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35)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35화(235/405)
물결은 자신의 가게인 청담동의 건물에서 윤슬의 SNS를 훑어보고 있었다. 어느새 맞팔 관계가 된 그들은 종종 연락을 주고받았다.
윤슬은 인튜브 영상 아래에 물결의 인튜브 링크를 넣고는 했다.
[Intube]▼더보기
디엠이 많이 와서 추가합니다!ㅎㅎ 오늘 제가 바른 립은 물결 쌤이 영상에서 추천해주신 조합입니다 Σ(•’╻’• ۶)۶어떻게 이런 조합을…! 아래 링크 타고 들어가시면 바르는 꿀팁까지 나와 있으니 참고하세요
http://www.intube.com/makeup-mulgyul
인튜브 크리에이티브는 시청자들이 어디서 흘러들어왔는지도 친절하게 통계를 내주는 어플이다. 요 몇 달 새 윤슬의 유스타와 인튜브를 타고 물결에게 들어온 뷰 수가 제법 됐다.
‘…하여간, 머리 좋아.’
물결은 이게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현재 뷰티 인튜브는 살짝 기세가 꺾였다. 우후죽순 나오던 뷰티 인튜버들은 그 수가 너무나 많아졌고, 지나친 광고 영상 때문에 대중들은 새로운 영상이 나와도 썸네일을 보고 스쳐 지나갔다.
[Intube] [번짐 하나도 없는 지속력 최고템♥ 아이라인 4종 추천!] 11:27 [뽀송뽀송한 여름 메이크업 지속력 궁금해? 질문 많던 파우더 추천템 모음] 15:33구독자들도 이제 학습이 되었다. 추천템이고 뭐고 대부분 광고일 테니 관심이 사그라들었다. 대신 틈새 시장은 어디에나 열려 있는 법.
[Intube] [청담에서는 이 팩 모르는 사람이 없지! 물결쌤이 알려주는 기초 비법] 21:48바로 뷰티 팁이었다. 인튜브가 제대로 된 광고시장의 역량을 갖추자 일반인이 아닌 전문가들도 하나둘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서 가장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고 있는 건 바로 물결이었다. 오래된 경력과 다들 인정할만한 포트폴리오를 갖추었으니. 실력을 갖추지 못한 아마추어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Intube] [하루에 다섯 번 번호 따인 썰! 메이크업 보러와♥ get ready with me] 40:23문제는 구독자가 정체된 인튜버들이었다. 그들은 물결을 비롯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영상을 본 뒤 그대로 자신들의 비결인 척 인튜브에 풀어놓았다. 팬층은 당연히 기존의 뷰티 인튜버들이 압승이었다. 오히려 여기서 프로가 발끈하면 조롱의 대상밖에는 되지 못한다.
-ㅋㅋㅋ아니 뭐 자기만 알고있는 것도 아니고… 샵 가면 손님 눈 깍 감겨놓고 메이크업하심?
-샵 자주 다니는 사람이면 알고 있는건데 넘 예민…ㅠ
-아마추어 상대로 질투 추해용
그렇게 아이디어를 빼앗기고 있던 물결의 분노를 잠재운 건 윤슬이었다.
‘보통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었다면 사이트 링크를 걸었을 텐데.’
광고비를 올리고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해당 브랜드 링크를 거는 편이 낫다. 매일같이 로직을 검사하는 마케팅 팀에서 냉큼 물어줄 테니.
순전히 윤슬은 자신을 위한 호감으로 선의를 보여준 것이다. 물결은 다시 윤슬을 떠올리며 HENRA 행사장으로 향했다.
‘뭐, 대학매일 콜라보 정도는 해 줘도- 되려나….’
얼마 전 스승의 날을 앞두고 대학매일 측에서 슬쩍 찔러보는 연락이 왔었다. 돈 안 되고 버즈량도 낮은 대학매일에 시간을 써 줄 생각은 없었지만 윤슬이 부탁한다면 가 줄 의향은 있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네. 오랜만이에요.”
물결은 초대장 따위 보여주지 않아도 행사장 안으로 빠르게 입장이 가능했다. 얼굴이 곧 초대장이었으니.
행사장 내부는 시그니처 컬러인 보랏빛 조명이 대리석 바닥 위로 꽂히고 있었다. 곧 다가올 여름을 맞이해 HENRA의 이번 무드는 세이렌이었다. 블랙 컬러를 바탕으로 보랏빛과 자줏빛 자개를 투명하게 입힌 케이스들이 반짝반짝 빛났다.
“어? 제인님! 어서오세요-”
“루비님도 오셨네요~. 원래 이런 데 안 와주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감사해요.”
행사 제품을 하나씩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는 도중 입구가 소란스러워졌다. 물결은 입구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제 할 일을 했다. 블러셔를 살짝 쓸어 손등에 가루 날림을 체크해 보고 있을 때쯤 곁에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너무 팬이에요.”
제인이었다. 생글생글 웃는 낯을 하고 인사를 건넨 제인에게 짧게 목례한 물결은 그 옆 립스틱으로 손을 뻗었다.
“선생님~. 지난번에 우리 제인 씨가 물결 쌤 너무 뵙고 싶다구, 얼마나 그랬는지 몰라요오. 다음번 GU2SS 화보 촬영 때는 꼭 좀 부탁드릴게요오…. 저희 사장님도 아쉬워하셨어요.”
“시간 되면요.”
루비의 부탁에도 짧게 대답한 물결은 제인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이쯤 하면 기분이 상할 법도 한데 제인은 여전히 생글거리는 얼굴 그대로였다.
“저 정말 물결 선생님이 좋다고 한 건 다 샀어요. 애교살 메이커도 그렇고…. 저 빈말로 하는 소리 아니에요. 지난번 화보 촬영 때도 자꾸 아쉽더라구요. 바쁘신 건 알지만…. 아무래도 대한민국에서 메이크업하면 물결이잖아요? 저 다른 숍 가서도 물결 쌤이 해주신 것처럼 해달라고 부탁드려요.”
그제야 제인 쪽으로 고개를 돌린 물결의 얼굴에는 약간의 웃음이 번져 있었다. 명백한 호의였다. 사람의 기분을 맞추는 데 자연스러운 제인은 물결의 영상 중 인기 있던 몇 개를 짚어 칭찬했다.
“저 아기피부 세안법, 그것도 되게 좋아하구-. 제가 피부가 워낙 예민해서 그 세안법 하니까 정말 다르더라구요.”
“흠, 혹시 오늘 메이크업도 물결 참고해달라고 한 거예요?”
“네? 아, 그럼요! 티 많이 나나요?”
“응. 우리 같은 사람들은 딱 보면 알지. 흠…. 워낙 예뻐서 메이크업이 중요하지 않은 얼굴이라, 내가 처음엔 눈치를 못 챘네.”
분위기가 유해지자 제인은 살짝 물결의 두 손을 잡았다. 평생 고된 일이라고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 부드러운 손바닥이 물결을 간지럽혔다.
“선생님 저 정말 다음 화보는 예쁘게 찍고 싶어요…. 시간 무조건 선생님한테 맞출게요. 네?”
애교스럽게 조르는 제인의 옆에서 루비는 작게 박수를 쳤다.
“우리 제인 씨가 원래 이런 소리, 저얼대 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진짜예요.”
물결은 선명히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오늘 바른 립도 내가 지난달에 추천해 준 거구나? 두 개 섞어서 쓴 거. 그거 다 품절이었을 텐데 용케 구했네? 플럼핑 효과 어때요, 괜찮죠? 너무 화하지 않고 좋지.”
“네? 아, 네네.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거면 다 좋더라구요. 저 이것도 진짜로 따라 샀어요.”
물결의 질문에 대답한 제인을 보고 있던 루비의 얼굴이 굳어졌다. 물결은 입구에서 누군가를 발견하고 제인의 손을 살짝 떼며 인사를 했다.
“알겠어. 그럼 재밌게 놀다 가요. 내가 시간 될 때 연락할게.”
물결은 자리를 뜨며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아참, 맞다. 내가 요즘 깜박깜박하는데….”
“…….”
“지난달에 립 추천한 적 없어요. 플럼핑 효과 너무 과해서 비추천한다고 했었다. 피부 약한 사람들한테는 자극이 세다고 했었는데. 미안미안. 착각했네.”
확실한 유도신문이었다. 보기 좋게 걸린 제인의 입꼬리는 여전히 웃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제대로 속아 넘어간 제인은 물결의 시선을 따라 입구를 바라보았다.
“윤슬님! 와주셨네요~. 저희 너무 기다리고 있었어요.”
“안 오시는 줄 알고 울 뻔했잖아요~. 흑흑.”
그곳에는 직원들이 모두 기다린 듯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
“안녕하세요. 제가 쪼끔 늦었죠. 저 강의 끝나자마자 진짜 달려왔어요!”
서윤슬이 있었다.
* * *
“왔구나?”
“선생님! 안녕하세요!”
나는 행사장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물결 쌤에게 인사했다. 화려한 행사장 안에는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있었다. 저마다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거나 카메라를 들고 와 브이로그를 찍는 사람들 가운데 이번 HENRA의 신상이 예술품처럼 놓여 있었다.
‘다이아수저 또 돈 많이 썼네….’
라모레퍼시픽의 고가 라인 중 하나인 HENRA는 행사장 내부에 돈을 얼마나 바른 건지 발 딛는 공간마다 번쩍번쩍했다. 커다란 화면에서는 끊임없이 어두운 바다가 파도치고 있었다. 나도 카메라를 꺼내 까만 물결이 넘실거리는 모습을 담았다.
“물결 쌤, 유스타 업로드할 사진 찍으셨어요?”
“아니, 아직.”
“그럼 제가 찍어드릴게요! 저 진짜 사진 미쳤거든요.”
“그래요 그럼.”
나는 핸드폰을 받아 들고 바닷가를 배경으로 슬쩍 이번 신상이 나오도록 구도를 잡았다. 자연스럽되 유스타에 업로드했을 때 좋아요를 많이 받을 수 있고, 비율이 좋아 보이게….
“이, 일어나….”
“좋아! 그 자세 그대로!”
“제발….”
바닥에 누워서 찍은 사진은 최고였다. 물결 쌤이 좀 부끄러워하신 것 같긴 하지만 이래야 사진이 잘 나온다고요.
근처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몇몇 HENRA 직원들이 물결 쌤 옆으로 서 보라고 하길래 냉큼 붙었다. 머쓱해하는 물결 쌤 옆에 있는 나를 사진 찍어주는 직원분들도 바닥에 누웠다. 굿. 사진을 아는 분들이군.
“오~~~ 사진 진짜 잘 나왔네요. 진짜 최고.”
“그쵸? 바닥에 붙을수록 잘 나온다니까요.”
건네받은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고 있는데 예상치 못하게 하제인이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새까만 바다를 등에 진 하제인의 목소리는 유난히 나긋나긋했다.
“윤슬이 안녕.”
“…어?”
“선생님, 저 가기 전에 인사드리려고 왔어요. 아까는 제가 너무 떨려서 잠시 헷갈렸나 봐요.”
“이해해요. 그럴 때 있지.”
하제인이 저렇게 웃는 거 오랜만에 보네. 언제부터인가 나만 보면 얼굴을 굳혀서 저 표정이 아니었는데. 행사장 안의 보랏빛 조명이 하제인의 입꼬리에서 흐릿하게 부서졌다. 나는 등을 돌려 걸어가는 하제인의 뒤에서 찝찝한 기분으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 * *
“저녁 아직이죠? 대충 먹죠.”
“어, 근데 바빠서 가봐야 하실 수도 있다고….”
“같이 밥 먹기 싫다 이거에요? 그럼 말고.”
“아니아니아니 아니에요! 저야 너무 좋습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를 타기 전에 소화제를 한 병 따 먹었다. 오늘 원피스를 입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바지 입었으면 터졌다….”
다이아수저가 건강식 위주로 먹인다면 물결 쌤은 무조건 고기 위주였다. 대충 먹자면서 들어간 건 예약제 소고기 전문점이었다. 쌈을 쌀 때도 고기 네 점을 넣어야 한다는 물결 쌤의 호통에 나는 정말 볼이 터져라고 먹었다. 나는 물결 쌤에 의해 끊임없이 추가되는 소고기의 산을 헤쳐 나가야 했다.
“그래도 예쁘게 보인 것 같아 다행이다.”
거절할지도 모르지만 혹시나 해서 찔러 본 거였는데, 콜라보 제의도 응해주시고. 그간 인튜브에 링크 단 보람이 있군.
나는 고연티비 PD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카톡을 켰다.
입력: 스승의 날 콜라보 해주신대요 물결 쌤 스케줄러 공유해드릴 테니까 날짜 잡죠
고연티비를 다시 한번 이용할 때가 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