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46)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46화(246/405)
“좋아. 일단 하나 끝냈고.”
나는 다이아수저와의 만남 이후로 더더욱 젬스톤 MCN에 대한 자료조사를 멈추지 않았다. 아쉬운 게 있다면 내가 원하는 것에 비해 정보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것.
“이래서야 쉽지 않겠는데….”
일단 스텝이 꼬이지 않도록 정리부터 해야겠다. 나는 다이아수저에게 말했던 것처럼 젬스톤을 무너뜨릴 생각이다. 개인 대 기업의 일이니 쉽지만은 않겠지만 저쪽이 먼저 건드렸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인튜버는 개개인으로 활동한다. 가끔 친한 인튜버나 회사에서 엮어 주는 인튜버끼리 콜라보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연예인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
‘각자의 매력 가지고 먹고사는 판이니까.’
인튜버들에게도 기본 팬층은 존재한다. 하지만 연예인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소속사’에 대한 인식이다.
“인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의 소속사를 외우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
소수의 진짜 덕후 외에 일반인들은 인튜버들이 MCN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 연예인처럼 3대 대형 소속사 이런 게 아니니까.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인튜버들 개개인을 띄운 다음, 젬스톤이라는 회사가 있다는 걸 수면 위로 드러내는 거다.
“인기 인튜버들만 소속될 수 있는 젬스톤. 키워드 좋네.”
구독자들과 팔로워들이 젬스톤이라는 이름에 무언의 소속감을 가지고, 자랑스러움을 가질 때쯤 터뜨리는 게 훨씬 효과적이겠지. 왜냐면 특히 하제인은 문제 되는 게 없거든. 사생활 정리도 깔끔하게 잘한 데다가 이미지상 광고도 잘 받지 않고.
“그럴 때일수록 회사 이름값이 중요한 거고.”
젬스톤이 더럽게 무너질수록 하제인한테 약간이라도 타격이 가겠지. 사람들의 믿음에 아주 작은 틈이라도 갈 거고.
“학폭 논란, 갑질 논란, 착취 논란에 뒷광고까지…. 걸릴 게 이렇게 많은데 뭐가 당당하다고 나를 묻으려고 했지? 어이가 없어서.”
내가 바이럴 밥을 몇 년 먹었는데. 웬만한 논란은 전부 기억하는 데다가 터지지 않은 것까지 전부 알고 있거든.
“그럼 일단은~”
지난번 팝업 스토어에서 만났던 사람부터 할까. 그래, 로즈차로 정했다.
나 너 때문에 시말서 썼던 거 아직 기억하고 있거든. 차장미 씨.
* * *
[Intube] [인기 인튜버 견제하는 로즈차 인성논란…]조회수 213,778회
“뭐야 이거?!”
로즈차. 26세. 본명 차장미. 최근 패션 인튜버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그녀는 오늘도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로즈차 스타일’ 같은 키워드가 유행이 되리라 믿으며 검색했는데, 난데없이 저격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서윤슬?”
얼마 전 한국우유 요구르트 팝업에서 윤슬을 만났을 때였다. 마침 브이로그를 찍고 있는 도중이라 반갑게 달려갔다. 지금 인튜버들 사이에서 가장 이름이 많이 나오고 있는 윤슬이었으니 영상 썸네일에 박아 넣으면 조회수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을 거란 계산이었다.
하지만 로즈차는 자신의 브이로그 영상이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다.
-와ㅋㅋㅋ 눈빛 표독스럽네요
-원래 저렇게 화려하게 꾸미는 여자들일수록 속에 독기를 품고 있습니다. 손톱 무서운거 보세요ㄷㄷ
-윤슬언니 눈치보는거…ㅋㅋㅋ 짜증나네 로즈차 지가 뭔데
슬로우 모션을 걸어 둔 영상은 로즈차가 억지로 윤슬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흘깃거리며 위아래로 스캔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억울해!!! 나 이런 적 없다고!!!”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수상한 효과음과 댓글의 조합으로 인해 이날 윤슬을 처음 만난 로즈차는 윤슬을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우와 감사합니다! 그럼, 저기 포토존에서 같이 사진 한 번만 찍어주세요. 나 이것 좀 들어줘! 빨리빨리. 카메라 빨리! 윤슬님 왼쪽 얼굴 좋아하세요, 오른쪽 얼굴 좋아하세요?
윤슬을 만나 반가워하는 음성은 삭제된 지라 화면 안의 로즈차는 정말로 견제하는 것처럼 보였다. 잔뜩 화가 난 로즈차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야!!! 너 지금 내가 보내는 링크 당장 봐봐. 너 이거 뭐야? 편집을 똑바로 했어야지!!!”
-네? 언니 죄송한데 저 지금 일어나서…. 무슨 말씀인지….
“몰라!!! 야 너가 이거 신고 좀 해봐. 그리고 댓글로 우리 언니 저런 사람 아니라고 말도 좀 하고! 30초 웃짤인지 뭔지 미친놈한테 나 억까당하고 있잖아!!!”
바로 로즈차의 편집자이자 촬영 담당에게로.
“니가 해결하라고!!! 회사에도 말하고! 너 대체 하는 일이 뭐야? 이러라고 내가 너 월급 줘?!”
로즈차는 편집자 착취와 갑질로 유명한 인간이었다.
* * *
“오, 로즈차 반응 빠른데~”
나는 로즈차가 내 아이디를 태그해서 올린 스토리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억까 영상을 하나 업로드하고 나니 마음이 급해진 모양이다. 팝업 스토어에서 나와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이래봤자 난 리그램 안 해줄 거지만.”
로즈차가 ‘저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우리 그때 처음 만났고 분위기 좋았습니다.’ 해명해봤자 내가 맞다고 안 해주면 그만이다.
나는 젬스톤이 했던 짓을 반대로 똑같이 돌려줄 작정이다. 이런 식으로 젬스톤 인튜버들 하나하나를 모아서 억까를 하다 보면 자기들이 하는 짓이 마이너스로 되돌아온다는 걸 알겠지.
“한국우유에서 논란 만들지 말라는 계약조건 있었다고 하면 그만이고.”
나는 조만간 로즈차를 팝업 스토어에서 한 번 만날 예정이다. 그때 뭐 해명이라도 해달라 하면 마법의 계약서를 들이밀어야지. 돈 걸렸다는데 자기가 어쩔 거야.
“그리고 로즈차 편집자를 내 편으로 붙여야 하니까~”
모든 일이 순조롭군. 나는 캘린더에 로즈차를 만날 날짜를 체크했다.
“그나저나…. 이제 한 번 찔러 줘야지.”
나는 다이아수저에게 사진을 한 장 보냈다. 별건 아니고, 엔지생건이 또 나한테 시즌 선물을 보냈거든. 이만하면 알아듣겠지.
* * *
“미치겠네 진짜….”
다이아수저는 윤슬이 보내온 사진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성격 급한 윤슬은 시간을 준다고 말한 지 채 48시간이 되기도 전에 재촉을 하고 있었다. ‘엔지생건한테 붙을까? 너 버리고?’라는 의미가 가득 담긴 사진을 받자 다이아수저는 심장이 조급하게 뛰었다.
“하….”
백 명을 적으로 돌리느냐, 한 명을 적으로 돌리느냐. 누가 듣는다면 그게 고민할 거리나 되냐고 물을 것이었지만 상대가 서윤슬이라면 얘기가 달라졌다. 고등학생 때부터 기업 하나를 쥐고 흔든 윤슬이었다. 아니, 기업이 아닌 대한민국 트렌드 그 자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갖고 놀던 윤슬이었다.
‘얘를 적으로….’
윤슬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다이아수저의 귓가에서 웅웅 울렸다.
“저는 젬스톤이랑 같이 라모레도 끝낼 거예요.”
윤슬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다. 다이아수저는 두려움을 잊기 위해 무의미하게 인튜브를 켜 시장 조사를 했다.
“…어?”
그러던 와중 다이아수저에 눈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로즈차 논란 영상이었다. 그새 20초짜리 영상은 조회수가 30만회를 넘어섰다. 다이아수저의 머릿속에 윤슬이 건넸던 자료가 스쳐 지나갔다.
[젬스톤 리스트]로즈차: 본명 차장미
26세
편집자 착취, 갑질 논란
-영상 편집 1회당 15만 원 지급. (평균 월급 한 달 150 넘은 적 없음.)
-팝업 스토어 및 개인 스케줄마다 편집자를 촬영 담당으로 데리고 다니며 야간 수당 지급 X
-편집자의 조모상 때 본인 스케줄을 앞세운 적 있음
왜인지 어제 본 자료와 이 영상이 무관할 리 없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분명 아예 다른 종류의 것임에도 그랬다. 다이아수저는 계정을 클릭해 영상 목록을 훑었다.
‘30초 웃짤 계정…. 이거 혹시.’
다이아수저는 영상 목록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윤슬의 얼굴을 보았다. 그럴 리 없었지만 벌써부터 윤슬이 젬스톤 소속의 인튜버 한 명을 묻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이아수저는 로즈차의 SNS에도 들어갔다. 윤슬을 태그한 그 스토리는 리그램되어 있지 않았다.
다이아수저의 귓가에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희야. 사업이란 말이다. 모 아니면 도야. 안정만을 추구하다가는 절대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법이다. 모든 걸 걸고 앞으로 나가야지 사업가다. 제자리에 있으면 장사꾼밖에 더 되겠니.”
직감을 날카롭게 벼리고 벼려 이 자리까지 올라온 다이아수저였다. 그리고 그 선택마다 항상 끝에는 윤슬이 있었다. 다이아수저는 100명의 인플루언서라는 안정성을 버리고 1명의 인플루언서에게 모든 걸 걸기로 결심했다.
“이대로 있으면, 정말 나까지 묻힌다….”
윤슬이 준비한 젬스톤 묻기 계획서는 예상보다 더 철저했다. 그 사이에 라모레가 함께한다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었다. 인튜버들의 논란에서 광고주는 절대 자유로울 수 없었으니까. 지금이라도 발을 빼고 살길을 도모해야 했다.
“진짜, 내가 미친다….”
무엇보다 윤슬이 내건 조건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라모레의 새 대표 라인을 만들어주겠다니. 이미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는 시카 라인을 전국민을 상대로 팔아주겠다는 윤슬의 눈동자에는 강한 확신이 새겨져 있었다. 이전에도 본 그 눈빛은 다이아수저를 믿음으로 이끌었다.
입력: 좋아요. 조건 수락할게요.
다이아수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윤슬에게 연락을 보냈다. 그리고 이어 마케팅 담당자에게도 연락했다.
입력: 지금부터 젬스톤에 들어가는 모든 광고를 중단합니다. 이미 진행하고 있던 건들도 전부 막으세요.
젬스톤의 돈줄이 막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