을 했다. 백휘는 요즘 인기 있는 문구 디자이너 목록을 만들고 재언은 QR코드를 새로 만들 준비를 했다. 다년간의 노동으로 다져진 완벽한 팀워크였다. 컨트롤 타워 윤슬은 이마를 짚고 고민에 휩싸였다.
똑똑-
그때였다. 사무실 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