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54)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54화(254/405)
“언니. 제 친구 여기 근처라는데 잠깐 들렸다 가도 될까요? 걔도 언니 지인짜 좋아하는데!”
어느새 가게를 나와 카페로 가는 그사이 편집자의 팔은 나연에게 붙잡혀 있었다. 자연스럽게 팔짱을 낀 나연의 옆에서 뚝딱거리던 편집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페에서도 메뉴판을 편집자에게 넘겨준 나연 덕에 좋아하는 당근 케이크를 먹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이 케이크 먹은 지 얼마 만이지.’
사진이 잘 나오는 건 대체적으로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들이었다. 핑크빛 복숭아 타르트, 아니면 생크림 딸기 케이크, 화사한 녹차 케이크나 치즈 케이크 같은 것들.
“너 먹고 싶은 걸로 골라봐. 엥? 당근 케이크…? 그건 좀 칙칙하지 않나? 다른 거 다른 거!”
로즈차는 항상 그런 케이크들을 주문해 사진만 찍고 한두 입 먹은 뒤 버리고는 했다.
편집자는 버리는 게 아까워 남은 케이크를 먹었었다. 로즈차가 주는 월급으로는 혼자 소소하게 케이크를 주문할 여유가 없었으므로.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먹어 보는 당근 케이크에 맛에 홀려 있던 편집자의 맞은편에 누군가가 앉았다.
“슬아!”
로즈차가 그토록 싫어하는 윤슬이었다.
* * *
좋아. 오랜만에 켜 보는군.
「<상태창>
체력: 42HP/999
매력: 60/999
사진촬영: 333/999
사진보정: 540/999
화술: 70/999」
나는 편집자의 위로 떠오르는 상태창을 읽었다. 오늘 어떻게 해서든 편집자의 마음을 돌려야 하니까.
그리곤 어색하게 시선을 피하고 있는 편집자를 바라봤다. 딱 보면 척이지.
‘로즈차가 내 욕 얼마나 많이 했는지 알겠다….’
그럼 이제 아이템의 도움을 좀 받아 볼까.
「▼상세 설명▼
아아, 마이크 테스트 (사용 시간 1시간)
: 마이크를 쥔 MC처럼 모두가 내 말에 집중한다! 설득력 +35~55% (확률 랜덤)으로 늘어난다.
※ 인원이 10명 이하일 경우에는 더 영향을 크게 끼칠 수 있습니다.」
나는 편집자의 머리 위에 떠오르는 마이크와 숫자 55를 확인했다. 나이스, 마침 설득력이 최고조다.
“저 나연이한테 말 진짜 많이 들었어요. 저도 말 편하게 언니라고 해도 되죠?”
“어, 아아…. 네….”
“나연이가 언니를 정말 좋아해서요. 저도 언니가 좋아지더라구요.”
편집자는 내 띄워주기가 어색한지 조용히 웃었다.
“근데 언니가 좋아지는 만큼…. 아니다. 그냥 본론부터 말할게요.”
내 말에 편집자는 이제야 시선을 마주했다. 그게 무슨 뜻이냐는 듯이. 나는 그간 로즈차와 편집자, 둘밖에 모르고 있을 이야기들을 줄줄 꺼내놓았다.
“그간 한 달 월급 150 넘은 적 없고, 보너스 없었고. 24시간 대기조였고, 아. 거기다 커뮤니티에 로즈차 관련 글도 몇 번 썼었죠? 로즈차가 하라는 대로. 음 또 뭐가 있더라…. 언니 외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바로 다음 날에 로즈차가 팝업 스토어 가야 한다고 했던 거…. 사실 중요한 팝업은 아니었거든요. 근데 거기 로즈차랑 팔로워 비슷한 인플 와서 지기 싫어서 언니 끌고 간 거예요. 언니가 찍은 사진이 좋아요가 안정적으로 높게 나오니까.”
“…네?”
편집자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을 이었다.
“근데 제가 이걸 어떻게 알까요?”
“…….”
내가 들은 건 물론 회귀 전 회사에서 알음알음 넘어온 거지만. 이 정도 같이 일했으면 미운 저도 정이라고 뭔가 로즈차를 더 믿고 싶을 거다. 처음 대화 나누는 내가 아니고.
“여기 보이죠. 스퀴즈 청담.”
나는 몇 주 전 로즈차의 유스타에 업로드된 사진을 가리켰다.
“여기 제 친구가 하는 데인데…. 거기서 로즈차가 언니 얘기한 거 그대로 전달 들어서요. 그 전부터 나연이가 언니 팬이라 주변 사람들은 전부 알고 있었거든요. 로즈차도 언니도.”
물론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 정도 되면 믿을 수밖에 없지.
“믿건 안 믿건 언니 자유인데요. 그래도 아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완벽히 굳은 편집자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좀 아프군. 그간 그래도 로즈차를 많이 믿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제가 더 좋은 직장 찾아줄게요, 언니.
나는 옆에 있는 나연이를 쿡 찔렀다.
이때야!!! 조건 빨리 내밀어!!!
* * *
편집자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오늘 하루를 되돌아봤다. 헤어지기 전 나연이 했던 말이 웅웅 가슴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언니, 저 언니만 괜찮다면요…. 편집 일을 맡기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그, 편집이라 하면….”
“사실 언니만 한 사람을 찾을 수가 없어서요. 가격은 이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 조건은 언니한테 맞출게요!”
나연이 보여 준 숫자는 지금 로즈차에게서 받는 것의 세 배가 넘었다. 당황한 편집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빠르게 저었다.
“너, 너무 많이 주는데요….”
“뭐가요? 언니랑 같이 일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죠. 저 지인짜 언니 팬이라니까요!”
내 팬.
로즈차 같은 사람에게만 있을 줄 알았던.
반짝반짝 빛나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어야지만 가질 수 있을 줄 알았던 것이 자신에게도 있었다.
‘…진짜 그랬을까.’
로즈차는 기분파에 다혈질이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기분이 좋을 때는 필요 이상으로 상대에게 잘해 주고는 했다. 아홉 번 미운 짓을 해도 한 번 다정하게 대한 걸 잊지 않는 편집자는 마음 한구석이 쿡쿡 아파 왔다.
‘하긴…. 아니었으면 그걸 다 알고 있을 리가 없지.’
편집자는 로즈차가 자신을 두고 뭐라 말했을지 추측하기 시작했다. 한 번 싹을 틔운 의심의 싹은 점점 자라났다. 그간 로즈차가 자신에게 했던 행동과 말들이 머릿속에서 쉬지도 않고 툭툭 튀어나왔다.
“이게 뭐야? 아-. 이거 아니라니까 진짜. 일을 뭐….”
“나 왼쪽 얼굴 아니라니까!!! 오른쪽이라고 몇 번 말하냐고 내가!!!”
“엥? 오늘? 그랬나? 몰라…. 나 약속 있어서 바빠. 너 알아서 해.”
“쉰다고? 왜…? 그거 꼭 오늘 쉬어야 돼?”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 커뮤니티에 자신의 글이 올라왔다며 징징거리는 로즈차의 연락은 쉬지 않고 왔다.
[언니 집에 잘 들어갔죠?♥٩(๑ˆOˆ๑) 오늘 제가 한 말 천천히 생각해주셔도 좋아요. 너무 부담되시면 지금처럼 언니동생으로 친하게 지내도 되구요~] [야 너 왜 내카톡 안읽어?ㅠㅠㅠㅠ 니 일 아니다 이거지ㅋㅋㅋ 와 배신감 나 진짜 스트레스받는다니까 아 ㅅㅂ익명이라고 열폭하는거봐]번갈아 오는 카톡이 참 대조적이었다. 그날 편집자는 오랜만에 일이 아닌 다른 생각으로 밤을 샜다.
드르륵-
다음 날 아침, 습관처럼 백록화 캡슐 커피를 내리던 편집자는 이게 마지막 캡슐임을 눈치챘다.
“맛있었는데….”
또 살까.
잠시 고민하던 편집자는 자신의 잔고를 떠올렸다. 먹고 싶은 커피 한 잔 마음대로 사지 못하는 처지를 생각하니 급속도로 우울해졌다. 어제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것도 같았다.
컴퓨터 앞에 앉은 편집자는 점점 두통이 심해짐을 느꼈다. 이마에 손을 대 보니 뜨끈한 열감이 느껴졌다.
“후….”
편집자는 읽지 않던 카톡을 켜 로즈차에게 연락했다.
입력: 언니 죄송한데 오늘은 휴가 써도 될까요? 제가 몸이 너무 안 좋아서요.
그러자 1초 만에 기다렸다는 듯 로즈차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 너 아프다고? 어디가 아픈데?
“머리요….”
그래도 몇 년간 같이한 시간이 완전히 헛된 건 아니었는지, 로즈차에게서 걱정이 묻어 나왔다.
-그럼 내일 가야 되는 행사는 어떡해? 너 많이 아픈 건 아니지? 아, 씨…. 그거 이번 주말까지 영상 올려야 되는 건데!
뚝.
그 순간. 편집자의 머리에서 뭔가가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 *
“연락 올까?”
“온다니깐. 진짜 아무리 늦어도 열흘 안에 온다.”
그 수준의 노예계약으로 일하고 있던 사람에게 대기업 복지를 들이밀었으니 생각이 안 날 리가 없다. 그리고 로즈차랑 나연이랑 저울질해보면 누가 봐도 이쪽이지.
“어제 언니 케이크 포장 못 해준 게 마음에 걸려. 잘 먹었는데….”
나는 나연이의 볼을 쭉쭉 잡아 늘렸다. 그때였다.
지잉- 지잉- 지잉-
나연이의 전화가 울렸다.
“연락 왔다!!!”
“받아 당장!!!”
나는 나연이의 옆에서 핸드폰을 귀에 붙이고 함께 들었다.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로즈차의 편집자는 정말 괜찮겠냐고 물었다.
“그럼요~!!! 저는 항상 언니 같은 사람을 찾았어요~”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로즈차의 실체를 밝힌 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나연이는 편집자를 얻었다.
* * *
“…뭐야? 이런 X발.”
로즈차는 하고 있던 세안용 레이스 헤어밴드가 비뚤어질 만큼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밤새 다른 인플루언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늦잠을 자고 일어난 로즈차의 머리가 울렸다.
[더 이상은 못하겠어요]그 말을 끝으로 편집자의 연락이 없었다. 로즈차는 한숨을 쉬며 짜증을 냈다.
“이건 또 왜 이래? 요즘 되는 일이 없어! 아주!”
유스타를 켜 간단한 스토리를 두어 개 올린 로즈차는 다시 푹신한 실크 베개에 머리를 묻고 하품을 했다. 편집자야 적당히 구슬리면 될 일이고, 지금은 다음번 공구가 더 중요했다.
요즘 스토리 뜸하다 하셔서 돌아온 로즈챠…♥ 믿을 만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었어요 🙂
한 번 엎질러진 공구 때문에 이번 달 수익에 큰 타격이 갔으니 일단은 그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로즈차는 다시 스토리를 업로드하며 공구 시동 걸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