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51)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51화(251/405)
로즈차는 오늘도 지각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 씨~. 나 머리 자세히 봐줘. 안 이상해? 안 이상해? 응?”
“네 언니. 진짜 안 이상해요.”
“이쁘다는 건 아니네?”
“…아니아니. 예뻐요~.”
로즈차는 인플루언서니까. 인플루언서는 그 자리에 가 주는 것만으로도 브랜드에서 감사해야 하는 존재니까. 실제로 로즈차는 오전에 가기로 했던 행사를 오후에 간 적이 있었다. 지각 시간은 세 시간가량. 이유는 없다.
늦잠을 잤고, 늦잠을 잤지만 사람들 앞에 서야 하니 세팅은 신경 써서 해야 했고, 그 와중에 오늘 자 브이로그를 찍어야 하니 아침까지 감성 넘치게 만들어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공구에 사용될 [가방 안에 쏙 귀리효소] 사진까지 찍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어떡해요~. 너무너무 죄송해요…. 저 진짜 일찍 나오려고 했는데 급한 미팅이 있어서!”
“괜찮아요. 저희 닫기 전에 와주신 것만으로도. 하하하.”
적당히 눈썹을 좀 구기고 미안한 척을 하면 상대측에서도 왜 지각했냐 따져 묻지 않았다. 그게 바로 인플루언서의 파워였다.
열 명 중 시간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이 셋이 될까 말까 하는 이 업계에서 로즈차는 그저 평균이었다.
“이따가 나 오른쪽 위주로 찍어줘. 알지?”
“네네. 알겠어요, 언니.”
로즈차는 오늘 행사에 세 시에서 네 시 사이에 간다고 했지만 도착은 다섯 시 사십오 분에 했다. 촬영과 편집을 둘 다 하는 직원을 데리고 백화점에 도착한 로즈차는 잔뜩 늘어서 있는 줄에 기겁했다.
“뭐야? 저기 앞에 백록화 맞아?”
“네, 그런 것 같아요. 언니.”
“그런 것 같은 게 아니고, 니가 좀 보고 오라고.”
굳이 직원을 저 앞으로 보낸 로즈차는 팩트를 꺼내 얼굴을 확인했다. 이따 라이브를 켜서 윤슬의 옆에 가야 할 생각을 하니 괜히 더 신경이 예민해졌다.
* * *
[Youstastoy]오늘도 지각차(◍´ω`◍) 죄송해요 담당자님 난 바부야~~
(현관문 앞에서 오늘의 OOTD 셀카 사진.jpg)
백록화 팝업에 왔어요! 와아 사람 지인짜 많다 (*^ω^*) 선물 많이 받았는데 쪼끔 이따 라이브 켜서 보여주께♥ 드디어 나도 마셔본다 백록화ㅎㅎ
(팝업 스토어의 사람들. 가게 너머로도 쭉 줄을 서 있는 인파.jpg)
“현장 사진이랑, 여기 있는 로즈차님 사진 같이 올려서 미리 안내해드린 키워드랑 태그 맞춰주시면 되어요~”
“흠…. 근데 혹시 저 집에 가서 찍을 수는 없을까요? 아무래도 뒤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이 안 예쁘게 나올 것 같아요.”
로즈차의 명령에 가까운 부탁을 들은 백록화 직원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하라면 좀 해라….’
인플루언서들의 착각 중에 하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사진을 보고 물건을 구매한다, 그러니까 포커스가 자신에게 맞춰져 있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상위 1%의 인플루언서에 한정되어 있고, 기업이 원하는 건 그 인플루언서도 쓰는 그 ‘브랜드의 제품’이다. 포커스는 명백히 제품에 맞춰져 있는 거지만.
“네? 네? 으으으응~. 좋아요 많이 받아올게요~”
인플루언서들은 보정에 방해되는 인파를 좋아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사진 배경이 우그러져 조롱을 살 수 있으니까. 이런 제안을 먼저 하는 인플루언서들은 대부분 광고 사진을 올리고 나면 나중엔 맘에 들지 않아 피드에서 내려 버린다. 티 나지 않게 한숨을 쉰 백록화 직원은 로즈차에게 애써 웃어 보였다.
“네. 그럼 현장 사진만 찍어주시고, 로즈차님 사진은 집에서 찍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제가 사진 예쁘게 찍어서 잘 올릴게요.”
물론 일부는 거짓말이다. 매장 사진은 대충 찍고 로즈차 사진은 100장 정도를 찍어 정성스레 올리겠지. 브랜드에서 요구한 태그는 두어 개 정도 누락시킬 테고 키워드는 복붙이나 안 하면 다행이었다.
‘서윤슬은…. 정말 대단하구나….’
그새 윤슬에게 익숙해져 있던 백록화 직원이었다. 저 멀리에서 알바의 신처럼 쉴 새 없이 계산하는 윤슬을 바라보며 백록화 직원은 오늘도 윤슬을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윤슬님은 근데 어디 계세요?”
“아, 지금 저기서 계산하고 계세요.”
“네? 계산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직원의 시선을 따라간 로즈차는 빠른 손놀림으로 바코드를 찍고 있는 윤슬을 보았다.
‘뭐야? 쟨 저기서 왜 저러고 있어?’
원래 팝업 스토어에 있는 인플루언서란 문 앞에서 서 있는 존재였다. 몰려오는 충성 팔로워들에게 인사하고, 같이 사진 찍고, 선물 받고, 나중에 스토리에 올려 주고.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할 텐데 굳이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 윤슬이 믿기지 않았다.
‘몰라. 더 잘 됐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피하거나 없는 말은 못 할 테니까!’
로즈차는 오른쪽에서 자신을 촬영하고 있는 직원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서는 핸드폰을 켰다.
[Youstagram]Live…
“안녕 잎사귀들~. 로즈 왔어! 오늘 여기는 백록화 1327 매장인데요. 사람 지인짜 많죠. 내가 한번 카메라 돌려서 보여 줄게~. 대박이지?”
Youstagram
실시간 시청자 수: 1,032명
로즈차가 유스타 라이브 방송을 켜자 스토리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로즈로즈 하이~
-오늘도 존예ㅠㅠㅠㅠ헤메코 연예인이잖아
-어? 저기 서윤슬님 있는 데 아닌가
올라오는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주던 로즈차는 예쁘게 웃었다.
“응 맞아요~. 저어기 윤슬님 계셔! 나 진짜 지난번에 억까로 너무 속상했잖아. 나 그럴 사람 아닌 거 여러분 다 알죠? 나 같은 찐따가…. 누구를…. 흑흑흑….”
-ㅋㅋㅋㅋㅋ로즈 울지망ㅠㅠ
-진짜 사람들 할짓없어ㅋㅋㅋㅋ
흑흑 우는 척하던 로즈차는 댓글 반응을 보고 씩 웃었다. 역시 백록화 팝업 스토어에 온 건 잘한 일이었다. 지난번 공구 회사에서 해당 이슈에 대해 넌지시 운을 띄웠을 때 얼마나 화가 났던지.
‘좋아! 여기서 이제 서윤슬을 라이브에 잠깐이라도 끼우면 된다!’
라이브 방송 알람이 팔로워들에게 그새 울렸는지,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는 3천에 달했다.
로즈차는 자연스레 핸드폰을 들고 카운터로 다가갔다.
“윤슬님 안녕하세요~. 저예요 로즈차! 우리 지난번에 봤었죠오~”
로즈차가 핸드폰을 들고 윤슬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바코드를 찍고 있던 윤슬은 어색하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로즈차님~”
-우와 서윤슬님이다ㅠㅠㅠㅠ 윤슬님 반가워요
-앞치마 입은거 너무 귀여워… 깨물고싶어한입에잡아먹고싶어
Youstagram
실시간 시청자 수: 7,512명
어딘가에서 중계가 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윤슬이 나오자마자 순식간에 4천 명이 더해졌다.
“저 오늘 윤슬님 여기서 뵈어 가지구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혹시 그거 아세요? 저 지난번에 억까 영상 올라왔던 거! 저희 한국요구르트….”
“저 죄송한데. 제가 지금 계산 중이라…. 그리고 뒤에 보시면 많이 밀려 있어서요….”
윤슬은 곤란한 표정으로 로즈차의 핸드폰 액정을 바라봤다. 로즈차는 윤슬의 말대로 뒤를 보았다.
‘근데 그게 왜? 난 로즈차인데?’
인플루언서로 오래 살게 되면 일단 뇌 구조가 일반인과는 달라진다. 그중 하나가 특별대우였는데, 줄 서 있는 사람들 사이로 이름을 대거나 초대장을 대고 먼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 백록화 팝업 스토어는 이미 윤슬의 지시하에 인플루언서는 입장까지만 프리 패스였고, 계산은 똑같이 줄을 서야 했다.
“저 그래도~. 아 오래 기다리셨어요? 저 조금만 윤슬님이랑 얘기해도 되죠? 죄송해요~. 제가 진짜 급한 일이 있어 가지구.”
“아? 네네….”
로즈차는 익숙하게 계산대 앞에 있던 손님에게 양해를 구했다. 대부분 로즈차가 이렇게 부탁하면 들어주고는 했다. 세상은 로즈차에게 너그러웠으니.
하지만 윤슬은 달랐다.
“로즈차님. 죄송한데 나중에 따로 디엠 주시면 안 될까요? 정말 다들 오래 기다리셔서요…. 제가 금방 계산 마무리해 드릴게요!”
윤슬은 로즈차가 급하건 말건 신경 따위 쓰지 않고 계산대에 있는 제품에 바코드를 찍었다.
“어…?”
당황한 로즈차는 핸드폰을 들고 잠시 굳었다. 그새 시청자는 만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엥 진짜 사이 안좋은거 맞나봄ㅋㅋㅋㅋ
-로즈차 해명하려다가… 음.. 할말 많지만 안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계산하는데 왜 끼어들어
-뭐야 어그로들 어디서 좌표찍고 왔나ㅋㅋㅋ 로즈언니 얼굴보고는 말 못할 거면서 다 꺼져
로즈차는 억지웃음을 지은 뒤 급하게 계산대를 벗어났다.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자신을 흘깃거리는 게 보였다. 로즈차는 빠르게 걸으며 라이브 방송에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많이 바쁘셔서 오늘 라이브 방송은 이제 끝~. 제가 너무 반가워서 주변을 잘 못 살폈나 봐요. 나중에 디엠으로 얘기한 거 살짝 보여드릴게요. 으응~. 저희 진짜 사이 안 좋은 거 아니에요. 또 어디서 온 거야? 저 진짜 힘든데…. 우리 잎사귀들이랑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든가 해야겠어요. 그쵸? 이따가 저녁에 또 킬게요.”
로즈차는 씩씩거리며 직원을 찾았다. 라이브 방송을 대충 끈 게 마음에 걸렸다.
‘짜증나!!! 그깟 말 한마디 하는 데 오 분이 걸려, 십 분이 걸려?!’
분노한 마음을 숨기려 노력하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저기에서 웬 조그만 여자애랑 히히덕거리고 있는 직원이 보였다.
* * *
나연은 오늘 아주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 무려 괴롭힘당하고 있는 편집자 구출 작전.
“다른 사람 편집자를 내가 뺏어온다고…? 그, 그거는 좀….”
“나연아. 그냥 편집자가 아니야.”
“그럼?”
“후…. 내가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뭔데?”
윤슬은 나연에게 로즈차의 편집자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털어놓았다.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나연의 입이 벌어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리고… 아니 그러면 일을 그만두면 되는 거 아닌가?”
“쉽게 못 그만둘 수도 있지. 이 업계가 다 그런 거라고 알고 있을 수도 있고, 쥐꼬리만 해도 고정급이라는 게…. 적금 든 것도 있을 테고 자취하면 월세도 내야 하는 데다가. 통신비에 보험….”
한숨을 쉬던 윤슬은 나연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니까 너한테 맡기는 거 아니야! 너 편집자 구해지면 어떻게 해줄 거야.”
“어? 잘해줘야지! 보너스랑 선물도 자주 줄 거야.”
“그치? 그러니까 일단은 친해져 보자. 그 사람도 들어보니까 마음이 약하던데…. 월급 높여 주겠다고 바로 널 택하지는 않겠지. 일단은 이것부터.”
윤슬이 건넨 건 백록화 1327 선물 세트였다. 오늘 로즈차가 받은 것과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