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55)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55화(255/405)
“와…. 많이도 나온다.”
까도 까도 끝이 없다는 건 이런 거군.
나는 로즈차의 편집자가 건네준 컴퓨터를 확인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파일을.
“외장하드랑, 데스크탑에 따로 다 보관을 해놔서요…. 문제 될 만한 건 그동안 다 자르고 편집했었어요. 그게 원본이에요.”
카메라에 찍히는 게 직업이 되고 나면 온 오프가 애매해진단 말이지. 그것도 자신이 업로드하게 되면.
덕분에 로즈차가 술 마실 때 다른 인플루언서 친구들과 했던 대화는 생생하게 모두 녹화가 되어 있었다.
“이걸 언제 터뜨리지.”
문제는 터뜨릴 타이밍이다. 로즈차는 크게 두 가지로 망할 수 있겠다. 바로 갑질과 기만.
―아, 짜증나. DM을 보내도 정도껏이지. 지 남자친구 고민을 왜 나한테 들어달래?
―뭔데? 나도 보자!
―이거는 남자가 문제가 아니고 얘가 문제인데? 아니 그냥 딱 봐도 남자들이 좋아할 스타일이 아니잖아.
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할 때마다 타이밍 맞춰 카메라가 꺼졌지만, 이 정도로 충분하지.
“그리고 갑질도 상상 이상이었고.”
로즈차의 편집자가 영상 편집을 하나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컨펌을 몇 번이나 받으니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최저임금도 아니고, 한 시간당 사천 원 꼴로 받았다.
“한국인들이 가장 못 참는 건, 바로 밥 제때 안 주는 거랑 돈 제때 안 주는 거거든.”
게다가 감정 쓰레기통 역할까지. 로즈차의 시도 때도 없는 연락은 좋은 증거가 되어 줄 거다. 나는 정리해 둔 젬스톤 인플루언서들을 확인했다. 로즈차랑 엮여 있는 인물은 한두 명이 아니지만 포커스는 좁힐수록 효과가 좋지.
“이 중에서 광고 대신 공구를 더 많이 하는 사람으로 가자.”
광고야 끊기면 그만이지만, 공구는 재고가 있기 마련이거든.
“식품 쪽으로 가 볼까.”
* * *
로즈차는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저게 뭐야?’
자신의 편집자가 다른 사람에게 붙어서 팝업 행사장에 와 있었으니까.
‘저거 이나연인지 뭔지 그거지?’
편집자가 연락을 받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혼자 행사장에 오게 되어 로즈차의 짜증은 이미 극에 달해 있었다. 들고 있던 카메라의 전원을 끈 로즈차는 빠르게 나연의 앞으로 걸어갔다.
“언니 저 예쁘게 잘 나왔어요?”
“언니? 둘이 언제 그런 사이가 됐어요?”
나연과 편집자 사이에 끼어든 로즈차는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나연의 옆에서 카메라를 들고 자신의 눈을 똑바로 마주한 편집자에게 빈정거렸다.
“아프다더니 다 나았네?”
“그러게요.”
“그~러~게~요~?”
평소 같았으면 자신이 약간만 짜증을 내도 바로 달래주던 편집자였다. 그런 사람이 순식간에 태도를 바꾼 걸 보니 로즈차의 가슴에서 분노가 치밀었다.
“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하 참나.”
“뭐가 말이 안 되는데요?”
“야! 너…. 아니다. 따라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로즈차는 편집자의 손목을 거칠게 낚아챘다. 그러나 편집자는 끌려 오지 않았다.
“앞에서…. 말씀하세요!”
반대편 손목을 꽉 잡은 나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못 말하는 거면! 그냥 가세요! 언니 데려가지 마세요!!!”
두 눈을 꾹 감고 소리친 나연 덕에 주위의 시선이 모두 순식간에 로즈차에게 쏠렸다.
“뭐, 뭐야?”
“둘이 어차피 계약서도 정식으로 안 썼다면서요!!!”
나연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웅성거리는 소리 역시도 함께 커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로즈차는 입을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가세요. 그냥.”
편집자는 싸늘하게 로즈차를 바라보며 말했다. 입술을 꾹 깨문 로즈차는 날카로운 발소리와 함께 멀어졌다.
* * *
로즈차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고작 팔로워 이십만 주제에!!!”
핸들을 쿵쿵 내리쳐 봤지만 감정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자신보다 팔로워가 낮은 나연에게 편집자도 뺏기고 그 수모를 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게다가 당장 편집자가 없으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당장 앞으로 행사는 어떻게 해! 내 브이로그는! 내 광고 협찬은! 내 공구는!!!”
편집자 한 명이 사라졌을 뿐인데 브레이크가 걸리는 일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당장 일정을 잡아 둔 스케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 돈 주고 사람을 어떻게 구하냐고. 미친X이…. 그거 알고 데려간 거지?!”
지잉- 지잉- 지잉-
시간에 맞춰 로즈차의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스토리 업로드 시간]로즈차는 지금도 공구 일정에 맞춰 스토리를 올려야 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바람잡이를 해 둬야 판매량이 달라지니까.
“…….”
하지만 지금 로즈차의 머릿속에는 이성이 남아 있지 않았다. 나연의 유스타에 들어가 스토리를 클릭했다. 행사장에서 사랑스러운 미소와 함께 사진을 찍은 나연을 보자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로즈차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래, 니가 언제까지 웃을 수 있나 보자….”
그리고 스토리를 올렸다.
[Youstastory]진짜 할 말은 너무 많은데 할 수는 없고…ㅎ 손민수분 그렇게 살지 마세요 제가 가만히 있으니까 어디까지 하나 보자는 것 같네요ㅠ
로즈차는 자신과 나연이 착용한, 겹치는 제품이 몇 개나 있음을 확인했다.
나연은 패션 인튜버였다. 로즈차 역시도 그랬다. 패션 인플루언서 사이에서 가장 예민한 건 바로 손민수. 누가 누구를 따라 하는지였다.
로즈차는 패션 인플루언서로 활동한 지 벌써 몇 년이나 흘렀다.
띠링- 띠링- 띠링-
[언니 무슨 일 있으세요?ㅠㅠ] [헉 로즈차님.. 상처 많이 받으신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될까용…] [엥 이게 뭐예요ㅠㅠㅠㅠ 우리언니 누가 괴롭혔써ㅠㅠㅠ]로즈차는 예상처럼 따라오는 반응에 소리 내어 웃었다. 로즈차의 팔로워는 30만, 나연은 20만이었다.
10만의 차이가 가져다주는 권력을 보여주겠다는 열의를 가득 담아서 핸드폰 자판을 누르기 시작했다.
입력: ㅠㅠ진짜 오늘 일이 너무 상처라 어디에 말할 데도 없었는데 이렇게 위로해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다혈질에 기분파 로즈차가 간과한 게 있었다.
입력: 하다하다 편집자까지 뺏어갈줄은 몰랐어요…
나연의 뒤에는 윤슬이 있다는 사실을.
* * *
그럴 줄 알았다. 나는 나연이가 전해주는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로즈차 스케줄에 맞춰 나연이를 팝업 행사에 보낸 보람이 있군.
“진짜 손톱 연장까지 해놓고 사람 팔목을 막 잡는데! 언니 팔 다 긁혔어어….”
나랑 일할 때도 성격 장난 아니었거든. 지금이 로즈차가 한창 돈을 쓸어 모을 때이니만큼 그 성격은 더 심할 거라 예상했지.
‘나중에 까계정 생기고 나서야 좀 같이 일하는 사람들 눈치를 봤지만.’
지금은 제일 콧대가 높을 때지. 나는 울먹거리는 나연이를 달랬다.
“괜찮아. 지금 스토리 잔뜩 올리는 거 보니까 화력은 제대로 끌어올 수 있겠다.”
로즈차는 폭발한 나머지 스토리에 제대로 저격글을 쓰고 있었다. 로즈차는 그간 편집자에게 잘해 주는 척 이미지 메이킹을 해 왔다. 그 덕에 갈아탄 편집자에 대한 비난과 함께 로즈차를 위로하는 팔로워가 제법 됐다.
‘실상은 자기가 쓰다 질린 거 버리듯 준 주제에….’
월급이나 똑바로 주지. 그깟 물건 좀 줬다고 온갖 생색은 다 냈지.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써 끝이다.
우리는 새벽이 오기를 기다렸다.
* * *
새벽 네 시. 직장인들은 자러 가고 방학을 맞이한 학생들과 커뮤 고인물들이 깨어 있을 때였다.
[익명게시판/ 엥 ㄹㅈㅊ 아는사람들 다 들어와봐 이영상 머임?]ㄹㅈㅊ 영상 업로드됐다고 알림와서 들어갔는데 웬 폭로영상이.. 존나 당황함 오늘 ㄹㅈㅊ 유스타에서 손민수랑 편집자 저격한거 올라와서 이건 머ㅜㄴ가 싶었거든ㅋㅋ 근데 편집자가 더 이상 못참겠다고 ㄹㅈㅊ 계정에 영상업로드함
https://www.intube.com/…
-????미친 대박이다
-왘ㅋㅋㅋㅋ편집자 세네ㅋㅋㅋㅋ
-나도 그거보고 들어옴 야 진짜 ㄹㅈㅊ 개미친거 아니냐 월급 150도 안주면서 새벽까지 부려먹어
조회수가 빠르게 올라갔다. 도파민에 절여져 있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몰려들었다.
[익명게시판/ ㄹㅈㅊ 손민수 ㅇㄴㅇ이었네ㅋㅋㅋㅋ]근데 뭔 손민수임 걍 그 브랜드에서 물건 몇 개 겹친건데ㅋㅋㅋㄹㅈㅊ 웃긴다 지보다 어린애를… ㅠ
-난 오히려 호감감 ㄹㅈㅊ한테 시달리던 편집자 바로 구해내준거 아님;
˪ㄹㅇ 진짜 갓 스무살인데 훨씬 더 어른스럽다
-편집자 뺏겨서 괜히 꼬투리잡은거 티낰ㅋㅋㅋ 아 진짜 추하다
시간을 오래 보냈다는 건, 그만큼 상대를 잘 안다는 뜻도 된다.
“짜증나는 일 생기면 그 언니 새벽까지 팔로워들이랑 디엠 주고받다가 술 먹고 자요. 그런 다음에 대낮에나 일어나거든요…. 잠귀가 어두워서.”
로즈차의 인튜브 계정 비밀번호는 편집자가 이미 알고 있었다. 영상 편집을 모두 마친 다음 곧장 계정에 올리는 일을 하는 것도 편집자였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편집자에게 모든 일을 떠맡긴 로즈차였다.
[익명게시판/ 일어나자마자 ㄹㅈㅊ사건 보고 입 떡벌어짐]개좋소 다니는줄 알았는데 우리회사 선녀였네…
-ㄱㄴㄲ 나도 출근길 짜증이 평소보다 덜나더라
-편집자 불쌍해ㅠ ㄹㅈㅊ가 첫 회사? 고용주? 였대
˪아 그래서 더 못벗어났겠구나.. 가스라이팅 레전드다 진심
덕분에 로즈차의 30만 팔로워는 모두 폭로 영상을 보게 되었다.
[Intube] [로즈차 손민수 사건. 편집자가 솔직하게 말합니다]조회수 412,001회
로즈차가 눈을 떴을 때, 해당 영상은 40만 조회수를 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