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38)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38화(238/405)
촬영부터 편집 방향까지, 전부 예상대로였다. 나는 업로드된 영상을 확인하며 댓글을 훑었다.
[Intube] [한국대생과 고연대생의 퍼스널 컬러는?! 물결쌤이 알려주는 퍼스널 스타일링!] 31:50-와ㅋㅋㅋㅋ 진짜 비포애프터 이렇게 성공적인거 처음임
-보통 머리 자를 때 많이 망하는데… 물결은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ㅠ 이런 영상 볼때마다 지머리 아니라고 개거지단발로 자를때마다 내가 다 눈물났는데
˪아 그 디자이너….ㅋ 꾸역꾸역 나오는거 너무 괴상함 세상이 나를 상대로 몰카찍는거가틈ㅠ
-근데 05:21 이분 피부화장 개쩐다 물결이 해줬을때랑 비포앱터 젤 비슷한듯
스스로 메이크업을 했을 때의 클로즈업 샷과 물결 쌤이 해줬을 때의 클로즈업 샷을 넣은 게 신의 한 수였다.
‘이걸로 내 클립 딸 거거든.’
나는 익숙하게 화면 녹화를 진행해서 내 부계정에 짧은 클립을 세 개 업로드했다.
[갓물결 갓물결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선크림 대충 바르고 파데 떡칠한 결과?] [마음이 편-안 해지는 비포애프터]세 개 중 가장 어그로를 끌어 놓을 건 두 번째. 첫 번째와 세 번째는 그냥 호객용 정도. 이 선크림은 ‘대충’ 바르고 파데를 ‘떡칠’할 정도로 손재주가 없는 사람이 발라도 피부 표현을 잘 먹는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제목이다.
“실제로 파데 떡칠을 한 건 아니지만….”
성격 급한 사람들은 초반 5초만 본 다음에 결과를 보기 위해 쭉 뒤로 돌려버릴 테니까 상관없다. 오히려 반박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댓글 뽑기 좋지.
나는 순조롭게 늘어나는 댓글수를 보며 인튜브 크리에이티브 어플을 켰다.
[Intube creative]▶평균 시청 시간: 05:27
▶구독자 증감 (일주일): 2,214
▶지난 28일 동안 채널의 조회수가 992,998회입니다
순조롭게 상승한 그래프들을 보며 나는 스크롤을 더 내렸다. 내 예상을 웃도는 공유 수가 적혀 있었다.
▶공유: 3,718회
‘좋아. 이대로라면 문제없다.’
나는 하루네컷 영상을 올리기 전 다시 한번 하루네컷 사장의 개인 SNS에 들어갔다. 뭐 더 캡처할 것 없나 싶은 마음이었는데.
“…뭐야, 이거? 진짜 가지가지 하네.”
또 무슨 헛소리를 써놨을까 기대되게 만드는 사람이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 일 줄은. 도미노처럼 쓰러뜨릴 수 있겠다.
찰칵-
나는 하루네컷 사장의 유스타를 캡처했다. 그리고 하루네컷 사장이 팔로우해 둔 사람들, 아니지. 정확히 말하자면 BJ들의 유스타도 캡처하기 시작했다.
* * *
“역시 형님입니다! 이야-. 제가 진짜 통 크신 거는 잘 알고 있었거든요!”
이곳은 압구정 레레드포. 지난번 크리에이터 박이 혼자 성.사.비 영상을 보며 부들부들 떨었던 고급 라운지바. 오늘은 오랜만에 혼자가 아닌 일행과 함께한 크리에이터 박은 꽤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
“뭘, 이 정도 가지고. 사업가한테는 푼돈이지, 푼돈! 크하하학!”
정정한다. 꽤나 정도가 아니라 아주 많이, 적어도 서울시 내에서는 가장 기분이 좋아 보였다. 크리에이터 박은 곧장 약속한 만큼의 투자를 진행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저 초롱초롱한 눈동자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거 슈트 진짜 잘 어울리세요. 이런 건 얼마나 해요?”
“야~. 그런 걸 왜 물어. 보나 마나 엄청 비싸겠지.”
얼굴이 제법 알려진 유명 BJ들이 크리에이터 박을 옆에서 추켜세워 주었다. 하루네컷을 오픈하고 일 년 반이 지났다. 그사이 크리에이터 박은 성공한 사업가로 불리우고 싶었으나 그렇게 불러주는 사람이 없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듣는 칭찬이란 너무나 달콤해서 얼마든지 더 들이키고 싶었다. 그래. 크리에이터 박의 손에 들린 이 고급 샴페인처럼.
“에이! 이렇게 좋은 정보도 물어와 줬고, 고마운데 오늘 여기 있는 거 다 시켜!”
“진짜요? 여기 술 비싼데….”
“야! 형한테 이 정도는 돈도 아니야. 그냥 시켜 시켜.”
샴페인과 불꽃이 가득한 밤이었다. 가슴이 벅차오른 크리에이터 박은 이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업로드했다.
[Youstagram]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
좋은 자리에서
좋은 이야기들.
장소-압구정 레레드포
좋아요 108개
댓글 3개
-성공을 위하여~ (샴페인 부딪히는 이모티콘)
-아자팸 늘 힘내깅! 아자아자(ง •̀_•́)ง♥
-형님 언제나 존경합니다~!
여느 인플루언서들처럼 모르는 사람들이 수많은 댓글을 달아주는 게 아닌, 눈앞에 있는 ‘진짜’ 내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주는 기분이란 비교할 수 없이 뿌듯했다. 성공을 하면 사람이 따라오고 기회가 따라온다는 말은 진실이었다.
‘그래. 바로 이거지…!’
크리에이터 박은 그때까지만 해도 모르고 있었다. 원래 한순간에 쉽게 성공한 사업이란 무너질 때도 한순간이라는 걸.
* * *
[Hot/ 현재 수상하다고 말 나오고 있는 애프리카 BJ들 코인 조작…jpg]코인 아는 사람들이면 다 알텐데; 이게 오른다고 누가 권유해서 우르르 돈 넣었다가 고점에 물렸을 때 정보 아는 사람들끼리만 빼고 튀는 건데 지금 bj들 움직임이 딱 그거임ㅠㅠ 너무 수상해서 섣불리 코인 투자 하지 말라고 몇 자 써봐…;
아무튼 말을 길게 하자면 너무 어려워질까봐 간단하게 줄여 말할게~
1. 이거 진짜 좋아! 투자해봐! 사람들 상대로 A코인에 돈 끌어모음
2. 순식간에 A코인 가격이 엄청 비싸짐
3. 앞으로 더 비싸지겠지? 그리고 투자하라고 한 사람들 말을 믿어야겠지? 싶어서 사람들이 더 몰려옴
4. A코인이 천장 뚫을 정도로 비싸짐
5. 이때 정보 아는 사람들끼리만 전부 코인을 팔아버림…
6. 믿고 투자한 사람들만 개털되고 끝나는거
나도 누구한테 들었다고 말은 못해주겠는데 ㅠ BJ지인 있으면 건너건너 다 한번씩은 들어본 거야…; 다들 코인 투자권유 조심해~
“걸려도 이걸 걸리냐.”
나는 빠르게 인기글에 올라간 내 작성글을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원래 적당히 SNS에 했던 뻘소리들을 모아서 하루네컷의 올드한 이미지와 엮어 보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더 확실히 보낼 수 있게 됐군.
플렉스가 미덕인 시절. 안 하면 바보 되는 게 있었으니 바로 코인이다.
“BJ들이 시청자들한테 코인 투자 권유로 사기 치려던 게 딱 이때쯤이었고.”
불발에 그쳐서 엄청난 화제가 되진 않았지만 매일같이 화제성을 찾아 헤매는 나 같은 사람들은 기억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거든. 대충 커뮤니티 바람잡이는 시작했으니까 슬슬 영상도 만들어 볼까.
“이제 화제 되고 조사 들어가면서~ 하루네컷을 제일 앞에 띄워놔야지.”
애프리카 BJ고 뭐고, 하루네컷 사장을 단두대 제일 앞에 놓고 처형하는 게 최고일 것 같다. 대중들한테 와닿기에도 BJ보다는 하루네컷이 충격적일 테니까. 이건 참고로 인튜브랑 커뮤니티 정도 급에서는 부족하지. 역시 확실히 폐업시키려면.
지잉-
[자기야 이런 거 어디서 들은거야 대체?;;] [박동진 기자님이 고맙다고 전해달래] [다음에도 사진 꼭 찍어주시겠다는데]“그것만은 안 돼!!!”
언론을 이용해야지. 아무튼 아는 기자 있으니까 좋긴 좋다. 차재겸한테 슬쩍 얘기를 흘렸더니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었다.
‘그때의 그 사진은 이제 용서해줘야겠군.’
그리고 나는 본격적으로 하루네컷 담그기를 시작했다. 마침 어제 BJ들이랑 같이 술 마신 사진도 있겠다. 그간 성공이니 뭐니 입 털어 둔 것도 있겠다. 이렇게 소재를 잘 던져줄 줄이야.
[지금 말나오고 있는 하루네컷 사장 클라스] [4천원이 4억되는 기적을 보여주려는 하루네컷 그리스도ㄷㄷ] [개올드한 하루네컷… 이제 안녕!]너 한번 망해봐라.
「▼상세 설명▼
✧✿여기 있어요✿✧ (사용 시간 5시간)
: SNS에서 눈에 띌 수 있는 포션! +1~100 (확률 랜덤) 입니다.
당신의 계정이 무작위로 SNS 사용자들의 피드에 노출됩니다.」
* * *
“으…. 머리야….”
크리에이터 박은 숙취에 찌들어 이마를 짚고 부스스한 눈을 떴다. 비싼 술을 밤새 부어라 마셔라 했더니 속이 말이 아니었다. 늦은 저녁 비척비척 일어나 차가운 물을 한 잔 마신 크리에이터 박은 해장을 위해 배달 앱을 켜려 했다.
“엥? 뭐지?”
그러나 핸드폰이 켜지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충전 잭을 연결한 크리에이터 박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지잉지잉- 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
진동이 끝도 없이 울렸다. 미리보기 화면엔 갖은 SNS 알람이 시끄럽게 떠오르고 있었다.
[spoil_coin_xxx님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미친새끼야내돈내놔] [집어디사는지 실컷자랑했던데 찾아간다] [좋은말할 때 돈내놔] [카카오톡: 읽지 않은 알림이 (999+)개 있습니다]E-Mail (+31)
[하루네컷 가맹점 해지 요청합니다]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디서인가 번호가 유출되었는지 모르는 번호로도 계속 전화가 왔다. 간신히 비행기 모드를 설정한 크리에이터 박은 이게 무슨 일인지 물으려 어제 술자리를 함께한 BJ 동생들에게 연락을 하려 했다.
[(알 수 없음): ㅋㅋ 잘 들어가세요~~ 다음에 또 뵈어요!]그들은 이미 카카오톡을 탈퇴한 뒤였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크리에이터 박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코인앱에 들어갔다.
“…뭐, 뭐뭐뭐, 뭐야?!”
애플코인 Apple
▶현재 102원
▶전일 592,114원
몇억을 투자한 코인이 하룻밤 사이 난생처음 보는 그래프로 떡락해 있었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크리에이터 박은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분명 성공한 사람들끼리의 커넥션이었는데, 부자끼리 더 큰 부자가 되자는 취지하에…. 이럴 리가. 이럴 리가 없어….”
횡설수설하며 코인창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던 크리에이터 박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래! 내가 어? 나도 피해자인데! 하루네컷, 이거. 이거만 잘 살리면….”
당황한 크리에이터 박은 아까 전 도착한 메시지들을 허둥지둥 읽기 시작했다. 그중 해지 비용을 전액 물어달라는 메일에는 링크가 첨부되어 있었다.
[Intube] [그간 하루네컷 사장이 유스타에서 했던 머리텅텅 발언들]조회수 328,117회
―안녕하세요! 논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파헤치러 가는 포크레인입니다. 오늘은 여러분 다들 아시죠? 하루네컷! 크. 이거 진짜 안 찍어본 사람 없다. 친구 없는 포크레인도 찍었거든요.
유명한 인튜브 렉카 영상이었다. 크리에이터 박도 몇 번 보며 낄낄댔던 그 영상에 이제 주인공이 크리에이터 박이 되어 있었다.
―아이 근데 이분, 코인 문제로 난리나기 전부터 SNS에 온갖 발언을 다 하셨던데? 실물에 자신 있는 사람만 찍는 게 하루네컷이다? 다른 네 컷 사진들은 보정 떡칠…. 우와. 이거 봐라? 성형녀들이나 찍는 거다? 아니 이런 말을 하면서 어떻게 지금까지 안 걸렸지? 보니까 그.나.마. 공식 계정이 아니네요~.
댓글은 오천 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거 봐. 피드마다 돈돈돈! 돈 얘기 하잖아요. 제가 누누이 말하죠? 나 성공했다~. 과시하는 놈들은 이걸 미끼로 남들 등쳐먹을라고 드릉드릉~. 시동을 거는 거라니까! 이렇게 매일 명품 보여주고 고급 양주 까는 거 보여주면서 사람들 마음에 살살살~ 부채질 해갖고 코인으로 등쳐먹을….
크리에이터 박은 차마 댓글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아 서둘러 화면을 껐다. 인튜브에 하루네컷을 검색하자 결과는 더더욱 처참했다.
[Intube] [손님들 얼평 장난 아니었던 하루네컷 사장]조회수 178,221회
[하루네컷 찍지 말아야 할 이유 세 개]조회수 123,808회
윤슬이 만들어냈던 짧은 영상은 알고리즘을 탔다. 그 덕에 비슷한 주제의 영상들이 수십 개씩 쏟아졌다.
논란이라면 무엇이든 물지 못해 안달인 유명 렉카 인튜버들이 물어갔고, 조회수를 노리는 인방 인튜버들 역시 너나 할 것 없이 물었다. 내 BJ는 아닐거니 니 BJ만 그럴거니 하는 개싸움판 사이에서도 크리에이터 박은 꼭 끼어 들어가 있었다.
-하루네컷 사장한테 속았다자너ㅋㅋㅋ 누가봐도 그 아저씨 잘못임ㅇㅇ
-우리아가는 잘못없어
-사업한다는 새끼가 속이는데 방구석에서 사회생활하는 BJ들이 안 넘어가고 배기냐고~~
BJ들은 일이 터지자마자 빠르게 크리에이터 박에게 화살을 돌리고 잠수를 타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크리에이터 박은 희대의 사기꾼으로 몰락했다.
“으아아아아!!!”
크리에이터 박은 그대로 바닥에 이마를 세게 처박았다.
쾅! 쾅! 쾅!
하지만 몇 번을 부딪쳐도 깨지 않았다.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