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257)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257화(257/405)
뭐 저런 표정을 지어. 아마추어같이.
“그, 그그그, 그거는….”
“까놓고 말합시다. 얼마만큼 해먹었어요?”
다이아수저는 슬그머니 내 눈을 피했다. 진짜 많이도 해먹었나 보네….
‘이거 터지면 X되는 거 잘 알고 있군.’
뒷광고.
지금으로부터 몇 년 뒤 터지게 되는 인플루언서들의 비리다.
―이거 지인짜 좋아요! 내돈 주고 산 건데 이거 공병 보이죠?
뻥이다.
―팔로워분들이 추천해주셨는데, 마침 제 친구가 이걸 쓰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슬쩍….
뻥이다.
―오랜만에 키는 라이브~. 반가워요 반가워요! 지금 제가 오랜만에 나왔는데, 뭘 먹어야 좋을지 모르겠어서, 여러분들한테 추천 받으려구!
뻥이다.
바이럴은 예상보다도 더욱 깊숙이 침투되어 있다. 구매 이력 정도야 손쉽게 조작이 가능하고, 스토리는 업체에서 만들어준다. 라이브여도 상관없다. 익명의 가면을 쓴 직원들이 분위기를 조성하니까.
“하…. 어떻게 알았어요? 누가 윤슬 씨한테 뒷광고…제안한 적 있어요?”
“있겠어요? 그냥 아는 거지.”
뒷광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엔지생건입니다. 이번 브랜디드의 경우 키워드를 ‘내돈내산 공병템’으로 잡아주시면-]브랜드 측에서 먼저 제안을 하거나.
[금액대는 ‘내돈내산’ 키워드일 경우 3,000,000을, 일반 ‘추천템’일 경우 1,500,000으로 진행-]금액대가 다른 선택지를 주고 고르라고 하거나.
[안녕하세요! 인플루언서 로즈차입니다 🙂 이번 광고는 따로 스토리를 입혀, ‘내돈내산’ 키워드로-]인플루언서가 먼저 제안하거나.
광고를 여러 개 올리면 구독자들이 팔로우 취소 버튼을 누르고, 댓글로 요즘 광고 심하다는 의견을 표출하는 데다가, 무엇보다 광고일 경우 판매량이 떨어진다.
-ㅠㅠㅠ와 언니 대박… 광고 잘 안하셔서 너무 좋아요
-로즈차님이 추천하는 건 믿고 사요♥ 진심으로 소통하려 하시니까 제 최애 인튜버!
판매량이 늘어서 브랜드 좋고, 광고비 더 받으니 인튜버도 좋은 윈윈 전략이었다.
바보는 오로지 소비자 하나.
“지금부터 하고 있는 뒷광고도 전부 중단하세요.”
“…왜? 뭐 있어요?”
“이제 뭐 만들라고요.”
나는 태블릿을 켜 젬스톤 인튜버들 중 유일한 백만 인튜버를 집었다.
“타격 딱 좋게. 엔지생건 신제품 나오고 나서 곧장이요.”
“지금은 왜? 로즈차 타이밍 좋지 않나?”
“약해요. 그리고 백만 인튜버여도 대중 대부분은 모르는데 로즈차? 그게 누구야? 이런 반응밖에 더 되겠어요.”
지금 젬스톤에서 크게 타격을 입은 건 로즈차를 비롯해 넷 정도. 아직은 약하다. 당분간 젬스톤 쪽의 광고 금액과 개수는 줄어들겠지만 망하기에는 아직 치명타가 아니란 말이지.
“백만 인튜버 비롯해서 줄줄이. 사실은 이 사람도! 사실은 저 사람도! 이렇게 잡아내려고요. 이번 가을, 겨울 광고 시장 얼어붙을 테니까 그때 광고 풀어보세요.”
인플루언서가 되면 일반 직장인의 연봉이 한 달에 들어오게 된다. 한 달에 천만 원씩 쓰던 소비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러니 광고를 더 많이 하려 마음이 급해지겠지만 이미 뒷광고가 터진 후라 브랜드 측에서도 소비자 눈치를 보게 되어 있다.
“평소 하던 것보다 훨씬 잘해 줄걸요? 구원자니까.”
다이아수저는 충격 먹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뭐 이 정도쯤이야.
“…근데에 그거 꼭 터뜨려야 돼요? 아니 뭐. 젬스톤을 조지고 싶은 거면…. 다른 방법이….”
“이것보다 확실한 방법 없어요.”
동경이고 친근감이고, 일단 신뢰를 개박살 내면 두 번 다시 애정은 샘솟지 않는다. 개인의 매력이 아무리 강하대도 돈 앞에서는 무쓸모라고.
“그리고 엔지생건 떨어뜨리는 데도 이만한 게 없죠.”
엔지생건. 라모레와 함께 뷰티 업계 1, 2위를 다투는 기업인 만큼 진행한 광고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뷰티 업계가 대부분 그렇듯 제품 개발비보다 마케팅 비용이 월등히 높았으니.
“그럼 나는?! 우리는 어떻게 피해 가라고!!!”
“목소리 좀 낮춰요. 쉿.”
흥분한 다이아수저는 아이스크림 스푼을 든 손을 붕붕 휘둘렀다.
“이제 로즈차가 수면 위로 드러났으니 사람들 대부분 은연중에 알고 있어요. 인플루언서라는 게 하나의 기업이라는 걸. 어떤 브랜드도 인플루언서 앞에서는 을이 된다는 걸요.”
나는 목소리를 낮춰 은밀히 속삭였다.
“X라인드에 폭로식으로 올릴 자료 정리하고, 가을까지 기다려보세요.”
이렇게까지 터뜨리고 나면, 하제인이 관련 없더라도 약간의 타격이라도 가겠지.
“라모레는 인플루언서 쪽에서 먼저 뒷광고 강요했고, 나중엔 못 견뎌서 젬스톤에서 발 뺀 그림으로 가죠.”
이른바 ‘나 빼고 다 나쁜 놈’ 전략이다.
* * *
다이아수저가 준 샘플을 들고 나는 다음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그건 바로.
“야!!! 슬!!!”
“야야 슬이 왔다. 사장님!!! 여기 잔 하나 더 주세요!!!”
그래. 약소한 종강파티다. 시험 기간 내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나는 진짜 종강파티에는 빠졌었다. 내내 백록화 팝업 스토어에서 일했으니 어쩔 수 없지.
대신 본가에 내려가지 않거나 집이 근처인 동기들끼리 모이기로 했다. 고맙게도 차재겸이 이럴 때는 쓸모가 있다니까.
“…덥지.”
“여기 앉아. 뭐 마실래?”
동기가 아닌… 친구들이 껴 있긴 하지만, 어찌 됐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뭐하고 지냈어? 야, 너 팝업 이후로는 뭐 올리지도 않고.”
“원래 종강하고 나서 더 올려야 되는 거 아님?”
동기들이 나에게 술을 따라주며 근황에 대해 물었다.
내 근황? 로즈차 족치고, 젬스톤 돈줄 끊어놓고, 다이아수저 만나기….
“나야 뭐. …좀 쉬었지.”
라고 말할 수는 없지.
나는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양옆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는 의심의 시선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끝까지 속이는 수밖에.
“너넨 뭐 했어?”
“우린 대외활동, 가을에 나갈 거 준비하고 있고. 아! 형범이는 이번에 도서관에서 살 거래. 너 때문에.”
“왜 나 때문에….”
“니 학점 듣고 형범이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주저앉았었어.”
“그래. 청순하더라.”
조금 멋쩍군. 밤을 새워가며 공부한 보람이 있는지 이번 내 학점은 꽤 좋게 나왔다. 무려 올 에이플.
“자기야? 시험 끝났는데 우리 학점 얘기하지 맙시다~. 자자 마셔! 건배!!!”
학사경고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간 수준의 재겸이 건배를 종용했다. 나는 웃으며 잔을 들어 짠을 했다.
“우리 과 CC 있잖아. 걔네 헤어졌대.”
“? 아니야. 다시 붙었어.”
“아니 다시 붙었었는데 또 깨졌대.”
“아니야 다시 붙었다가 깨졌다가 또또 다시 붙었어. 스토리 어제 올라옴.”
어느새 술자리는 무르익어가고 자연스레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왔다.
“근~데~”
순식간에 모든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나는 골뱅이 소면에서 골뱅이를 열심히 뒤지고 있다 고개를 들었다. 뭔디.
“슬이, 너는~”
“남자친~구~”
“안 만들어?”
모두가 짜기라도 한 것처럼 한 파트씩 맡아 질문했다. 뮤지컬 주인공이 된 기분인데. 이러다가 옆 테이블에서도 노래 부르면서 끼어들 것 같다.
“어? 남자친구?”
젓가락을 들고 있는 나에게 양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System
【미션: 메인】
▶당신의 취향으로 대중들의 공감을 끌어모아 봅시다!
[먹방]을 주제로, [비추천] 형식을 사용해 [공유 천 개]를 만들어 보세요!」상태창이 눈앞에 크게 나타났다. 평소에 사람들 있을 때 갑자기 켜진 적이 없는데?!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역시….’
남한테 보일 리가 없지. 나는 놀란 가슴이 쿵쿵 뛰는 걸 느끼며 한숨을 쉬었다.
미션 완료할 기미가 안 보이니까 이제 이게 협박도 하네.
“난…. 만들 생각 없어.”
“왜?”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가 한목소리로 외쳤다. 내 옆에 앉은 재언이와 백휘까지 진심으로 궁금해 보였다. 나 재언이가 이렇게 말 빨리하는 거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어, 그니까. 하하. 팔로워 삼백만 만들기 전에는. 음. 그렇다고.”
당황한 내가 횡설수설 말하자 가까이 다가왔던 얼굴들이 서서히 멀어졌다.
“독기 미쳤다….”
“진짜 한국대 말고 평양대를 가셔야 하는 분이 왜 여기를….”
중얼거리던 동기들은 갑자기 지갑을 열더니 차재겸에게 돈을 건넸다.
“니네 뭐 해?”
“아니야 자기야~. 오늘 회비, 크흐흑. 응. 회비.”
“…응. 회비야….”
진짜 우리 셋만 빼고 다 걷고 있는 걸 보니 회비가 맞군.
“얼만데? 나도 내야지.”
“아니야 아니야~. 우리 자기는. 크흐흐흑. 안 내도. 크흑….”
순식간에 수많은 돈을 수금한 차재겸이 어깨를 부들거리며 웃었다.
* *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재언과 백휘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감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종강하고 나서는 얼굴 보기도 힘들었던 윤슬이었다. 옆집에 살고 있었지만 고등학생 때보다 더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중 오늘 들은 윤슬의 속마음은 두 사람을 착잡하게 만들기에 더할 나위 없는 치명타였다.
그러나 어찌 됐건 결론은 하나였다.
‘…팔로워를.’
‘삼백만.’
삼백만 팔로워를 모을 때까지 남자친구를 만들지 않겠다고 한 건, 반대로 생각하면 삼백만 팔로워를 모으면 그때부터 남자친구를 만들겠다는 것과 같았다.
‘지금 슬이 팔로워가….’
‘각 플랫폼마다 삼백만은 아니겠지?’
윤슬 옆에서 빡센 고등학교 생활을 한 두 사람은 어느새 안 되면 되게 하는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 많은 불가능 속에서도 가능함을 보았으니.
“너네 많이 취했어? 무슨 생각해?”
침묵 속에서 술에 취해 뺨이 발그레해진 윤슬이 물었다.
“음…. 열심히 하자는 생각.
“…나도.”
“진짜? 야 너넨 어떻게 종강하고서도 그래~. 와~. 나도 내일은 일찍 출근할게!”
여름밤의 가로등 아래에서 환하게 웃는 윤슬을 보며 두 사람은 다짐했다. 반드시 빨리 삼백만을 만들고 말겠다고.
일에 미쳐 있는 윤슬이 그나마 천만 팔로워를 목표하지 않았다는 게 자그마한 위안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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