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53)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53화(253/405)
[Intube] [백록화 팝업스토어 인파에 새치기하는 인성]조회수 177,037회
그새 로즈차의 새치기 영상은 20만회에 가까워져 있었다. 백록화 팝업이 화제가 된 만큼 인튜브에 검색해 보는 사람이 많았으니 유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 대체 왜저러는거임
-인플이면 줄 안서도 되나ㅋㅋㅋㅋㅋ
여론은 한 방향이었다. 이런 행사에 갈 때마다 인플루언서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했던 일반인들의 경험담 댓글에는 좋아요가 몇백 개씩 박혔다.
하지만 점점 다른 방향의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악의적 편집ㅋㅋㅋ 여기도 렉카채널이네 한심ㅠ
-업체에서 둘이 같이 있는 모습 사진 찍으라고 한거잖아 딱봐도… 알못들아
-여기서 악플쓰는 사람들 대부분 어떤 얼굴일지 그려짐ㅋㅋㅋㅋ열폭작작
로즈차의 편을 대놓고 들지는 않았지만 영상을 업로드한 계정과 댓글을 단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애초에 브랜드에서 인플루언서들을 왜 초대하는지부터 생각해봐ㅋㅋㅋ 그사람들도 좋아서 놀러갔겠냐ㅠ 놀러간척 일하러 간거지 (좋아요 201개)
-손에 든 쇼핑백 계산하려고 갖고간거 아니고 원래 인플들한테 주는 선물임; 계산하러 계산대에 갔다는 것자체가 뇌피셜이라고ㅋㅋㅋㅋ 왜이래 대한민국사람들 뭐 하나 꼬투리 잡을라고 우루루루; (좋아요 194개)
베스트 댓글들이 빠르게 바뀌기 시작했다. 신규 댓글과 베스트 댓글을 번갈아 보던 윤슬은 씩 웃었다.
“이제 작업 시작했구나?”
1분 사이에도 몇 개씩 새로 달리는 댓글들을 보며 윤슬은 기지개를 켰다.
“역시. 돈줄 막아두길 잘했다.”
돈이 없으면 사람은 초조해진다. 그런 초조함 사이에서 빈틈이 나오는 거다. 윤슬은 시계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버튼을 눌렀다.
[영상을 삭제하시겠습니까?] [Yes] [No]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예스로 손가락을 향했다.
이로써 나중에 로즈차의 편집자가 폭로를 시작하게 되면 ‘로즈차의 회사에서 압력을 넣었다’라는 여론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젬스톤의 이름이 대중 앞에 제대로 드러날 첫 복선이었다.
* * *
[한국우유, “백록화 1327로 더위를 날리세요”] [L백화점을 발 디딜 곳 없이 만든 이 브랜드… ‘백록화 1327’] [요즘 가장 핫한 커피를 아시나요? 2만 명이 선택한 팝업 스토어]백록화 1327 팝업 스토어는 전에 없는 성공으로 끝맺음했다. 열흘간 다녀간 고객은 약 이만 명에 달했다.
나는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본점으로, 잠실점으로, 강남점으로 옮겨 다니며 고객들을 맞이했다.
“윤슬님….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우유 본사 팀과 백록화 팀은 모두 내 영업 솜씨에 감탄한 것 같았다. 로즈차를 만났던 첫날을 제외하고는 전부 굿즈 코너에 있었거든. 만 원대의 에코백과 유리컵을 열심히도 팔았다. 백화점 매대 알바 경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지.
“3%가 내 몫이라고 생각하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
주인 의식을 심어주는 방법은 바로 이런 거다. 나는 다음 달에 정산될 굿즈 금액을 떠올리자 금세 행복해졌다. 팝업이 끝난 후 백록화 홈페이지에서도 굿즈를 판매했는데, 오픈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모두 솔드아웃이 되었다.
[백록화 유리컵 S,M,L] Sold out [백록화 에코백 화이트/네이비/블랙] Sold out재입고를 원하는 문의글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백록화 라떼를 한 잔 마시니 천국이 따로 없군. 지난 열흘 간 내내 서 있었더니 다리가 좀 부은 것 같기도 하고.
“제비야. 이리 와서 언니 다리 좀 주물러봐라.”
“뀨~”
옆에 있던 제비한테 말하자 포르르 날아와 조그마한 날개로 내 다리를 꾹꾹 눌렀다. 정말. 하나도. 안….
“시원하네….”
“뀨!!!”
자랑스럽다는 듯이 열심히 하는 애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나저나 얘는 정말 귀엽기만 한 펫이구나. 이게 게임이었다면 당장이라도 트럭 시위를 했을 텐데.
나는 열심히 다리를 주무르고 있는 제비를 바라보다 다시 태블릿으로 눈을 돌렸다.
[Intube] [청담에서 한다는 연예인 피부 관리법! 스킨팩 알려줄게 드루와~]조회수 317,201회
[Intube] [더운 여름 모공관리 궁금하다면 클릭! 노광고 내돈내산 홈케어 스킨팩]조회수 182,113회
물결 쌤이 스킨 팩 영상을 업로드한 지 삼 주째 되는 날이다. 그새 인튜버들이 파쿠리를 쳐서 ‘청담에서는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 비법’으로 업로드를 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이러라고 판을 깔아둔 거기도 하고.
“진짜 실력은 없고, 메이크업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것들이 그저 광고 받으려고 개나 소나…!”
“잘됐네요.”
“뭐?!”
“그럼 그걸 이용해요, 우리. 공짜로 광고를 맡기는 거예요.”
지난번 다이아수저와 물결 쌤, 그리고 나 셋이서 만났을 때. 물결의 분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른바 인플루언서 공짜로 사용하기.
“물결이 비법이라고 스킨 팩을 업로드하면 너도나도 다 따라할 테니까.”
아무리 간편하다고 해도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불편하다. 그냥 사서 쓰는 게 편하거든. 만들어서 쓰다 보면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생각하게 된다.
‘귀찮은데 이거 어디서 안 파나?’
영상으로 비법이 나오고, 댓글로는 효과를 봤다는 사람이 너도나도 나오는데, 따라하기는 귀찮고 효과는 궁금한 사람들이 속출할 때쯤 라모레에서 제품이 나온다면?
‘한번 사보고 싶어지지.’
간단하게 고민 없이 클릭해서 구매해 줄 잠재적 소비자들을 모으는 거다. 화면 안에서 인튜버들이 물결 쌤의 비법에서 아주 약간만 변경해 스킨 팩의 장점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 거즈 팩이 쉽게 마르지는 않아서. 수분감을 그대로 피부에 충전을 해주는데요!
일반 스킨 솜이 아닌 거즈를 이용해 스킨을 듬뿍 적셔 피부에 올려두는 방법. 아니나 다를까 젬스톤의 인튜버들은 라모레 스킨을 사용하고 있었다.
“광고가 막히니까 어떻게든 따 오고 싶나 본데.”
‘우리 광고가 아니더라도 너네 거 잘 쓰고 있어~. 이렇게 사람들한테 추천도 하잖아~. 보고 있지?’ 그 메시지가 절절하게 읽히는 영상들이었다. 확실히 젬스톤에서 위기를 느끼긴 했나 봐.
“로즈차도 그렇고, 한 번 팔로워 추이가 떨어지기 시작한 인플들은 깡통이 되니까.”
팔로워가 많다고 해서 파워가 센 게 아니다. 오히려 팔로워가 많은데 구매까지 이어지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그 자체로 조롱의 대상이 된다. 구독자는 많은데 뷰 수가 떨어지는 경우가 이에 속하지.
“그래도 소용없지. 로즈차는 이제 곧 저~ 멀리 떨어질 거고.”
라모레 광고는 다시 진행될 리가 없거든.
이제 곧 로즈차의 편집자도 깨달을 거다. 자신이 받고 있던 대우가 얼마나 부당한지를.
“폭로 한 번 하면 엮인 인플들 줄줄이 보낼 수 있겠다.”
젬스톤에서 로즈차와 사적으로 엮여 있는 인플루언서들을 확인해보자.
* * *
로즈차의 편집자는 귀여운 브런치 카페에 쭈뼛거리며 들어갔다. 나연은 그 뒤로 로즈차의 편집자에게 종종 연락해 왔다. 살가운 메시지에 적당히 답장해 주던 로즈차의 편집자는 편집 프로그램에서 뭐가 막힌다는 말에 흔쾌히 도와주러 약속을 잡았다. 사실 한 번쯤은 만나보고 싶기도 했다.
‘내 편집 방식을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로즈차는 못한 것만 짚어내는 타입이었다. 잘했다는 말은 로즈차의 구독자들이나 댓글에서 해주고는 했다.
-21:11 이부분 편집 졸귀ㅠㅠ 손글씨인가요? 편집 퀄 점점 높아지는거 보니까 잎사귀로써 제가 다 뿌듯하네용(﹡ˆ﹀ˆ﹡)
˪네 맞아요~ㅎㅎ 알아봐주시니까 너무 감동이에요ㅠㅠ
아무리 퀄리티 높은 영상을 만들어도 로즈차는 이게 아쉽다, 저게 아쉽다. 이것밖에 못 하냐고 했었다. 그래서 직접 앞에서 들은 칭찬이 더 귀했다. 편집자는 며칠 동안 나연의 말을 떠올리며 편집을 하고는 했다.
“언니! 저 안 늦었죠~”
“네네. 안 늦었어요.”
그새 둘은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다. 나연이 먼저 호칭을 정했기 때문이다. 언니 소리를 하기만 했지 들어 본 적 없는 편집자는 어쩐지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언니는 뭐 좋아하세요? 저는 의외로 편식을 안 하거든요. 다 좋아요.”
“어? 제가…. 골라요?”
로즈차는 항상 편집자와 밥을 먹을 때면 메뉴판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메뉴판을 보며 고민하는 자신을 찍어달라 명령하기에 바빴으니까. 메뉴들은 대부분 편집자의 취향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로즈차는 그저 사진이 잘 나오는 것들만 주문했었다.
“음….”
편집자는 오랜만에 받은 메뉴판에 뭘 골라야 할지 잠시 정지했다. 그러다가 옆에 베스트 글자가 붙어 있는 걸 골랐다.
“우와 짱이다~~. 저도 그거 좋아하는데~”
나연은 로즈차의 편집자가 고른 메뉴들로만 주문했다. 고민이 되어 주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음에도 한 번도 짜증내거나 재촉하지 않았다.
너무 사소해서 당연한 것들이었지만 로즈차의 편집자에게는 사소하지도, 당연하지도 않았다.
“언니 제가 사진 찍어줄게요! 언니 자연스럽게 포크 들어봐요!!!”
…그야 그동안 이렇게 대해 준 사람이 없었으니까.
“제 사진을 왜 찍어요. 제가 나연님 찍어줘야죠.”
“에이! 놀러 왔는데 찍어야죠~. 제가 언니 프사 바꿔줄게요. 여기 봐봐봐요.”
나연은 편집자를 정말 친구처럼 대해주었다. 팔로워가 이십만이 넘는데도. 어느 순간부터 편집자 역시 로즈차처럼 팔로워의 수로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는 팔로워가 적고 많음에 따라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으니까. 그게 익숙했다.
“언니 여기, 이쪽으로 손 하트 한번만요.”
편집자와 하트 샷을 찍자며 손을 맞댄 나연은 로즈차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편집자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이 주문한 메뉴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