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52)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52화(252/405)
화난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간 로즈차는 가까이 가자 나연을 알아봤다. 로즈차의 하루는 인터넷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20만 인튜버 이나연을 못 알아보는게 더 이상했다.
‘서윤슬로 오해를 못 풀면 일단 서윤슬 친구라도 맞팔을 해야지!’
로즈차는 눈을 접어 환하게 웃으며 나연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나연님 맞으시죠? 저 로즈차인데 혹시 아시려나?”
“앗 네! 알죠~. 편집 너무 화려하고 예뻐서 영상 좋아해요.”
“으응~. 감사합니다. 저희 사진 한 번만 같이 찍을까요?”
“로즈차님 옆에서 제가 어떻게 사진을 찍어요. 안 돼요~”
로즈차는 스토리에 어떻게든 나연과 함께 찍은 사진을 태그해서 올리기 위해 나연의 팔을 잡아 끌었다.
“그러지 마시구요~”
“아, 저 전화가 와서요. 그럼 재밌게 놀다 가세요! 다음에 또 뵈어요!”
하지만 이미 로즈차가 어떤 인간인지 눈치챈 나연은 잽싸게 달아나 버렸다. 그새 저 멀리로 가서 통화를 하는 나연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로즈차는 부들부들 떨었다.
전부 거슬렸다. 서윤슬도, 이나연도, 그리고 옆에 있는 편집자마저도.
“너 그건 뭐야?”
“네?”
“손에 들린 그거 뭐냐고.”
“아…. 저 나연님이 주셨는데요.”
“엥? 너한테 그걸 왜 줘?”
“그, 영상 잘 보고 있다고….”
편집자는 손에 들린 백록화 1327 선물 세트 쇼핑백을 꾹 쥐었다. 쇼핑백을 훑어보는 로즈차의 눈길이 어쩐지 싸늘했다. 사람들 앞이니 애써 표정 관리를 하고 있는 티가 났다.
“웃긴다. 내 영상인데 왜 너한테 주는지. 에휴…. 됐다. 가자.”
“…네.”
로즈차의 편집자는 잠시 나연이 사라진 곳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어느새 통화를 끝마친 모양인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연은 붕붕 손을 흔들더니 연락하라는 듯 핸드폰을 가리켰다. 어느새 맞팔을 끝낸 둘이었다.
* * *
[Intube] [백록화 팝업스토어 인파에 새치기하는 인성]조회수 32,102회
로즈차의 새치기 영상은 쉽게 구했다. 이미 뒤에서 나연이가 찍어주고 있었거든.
“차장미…. 성격 급한 거 내가 제일 잘 알지.”
같이 일을 하다 보면 싫건 좋건 이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에 대해서는 대충 틀이 잡힌다. 로즈차는 심각한 기분파에 다혈질이었다. 그러니 앞뒤 재지 않고 일단 나에게 돌진할 걸 알고 있었다.
“대충 사람들도 딱 봐서 인플이다 싶으면 뭐 촬영하나 보다 비켜 주니까.”
그래서 내가 계산대에 있었던 거다. 기사 사진으로 찍혀서 내보내기도 좋고,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으니 로즈차에게서 도망가기도 쉽고.
“문제는 지금 여름이라는 거지.”
백록화 팝업 스토어에 온 사람들은 덥고 지쳤다고. 작은 것에서부터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일단 비켜 주기는 해도 그게 흔쾌히 해주는 게 아니거든. 그리고 내가 곤란한 기색을 비치니 누가 봐도 사전에 협의된 사항이 아니라는 게 보일 수밖에.
뭐야? 그럼 지금 그냥 새치기 한 거야?
이렇게 생각이 들면 저 뒤에 있던 사람들도 뭔지 궁금해하고, 로즈차가 일반인들 사이에 서윤슬과 사진을 찍기 위해 새치기를 했다는 게 제일 뒷자리까지 전해진다고.
“그래. 이렇게.”
아침부터 줄서고 웨이팅 진심 장난 아니었음ㅠ 아무튼 백록화 갔는데 난 본점으로 갔었거든ㅋㅋ 팝업 제일 크대서
세시간? 인가 서있다가 내차례 직전인데 누가 쇼핑백으로 어깨 존나 세게 치고 가는거임; 당황해서 아!!! 이랬는데 내쪽 보지도 않고 계산대 가길래 뭔가 싶었어
빡세게꾸민 여자가 누구한테 가서 말걸길래 나는 촬영하는줄 알았음ㅠ 핸드폰 삼각대도 들어서ㅋㅋㅋㅋㅋ
근데 걍 말걸라고 찾아간거였나봐 계산중이라 나중에 하자고 하더라 ㅈㄴ어이없어섴ㅋㅋ 지 계산 기다리기 싫어서 걍 다짜고짜 앞으로 간거임
근데ㅋㅋㅋ난 한번도 들어본적 없는 인플이더라 ㄹㅈㅊ라고… 그뭔씹;
-와ㅋㅋㅋㅋ 미쳤냐 지 계산하기 싫다고;
-ㄹㅈㅊ면 오늘 본점 팝업에 ㅅㅇㅅ 있었을텐데 왜갓지
˪왜왜? 먼일잇음?
˪ㄹㅈㅊ가 ㅅㅇㅅ 시러하는거 알사람 다알걸
소문은 점점 번져 나간다. 로즈차는 계산이 아니라 그냥 나한테 말 걸려고 온 거였지만 줄 서 있는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안 보였겠지.
“그래서 나도 키워드를 백록화 새치기로 잡았고.”
로즈차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한테도 퍼지게 하기 위해서. 그럼 댓글로 꼭 저 사람의 개인 정보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나오거든.
-누구임? 유명한 사람임?
˪로즈차라고 인플 있음
˪인스타 주소좀ㅋㅋㅋㅋㅋ
자, 그럼 난 이 불놀이를 지켜볼까. 모르는 사람들까지 찾아와 로즈차는 조만간 터지고 말 거다.
[Youstagram] [가방 안에 쏙 귀리효소] 드디어 공구 일정이 잡혔어요♥ 진짜 남는 거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좋은 건 나누고 싶기에…( ´•̥̥̥ω•̥̥̥` ) 눈물을 머금고 진행하는 공구니 꼭꼭 놓치지 마세요오아래는 세트 가격과 리뷰 퀸 이벤트입니다! 자세히 읽어주세요
[1Box/21,900]…
그제부터 효소 공구 일정을 안내하더라고. 지금 이번 공구 망하게 생겼으니 잔뜩 화가 났을 텐데.
“편집자…. 괜찮으려나.”
* * *
로즈차의 편집자는 한숨을 쉬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진짜 아까 봤지? 서윤슬 그거 표정 싹 굳혀 가지고. 미친년이 진짜!!!
“네…. 봤죠. 언니 앞에서 그러는 거.”
-지가 뭔데 나한테!!! 아니 그거 사진 한번 같이 찍는 게. 라이브에서 말 한번 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씨이!!!X!!!
로즈차의 편집자는 참으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촬영 담당이자 편집 담당, 그리고 로즈차의 감정 쓰레기통까지.
-진짜 그년 때문에…. 서윤슬 망했으면 좋겠어…. 너 아까 걔 친구랑은 무슨 말한 거야?
“아까 말했던 그대로예요. 진짜 딱 그 말만 하고 언니 오셨어요.”
-난 걔도 마음에 안 들어. X나 쌍으로 싸가지가 없어!
남들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다른 인플루언서들의 욕을 들어주는 게 편집자의 일이었다. 행사장에서 만났을 때 뭐가 마음에 안 든다거나, 별거 없는데 구독자가 많다거나, 혹은 같이 찍은 사진을 자기만 보정해서 올렸다거나 할 때마다 로즈차는 저주에 가까운 욕을 쏟아내고는 했다.
“휴….”
한 시간 가량의 통화를 마치자 로즈차의 편집자는 귀가 멍멍했다. 멍하니 귀를 문지르고 있는 편집자의 눈에 아까 받은 쇼핑백이 보였다. 오늘도 밤을 새서 편집을 해야 하는 편집자는 박스를 열어 캡슐을 하나 꺼냈다.
“로즈차님 편집자분 맞으시죠? 저 정말 팬이에요!”
“아, 언니한테 전해 드릴게요….”
“아니요~. 편집자님 팬이라구요! 편집 진짜 엄청 잘하세요. 화면 분할도 진짜 좋고 브이로그 넘어갈 때 자연스러운 것도 좋구~. 아 또 특수효과 엄청 귀여워요! 이거 제가 따로 산 건데 가져가서 편집할 때 드세요!”
아까 들은 말이 떠올랐다. 로즈차의 팬이 아닌 자신의 팬이라며 좋았던 점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목소리는 가슴을 간지럽혔다. 얼떨결에 맞팔을 하게 되었지만 자신의 SNS에는 별 볼 만한 게 없었다. 그저 로즈차를 위한 유령 계정에 불과했다.
“…그 사람 유스타 들어가 볼까.”
편집자는 나연의 유스타에 들어갔다. 매일이 행복한 세상에 살고 있는 나연은 친구도 많아 보였다.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생각나서 샀다며 친구와 선물을 주고받고, 편지를 써 주고.
이런 사람이 자신의 팬이라고 해준 게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같았다.
나여닝
Intube
구독자: 232,101명
나연의 인튜브 링크를 클릭하자 귀엽고 아기자기한 영상들이 나왔다. 편집자는 어느새 다 내려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부드러웠다.
“이 사람 편집자는 좋겠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 * *
“개나 소나 X랄이야 요즘…. 하아암….”
루비는 로즈차의 쌓인 연락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늘 워커홀릭으로 살았지만 요즘같이 일을 빡세게 한 적은 없었다. 루비의 얼굴에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와 있었다.
라모레에게서 나오는 돈이 끊긴 뒤로 여기저기 새 광고주를 찾기 위해 고생한 루비의 신경은 한껏 날카로워져 있었다.
“로즈차님께서 30초 웃짤에 올라간 영상 어떻게든 신고해서 삭제해달라고 하십니다.”
“걔는 참…. 지가 알아서 행동 잘 했으면 되는 거 가지…. 흐아아아암.”
버석한 입가를 문지르며 초콜릿을 우물대던 루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 인튜브 신고 버튼 계속 누르고, 댓글로 작업 들어가요. 로즈차 공구 다다음 달까지 스케줄 차 있는데 또 문제 생기면 곤란하지.”
라모레가 젬스톤에 쏟아부었던 금액은 연간 몇십억 원에 달했다. PPL부터 브랜디드까지, 작게는 몇십부터 크게는 몇천만 원짜리 광고를 맡겼으니. 가장 큰 광고주를 잃자 루비의 마음이 초조해졌다. 이러다가는 대한민국 1등 MCN이라는 타이틀을 빼앗길지도 몰랐다.
“다른 분들께서 왜 라모레 광고가 안 들어오냐고 문의 계속하시는데, 뭐라 답변할까요?”
“당분간은 광고가 너무 많아서 쳐냈다고 해. 라모레 측에서도 진정성 있는 영상 요구한다고. 걔네 자기들 불성실한 거 아니까 뭔 말하는지 알아들을 거예요.”
루비는 준비한 파일을 전달했다.
“이거 물결 인튜브. 스킨으로 하는 팩 그대로 따서 몇 명한테 업로드하라 지시해요. 라모레 제품으로. 뭔가 기분이 상한 모양인데 그럼 우리 측에서 뭔가 액션을 해야지.”
인튜버들은 그간 쏟아져 들어오는 광고에 눈이 멀었다. 그저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만으로도 돈이 들어오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품명을 틀리거나, 태그를 빼놓거나, 성분을 헷갈리거나 하는 실수들이 잦았다. 광고 전에 아무리 자료를 줘 봤자 눈여겨 읽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당분간은 우리가 라모레한테 잘해야지…. 유스타에도 올리라고 해요.”
그래서 루비는 라모레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무료로 라모레의 스킨 광고를 업로드하기로 했다. 물결의 비법을 베껴서.
“그럼 지금부터 작업 시-작.”
모든 게 윤슬의 계획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