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41)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41화(241/405)
“답이 없다.”
나는 결론내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이 없다. 한국우유에서 컨택이 온 그날, 나는 이메일로 계약서부터 미리 받아봤다. 월등히 높은 몸값, 꽤나 괜찮은 다른 조건들. 그중에서 걸리는 것은 딱 하나였다.
13. 이슈에 관한 건
타 우유 브랜드를 비롯해 한국우유가 아닌 식품 계열에 대한 이슈를 철저히 금합니다.
「[먹방] [비추천] [공유 천]」
“마침 우연의 일치처럼 음식 관련이라….”
나는 반짝거리는 상태창의 키워드를 바라보며 이마를 짚었다. 저 조건으로 만들 수 있는 건 많고도 많았다.
탕수육 부먹? 찍먹?
민초파야 아니야?
경양식 돈가스가 근본이다 Vs 무슨 소리냐 일식 돈가스가 근본이다
무조건 Vs 형태로 가면 되니까. 저 주제 전부 모아서 짧고 빠르게 영상을 만들면 공유 천? 쉽게 되겠지.
하지만 문제는 너무 큰 유행처럼 번져 나가는 거다.
-오ㅋㅋㅋㅋ 민초대장 모셔갔네 한국우유 민초요구르트도 내줘♥
˪절대안돼 우리요구르트에 느그민초ㅡㅡ
˪머라는거야? 우리 갓초 욕하지 마세요
이렇게, 신제품이 묻히고 드립만 살아남게 되면 곤란하다.
‘이렇게 되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광고가 끊길 수도 있겠군….’
포기하기엔 조건이 너무 좋고, 포기를 하지 않기엔 계약서가 걸린다. 나는 일단 며칠 들어가지 않았던 유스타를 다시 들어가 봤다. 일단 사전 조사부터 해 보자.
[Youstagram](초록 잎사귀 사이에 놓여 있는 한국요구르트의 신제품.jpg)
나랑 같이 요구르트 마실과? 새로운 맛 나온 거 잊지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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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우유 계정에는 새로운 요구르트 사진들이 걸려 있었고, 반응이 괜찮았다. 아직 신제품을 먹지는 않았지만 맛있나 본데.
“으으음….”
나는 요구르트의 사진을 보며 이것으로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뭔지 떠올렸다. 한국요구르트의 모델이라는 대외적인 이미지가 생기겠지. 브이로그도 두 편 정도 더 뽑아먹을 수 있을 테고, 침체된 구독자 추이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데다가, 무엇보다….
-TV 광고 송출
-지면 광고 계획
얼굴을 여기저기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걸 놓치기 싫다. 10대와 20대들은 대부분 나를 안다고 해도 아직 30대와 중장년층에게는 부족하거든.
‘하제인은 외국인 팔로워들로 그 부족함을 채우고 있지만.’
얼마 전에 보니까 하제인의 한강뷰 자취 영상은 4백만 뷰를 넘어섰더라. 10개국 언어로 자막 번역을 해놨던데. 전 세계 각지에서 모여들고 있는 하제인의 팔로워들은 멈출 기미가 없어 보였다. 이렇게 되면 난 철저한 내수용이 된다.
“어쩔 수 없지.”
나는 호흡을 길게 했다. 이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한국우유를 선택한다.”
나는 처음으로 미션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기회에 미션 페널티가 뭔지 알아두는 것도 좋겠지.
* * *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윤슬이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가 무섭게 이날만을 기다린 것 같은 진행 속도였다. 윤슬의, 윤슬에 의해, 윤슬을 위해 준비된 촬영장에는 벌써부터 스태프들이 북적거렸다.
“와…. 이게 무슨 일이냐….”
윤슬은 촬영장 입구에서부터 떨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의 촬영장은 다름 아닌 덕현여고였다.
“윤슬이!!!”
“쌤!!!”
주말이지만 소엽 쌤이 미리 나와 계셨다. 윤슬은 반갑게 뛰어갔다.
“이 쌔끼! 너 인마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완전 탈렌트다 탈렌트.”
“아~ 머리 헝클어트리지 마세요~”
촬영 콘셉트는 한국요구르트와 함께하는 수험생의 24시간이었다. 장면에 학교 생활이 빠질 수 없었다. 괜찮은 고등학교 없냐고 물어보는 한국요구르트 팀에 제일 먼저 덕현여고를 추천한 윤슬이었다.
저 멀리서 스태프가 윤슬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윤슬 씨 얼른 와요! 정말 고맙습니다. 추러스 맛있네요.”
“네?”
“윤슬 씨 앞으로 커피차 왔어요!”
“…커피차?”
[내 새끼 실물이 제일 예쁘지♥] [토끼가 쏜다!!!]-김유리, 이나연-
윤슬은 극성 헬리콥터 친구들의 배려에 얼굴이 빨개졌다. 실물보다 세 배는 큰 서윤슬 등신대가 커피차 옆에 대문짝만하게 놓여 있었다. 불타오르는 얼굴로 윤슬은 인증사진을 찍어야만 했다.
“이거 등신대 급식실 앞에 놔둬야겠다.”
“그러지 마세요….”
“애들이 아직도 윤슬 언니 그리워하는데.”
“그러지 마세요….”
등신대를 탐내는 소엽 쌤을 간신히 말리는 윤슬을 물결이 불렀다.
“어제 일찍 잤어요? 팩 했고?”
“그럼요~. 아침에는 미스트도 뿌렸어요.”
“흠, 관리 잘했어. 최상이야.”
오늘도 윤슬의 피부 상태에 흡족해하던 물결은 메이크업 박스를 펼쳤다. 광고를 찍는다고 하자 물결은 예상외로 흔쾌히 현장에 나가주겠다고 말했다.
“유리가 그렇게 잘 부탁드린다고 나한테 연락 오던데. 많이 친한가 봐?”
“네. 요즘도 가끔 스케줄 끝나고 라면 끓여달라고 찾아와요.”
“걔 라면 먹이지 마! 밀가루 많이 먹어서 난 트러블은 가리기도 힘들어! 세상에. 어디 가서 그렇게 먹고 오나 했더니.”
“…넵. 알겠습니다.”
윤슬은 어쩐지 스펀지가 조금 세진 것 같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촬영 전부터 성공적인 예감이 들었다. 윤슬의 브이로그 카메라에 모든 장면이 착실하게 녹화되고 있었다.
* * *
“자! 오늘의 의상입니다~”
내가 받은 의상은 교복이었다. 주위의 엑스트라들도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빠르게 갈아입은 다음 나는 지정받은 1층 교실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우와! 잘 부탁드립니다!”
“윤슬님 저 구독자예요!”
오늘도 인사를 하자 구독자들이 속속 나타났다. 나중에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구에 알았다고 웃어주자 기뻐했다.
좀 쑥스럽네. 별것도 아닌데.
“자! 오늘 촬영 맡게 된 감독입니다. 편하게 김 감독님이라고 불러주시면 되고요. 처음이시라고 들었는데 편하게 하세요! 편하게!”
“넵. 편하게!”
“전해드리는 교과서에 집중해주시다가, 막 급식 먹을 때 뛰어가셨었죠? 그때 기억 되살려서~”
“…얼만큼요?”
“에이. 뭐 적당히! 느낌 아시죠? 같은 컷 많이 찍으면 다들 집중력 떨어질 테니까. 깔끔하게 편한 방향으로 가 주세요!”
김 감독님은 여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시는 분이구나…. 급식 시간에 적당히 뛰는 여고생 같은 거 없는데….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받은 교과서를 책상 위에 펼치자 촬영이 시작되었다.
#1. 교실 안
교과서를 집중해서 보고 있는 주인공, 다른 친구들은 어딘가 살짝 지루한 듯한 눈치다. 그러던 중 점심시간을 알리는 벨이 울리고, 모두가 급식실로 뛰어 나간다(가장 빠른 주인공).
“여기서 화자의 마음은, 임금을 향한 충정은 영원토록 변치 않으며-”
딩-동-댕-동
“어어! 뛰지 마!”
선생님 역할의 출연자가 말리는 것을 뒤로하고 나는 곧바로 뛰어나갔다. 뛰지 말라니. 애들 다 뛰는데 무슨 소리야.
근데 뛰다가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왜. 나 혼자…. 뛰지…?”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뒤처져서 뛰고 있는 엑스트라들을 발견했다. 내가 너무 빨랐나 봐….
“윤슬이! 니 속도가 하나도 안 줄었다. 이야. 여전~하구나.”
소엽 쌤이 박수를 쳐주셨다. 그럼요 선생님. 저 소희랑 같이 목숨 걸고 달린 게 삼 년이나 되는데 그걸 그새 늦출 리 없죠.
저 멀리 있는 감독님이 당황하신 것 같았다. 다음 신부터는 적당히 달릴게요.
#2. 매점
급식실을 나서자마자 곧장 매점으로 가 한국요구르트를 찾는 주인공. 주변에서 눌리고 끼이지만 꿋꿋하게 요구르트를 쟁취한다.
나는 두 번째 신인 매점에서도 열의를 불태웠다. 누구야 이거. 누가 기획했어. 이렇게 서윤슬 맞춤 광고가 있어도 되는 걸까.
나는 좀 날로 먹는 듯한 쾌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자! 너무 당황하지 말고, 어렵지 않아요. 매점에서 귀엽게 까치발 폴짝! 들고! 요구르트 주세요~ 맛있는 요구르트 먹을래요~ 이렇게.”
“엑? 귀엽게요?”
“그래. 아까 전처럼 너무 이 악물고 달리고 그러지 말고….”
아까 달리는 신은 몇 번의 NG가 났다. 속도는 줄였지만 표정이 너무 무섭다나. 나중에는 급식실로 가는 게 아니라 체육 시간 달리기라고 편하게 생각하라고 하더라. 그다음에야 통과됐다.
“자! 그럼 시작!!!”
슬레이트 치는 소리와 함께 두 번째 장면이 촬영됐다. 장면을 잘 뽑기 위해서 내 주변을 일부러 키 큰 사람들로만 배치한 건가? 어깨밖에 안 보이잖아.
“저 카카오 크림빵이랑 우유요!!!”
“아줌마 제꺼 아직이에요?!”
나도 말 좀 하자. 이리저리서 끼어서 터지기 일보 직전인 나는 제자리에서 뛸 수조차 없었다. 점점 엑스트라들의 연기에 영혼이 담기기 시작했는지 뒤에서도 밀었다.
“야!!!!! 밀지 말고!!! 줄 서!!!!!”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외치자 순식간에 번잡스러웠던 매점 앞이 조용해졌다.
짝짝짝짝….
소엽 쌤이 흐뭇하게 박수치는 소리만 작게 들렸다.
“보이시죠? 윤슬이 쟤가 저래 키는 작아도 저렇게 기백이. 매점 앞 정리도 참 잘했습니다.”
“네…. 그래 보이네요….”
아, 순간적으로 고등학생 때 버릇 나왔네.
김 감독님은 그 뒤로 나를 불러 너무 진지한 여고생이 아니고 귀엽고 발랄한 여고생이 되어 달라며 부탁하셨다.
“할 수 있나?”
“…해볼게요.”
나는 적당히 필사적으로 폴짝폴짝 두어 번 뛰고 매점에서 요구르트를 쟁취하는 장면을 나름 성공적으로 찍었다.
고작 두 컷 찍었는데 벌써 점심시간이었다. 나는 나눠주는 도시락을 받아 적당히 급식실 구석으로 가려고 했는데.
“제 옆에 비었어요!”
“저 아까 사진 같이 찍기로 했는데요…. 혹시….”
“밥 같이 먹으면 안 될까요?”
들어가자마자 순식간에 급식실 한가운데에 앉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