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32)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32화(232/405)
“누구세요?”
“프~리뉴~예요~”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프리뉴 직원들이었다. 종종 같이 놀다 보니 이제 꽤나 친해져 있었다. 윤슬은 한쪽 팔에 타투가 빼곡히 들어찬 팔을 흔들어 보이는 프리뉴의 막내에게 꾸벅 인사했다.
“내가 구운 레몬 마들렌!!! 진짜 맛있는 건데! 먹어봐요!!! 나 인튜브로 배운 건데 이번 거 개쩔게 잘됐어.”
“이 새끼 팔에 레몬 새기더니 보람이 있더라고요. 진짜 맛있어요.”
“호랑이밖에 안 보이는데요….”
“자세히 보면 호랑이가 레몬 물고 있어. 탄생화가 레몬이래.”
한 품 가득 마들렌을 들고 온 직원들은 그냥 심심해서 온 것 같았다. 마음속으로 프리뉴 직원들을 차재겸 모임이라고 부르고 있는 윤슬은 익숙하게 냉장고에서 커피를 꺼내주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오른 브랜드 창업자들이니 무언가 아이디어를 줄지도 몰랐다.
* * *
“그러니까. 마케팅 비용이 아깝다?”
윤슬은 맹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 우리 중에도 몇 명 팔로워 높은 애들이 있는데…. 야!!! 너네 홍보 좀 해줘라!! 무료로!!! 너네 아는 애들도 연락 돌려봐!!! 무료로 하라 그래!!!”
“네!!!”
“아니, 좀 더 궁극적인 해결책을….”
팔짱을 끼고 함께 고민하던 프리뉴 직원들은 진지해졌다. 그들의 팔에 새겨져 있는 호랑이와 용, 상어와 피X츄도 함께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울끈불끈 움직였다.
고민하던 프리뉴의 막내가 호탕하게 외쳤다.
“궁극적으로 다 연락 돌리면 되지 않나! 우리 애들 다 의리 있는데!!!”
“저랑은 관련 없는 사이잖아요….”
“에이!!! 프리뉴 식구면 다 친구고 그런 거지!!!”
“저 언제부터 프리뉴 식구 됐나요….”
하지만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7만 정도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프리뉴의 막내는 핸드폰을 흔들어 보였다.
“여기 뭐 레터링문이나 다른 브랜드들도 윤슬 씨가 도와달라 하면 좋아할 텐데? 상부상조하는 거지.”
“맞아. 대신 윤슬 씨가 옷 입고 사진 좀 피드에 올려주고 하면 되지 않나?”
윤슬은 잡힐 듯 말 듯 한 실마리에 괴로워했다. 옆에서 재언이 레몬 마들렌을 까 입으로 넣어주었다. 익숙하게 받아먹은 윤슬은 그 와중에 마들렌의 달콤함에 감탄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프리뉴의 막내는 자랑스럽게 팔뚝 위 호랑이를 보여주었다. 레몬을 물고 있는 호랑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이번 체리쉬 여름 로고가 레몬이었지.’
체리를 기본 이미지로 밀고 있는 체리쉬의 여름 시즌 콘셉트는 썸머 체리 레몬에이드였다. 얼마 전 유신사 스튜디오에 새로 입주한 체리쉬 직원들과도 인사를 한 윤슬이었다. 체리쉬 직원들을 떠올리던 윤슬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잠깐만!!!”
문을 박차고 뛰어나간 윤슬은 로비 중앙으로 달려 나갔다. 입주되어 있는 브랜드가 적힌 평면도가 한쪽 벽에 걸려 있었다. 윤슬은 그제야 깨달았다.
“왜 이걸 놓치고 있었지?”
유신사 스튜디오. 이 자체가 거대한 하나의 브랜드라는 걸.
드디어 정답을 찾아냈다.
* * *
마린은 오랜만에 연락이 온 윤슬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우~. 저 요즘 윤슬님 인튜브 너무 잘 보고 있어요. 공부 라이브! 진짜 대단하던데 고등학교 때도 그렇게 공부하셨어요?”
“비슷해요. 하하.”
“역시~ 그러니까 한국대 갔구나!”
윤슬은 마린이 내어주는 주스를 마시며 순한 눈매로 미소 지었다. 지난번 유신사 플리 마켓의 대 성공 이후로 잘 지낸 것 같았다. 윤슬은 등을 곧게 세워 자세를 고치고서는 오늘 방문 목적을 말했다.
“저 건물 좀 빌려주세요.”
“…네?”
당황한 마린은 검지로 자신을 가리켰다. 서민 중의 서민인 자신에게 건물이 어디 있다고 건물을 빌려달라는 소리를 하냐는 표정이었다.
“다른 건 아니고…. 라모레 아시죠? 저 라모레랑 같이 일한 적 있거든요. 그때 강남역 라모레 매장에 로즈쿼츠 앤 세레니티 인생필름 제일 처음으로 놨었는데.”
“아! 그때 그거….”
이 업계에서 그때 그 전설적인 유행의 시작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로즈쿼츠 앤 세레니티 컬러의 조합은 패션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니까. 마린 역시 트렌드에 민감한 마케팅 업계인으로서 라모레 매장에 가본 일이 있었다.
잠시 그때를 떠올리던 마린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잠깐, 윤슬님 올해 스무 살 아니에요…?”
“맞아요.”
“그때 고등학생….”
“이었죠.”
윤슬은 씨익 미소 지었다.
“그때 기계 단 세 개로 그렇게 인기가 좋았는데, 지금이라고 다를까요?”
윤슬은 준비한 태블릿에서 정리한 자료 화면을 틀었다.
“보니까 유신사 유스타그램도 그렇고 인튜브도 그렇고 어느 정도 팔로워가 정체되셨더라구요.”
그곳에는 몇 달 전 캡처해뒀던 유신사의 계정이 있었다. 플리 마켓을 준비하면서 체크해 두었던 유신사의 팔로워는 그 뒤로 간신히 몇만을 늘려 둔 상태였다. 윤슬 개인이 십만 단위로 팔로워를 늘릴 때 그 절반의 절반밖에 따라오지 못한 마린은 뺨이 붉어졌다.
“이거 저희가 늘려드릴 수 있어요. 무료로.”
“어떻게요?”
사이비에게 홀리듯 윤슬의 은밀한 목소리에 마린은 슬쩍 가까이 다가갔다. 마케팅팀이 머리를 싸매고 온갖 이벤트를 열어도 팔로워는 쉽게 늘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 * *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모모는 너무 궁금하다며 눈을 빛냈다. 백만 인튜버 모모는 조만간 들어갈 유신사 스튜디오 탐방 촬영에 앞서 마케팅 담당인 마린과 저녁 식사 중이었다. 요즘 모르는 사람이 없는 그 서윤슬의 이야기라니 흥미가 생기지 않으면 그게 이상했다.
“로비에 세 개, 휴게실에 세 개. 그리고 미팅룸에 두 개 두기로 했어요.”
“그래서 그래서?”
“유신사 출입 카드를 대면 무료로 선택할 수 있고, 초상권은 없음. 해당 사진은 유신사 공식 SNS랑 인생필름 공식 SNS에서 다 쓸 수 있게 하겠대요.”
모모는 감탄하며 입을 벌렸다. 갓 스무 살 된 인플루언서의 머리가 이렇게 잘 돌아가다니…!
‘아니야. 오히려 이건 인플루언서니까 할 수 있는 사고의 전환이다.’
인플루언서.
영향을 끼치는 사람.
타인에게 있어 어떤 영향을 주기 위해서라면 그 사람은 무엇이든 끌리는 게 있어야 한다. 즉, SNS에 뭐라도 올려야 한다 이 말이다. 대부분의 인플루언서들은 항상 콘텐츠에 목말라 있다.
[Youstagram]오운완♥(୨୧ ❛ᴗ❛) 힘들었지만 오늘 하체도 맛있었당~!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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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3개
-와 진짜 코디 돌았다ㅠㅠ 레깅스 정보좀 주실수 있으세요?
-식단도 올려주심 안될까요! 。゚(゚´Д`゚)゚。 지난번 라방에서 드신다고 했던 거 까먹었어용…
-오ㅋㅋ 여자분치고 무게 잘 치시네요ㅋㅋㅋ 다시보입니다
그래서 매일같이 업로드할 수 있는 콘텐츠, 오늘의 식단이나 오늘의 운동 같은 것들은 늘 인기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1020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건 다름 아닌 데일리 룩이었다.
“그리고 대부분 패션 회사 직원들이 출퇴근 룩도 좀 신경 쓰잖아요. 유신사 팀 말고도 브랜드 직원들은 특히나. 그중 몇몇은 나가서 독립할 예정인 사람도 많고.”
“그쵸. 자기 브랜드 갖고 싶어 하는 사람 많으니까…. 아! 그래서 더 팔로워 늘리려고 노력하겠다.”
“네. 바로 그거예요. 그 사람들이 매일같이 찍어 올릴 테니까 콘텐츠가 마르질 않겠죠.”
모모는 무료로 브랜드 두 개의 팔로워를 늘리는 윤슬의 사업성에 감탄했다. 뿐만이 아니었다.
“아, 그리고 윤슬 씨가 그러더라고요. 그렇게 짧은 영상 모아서 윤슬 씨 특유의 편집 아시죠? 음악 맞춰서 짧게짧게 자르는 거.”
“아~. 그 유신사 플리 마켓 소개 영상.”
“맞아요. 그렇게 숏 콘텐츠로 올리면 확실히 반응이 좋을 거라 하더라고요. 이러면 인튜브 팔로워도 늘리고. 점점 사람들은 긴 정보를 안 받아들이고 가볍게 보기 편한 거 위주로 갈 거라면서.”
모모는 자신의 생각과 똑같은 윤슬의 주장에 심장을 관통당했다. 그 토끼 예사 토끼가 아니었다.
“혹시 윤슬 씨 전화번호 알려줄 수 있어요? 아니아니, 이럴 게 아니라 유신사 스튜디오 촬영 가면 윤슬 씨 있겠죠?”
“그건 저도 잘….”
“지금 연락 넣어봐 봐요! 윤슬 씨랑 나도 얘기하고 싶어! 나도나도나도!”
난리를 떨던 모모는 핸드폰으로 윤슬에게 연락하는 마린을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뭐래요?”
“그, 인터뷰 안 겹치면 괜찮다던데요.”
“무슨 인터뷰?”
“‘성공한 사장님의 비결’이라고….”
“아 그거~. 요즘 잘 나가지.”
* * *
‘성공한 사장님의 비결’ 인튜브 팀은 휘둥그레 눈을 뜨고 윤슬을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보다….
“많이 어리시네요.”
“네? 하하. 스무 살이니까요!”
윤슬의 보송보송한 뺨에는 고등학생 티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출연한 사람들 중 역대급 매출을 자랑하는 사업가라니. 이런 당황스러움은 긍정의 신호였다. 구독자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갈 기분 좋은 충격이었다.
‘역시 급하게 취소하길 잘했어. 음. 여길 잡아야지.’
인생필름 공식 계정에 몇 번이나 연락을 넣었던 성.사.비 팀은 늘 읽지않음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하루네컷 쪽과 촬영을 하려다 마지막 미련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기적적으로 긍정의 답변을 받은 성.사.비는 곧장 하루네컷에 컨택 취소를 했다.
‘아무래도 이쪽이 훨씬 이야기 뽑기 좋지.’
단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는 하루네컷보다는 이미 사업가가 인플루언서인 인생필름 쪽에 붙기로 작정했다. 윤슬은 유신사 스튜디오 입구에서 한쪽 벽을 가리켰다.
“여기는 유신사 직원들의 나름 복지라고 해야 될까요. 출입 카드를 아래에 찍어주시면-”
삑!
경쾌한 소리와 함께 기계의 화면이 바뀌었다. 인생필름 컷을 선택하는 화면이었다.
“온 김에 찍고 가세요. 몇 분할?”
윤슬은 익숙하게 성.사.비 팀을 부스 안으로 집어넣었다. 카메라맨을 제외하고. 얼떨결에 사진을 찍게 된 팀원들은 지이잉 소리와 함께 인쇄되는 사진을 카메라에 담았다.
“오~. 그럼 유신사에 다니면 매일 인생필름을 무료로 찍을 수 있게 해주신 거네요?”
“네. 아무래도 플리 마켓 이후로 다 친해졌거든요. 데일리 룩 올리시는 분들도 많으시고, 그간 인생필름 많이 좋아해 주신 분들도 꽤 많아서…. 제가 이걸 어떻게 보답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아! 입구에서 매일 인생필름으로 데일리 룩을 찍으면 어떨까? 출근길이 좀 더 재밌지 않을까? 그렇게.”
윤슬의 자연스러운 뻥에 성.사.비 팀은 그대로 넘어갔다. 사람을 무료 바이럴로는 보지 않는다는 저 투명한 눈동자는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만의 그런 배려가 오늘의 인생필름을 만들었군요!”
“하하하하. 어우 아니에요~”
가증스럽게도 윤슬은 쑥스러운 척 웃었다. 성.사.비 팀과 윤슬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인생필름 사무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익숙한 사람들이 보였다.
‘찾았다. 모모.’
우연인 척 모모를 맞닥뜨린 윤슬이였다. 모모가 유신사 탐방 촬영을 온다는 정보를 입수한 윤슬에게 오늘 성.사.비 촬영은 그저 도구에 불과했다.
자신을 빛나게 해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