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48)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48화(248/405)
“그리고 저희, 약간의 MSG를 좀 쳐보면…. 안 될까요?”
윤슬은 물결을 이용해 사기 치기에 들어갔다.
“…MSG?”
“마침 저희가 그때 대학매일에서 나눈 대화가 있으니, 그때부터…. 준비를 했다는….”
사실 윤슬이 제의하는 사항은 이 바닥에서는 흔하디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물결은 다르게 받아들였다.
‘정다희 저게! 어린애를 앞세워서 잘하는 짓이다!’
윤슬이 낸 의견이 아닌, 자신이 윤슬에게 약한 것을 이용해 다이아수저가 시킨 것이라 확신한 물결의 눈이 매서워졌다.
“사실 이 시카를 라모레에서는 그 전부터 연구하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말이 되지 않나~? 라모레는 늘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구!”
자랑스러워하는 다이아수저를 한심해하는 눈으로 바라보던 물결은 어느새 자료의 맨 마지막 장에 도달해 있었다.
“지금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되는데?”
“일단 토너랑 로션은 이번 달 안으로 마무리가 될 거야. 하지만 패드는 좀 더 손을 봐야 할 것 같아. 일반 마스크팩이랑 똑같은 면을 사용해서는 전혀 메리트가 없을 것 같거든. 좀 더 산뜻하고 쫀쫀하게 눌러 압축된 제형으로 가게.”
다이아수저의 말을 듣던 물결은 잠시 고민했다. 언제부터 준비한 건지는 몰라도 듣기에는 아주 완벽했다.
“뭐, 좋아. 하지만 막상 제품 나와서 실망스러우면 내 이름은 못 빌려줘. 내가 어떻게 만든 이름인데.”
드디어 물결의 허락이 떨어졌다. 다이아수저와 윤슬은 옆에서 물결을 끌어안았다.
“이거 놔! 아직 확정은 아니니까!”
“에이~. 잘 만들 텐데요, 뭐.”
“그럼 그럼. 내가 누구야? 대한민국 최고의 코스메틱 후계자야!”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은 엔지생건 아닌가? 주식 또 올랐던데.”
물결이 다이아수저에게 찬물을 붓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그래도 다시 일등 할 거거든! 일시적으로 하는 일등이 아니라 영원한 일등!!!”
다이아수저의 야망 가득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본격적으로 라모레의 새 라인이 제작에 들어갔다.
* * *
백록화 1327 팀은 처음 윤슬의 제안을 들었을 때, 서로를 바라보았다.
‘모델비만 줬는데….’
‘아이디어도 알아서 물어오네….’
‘천잰가?’
백록화 1327은 한국우유에서 만든 브랜드였다. 그 말인즉 우유의 맛이 커피의 맛을 좌우한다는 슬로건을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우유의 깊은 맛을 느끼며 휴식을 취하는 게 백록화 1327의 브랜딩이었다. 그리고 윤슬은 휴식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악바리 근성 오졌다ㅋㅋㅋㅋㅋ
-새마을 운동때의 망령이 씌인것가틈;;
-이런 사람 열명만 모아도 강대국 만들기가 가능할 듯 미쳤나봨ㅋ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록화 1327은 윤슬을 잡았다. 이 정도의 영향력을 만드는 모델이라면 일단 잡은 다음에 아이디어를 내는 게 맞았으니까. 백록화 1327은 정식 광고에 들어가기 전 인튜브에서 미리 PPL로 간을 보길 원했다. 소비자의 반응을 미리 읽고 맞춘다면 더 퀄리티 높은 광고가 진행될 것이었으니.
[PPL요? 저 마침 시험기간인데 잘됐네요!]윤슬에게 전달한 이미지는 전형적인 힐링 브이로그의 콘셉트였다. 윤슬이 아직까지 한 번도 업로드하지 않은 형식이어서 더더욱 구독자들에게 임팩트가 있을 거라 생각한.
#1. 침대 위에서 기지개를 켜는 윤슬. 화이트 베딩과 함께 어울리는 실크 파자마를 입고 있다.
#2. 침대 정리를 마치고 창문을 바라보던 윤슬, 이윽고 주방으로 향한다.
#3. 냉장고를 열어 얼음을 꺼내 유리컵에 담고, 캡슐 커피를 내리는 장면. (클로즈업)
대체적으로 이런 PPL 지시사항이 써졌다. 이를 확인한 윤슬은 미간을 찌푸렸다.
‘…브랜드를 키우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휴식과 힐링. 말은 참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이거 영상 제가 알기로만 해도 한 백 명 머릿속에 지나가는데요….”
모두가 이러고 있다는 거다. 지금은 홈 카페의 시대. 모두가 예쁜 파자마를 입고 흰 베드 위에서 커피를 홀짝거리며 아보카도 토스트를 먹고 있었다. 그뿐인가, 커피 한 방울 튀면 버려야 하는 새하얀 천 위에서 ASMR처럼 얼음을 차르륵 넣고, 샷을 넣고, 우유를 넣어 가며 누가 누가 커피 예쁘게 먹는가 대결을 펼치고 있는 시대였다.
“그, 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저희 브랜드에서 기본적으로 내거는 슬로건이 있다 보니까요.”
“저 지난번에 시험 기간 라이브 보셨죠.”
“네? 아, 그거 당연히 봤죠. 그때 요구르트 난리 났었잖아요.”
지난 시험 기간에 한국우유를 멱살 잡고 끌어올린 그때, 그 시험 기간 라이브는 안 본 직원이 없었다. 백록화 1327 팀에 윤슬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즌 투 가죠.”
* * *
[Intube] [시험기간 밤샘공부 같이해요 Study with me]Live…
윤슬은 기말고사맞이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대장~~ 기다리고 있었다구
-윤슬쨩,.. 언제 타이쵸가 된거냐고 Wwww
-컨셉충들 또 시작됐다 ㅅㅂ ㅠㅠ 우리언니 얼굴감상에 방해되는 말 금지
-어이 네녀석 우리 〖친 위 대〗를 무시하는 발언은 용서치 않겠다
Intube
실시간 시청자 수: 10,245명
윤슬이 라이브 방송을 켬과 동시에 만 명이 들어왔다. 윤슬의 영상에 알림 설정을 한 기존의 구독자들이었다. 지난번 중간고사 라이브 방송 때 댓글로 놀던 구독자들이 들어와 댓글창이 활발히 위로 올라갔다.
02:00 AM
시간은 새벽 두 시였다. 라이브 방송을 켠 윤슬은 이번에도 화면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 윤슬까지 캐릭터화 시켜서 구독자들은 자기들끼리 잘 놀았다.
-역시 이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는군,.. 초고교급 미쇼죠 타이쵸는 긍지가 다르다 이건가 Ww
-언니 저 덕현여고 학생인데요 저희 급식실 줄서있다가 언니 등신대 보면서 잘먹겠습니다 외치는거 전통됐어요ㅋㅋㅋㅋ
-아 개웃기네ㅋㅋㅋㅋ 그 등신대 한국우유에서 가져간거 아니었음?
세 시간 동안 화면을 바라보지도 않고 공부에만 매진하던 윤슬이었다. 이번에도 구독자들의 중간 이탈은 거의 없었다.
Intube
실시간 시청자 수: 32,008명
지난번과 달리 ‘한국대생이라며? 얘가 어디까지 공부하나 보자’ 식의 시청자들은 없었다. 모두가 이미 윤슬을 알고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그만큼 댓글창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어슴푸레하게 해가 떠오르는 시간이 되었다. 뻐근한 눈을 비비며 창문을 바라보던 윤슬은 잠시 비척비척 거실로 걸어갔다.
달칵. 드르르륵-
-????저거 뭔소리임
-뭐야뭐야??
소리만 들리는 구독자들은 댓글창에 물음표를 가득 띄웠다.
잠시 뒤 돌아온 윤슬의 손에는 한국우유 로고가 새겨진 유리컵이 들려 있었다. 그 안에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아이스 라떼가 한 잔 들려 있었다.
“하….”
윤슬은 커피를 마시며 잠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한잔의 커피와 함께 시작하는 아침이었다. 윤슬은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윤슬의 얼굴과 몸짓에서 ‘커피 마시니까 살 것 같다’라는 표정을 읽었다.
-ㅋㅋㅋㅋㅋㅋ누가보면 마약인줄 알아
-아 나도 커피땡긴다
-이제 요구르트 끊은거임?ㅋㅋㅋㅠㅠㅋㅋㅋ 기말고사는 사람을 피폐하게해
커피를 내리는 과정도, 패키지도, 설명도 무엇 하나 다른 PPL처럼 보여주지 않았지만 왠지 윤슬이 마시는 커피는 다른 커피와 달라 보였다. 커피를 마신 후의 윤슬의 얼굴이 묘하게 밝아지고 활기찬 느낌이 들었다.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저 커피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 * *
‘응. 예상대로.’
나는 한국대 게시판을 체크해 보며 미소 지었다. 이번 커피도 한국대생들을 열심히 이용해서 바이럴을 칠 거거든.
[한국대/ 자유게시판]익명 06/11 07:10
충무공이 라이브에서 마신 커피 편의점에 안파는거냐? 찾아봐도 없네
-익명1: 그거 캡슐커피임
˪익명(글쓴이): 그럼 편의점에서 안팔아?
˪익명1: ㅇㅇ당연하지
-익명2: ㅠㅠ진짜 너무 맛있게 마셔서 나도 먹어보고 싶음ㅋㅋㅋㅋ
-익명3: 얘들아 지금 남의 라방 볼때냐? 시험기간이다
커피라고 하면 대부분 크게 두 가지로 나뉘지. 힐링과 버닝. 대부분의 저가 브랜딩은 후자의 효과를 노리고, 고가 브랜딩은 전자의 효과를 노린다. 하지만 둘 다를 잡을 수 있다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달려들 만한 키워드다.’
나는 한국우유와 적당한 관계를 유지할 마음이 없다. 한국우유에 서윤슬이 붙는다면 얼마만큼의 이익을 끌어올 수 있는지를 보여 줄 예정이다.
“그래야 나중에 이쪽도 제작지원에 붙지.”
라모레 하나 가지고서 OTT 출연을 뚫는다? 그것도 현수정이 이끄는? 아직 부족하다.
나는 한국우유에서 나에게 더 매달리게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이번 라이브 방송으로 소비자들에게 한국우유의 커피까지 제대로 뇌리에 각인시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