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5)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5화(25/405)
-너 수학 20점이었던 때 있었지.
“왜 갑자기 시비를 걸지?”
-네가 봤을 때 기초부터 이해하기 쉬운 문제집 뭐야. 말해봐.
“왜? 너 수학 성적 좋잖아.”
-빨리, 급해.
답지 않게 진짜 조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럽게 주말 저녁에 걸려 온 백휘의 전화에 재겸은 당황했다.
충분히 국제고나 외고에 진학할 수 있는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일반고로 진학한 최백휘는 굳이 기초를 공부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초의 이해를 원한다? 수상하다. 분명히 이건 재밌는 일이다.
특종의 기운을 느낀 재겸은 이제 니 턴이라며 큐대를 들고 재촉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아무렇게나 손을 흔들어 자기 차례를 넘겼다.
‘덕현여고 시험지…. 그리고 수학 기초의 이해…?’
딱-!
당구공이 서로 맞닿아 경쾌한 소리가 났다. 동시에 재겸의 머릿속에도 요즘 들어 어색했던 백휘의 행동들이 맞물리며 맞아떨어졌다.
“기억이 잘… 안 나네? 우리 배키 덕분에 누나한테 실컷 처맞아서…. 뇌세포가 다~ 죽었나 봐.”
-그게 과연 나 때문일까?
“미친놈이! 니가 우리 학교 시험지가 왜 필요해!”
“야. 잠깐만 아!!! 모서리로 패지 말라고!!! 좀 곱게 팰 수는 없어?”
“야? 야~??? 이거 누구 줄라고, 어? 정신 안 차리지 너! 그냥 노는 걸로도 모자라서 여자까지? 너 이리 와. 이리 와 이 새끼야!”
“아니 누나. 백휘가 달라고 했다니까? 진짜 아!!! 쫌. 최백휘가 달라고 했다니까? 거짓말 아니라고!!!”
지난달에 아버지한테 거짓말을 치고 최백휘 이름을 팔아먹은 대가가 썼다.
자연스럽게 협박하는 백휘 덕에 재겸의 덕현여고 전교 1등 누나. 차유겸한테 핸드폰 모서리로 찍히며 맞았다.
누나가 점점 강인해져만 간다. 한편으로는 좀 자랑스러웠다. 진짜 어디 가서 우리 누나가 누굴 죽이면 죽였지 기가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멍든 팔뚝을 문질렀다.
‘물론 노는 게 맞긴 한데 당구는 수학적 도출 값으로 좌뇌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행위이지 않나?’
손에 묻은 파란색 초크 자국을 대충 문질러 지운 재겸은 수화기 너머 백휘의 짜증스러운 한숨 소리를 즐겼다.
-하… 다음에 부탁 하나 들어줄게.
“진짜지? 야 말 바꾸기 없다.”
-빨리.
“그 뭐냐… 『돌머리도 할 수 있다. 똘똘수학』이랑….
생각하기에 그나마 괜찮았던 기초 문제집을 몇 개 말한 재겸은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서점 직원의 목소리에 기겁했다. 이 미친놈은 적당히라는 걸 도무지 모른다.
-다 합해 168,700원입니다. 할부 필요하세요?
-아니요.
-무거울 텐데, 괜찮으세요? 자택으로 내일 배송해 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아. 끊는다.
전화가 끊긴 핸드폰에는 새 알림이 떴다. 백휘와 다르게 제때 알림을 확인하는 재겸은 누군가 SNS로 보내온 메시지에 답장하려 유스타그램을 켰다.
[차재겸 이거 니ㅋㅋㅋㅋ]입력: 아 씨ㅋㅋㅋ 아니라고는 못한다
[오늘도 맞음?] [ㅇㅇ당연ㅋㅋ]친구가 보낸 메시지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있는 사진이었다. 누나한테 무자비하게 꿀밤을 맞고 있는 동생의 밈이었다.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여섯 번 맞는 재겸은 순순히 인정하며 가볍게 피드를 훑었다. 마침 몇 분 전 업로드 된 제인의 계정이 보였다.
[Youstagram]HENRA
좋아요 4680
댓글 105
가볍게 쓴 브랜드 한 단어만으로도 사람들의 좋아요를 불렀다.
사진 속 제인은 이번에 출시된 틴트를 모두 구매해 고급스러운 대리석 화장대를 장식했고, 화장대 위에는 명품 향수들과 화장품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화장대 거울에 비친 제인은 고가의 액세서리를 차고 있었다.
“흐음….”
재겸은 백휘만큼은 아니지만 제인과 함께한 시간이 길었다.
척하면 척이지. 제인의 피드를 가볍게 훑은 재겸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유학 생활을 그리워하는 척하는 세 장 남짓의 사진들에는 묘하게 백휘가 같이 있는 것이 티 나는 사진들이 끼어 있었다. 맞은편 손, 옆에 잘린 어깨와 팔, 또 신발.
그 게시글의 댓글들에는 제인의 친구이자 재겸도 아는 사람들이 댓글로 제인을 띄워주고 있었다.
-헐 제인ㅠㅠ 못 봤을 때도 존예ㅋㅋㅋㅋ 맞은편은 백휘지?
-백휘 요즘 모한대? 걔는 에이스북도 안올려서 모르겠다ㅋㅋ
-제이니 백휘랑… 뭐야뭐야?
˪ㅋㅋㅋㅋㅋ모야모야?
˪ 그런 거 아니야~ㅋㅋ
‘빠져나갈 구멍은 참 잘 만들어요….’
사진을 많이 올리지는 않았다. 아니 많이 올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재겸은 확신에 찬 추측을 했다.
“야, 그래도 미국 가면 좋잖아. 표정 좀 풀어. 죽으러 가냐?”
“하하. 그랬으면 좋겠는데.”
부상으로 유학을 갈 때 따뜻하게 웃으면서 자조적인 말을 내뱉던 백휘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싸늘함에 제인과 제인의 집안이 적지 않게 기여했음은 당연한 추측이었다.
저 사진들은 방학 때 둘을 보러 간 어른들이 함께 했을 때 찍은 사진이겠지. 단둘이 찍은 사진은 없을 것이다.
제인은 둘의 사이를 몰아가는 질문에만 장난스럽게 아니라는 답변을 내놓고, 나머지 질문은 모두 피하고 있었다.
재겸은 ‘누가 보면 둘이 간줄ㅋㅋㅋ?’ 이라고 적으려던 댓글을 삭제했다. 아무 대가 없이 도와주기에는 이 간악한 놈 때문에 누나한테 맞은 팔이 아직도 아팠다.
‘이건 나중에 최백휘가 예쁜 짓 하면 알려줘야겠다.’
최백휘가 저자세로 부탁을 하게 만든 사람이 궁금했다.
백휘의 이름을 적재적소에 팔아먹을 계획을 세우며 재겸은 다시 큐대를 들었다. 자신의 턴이 왔기 때문에.
* * *
“진짜라니까. 남친이랑 있는 거 봤어, 내가.”
“윤슬이 전학 왔다고 하지 않았어? 이 동네에 남친이 있어…?”
1교시 시작 전 가장 웅성거리며 반이 정신없을 때, 뒷자리에서는 작은 목소리로 주말에 윤슬을 봤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윤슬아, 저기-”
“응?”
조은주였다, 윤슬의 뒷줄에 앉아 있는. 말을 따로 해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부른 탓에 윤슬은 조금 놀라 쳐다봤다.
“너, 둘 중에 누가 남자친구야?”
“…어?”
그러자 곧장, 필터링이 없는 이상한 질문을 했다.
“야, 대박! 질문을 그렇게 하면 어떡해-!”
“궁금한데 어떻게 해.”
“은주가 너 정독 도서관에서 남자애 둘이랑 있는 거 봤다던데, 진짜야 윤슬아?”
갑자기 윤슬의 자리 주위가 시끄러워졌다. 여고라서 그런지 이런 주제가 나오니까 갑자기 눈길이 한 번에 쏠리기 시작했다.
“뭐야, 윤슬 남친 있었어?”
민지영이 눈빛을 빛냈다. 의외지만 좀 차가워 보이는 얼굴로 로맨스를 굉장히 사랑하는 타입이다. 카카오페이지에서 로맨스 웹소설을 읽는 게 지영의 비밀스러운 취미였다.
“아니야, 그냥 친구야.”
“진짜? 근데 되게 잘생겼던데…. 썸도 아니야?”
주변에서 다들 윤슬의 잘생긴 남사친들을 궁금해하는 분위기가 되자, 조은주는 조금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봤는데, 너네는 못 봤으니까, 라는 생각이 들며 이번 기회로 윤슬의 일상을 자신이 더 잘 알게 되었다는 묘한 자신감이 생겼다.
“나, 근데 한 명은 알겠더라.”
“누구?”
“어떻게 알아?”
주변의 흥미 어린 시선들이 본인을 향하자, 윤슬의 당황한 표정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은주는 격양되어 조금 큰 목소리로 말했다.
“최백휘. 옆에 경하고 다니는 걔더라. 에이스북에 되게 자주 올라와서 바로 알아봤지.”
“헐, 진짜?”
“누군데, 최백휘가?”
“지난번에 내가 잘생겼다고 보여준 걔 있잖아!”
종종 백휘를 보고 번호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명찰이 가려져 누구인지 몰랐던 여성들은 이상한 용기를 내 몰래 사진을 찍어 에이스북 ‘대신 전해주세요 페이지’에 올리고는 했다.
[Acebook]▶경하고 대신 전해드립니다
어제 경하고 CU에서 4시에 커피 사 가신 분..! ㅠㅠ 이름이라도 알고 싶어요.. 톤브라운 가디건 까만색 입고 계셨는데 키는 180 넘으시는 것 같고… 명찰이 가려져서 이름은 모르겠어요ㅠㅠㅠㅠ 그때는 제가 용기가 없어서 말을 못 걸었는데 여자친구 있으신가요? 익명이요!
-이준명: 잘생긴 1학년 자주보네ㅋㅋㅋㅋㅋ
-강혁: 이제 익숙하다.. 글을 안 읽어도 누군지 알 것 같다..
-김기욱: 1학년 최백휘요ㅋㅋㅋㅋ
-장오석: 나도 찍어줘요
˪조현재: ㄴㄷㄴㄷ 찍힐 준비 됐는데 왜 아무도 안 찍어줘요
˪김민우: 얘들아 얼굴 생각하고 반성해
이름을 말하자 같은 반에서도 몇 명 백휘를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 백휘의 사진이 있는 핸드폰이 수많은 손들을 오가며 주위의 웅성거림이 점점 커졌다.
“나도 볼래!”
“나도~. 뭐야 잘생겼다!”
“윤슬이 좋겠다~”
주변이 부러워하며 웃음으로 차 있을 때, 윤슬의 기분은 어쩐지 가라앉아 있었다.
“다른 한 명은 누구야? 걔도 잘생겼다며!”
“아깝다. 왜 썸도 아니야?”
“자자-! 자리에들 앉아라잉~. 야들아 창문 좀 열어라! 환기시키고.”
드륵-
앞문을 열고 들어온 선생님이 교탁을 출석부로 치며 소란을 잠재우고 나서야 주변이 조용해졌지만 윤슬의 찝찝함은 그대로였다.
* * *
‘왜 조은주 이름 옆에 아이템 창이 뜨는 거지?’
본인의 것이 아니라면, 누구의 물건이어도 찰떡지수와 아이템 창은 뜨지 않았다.
조은주를 정면으로 자세히 볼 기회가 없어 그동안 몰랐지만, 아까 대화를 나눌 때 조은주의 주변에 있던 분명한 표식.
‘분명 아이템 지수 확인할 때 나오는 거야….’
다시 확인해봐야겠어.
흘낏 뒤를 돌아 조은주를 살짝 바라보자 눈빛을 느낀 건지 마주 보고 웃는 얼굴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반짝이는 표식을 클릭하자.
「▼상세 설명▼
[나코스테 가디건 (네이비/Size L)]289,000
→도톰한 SS시즌의 루즈 핏 가디건. 포인트로 악어 자수가 있어 심심하지 않은 넥 라인이다. 밝은 네이비 컬러로 봄에 더 예쁜 스테디 아이템.
▶찰떡지수: 83
특성: 랜덤으로 다크서클이 옅어진다. 최대 5시간 동안 유지되며 벗는 순간 원상태로 돌아간다.」
곧바로 찰떡지수가 나왔다. 분명하다.
‘중고나라 녹차 11이 쟤였구나….’
하필이면 같은 반 애한테 물건을 팔다니. 다음부터는 조심해야겠다.
* * *
[Youstagram]오랜만에 공부하려니까 진짜 머리 안 돌아간다.. 마음속으로 오열중..
이번 중간고사 바닥 내가 따뜻하게 깔아줄지도..^^!
좋아요 1680
댓글 35
-ㅋㅋㅋ왜 이렇게 일찍 시작해
˪나 성적 미끄럼틀 타서;;
-주말 아침부터 도서관..? 당신은 배신자입니다
˪당신은 배신자입니다22
-영어는 내가 깔아줄게 다들 긴장 풀어~.
오늘도 느지막한 시간에 눈을 뜬 조은주는 습관처럼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켜 윤슬의 유스타 계정을 눈으로 훑었다.
‘우리 집 근처잖아?!’
당장 1시간도 지나기 전에 올린 게시글이었다. 은주는 심장이 뛰었다.
지금 가면 윤슬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번에야말로 친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갑자기 어딜 가?”
“엄마 나 도서관!”
대충 씻은 후, 안 감은 머리에 모자를 눌러쓴 채로 급하게 정독 도서관을 향했다.
은주는 항상 같이 노는 같은 반 애들보다 윤슬이 하는 얘기들이 더 귀에 잘 들어왔다.
“신발 예쁘다, 새로 샀어?”
“아니~. 이번 협찬받은 거야.”
‘부럽다….’
며칠 전에도 윤슬은 이번에도 새로 나온 신발을 신고 있었다.
쇼핑에 관심이 많아 어느 브랜드에서 신상이 나온다 하면 바로바로 체크하고, 언제 중고세상에 풀릴까 검색하는 자신과 달리 윤슬은 메시지 한 번이면 옷과 신발, 화장품까지 알아서 굴러 들어오는 것 같았다.
‘얼굴 하나로 편하게 사네….’
부러운 마음 반, 열등감 반. 그런 생각이 섞여 조은주의 모든 신경은 어느새 윤슬을 향해 쓸려 있었다.
“은주야, 내 말 듣고 있어?”
“어… 어!”
꾸미지 못하고, 재미없는 얘기를 하고, SNS에 나오는 핫플 대신 저렴한 가격의 학생들이 가는 카페를 가는 반 친구들은 어느새 은주의 관심 밖이었다.
“윤슬아 여기 봐봐.”
찰칵-
은주는 그 사이에 끼고 싶었다. 예쁜 애들끼리 서로 예쁘다고 칭찬해주는, 서로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하트를 받고….
‘아, 나도 협찬받고 싶어.’
이런 중고 신발이 아닌, 중고 가디건이 아닌. 브랜드에서 보내주는 새 제품을.
“이거 잘 나왔다. 보정 안 해도 되겠는데?”
“진짜? 주현 너도 여기 서봐. 찍어줄게.”
은주의 눈은 또 어느새인가 버릇처럼 윤슬을 향해 있고는 했다.
‘찾았다…!’
드넓은 도서관에서 인상착의도 모르는 윤슬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 같았다. 도서관의 특성상 다들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얼굴을 보기도 힘들어 몇 바퀴째 빙빙 돌고만 있는 은주였다.
‘어, 저기… 잘생겼다.’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남자가 있었다. 에이스북에서 몇 번 얼굴을 봤던, 주변 남고의 최백휘가.
지난번 옆 반 친구와 함께 최백휘 얘기를 했던 터라, 스쳐 지나가는 척 자세히 보고 나중에 말해줄 생각이었다. 가까이서 봤을 땐 이랬다고.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